스팀 플랫폼에는 해가 갈수록 게임이 더 많이 쏟아지는 중이고, AI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 과잉의 시대에서 국내 인디게임 씬에선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까.
앞서 [콘텐츠 과잉 시대, 인디게임 생존법은? 산나비 차기작에 힌트가 있다]는 기사에서 <산나비>, <셰이프 오브 드림즈>, <모노웨이브>의 사례를 중심으로 세 개 개발사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렸다.
같은 4월 3일, 2026 대한민국 인디게임 포럼 현장에서는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대표와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의 시선과 경험도 공유됐다.
핵심은 "게임에 못지 않게 팀 빌딩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과 "AI 시대에 노력만 기울이면 빠른 프로토타이핑으로 재미의 검증을 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막연하게 '성공' 혹은 '재미'라는 이름으로만 다가오기 쉬운 이야기지만, 임상훈 대표와 이유원 대표는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접근 방법을 공유했다.
# 성공한 스팀게임들은 뭐가 달랐을까, '팀 구성'에 힌트가 있다
▲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대표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대표는 "히트작보다는 팀"이라 운을 띄웠다.
스팀에서 성공한 인디게임들을 몇 가지 형태로 구분하며 살펴보면, 팀 구성에 눈여겨 볼 만한 특징이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2026에서, 블리자드의 CCO(최고 창작 책임자)도 지냈던 '롭 팔도'가 한 말인 "게임 팀은 게임 그 자체보다 더 가치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몬트리올이나 쾰른 등 해외의 개발자 행사들을 가보면, '팀 빌딩'과 '팀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게임의 엣지', '차별화' 담론에만 머물러있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제품의 차별화도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제품이 탄생하는 배경인 팀과 시스템이다.
게임스컴 어워드의 심사위원이기도 한 임상훈 대표는, 독일 게임스컴 인디 아레나에 게임을 출품한 팀들을 보며, 팀 경쟁력 측면에서 국산 인디게임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EA 출신, 유비소프트 출신 경력직 개발자 기획자들이 모여 노하우를 쏟아부어 만드는 고퀄리티 인디가 해외엔 많은 반면, 국내에선 여전히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모여 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팀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랐을까. 임상훈 대표는 성공한 게임을 가진 인디 팀 구성을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① 압축 성장형

먼저 <스컬>의 사우스포게임즈를 생각하면, 전남대 게임 개발 동아리의 퀘퀘한 냄새가 생각난다고 소개했다. 동아리 친구들끼리 유니티 책을 놓고 밤을 새워가며, 맨땅에서 개발 역량을 쌓은 사례다.
이들의 3년이 기성 개발자의 10년보다 알찼다는 것이 임상훈 대표의 시선이다. 인생에는 시간이 있다. 40대 개발자들에겐 아이와 가족이 있고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20대 친구들은 온전히 압축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지원사업의 과정이나 어워드 수상 과정 등에서, 일종의 '인정 받음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한 힘을 얻기도 했다.
반면 <산나비> 원더포션은 또 조금 다르다. 동아리 출신 같은 형태가 아닌 따로따로 인원이 모인 경우기 때문이다. 이들을 떠올리면 연대 근처에 있는 카페나 강의실을 전전하며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임상훈 대표는 말했다.
게임잼에 주로 참여하면서, 집중된 시간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개발자들의 성격도 이때 서로 파악할 수 있고, 개발 역량도 확인할 수 있어, 그렇게 좋은 팀원들이 하나씩 늘어갔다.
② 다른 트랙형

한편, <모노웨이브>의 스튜디오 BBB는 상을 많이 탔고 젊은 팀원들이 많다는 점에선, 앞서의 사례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스튜디오 BBB 임권영 대표는 아트&테크놀로지를 전공하고,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HCI)를 공부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감정'을 다루는 게임 <모노웨이브>의 독특한 소재부터, 이를 풀어내는 색감, 이 게임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여러 층위를 보는 시선까지 조금 남다른 팀이 됐다.
<스테퍼 케이스>를 비롯해 스테퍼 시리즈를 만든 팀 테트라포드도, 추리 소설 마니아인 팀 리더의 기획에서 이 흥미로운 작품들이 시작됐다.
바꿔 말하면, 출발 지점이 꼭 게임이 아니어도, 오히려 게임이 아닌 다른 이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점을 발휘한 사례라는 것이다.

사진은 <잇 테익스 투>를 만든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스플릿 픽션>이다. 임상훈 대표는, 이들 또한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들던 영화 감독이 만든 회사로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1번 2번 유형은 모두 게임 업계를 기준으로는 '뉴비'의 진입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개발자들의 압축 성장, 다른 경험을 게임 업계에 가져와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기성 개발자들은 어떨까. 이들은 '버리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③ 다른 문법형

<데이브 더 다이버>로 익숙한 민트로켓은,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만 했다. 기획이 승인되는 과정도, 마케팅도, 비즈니스 모델도, 운영도, 홍보도 모두 가보지 않은 길을 갔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계속 해온 것이다. 그렇게 기존 방식을 버리는 것으로, 지금의 신선함을 팀에 내재화할 수 있었다.
팀 타파스는 <표류소녀>, <용사식당> 등 모바일게임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팀이다.
하지만 <마녀의 정원>을 내는 시점에는, 아트 풍과 감성은 남기되 나머지 영역을 모두 바꿨다. 그런 적응의 과정을 거쳐야 스팀에서의 생존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유효한 지점만 남기고 모든 것을 버리거나, 올인할 각오를 하는 것. 그것이 기성 팀이 이 험난한 인디 씬에서 살아남는 방식 중 하나다.
◆ 규모가 다른 팀들에서도 명확한 기조와 색채는 있다

미호요(호요버스)는 "테크 오타쿠가 세상을 구한다"는 슬로건 아래에서, 오타쿠들이 모인 팀이다.
라운드8은 <P의 거짓>을 만들 때, 소울류를 잘 알고 즐기는 사람들을 채용했고, 리더들과 구성원들도 이런 게임에 대해 코드를 맞춰 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이렇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코드와 테마가 있는 팀들은, 내부 소통 과정에서도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오해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만큼 팀 세팅의 힘은 강력하다.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로 유명한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약점과 강점 그리고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주목할 만하다.
<33 원정대>를 개발할 때, 세계관과 감정선, 캐릭터, 전투 등 핵심 방향성은 샌드폴에서 직접 개발했지만, 애니메이션은 한국에 외주를 맡겼고, 포팅은 세르비아에서, QA는 폴란드에서, 최적화는 캐나다에서, 보이스는 영국에서 작업을 했다.
사실 이런 '업무 분배'는 팀 안에서도 쉽지 않은 영역인데, 이들은 글로벌 외주를 하면서도, 우리가 잘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에 대한 인지부터, 스케줄 관리까지 해냈던 것이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의 개발사들이 여러 국적 출신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문화를 가진 것에서 기인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인하우스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진행한다.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방향성'에 대한 옵션 자체가 잘 제시되지 않는 편이다.

끝으로 임상훈 대표는, 한국 인디게임 씬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노하우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어떻게 차별화 시킬까 하는 주제도 좋지만, 그걸 각자도생의 영역으로만 남길 것이 아니라, 팀 빌딩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자신들의 방향성에 맞는지, 직면한 문제를 다른 팀은 어떻게 해결해왔는지,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며, 한국 인디게임 씬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 너무나도 중요한 재미의 검증, 그리고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들
▲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수확의 정석>, <서울 2033>, <페이크북> 등 여러 작품으로 게이머들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전했던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는, 이날 [AI 시대에 프로토타이핑으로 게임성 검증하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소위 '방망이 깎는 노인' 모드로 하나의 게임을 길게 잡는 팀들이 많은 반면, 반지하게임즈는 '재밌어 보이는 아이디어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풀어보자'는 방향에 훨씬 가깝다. 국내에 흔치 않은 '다작'(多作)을 하는 팀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 기자와의 대화에서도, 최근 팀 내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5개인데 이유원 대표 본인이 모든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월화수목금 매일 다른 프로젝트를 요일마다 매니징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그렇다고 팀원 구성이 많은 팀도 아니다. 반지하게임즈의 현재 구성원은 12명이다. 이러한 맥락을 알고 이어질 이야기를 보시면, 왜 효율적인 프로토타이핑이 중요한지 이해가 더 잘 되실 것이라 생각한다.

이유원 대표는, 자신이 어린시절 플래시게임을 만들던 경험에서 시작된 게임 개발에 대한 동경으로 운을 띄웠다.
게임을 만드는 행위는 분명 재밌다. 내가 만든 것이 제대로 작동할 때의 감동, 누군가 플레이해주고 감상을 남겨줄 때의 기쁨 등 여러 즐거운 순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초기에 '재미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소위 '주화입마'에 빠지기 쉽다.
만들고 싶은 게임의 [스파이크]를 파고드는 것이 아닌, 이렇게 만들어야 상업적으로 통하지 않을까 같은 막연한 생각으로, 마치 만들어야 할 게임이 이미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상업성과 작품성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 같은 끝없는 질문의 고리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이는 우리가 전하려는 '재미'가 무엇인가-와 같은 아주 근원적인 질문으로 귀결되게 된다.

이유원 대표는 반지하게임즈의 아픈 손가락(?)이라며, <덴마 유니버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 2033>처럼 텍스트 기반 게임으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경험해본 반지하게임즈는, 같은 메카닉을 네이버 웹툰 <덴마>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작업할 때 적용해봤다.
하지만 기획 의도 자체는 좋았지만, 이를 <덴마>라는 IP와 접목하는 과정에서 '재미 검증'의 과정이 탄탄하지 못했다고 한다.
팀 내부에서는 <서울 2033> 기획을 했던 팀원들이 했으니 잘 했겠지 같은 막연한 신뢰만 있었고, 다른 팀원들이 재미가 없다는 피드백을 하려다가도 <덴마> IP를 내가 잘 몰라서 그런가봐 하며 쉬쉬 했다.
그런 안 좋은 순환 속에서 게임은 론칭됐고, 리텐션이 잘 나오지 않게 되며 빠르게 서비스 종료를 한 작품이다.

이유원 대표는, 실패 자체는 성공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방향을 조정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나쁜 것이 아니지만, '큰 실패'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토타이핑이나 초기 기획이 잘 된 작품이라면, '재미'의 큰 방향성에 대한 검증은 확실히 된 것이기 때문에, 세부 조정을 통해 재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시가 <수확의 정석>일 것이다. 위에 사진으로 첨부한 소개자료의 모습처럼, 아주 단순한 형태의 프로토타입 안에서 팀원들이 "이 게임은 이런 재미를 가진 게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신뢰가 있었다.
국내 출시 초기에 성적이 아주 좋진 않았던 편이지만, 핵심 재미를 전달하는 부분을 보완해 글로벌 출시까지 갈 수 있던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덕분이다.


위에 소개한 이미지들은 각각 반지하게임즈의 <중고로운 평화나라>와 <서울 2033>의 초기 프로토타입의 모습이다. 단순해 보여도 짧은 플레이가 가능하게 구현된 버전이다.
아주 단순화한 구성이지만 플래시로 이를 구현해 팀원들에게 전달한 이유원 대표는, 이러한 큰 틀 안에서 아트, UI 등의 디테일을 조율해나갈 수 있었다.
기획안만 문서 파일로 서로 공유했다면, 소통 과정에서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 나오거나, 수정을 여러 차례 거치는 불상사를 겪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공유하는 것으로 효율적이게 정확한 소통을 할 수 있던 것이다.


위의 사진들은 각각 반지하게임즈가 개발 중인 카드게임 <엘리멘테일>과 추리게임 <보존계>다.
두 게임 모두 재미 검증을 위한 초기 프로토타입을 자바스크립트, 커서 IDE 등의 프로그램에서 HTML 게임 파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식의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사례들이다.
이를 피그마 메이크에 업로드하는 방법도 공유됐다. 그렇게 하면 플레이 가능한 상태로 일부 커뮤니티게 공유해 플레이 피드백도 받을 수 있고, 피그마에 있는 개발사의 애셋을 그대로 적용할 수도 있다.


반지하게임즈는 '음지하게임즈'라는 커뮤니티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 <보존계>와 <엘리멘테일>의 초기 프로토타입 버전도 있다. 유저 커뮤니티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공간으로도 기능한 것이다.
쉽게 말해, '바이브 코딩'으로 프로그래머가 아닌 팀원들도 함께 쉽게 소통할 수 있으며, 검증 과정에서 애셋 적용도 용이하고, 아주 초기 프로토타입이긴 하지만 유저 커뮤니티로부터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툴들을 사용하는 데에 비용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토타입을 통한 재미 검증을 빠르고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이점을 가진 방법이다.
▲ 바이브 코딩으로 Supabase와 연동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바일 웹으로 올려, Figma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이유원 대표는, 게임 개발의 긴 과정 중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재미 검증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지만, 개발자에겐 창작의 구현으로 동기 부여가 되어주기도 하고, 팀 안에선 방향성을 정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라 강조했다.
결국, 이날 강연에서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대표가 말한 '팀 빌딩'의 중요성도,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가 말한 '프로토타입을 통한 재미 검증'의 중요성도, 모두 하나의 결론으로 향한다.
좋은 게임이라는 결과물에 도달하려면, 무엇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게임인지, 이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충분한 소통과 검증을 거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말처럼, 기자도 이러한 경험과 생각의 공유로, 미래엔 국내 인디게임 씬에 더 참신하고 좋은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