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팀 스위니가 유나이트에 나온 것도 모자라서 양대 엔진사 대표들이 서로 껴안는다고?"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마 어제(19일) 속보로 전해드린, 유니티와 에픽게임즈가 서로 협업을 한다는 소식(기사 바로가기)을 보고 놀란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한다. 기자도 두 눈을 의심했다. 게임 업계 양대 엔진이 서로 담벼락을 허무는 날이라니. 역사적인 순간이다.
핵심 발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 유니티로 만든 게임을 <포트나이트> 플랫폼에서 퍼블리싱 할 수 있다는 점(크리에이터 생태계에 참여 가능) ▶ 유니티의 크로스플랫폼 커머스 플랫폼이 언리얼 엔진도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중에서 주목해야 할 쪽은 전자다. 두 회사가 가진 최대 강점이 합져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몇 년 간 유니티와 에픽게임즈 취재를 동시에 해온 기자 입장에서, 왜 유니티 인디 씬과 에픽 <포트나이트> 생태계의 만남이 대단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 생각하는지 풀이해드리려 한다.
▲ 단순히 유니티 연례 개발자 행사인 유나이트에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가 무대에 섰다는 수준을 넘어
▲ 유니티 맷 브롬버그 대표와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가 서로 껴안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 일명 깐부 회동으로 유명했던 지난 10월의 엔비디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연상되기도 한다.
▲ 그날도 기자는 이 역사적 장면을 눈 앞에서 본 것을 계속해서 의심했더랬다.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오자면, 이제 유니티와 에픽게임즈는 '깐부'가 되겠다고 공언한 것과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유니티의 인디 씬, 에픽 <포트나이트>의 UGC 생태계
흔히 '게임 엔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업계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거나, 어떤 기기 및 플랫폼에서도 자유롭게 호환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도전과 혁신을 먼저 연상하게 되곤 한다. '언리얼 엔진 5로 게임 만들었습니다'라는 말이 그래픽 좋은 게임이라는 표현으로 통하던 것처럼, '유니티 6' 출시 전후로 유니티로 만들어진 게임들 중에도 고퀄리티 게임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AAA 게임, 글로벌 메가 히트 타이틀도 당연히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 모두 최근 몇 년 사이 더 자주 강조하던 키워드는 '개발자 생태계'다.
유니티의 최대 강점은 '인디 개발자 씬'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함께 해왔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니티로 소규모 게임을 만들기 쉽기도 했고, 유니티 또한 인디 씬의 활발한 창작에 힘을 많이 얻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긴밀한 공생 관계를 오래 유지해왔다. 많은 예시가 있겠지만, 가장 단적인 예시가 이번 지스타 2025의 부스 풍경이 아닐까. 유니티는 무려 33개의 글로벌 인디 히트작들과 함께 공간을 채웠다.
본지 창간 20주년을 맞아, 유니티 코리아와 이번 년도 초에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도 가장 강조된 키워드는 역시 '인디' 그리고 '개발자 생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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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에픽게임즈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포트나이트>라는 거대한 UGC(유저 제작 콘텐츠) 플랫폼이 있다는 것이다. UGC 강자인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는 많은 유저 수를 기반으로, 인게임에서 유저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 콘텐츠에서 발생한 수익을 제작자들게 제공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한 덕에 끊임 없는 콘텐츠 제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역시나 같은 맥락에서, 에픽게임즈 코리아와 이번 년도 초에 본지 창간 20주년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도 매우 강조된 영역이 바로 이 <포트나이트> 플랫폼 생태계였다.
▲ 영상 길이가 좀 있는 편이지만, 혹시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어제 진행된 유니티 유나이트 2025 키노트 전체 영상이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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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가 난다, 하지만 잘 섞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
<포트나이트> UGC 생태계의 장점은 '쉽고, 빠르다'는 것이다. 가령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에서 반짝 유행을 탔던 '이탈리안 브레인롯'(트랄랄레로 트랄랄라, 브르브 브르르 파타핌 등)은 각 잡고 별도의 인디게임을 만들기엔 유행의 기간이 짧으니,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처럼 쉽고 빠르게 UGC를 만들고 있는 곳에서 간단한 게임의 형태로 많이 소비됐다. 반대로 이런 빠른 단기 유행을 스팀 시장이 따라가긴 어렵다.
한편, 유니티의 최대 장점은 정말 많은 고퀄리티 인디 게임 타이틀이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졌고, 그 개발자들이 유니티 엔진와 커뮤니티에 익숙하다는 데 있다. 이런 개발자 커뮤니티가 <포트나이트> 안팎으로도 드나든다면 분명 엄청난 시너지가 날 것이다.
▲ 유나이트 키노트 중 팀 스위니 대표가 등장한 부분의 영상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이런 의문이 든다. 언리얼 엔진은 C++ 언어 기반에, 조금 더 쉽게 쓴다면 블루 프린트(노드를 연결해 상황 및 조건마다의 반응을 만들어내는 비주얼 스크립팅 시스템)를 사용하고 있고, 유니티 엔진은 C# 언어 기반이다. 두 엔진의 토대가 다른데 과연 <포트나이트> 안팎에서의 협업 및 두 엔진사가 앞으로 보여줄 여러 상호운용은 '어떻게' 구현될까.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 자세한 설명이 소개되진 않은 상태다. 파트너십 및 제품 출시 일정 등에 대한 추가 정보는 내년 중에 더 자세히 공개될 예정이며, 아마도 유니티 유나이트 행사나,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페스트 같은 무대에서 또 다른 후속 발표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유니티 CEO 맷 브롬버그와 에픽게임즈 CEO 팀 스위티가 일종의 '깐부' 선언을 했기 때문에, 담벼락을 허문 효과가 양쪽 생태계 모두에 엄청난 기회로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맷 브롬버그 대표는 "선택권과 개방형 시스템은 게임 생태계에 있는 모든 이의 성장을 이끈다"고 말했고, 팀 스위니 대표는 "웹의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개방형 메타버스를 상호 호환 가능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유니티와 함께함으로써 우리는 개발자들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도달하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