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 요약: 라이브 서비스 게임 시장은 <원신> 이후 눈높이가 급격히 높아졌지만, 개발 조직은 코어 루프가 완성되기도 전에 규모만 키우는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다. 멈출 수 없는 프로세스가 실패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구조적 왜곡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하편에서는 유저들의 ‘매몰 비용’과 플랫폼 수수료 등 신작의 생존을 가로막는 외부 장벽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소·중규모 기업들을 위한 승리 패턴부터, 조직·프로세스·결재권을 아우르는 3대 개혁안까지,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매뉴얼을 공개한다./작성=우쿄P(프리랜서 프로듀서), 번역 및 편집=한지훈 기자
※ 본 콘텐츠는 원작자 우쿄P의 동의 하에 번역·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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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에서 1’이 아닌, ‘1에서 1.5’의 시대로
소셜 게임 초창기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시장이 요동치던 ‘0에서 1’의 시대였다. 가챠, 협동 플레이, 스태미나 시스템 등은 그 자체로 혁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저들의 경험치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이제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낯선 것이 아닌, 익숙함 속에서 확실한 진보를 이뤄낸 “1.5보 앞선 경험”이다.
하지만 이 ‘1.5보’를 맞추기란 대단히 어렵다. 경영진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이 기획은 기존 게임과 비슷하니까 안전하다’라고 곧잘 생각한다. 그러나 겉모습만 흉내 낼 뿐, 게임의 핵심을 재현하지 못한 ‘0.3보’ 짜리 아류작은 유저들에게 단박에 간파당해 “짝퉁”이라는 오명을 쓰고 매장당하기 마련이다. 과거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흥행 이후 쏟아져 나온 수많은 아류작이 대부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지 않았던가. 반대로 너무 앞서나간 기획은 “이게 정말 재미있는가?”라는 의심 속에 예산조차 받지 못하고 사장된다.
“잘 팔리는 것을 베끼면 안전하다”는 시대는 끝났다. 모방하는 순간 이미 자리를 잡은 원작은 물론, 똑같은 생각을 한 수백 개의 다른 경쟁작들과 같은 씨름판에 서게 되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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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ai의 데이터를 보면, 매달 수백 개의 신작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양대 앱 마켓의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듯, 순위 대부분은 기존 타이틀의 차지다. 신규 타이틀이 랭크인 하는 것은 대기업의 대형 IP 타이틀이나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부은 타이틀에 한정된다. 중소기업의 신작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은 출시되는 게임의 수가 너무 많아 차별화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 빠져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도 플레이어에게 발견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걸출한 개발사가 이 모든 난관을 뚫고 기적적으로 ‘1.5보 앞선 게임’을 내놓는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현재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마음의 여유도, 시간도 없으니까.
2025년 12월 12일자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차트
# 시간과 돈의 감옥: 신규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매몰 비용’의 벽
신규 게임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발사의 역량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저 측에 존재하는 거대한 심리적 장벽, 바로 기존 게임에 대한 ‘매몰 비용’에 있다.
유저들은 이미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상태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금전적 투자, 수년간 캐릭터를 키워온 시간적 투자, 그리고 길드나 친구들과 맺은 사회적 투자가 그것이다. 이 투자 비용이 많이 들수록 “이제 와서 1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지금까지 쓴 돈이 아깝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여 새로운 게임으로의 이동을 가로막는다. 이는 행동경제학의 ‘매몰 비용 효과’ 그 자체이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이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의도적으로 그만두기 힘든 구조를 만든다. 하루라도 접속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일일 미션, 기간 내에 참여하지 않으면 보상을 놓치는 한정 이벤트, 연속 로그인이 끊기면 발생하는 상실감, 그리고 기간 내 완료하지 않으면 과금이 무용지물이 되는 배틀 패스까지. 이 모든 장치는 유저를 게임에 묶어두는 강력한 사슬로 작용한다.
유저가 쏟을 수 있는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등 엔터테인먼트의 선택지는 늘어만 가는데, 기존 게임의 ‘숙제’를 처리하는 데만 하루 1-2시간이 소요된다. <원신>이나 <블루 아카이브>처럼 리치화된 대작 게임일수록 요구하는 플레이 타임은 더욱 길어진다. 유저의 시간은 이미 꽉 차 있기에, 신규 게임이 들어갈 물리적인 틈새는 없다.

이러한 구조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치명적이다. 대기업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화제를 만들어 유저가 게임을 ‘찍어 먹어보게’ 만들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힘이 없다. 어렵게 광고비를 써서 유저가 게임을 설치하게 만들어도, 튜토리얼이 끝나는 순간 유저는 다시 기존 게임으로 돌아가 버린다. 초반 이탈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은 게임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유저가 기존 게임의 일과를 수행하기 위해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바일게임 이용자의 약 70%가 “이미 하는 게임이 있어서 새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신규 게임 설치 후 1주일 내 이탈률은 80%에 육박한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 성공한다”는 믿음은, 유저의 시간과 돈이 기존 게임에 묶여 있다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는 환상에 불과하다.
이 견고한 벽을 뚫기 위해서는 기존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상식을 뒤엎는 전략이 필요하다.
- 초단시간 세션: 기존 게임과 경쟁하지 않는 자투리 시간(5분 이내)을 노리는 설계
- 완전 패키지형 회귀: 라이브 서비스가 아닌 패키지형으로 회귀해 기존 게임과의 경합을 피하는 설계
- 기존 게임과의 차별화: 기존 운영형 게임이 제공하지 않는 체험을 제공하는 설계
- 커뮤니티 배제: 게임을 그만두어도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싱글 플레이 중심의 설계
매몰 비용의 벽은 개발사가 노력한다고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정면 승부보다는 틈새를 노리는 유연한 전략만이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다.
▶ AI로 생성한 이미지
# 이익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비용’
라이브 서비스 모바일게임의 수익 구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바로 개발비나 광고비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비용 외에, 실제로 매출의 대부분을 집어삼키는 ‘보이지 않는 비용’의 존재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매출을 올려도 손에 쥐는 이익이 없는 기이한 현상은 바로 이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는 인앱 결제에 대해 10-30%의 수수료를 징수한다. 여기에 결제 대행 수수료, 서버 비용, 고객 지원(CS) 비용까지 더하면 매출의 약 35-40%가 입금되기도 전에 증발해 버린다. 이는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게는 뼈아픈 타격이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자연적인 유입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신규 유저를 모집하려면 결국 광고를 해야 하는데, 과금 유저 한 명을 모집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5만 원에서 15만 원에 달한다. 유저 한 명을 데려오는 데 10만 원 이상을 쓰는데, 정작 그 유저가 평생 게임에 쓰는 돈이 그보다 적다면, 광고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에 빠진다. 과금률이 평균 5% 미만인 현실에서 이는 대다수 게임이 겪는 딜레마다.

여기에 유명 IP를 활용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계약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경우 매출의 일부 혹은 여기에 최저 보증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이를 플랫폼 수수료와 합치면 벌써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다. 여기에 매달 발생하는 인건비, 서버비, 이벤트 제작비 등 고정비(월 수억 원 규모)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이러한 구조는 중소기업에게 ‘외통수’나 다름없다. 대기업은 여러 개의 게임을 돌려가며 히트작 하나로 나머지 실패를 메울 수 있는 체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단 한 번의 실패가 회사를 뒤흔든다.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는 기업 규모를 봐주지 않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가혹하다.
결국 이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스팀(Steam) 내지는 PC 버전 출시를 통해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오리지널 IP나 휴면 IP를 발굴해 로열티를 아끼며, 리치화를 피하고 가벼운 운영으로 고정비를 낮추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이익을 갉아먹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중소 개발사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 파칭코를 닮아가는 모바일게임
라이브 서비스 모바일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또 하나의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이 숨어 있으니, ‘사행성 의존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놀랍게도 현재의 모바일게임 산업 구조는 일본의 파칭코 산업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주 수입원인 ‘가챠’는 심리학적으로 ‘변동 비율 강화 계획(Variable Ratio Reinforcement Schedule)’이라 불리는 기제를 활용한다. 이는 도박 중독을 유발하기 가장 쉬운 메커니즘으로, 파칭코가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원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유저는 ‘당첨’이라는 불확실한 보상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지갑을 열게 되며, 이는 게임의 본질적 재미보다는 사행심에 기댄 수익 모델이다.
통상적으로 모바일 게임에서 과금을 하는 유저는 전체의 5% 미만이다. 그중에서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소위 ‘고래’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99%의 무과금·소과금 유저가 아닌, 상위 1%의 소수 유저가 전체 서비스를 먹여 살리는 구조다. 이는 소수의 단골손님이 매장의 매출을 책임지는 파칭코 홀의 수익 구조와 판박이다.
사행성에 의존하는 산업은 필연적으로 규제의 철퇴를 맞게 된다. 파칭코 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출옥 규제, 환전 규제, 광고 규제 등 겹겹의 규제로 쇠퇴의 길을 걸었듯, 모바일게임 업계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2012년 컴플리트 가챠 금지를 시작으로 확률 공개 의무화가 시행되었고, 벨기에나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는 이미 가챠를 도박으로 규정하여 금지하는 추세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미성년자 결제 한도나 확률 조작 논란 등으로 인해 정부의 규제 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물론 대안은 있다. 월정액을 내는 구독형 모델, 플레이 노력에 따라 보상을 주는 배틀 패스, 혹은 패키지 판매와 DLC를 결합한 모델 등은 사행성이 없고 규제 리스크도 낮다.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 가챠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구독형 모델로는 유저 1명당 기껏해야 월 1-2만 원을 벌 수 있지만, 가챠 모델에서는 한 명이 월 수백만 원을 쓰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챠가 가진 압도적인 수익 효율성은 마약과도 같아서, 기업은 이것이 장기적으로 산업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익을 버릴 수 없다”는 이유로 변화를 거부한다.
하지만 파칭코 산업이 규제 강화와 함께 이용자가 줄고 시장이 축소되며 쇠퇴했듯이, 사행성 의존 모델을 버리지 못하는 모바일게임 산업 또한 구조적인 축소와 쇠퇴의 미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중견 기업이 직면한 ‘4중고’
이상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당장 생존이 급한 중견·중소기업의 현실을 직시해 보자. 이들은 현재 ‘4중고(四重苦)’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외통수 상황에 놓여 있다.
- 자금 사정의 한계: 프로젝트가 3개월만 지연되어도 자금 고갈을 걱정해야 한다. "재미있어질 때까지 실험한다"는 말은 이들에게 사치다.
- 인재 유출 리스크: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비전이 불투명해지면 우수한 개발자들은 견디지 못하고 대기업으로 떠난다.
- 경영 판단의 경직화: ‘진행되지 않는 것 = 악’이라는 낡은 문화가 지배하여, 과감한 방향 전환이나 중단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 플레이어의 매몰 비용 고정화: 유저들은 이미 기존 게임에 매몰되어 있어 빼 오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중견 기업은 코어 루프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대신 ‘유명한 것과 섞으면 팔리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범용적인 IP 콜라보나 기시감 드는 양산형 기획으로 시간을 때우려 한다. 이것이 파멸의 시작이다.

많은 경영진이 유명 IP를 가져오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믿지만, 이는 환상이다. 오히려 체력이 약한 중견 기업일수록 IP는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된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발 속도 저하다. 판권사의 감수 과정이 추가되면서 개발 속도는 평소의 3분의 1로 떨어진다. 팬들의 기대치는 하늘을 찌르기에 타협할 수도 없고, 매출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로열티 계약은 프로젝트의 손익분기점을 아득히 높여놓는다.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프로젝트를 어중간한 체제로 돌리는 개발 지옥도가 펼쳐지게 된다.
이 빙하기를 뚫고 나가기 위해 중견 기업은 현실적인 '승리 패턴'을 찾아야 한다.
- 오리지널 IP 도전: 감수 과정은 제로, 자유도 100%. 리스크는 높지만 성공 시 리턴이 가장 크며 속도전이 가능하다.
- 휴면 IP / 마이너 IP 공략: 협상이 유연하고 로열티가 저렴한 ‘숨겨진 보석’을 찾아본다. 팬들의 기대치도 현실적이라 개발 부담이 적다.
- 대기업과의 공생: 마케팅과 자금은 대기업에 맡기고, 개발에만 집중하여 리스크를 분산한다.
결국 중견 기업의 승산은 거대 자본이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체험을, 가볍고, 빠르고, 싸게 만드는” 게릴라전밖에 없다.
# 3가지 구조 개혁 아이디어
이제부터는 이상론을 넘어, 당장 내일이라도 실행할 수 있는 구조 개혁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필자가 숱한 실패와 성공 속에서 깨달은 것으로, 조직·프로세스·결재권이라는 3가지 구조를 동시에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기반한 것이다.
■ 기둥 1. 조직의 개혁: 3인 특공대와 ‘공동 창작자’ 만들기. 대규모 팀에서는 ‘멈출 용기’가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작은 반드시 ‘3인 팀(기획·디자인·구현)’으로 해야 한다. 이 소규모 팀으로 처음 2-4개월 동안 오직 “10분간 즐겁게 놀 수 있는 시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 보라. 여기서 재미의 핵심을 찾지 못하면 인원을 아무리 늘려봐야 소용이 없다.
외주 파트너는 단순한 ‘납품자’가 아닌 ‘공동 창작자’로 대우해야 한다. 그들에게 “설계의 모순을 지적하면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하라. 이 소액의 포상금이 나중에 수천만 엔의 낭비를 막아준다. 실패한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외주 개발자들이 ‘이거 이상한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침묵했던 경우다. 침묵을 깨고 본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돈으로라도 사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간 예산의 5-10%를 ‘탐색 예산'으로 고정해야 한다. “시도할 여유가 없다”는 말은 핑계이며, 실제로는 ‘시도할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실패를 ‘손실’이 아닌 ‘배움’이라는 자산으로 규정하는 예산이 있어야 2주 단위의 프로토타입 제작이 가능해진다.
■ 기둥 2. 프로세스의 개혁: '10분의 법칙'과 속도전. 정말 재미있는 게임은 10분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설명하는 데 30분이 걸리는 게임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월 1회, 10분 플레이와 10분 토론으로 구성된 리뷰 회의를 의무화해야 한다.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
개발 단계별로 냉정한 관문을 설치하는 것도 필수다. 0-2개월 단계에선 프로토타입을 통해 가능성을 탐색하고, 2-4개월 단계에선 10분 시제품으로 더 갈지, 그만둘지를 결정한다. 4-6개월에선 살아남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팀을 확장해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는 식이다.
10개 중 1-2개만 살리고 나머지는 6개월 안에 죽이는 것, 이 빠른 실패와 판단의 속도야말로 중견 기업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이후에는 KPI를 DAU나 매출이 아닌 ‘개선 속도’로 잡아야 한다.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 버전을 내놓기까지 며칠이 걸렸는가?” 이를 단축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 기둥 3. 결재권의 개혁: 멈추는 것이 곧 성과다. 현장에는 진척 보고 회의는 넘쳐나지만, “정말 계속해야 하는가”를 묻는 판단 회의는 없다. 월 1회, 진척도가 아닌 지속 여부를 논의하는 회의를 제도화하여 “80% 진행됐지만 재미없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누가 멈출 것인지’를 명문화해야 한다. 프로듀서든 경영진이든 “4개월 시점에서의 중단 권한은 누구에게 있다”고 명시하지 않으면 서로 눈치만 보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멈춘 판단’을 높게 평가하는 인사 제도다. 프로젝트를 멈추면 평가가 깎인다는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오히려 4개월 만에 가망 없는 프로젝트를 중단시켜 5억 원의 손실을 막았다는 것을 공로로 인정하고 포상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조직은 ‘멈출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이 세 가지 기둥은 반드시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조직만 바꾸고 프로세스가 그대로거나, 프로세스는 바꿨는데 멈출 권한이 없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 구조적 개혁을 단행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천재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천재적인 성과를 재현해 내는 조직’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 마무리하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빙하기를 살아남는 열쇠는 난세의 영웅이나 천재 개발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인재들이 모여 천재적인 성과를 재현해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재미가 무르익을 때까지 충분한 유예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검증을 거친 뒤에야 본격적인 리소스 제작에 들어가는 프로세스가 정착되어야 한다. 또한 외부 파트너를 단순한 하청 업자가 아닌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누구든 자유롭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개발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문제들이다. 유저들을 옭아매는 매몰 비용, 개발사의 수익을 갉아먹는 플랫폼 수수료와 마케팅비, 한계에 봉착한 사행성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까지. 개별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이 파고를 넘을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구조 그 자체를 바꿔야 한다. 조직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고,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하며, 결재권과 평가의 기준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이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움직일 때 비로소 우리는 ‘천재성이 재현되는 시스템’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게임 업계가 다시금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활기찬 산업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혁신 이전에 조직과 구조의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구조를 바꾸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혹독한 빙하기 속에서 상업적 성공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우쿄P(うきょうP)
전직 게임 잡지 편집자. 2004년부터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 일하게 되어, 일본, 대만, 중국 타이틀의 일본 퍼블리싱에 참여했다. 그 후 NHN 그룹에 소속되어, 한게임의 운영이나 앱 개발 등에 종사했다. 지금은 독립해서 프리랜서 프로듀서, 마케터로서 활동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