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오라오라", "무다무다무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시리즈의 애청자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죠죠러'들이 꾸준히 '밈'(Meme)처럼 밀어온 덕에 많은 사람들이 아는 대사입니다. 그리고 3월 19일 넷플릭스에서 <죠죠>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 더빙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죠.
<죠죠>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매우 독특한 시그니처 포즈들,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특유의 극화 그림체, 그리고 밈이 될 정도로 강렬한 대사와 "성우 연기"입니다.
일본 성우 기준으로 몇 대 죠죠가 어느 성우인지, 해당 성우가 다른 작품에선 어떤 연기를 펼쳤는지, 애니메이션을 챙겨봤던 '죠죠러'들에겐 기본 지식에 해당할 정도로, 선 굵은 연기를 많이 보여준 작품이죠.
코믹스 연재 시기부터 40년 넘게 사랑받은 <죠죠> 시리즈가 '한국 성우'들의 연기로 재해석되어 방영되는 것은, 이번 <스틸 볼 런: 죠죠의 기묘한 모험>(7부)이 역사적인 첫 사례입니다.
▲ (이미지 제공: 넷플릭스)
"국내 더빙이 나올 줄 전혀 몰랐다"
"7부 한국어 더빙이 나온다고? 진짜야?"
"<죠죠> 1부부터 더빙하는 거 기대해도 되는 거죠?"
시리즈 역사상 첫 한국어 더빙 소식이 전해지자 '죠죠러'들 사이에선 이런 뜨거운 반응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작품 하나 더빙하는 데 호들갑 떠는 거 아니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이번 <죠죠> 더빙은 꽤 주목할 만한 지점들이 많습니다.
넷플릭스는 '성우 캐스팅'에서부터 <죠죠> 시리즈와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팬덤의 기대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성우를 찾기 위해 일본과 한국 양쪽 모두 각별한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또한 본편의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된 <죠죠> 7부 국내 더빙을 비롯해, 넷플릭스는 기존보다 한국어 음성 지원 작품 수를 대폭 늘릴 것이라는 소식도 함께 전했죠.
이는 <죠죠> 팬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어 음성 지원이 갖는 의미나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 게임 씬의 한국어 더빙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스틸 볼 런: 죠죠의 기묘한 모험> 넷플릭스 공식 예고편입니다. 이 트레일러를 통해 일본어 음성 버전을 보실 수 있고요. 한국어 음성 예고편은 넷플릭스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 더빙을 기대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던 <죠죠> 그리고 첫 한국어 성우 캐스팅 비화
'죠죠러'들도, 기자 같은 성우덕후들도 다들 익히 아실 겁니다.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죠죠> 시리즈는 일본어 음성 기준으로도 성우 연기가 워낙 강렬했던 작품입니다.
오노 다이스케가 연기한 '쿠죠 죠타로'(3대 죠죠), 코야스 타케히토가 연기한 '디오 브란도'가 대표적인 예시죠. (참고로, 시리즈 역사가 길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를 다른 성우들이 연기한 사례들도 많았습니다)
귀에 꽂히는 심지가 굵은 음성, <죠죠> 시리즈 특유의 독특한 대사, 강렬한 전투 씬까지 더해지면서, <죠죠> 하면 딱 떠오르는 독특한 '연기 스타일'까지 있는 작품입니다.
이렇듯 <죠죠>는 '성우 연기'가 어땠는지 수많은 반응이 긴 시간 이어져 온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어 더빙을 결정하기 쉬운 작품은 결코 아니었을 겁니다.
▲ (이미지 제공: 넷플릭스)
실제로 넷플릭스와 제작진은 이번 <죠죠> 7부 더빙을 진행하면서, 한일 양국에서 '성우 캐스팅'에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는 비화를 전했습니다.
새롭게 전개되는 7부의 특성을 살리고자 7부 주인공 '죠니 죠스타'는 "완전히 새로운 목소리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하죠. 일본에서도 1998년생의 젊은 신예 성우를 기용했을 정도입니다.
같은 원칙은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습니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한국어 버전의 '죠니 죠스타'는 대원방송 13기 오건우 성우로, 프리랜서 3년 차의 비교적 연차가 낮은 성우입니다.
제작진은 오건우 성우가 <드래곤볼> 재더빙판, <가면라이더> 등에서 보여준 샤우팅 연기에 주목했을 뿐만 아니라, 오건우 성우가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모두 섭렵한 '죠죠러'라는 점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죠.
7부 한국어 더빙의 주요 캐스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손수호 성우와 김현욱 성우도 이미 여러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분들이죠.
죠니 죠스타 = 대원방송 13기 오건우 성우 (2022년 입사, 2024년부터 프리랜서)
자이로 체펠리 = 투니버스 9기 손수호 성우 (2015년 입사, 2018년부터 프리랜서)
디에고 브란도 = 대원방송 5기 김현욱 성우 (2014년 입사, 2016년부터 프리랜서)
▲ (이미지 제공: 넷플릭스)
<죠죠>는 스타일이 워낙 확고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어 현지화 과정에서 말맛을 잘 살리기 위해 대사를 적절히 번역하거나, 연기 디렉팅을 잘 주는 것도 너무 중요한 첫 더빙이었을 겁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팬들이 사랑해온 작품을 한국어로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이해도와 캐릭터 매치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에서 한국어 더빙 콘텐츠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 전했습니다.
#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시장에 맞는 전달'
3월 19일에 공개될 <죠죠> 7부는 시리즈 최초의 역사적인 한국어 더빙인 동시에 신선한 캐스팅으로 주목 받았다면, 믿고 듣는 '목소리'로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공룡들>과 <고든 램지로 살아가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이머들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성우들이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죠.

먼저 <쥬라기 공원>의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공룡들>은 압도적인 영상미로 눈길을 끈 동시에, 영미권과 한국어 해설 음성으로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영어 내레이션은 배우 '모건 프리먼'이, 한국어 내레이션은 '김기현' 성우가 맡았죠. 네, 일명 장포스로도 불리는, 게이머들에겐 <스타크래프트> '제라툴' 성우로 너무나도 익숙한 그 분입니다.
이렇다 보니 모건 프리먼 버전과 김기현 성우 버전으로 모두 보기 위해 같은 작품을 두 번씩 봤다는 반응도 이어졌을 정도입니다.

<고든 램지로 살아가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짜증 섞인 카리스마와 친근한 이미지도 동시에 가진 '고든 램지' 셰프의 한국어 더빙 목소리는 '최한' 성우가 맡았습니다.
역시 '최한' 성우도 <스타크래프트> '짐 레이너'의 목소리로 너무나도 익숙한 분이고, <원신> 유저들에겐 '데인슬레이프'의 연기로 익숙한 분일 겁니다.
'최한' 성우의 여러 대표작 중에 <원신>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원신>의 더빙은 게임 씬에서의 한국어 음성 지원 사례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 한국어 음성 지원은 "팬덤"을 위한 확실한 투자 중 하나가 됐다

앞서 '김기현' 성우와 '최한' 성우의 게임 대표작을 소개하며 언급한 두 게임사가 있습니다. 블리자드(<스타크래프트>)와 호요버스(<원신>)죠.
블리자드의 한국 사랑은 워낙 유명하니 잠시 뒤로 하더라도, 호요버스가 <원신>,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의 대표작에서 보여준 한국어 더빙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캐스팅 및 연기 디렉팅이 매번 기대 이상인 것은 물론이고, 서브컬처 씬에서 한국어 더빙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회사 중 한 곳이기 때문이죠.
<원신> 유저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구성인데,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영상은 항상 [데인 여담]이라는 이름으로, 데인슬레이프의 말과 목소리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데인슬레이프 목소리를 모를 수가 없죠.
▲ 흠흠... 딱히 기자가 '클레'와 '바레사'를 좋아해서 많은 [데인 여담]들 중에 이 예시를 든 건 아닙니다. 그저 '클레' [데인 여담]에서 느껴지는, 데인슬레이프가 마치 조카를 귀여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좋을 뿐입니다.
서브컬처 게임,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게임 장르 안에서 소위 "덕틴어"(오타쿠들의 라틴어)로 통하던 것은 항상 일본어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오타쿠들을 저격하기 위한 일본어 음성 지원은 필수 투자에 가까웠지만, 한국어 음성 지원은 "선심 쓰듯" 가뭄에 콩 나는 수준으로 드물게 이뤄지던 선택 사항이었죠.
이런 분위기를 크게 바꾼 작품이 호요버스의 <원신>이었습니다. 서브컬처 게임으로 한정 짓는다면 <원신> 출시 전후를 한국어 음성 지원의 분기점으로 봐도 좋을 정도라고 기자는 생각합니다.
▲ <원신> 이후 서브컬처 게임 씬에선 '한국어 더빙 지원'이 확실히 많이 보편화됐죠. 전반적인 게임 더빙 퀄리티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원신>의 등장 이전에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의 게임에서 한국 성우들의 뛰어난 캐릭터 표현력과 연기력이 화제가 된 때와는 조금 다릅니다.
"덕틴어인 일본어 음성 있으면 만족해야지" 같은 기존 여론에서, "개발사 자금 사정이 나쁜 곳도 아닌데 한국어 음성 지원을 안 해줬다고?"의 분위기가 <원신>을 경험한 이후의 게이머들에게 대세로 자리잡은 수준까지 왔기 때문이죠.
확실히 시대가 변하긴 했습니다. 한국어 음성 지원 사례가 드물었던 캡콤도 4월 17일(스위치 2 버전만 기존 일정대로 4월 24일 발매)에 출시하는 <프래그마타>의 한국어 더빙 비화를 전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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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죠죠> 7부 더빙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기존에도 묵묵히 한국어 음성 지원작을 다수 제공하던 넷플릭스가, 더빙 난도가 높은, 이전에 시리즈 역사상 단 한 번도 한국어 더빙이 된 적 없던 <죠죠>까지 더빙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선택입니다.
단순히 '죠죠러'들에게만 기쁜 소식이 아니라, 콘텐츠 씬 전반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죠.
대상 국가의 "팬덤"을 저격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음성 지원을 포함한 '적극적인 현지화'를 꼽는 추세는, 게임 씬뿐만 아니라 미디어 콘텐츠 시장 전반에서 더 활발히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죠죠>의 사례처럼 이전이라면 기대하기 어려웠던 깜짝 더빙 소식이 일상처럼 들려오는 때가 오길 바라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