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업데이트에 관한 혹평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기존 친구 탭을 한 번 더 들어가야 볼 수 있게 숨기고, 그 자리에 ‘인스타그램’과 유사하게 사람들의 ‘피드’가 뜨게 한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새로 만들어진 ‘지금’ 탭에 숏폼 콘텐츠와 오픈카톡이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것도, 어린 이용자들에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부장님의 사생활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았다거나, 헤어진 옛 연인, 과거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의 프로필 사진이 바뀐 피드를 왜 봐야만 하느냐는 반응이 속출했다. 자동 업데이트를 끄는 법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고, 다른 메신저 앱들이 반사효과를 보기도 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카카오는 4분기에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업데이트 적용 후 6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꼬리를 내린 셈이다.
익숙했던 이용 경험이 바뀌어서 겪는 단순한 불편함일까. 아니다. 사람들이 이번 카톡 사태에 이 정도로 격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면엔 중요한 심리가 있다. 시끄럽고 곤란하지 않을 자유를 타의에 의해 빼앗겼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SNS라는 공간에 대해 큰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피드가 올라온다고, 숏폼이 생긴다고 인스타가 되거나 틱톡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SNS나 각종 커뮤니티에서 항상 ‘가면’을 쓰고 산다. 그 ‘가면’과 '공간의 분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리고 그 본질엔 ‘영포티’와 ‘MZ’라는 세대갈등을 대표하는 단어로 치환되는 일종의 '불쾌한 소통'도 함께 엮여 있다.
▲ 카톡 업데이트 이후 앱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문제의 친구 '피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프로필 사진과 이름은 블러 처리했다. 광고가 상단에 먼저 뜨고. 9월 2일에 올린 피드가 다른 피드보다 먼저 뜨는지도 모르겠고. 친하지 않은 사람의 피드가 너무 많이 뜬다.
# ‘가면무도회’ 그리고 ‘영포티’와 ‘MZ’의 감성 차이
이용자들에게 X(트위터)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곳이 아니라 ‘살아가는 공간’이다.(관련기사) 인스타도 틱톡도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인플루언서가 아니어도 적잖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취향에 맞는 알고리즘의 파도 안에서 사람들과 친분을 맺거나 댓글을 남긴다.
사람들은 익명성, 간접성에 기대어 많은 SNS에서 이야기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즐거움을 얻기도 하고,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며, 위로도 받는다. (현실에서 아는 사이냐와 무관하게)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하고, 모르던 정보를 얻기도 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 익명성과 간접성이다. SNS 또는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다가, 현실에서의 친구, 가족, 학교나 회사 사람들과 마주친 경험이 있는가.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 하더라도 잠시 멈칫하거나 당황하게 될 때가 있다. 그 공간에서의 ‘가면’은 현실에서의 당신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맥락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사람에 따라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
▲ 이미지 출처: 이라스토야
‘가면무도회’에 비유를 하고 싶다. 다른 자신을 꺼낸 곳이기도 하고, 또 동시에 ‘무도회’에 왔다는(SNS나 커뮤니티에 접속한다는) 행위 자체에, 조금은 비일상적인 표현을 하는 자유의 시간을 누리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누군가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취향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과장되게 찬란하게 과시하기도 한다.
카톡 업데이트가 “쉰내 난다”는 모멸적인 평가를 받는 배경엔, 단순히 어르신들의 피드가 많이 보이거나, 이 업데이트를 주도한 사람들의 나이가 많다는 사실만 있지는 않다. 사적이지 않아야 할, 않아도 될 공간에서 마치 사석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게 ‘영포티’의 속성과 닮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영포티’니 ‘MZ’니 하는 단어도 구분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떤 그룹의 ‘속성’에 대한 혐오라는 측면에서, 어떤 ‘속성’이 문제인지 주목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영포티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 때, 말을 걸지 않아야 할 대상에게(주로 젊은 여성 남성에게) 끊임 없이 말을 걸어서 문제고, MZ는 말을 해야 할 때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불만만 표출해서 문제다. 두 세대의 감성은 극과 극으로 다르다. 이러나저러나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건 같지만 말이다.
▲ 이미지 출처: 이라스토야
카톡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메신저다. 전화번호만 있으면 아이들을 기준으론 학교, 학원의 선생님들,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 직장인들을 기준으론 그리 편하지 않은 상사나 거래처의 상대도 모두 친구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일부 절친이나 동호회 등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라면, 어떤 특정 ‘취향’으로 분류된 친구 목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혀 사적이지 못한 공간이다.
‘가면무도회’에서 당신에게 찾아와 취향을 묻거나 말을 거는 것과, 조용했던 집이나 학교, 회사 앞에 찾아와 근황을 쏟아내는 것은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메신저’라는 정체성을 잊지 말라고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이다. 소통 앱이 소통에 실패하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 <애니팡> 하트와 카카오스토리가 남긴 교훈
“아, 하트 좀 그만 보내라고!”
과거 <애니팡>이 스마트폰 캐주얼게임의 문을 활짝 열었던 시기, 시행 횟수를 ‘하트’를 주고받는 것으로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이 카카오 게임의 핵심이었던 시절이 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같이 즐기자며 초대하는 기능도 있었기에, <애니팡> 이용자는 삽시간에 늘어날 수 있었다. 처음엔 그랬었다.
▲ 2012년 당시 본지의 기사 사진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했다. 시도 때도 없이 오는 ‘하트’ 알림은 스트레스가 됐고,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막무가내로 초대를 보내는 것도 민폐가 됐다.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문을 두드리는 것의 역사는 유구하다.)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고 귀여운 게임이었던 <애니팡>도, 그 이후의 수많은 카톡 기반의 게임들도 처음엔 전 세대를 아울렀으나, 어느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 어른들의 전유물이 됐다. 당시 인생 첫 모바일게임을 이런 퍼즐게임으로 시작했던 어른들 중엔, 지금도 같은 게임 또는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 많다.
카카오스토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 페이스북, 인스타 등에 계속해서 자리를 내어주면서 결국은 중장년층이 많이 즐기는 공간이 됐다. 개인적으론 이 또한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다른 SNS가 잘 나가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으니 카카오는 젊은 사람들이 떠났다는 지나간 사실에만 자꾸 무게를 두고 있다.
▲ 생각보다 교훈은 멀리 있지 않다.
# 선물하기와 오픈채팅은 느슨한 관계를 지탱해줬으나…
그렇다고 카톡이 ‘업무적 공간’, ‘공적인 공간’으로만 기능한 건 아니었다. ‘사적인 공간’ 또는 ‘관계’에 많은 역할을 했던 기능이 바로 ‘선물하기’와 ‘오픈채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픈채팅은 취향과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작은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기능한 동시에, 게임의 역사와도 함께 해왔다. 소소하게는 ‘하트 품앗이’를 하는 방도 있고, 특정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길드원끼리 모이는 방들도 있다. 읽어도 안 읽어도 그만이고, 익명성도 보장된다.
선물하기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아마 이 기능을 자주 써왔던 사람들이라면 잘 아실 것이다. 결국 자주 보내는 무난한 선물을 보내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기자는 스타벅스 커피 선물을 자주 하곤 한다)
▲ 카톡 선물하기 탭.
그러나 ‘AI선물탐험’이라는 탭에 '자주 보냈던 선물'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인터페이스에서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게 되어 있고, ‘선물을 자주 주고 받은 상대’를 보여주거나 ‘그때 주고받은 카톡을 다시보는’ 기능 등은 없거나 찾기 어려운 식이다. 사적인 관계를 더 강화해줄 좋은 방안이 사람들이 자주 쓰는 기능에 바로 연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선물하기’의 가장 전면에 뜨는 건 내가 살 의향도 없는 수많은 카테고리의 선물 광고들 뿐이다.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기존에 있던 기회부터 잘 살렸어야 하는 것 아닐까.
# 트위치 가고 치치직 왔던 사례, 지금은 간조다
인스타를 따라한 친구 ‘피드’, 틱톡과 유튜브 쇼츠를 따라한 ‘지금’ 탭의 ‘숏폼’은 지금 적용하는 게 정말 최선의 시기였을까? 역시 게임의 역사에서 또 한 번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트위치가 한국 시장을 떠난 2024년 초. 네이버의 치지직과 아프리카(숲)는 이 공백을 공략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가장 먼저 이들이 공을 들였던 건 ‘스트리머’를 최대한 많이 데려오는 것이었다. ‘콘텐츠’는 플랫폼의 알파이자 오메가니까 말이다.
카카오도 숏폼을 도입하며 ‘크리에이터’ 모집에 공을 들이긴 했다. 크리에이터들에겐 이미 선두 주자가 너무 많은 다른 플랫폼과 달리 새로 출발해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던 모양이다. 앞서 기자가 언급했던 카카오의 ‘사적인 영역’을 강화해주는 핵심 기능인 ‘선물하기’와 연계해 콘텐츠 관련 광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팬덤을 기반으로 ‘오픈채팅’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이 숏폼을 부흥시키는 계획 안에 있었다.
▲ 카톡 숏폼 예시. 아직은 댓글 반응 적고 불편한 유튜브 쇼츠나 틱톡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직 이 카톡 숏폼의 흥망을 판단하기엔 다소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이 카톡 숏폼이 자리잡기까지 험난한 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친구 ‘피드’와 같은 업데이트 시점에 출시되어 안 들어도 될 욕까지 더 먹고 있는 실정이고, 지금은 그저 유튜브 쇼츠를 굳이 더 불편하게 본다는 감각뿐이다. 향후 다른 기능들이 추가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어떤 ‘가면’을 쓰고, 자신의 어떤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는지, 어떤 벽이 허물어졌을 때 불쾌함을 느끼는지, 그 본질을 잘 모르는 이번 업데이트에서의 판단을 보면, 4분기에 적용될 개선안 이후 민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심히 의문스럽다.
▲ 카톡 '지금' 하단에 있는 오픈채팅 탭 예시. 기자는 아재도 며느리도 아니다. 추천 기준이 뭘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