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만 명의 게임 개발자는 한국 게임 업체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합니다."
5월 23일 호치민에서 열린 한-베트남 게임 협력 의향서 체결식. 베트남 측이 내민 손은 구체적인 산업 협력이었지만, 한국 측은 게임 등급제와 과몰입 대응 노하우를 꺼내 들었다. 양국 게임 분야 첫 공식 협력인데,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베트남 호치민 = 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게임버스 2025 특집]
①오토바이로 나짱에서 호치민까지, 낭만이 살아 있는 게임버스 2025
②'세계 1위 다운로드' 베트남 게임이 이제 '베트남다움'을 찾는 이유
③43만 개발자 베트남은 '산업 협력' 원했는데, 한국은 '규제 노하우' 들고 갔다
④[포토뉴스] 게임버스 2025, 한국과 쇼걸, 경품과 불쌍한(?) 내 눈
이번 협력이 왜 의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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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가 외국 공공기관과 게임 관련 의향서를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로, 게임문화재단이나 게임물관리위원회 같은 국내 게임 관련 공공기관이 외국 정부와 공식적으로 게임 협력 의향서를 맺은 전례가 없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이번 체결은 한국-베트남 게임 협력의 물꼬를 트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협력의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 측의 참여 규모가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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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게임 산업의 진흥과 규제를 총괄하는 정보통신부 방송전자정보국의 레꽝뜨조(Le Quang Tu Do, 서 있는 인물) 국장을 비롯해, 응우옌탄후엔(Nguyen Thanh Huyen, 국장 오른쪽) 부국장과 게임을 담당하는 전자정보실 레투하(Le Thu Ha, 부국장 오른쪽) 실장이 자리했습니다. 또한, VTC, VNG, 가레나, 소하게임즈, 펀탭게임즈, 고수온라인 등 주요 게임사 임원들(국장 왼쪽과 뒤쪽)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 한국: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유병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최승진 주베트남한국문화원 원장, 박한흠 게임물관리위원회 연구소장, 성임경 콘텐츠진흥원 베트남센터, 장현영 e스포츠협회 이사 등 정부 및 공공 부문 대표들이 함께했습니다.
한국 게임 업계는 노령화와 인력난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런 흐름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 게임사와의 협력은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습득력이 뛰어난 베트남의 젊은 개발자들은 한국 게임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든든한 협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차원의 교류는 민간 협력으로 확장될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무엇이 아쉬운가?
양측의 그림은 서로 달랐습니다. 협력 의향서 서명식은 기대와 목적이 엇갈린 자리였습니다.
서명식에 참석한 한국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공적 역할에 부합하는 사안들, 즉 등급제 기반 기관 간 교류, 과몰입 등 사회적 문제 대응 경험 공유, 게임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적극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게임문화재단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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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베트남 정보통신부 레꽝뜨조 국장은 보다 산업적인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 게임 개발 협력: 베트남에는 43만 명의 게임 개발 인력이 있으며, 외주 개발이나 공동 프로젝트가 핵심 관심사입니다.
- 베트남 게임의 한국 유통: 베트남 게임사들은 자국 게임을 한국 시장에 소개하는 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게임 교육 교류: 기획자 등 개발자 양성에 초점을 맞춰 한국의 게임 관련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원합니다.
- 게임 행사 공동 개최: 공동 포럼 개최를 진지하게 고려해달라고 직접 요청했습니다.
- e스포츠 대회 협력: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베트남은 e스포츠 수요가 커서 공동 개최를 포함한 실질적 협력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주목한 지점은 사실상 전혀 달랐습니다. 베트남 측은 등급 분류, 게임 과몰입 규제, 인식 개선 등 한국 공공기관이 수행해온 정책 사안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신 산업 성장, 콘텐츠 수출, 인재 육성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협력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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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 측 인사 중에서 유일하게 레 국장의 제안에 실질적으로 응답한 인물은 문화체육관광부 최재환 과장이었습니다.
"제작분야 협력 필요성에 동의합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역사는 오래 됐지만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고, 베트남은 신흥강자지만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시너지가 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부보다 민간 협력 분야이므로, 게임산업협회와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은 판호가 없으니 확률형아이템 규정만 잘 준수하면 베트남 게임을 한국 시장에 유통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대학 교육 노하우 교류는 대학 등 교육기관, 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인재원과 연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교류하기 위한 중간채널 조성에 적극 동의합니다. 지스타도 지스타조직위(게임산업협회)가 진행하지만, 베트남과 교류협력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색해 보겠습니다."
결국, 이번 협력 의향서 체결은 형식은 갖췄지만 실질적 협력 주체는 어긋나 있었습니다. 한국 측 파트너로는 게임물관리위원회나 게임문화재단보다 산업 현장과 맞닿아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 같은 조직이 더 적합했을 것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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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두 가지, 서로 엇갈린 구조와 인식 때문입니다.
첫째, 양국 정부·공공기관·협회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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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콘텐츠진흥원이 중소 게임사를 지원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 분류를, 게임문화재단은 과몰입 대응과 사회 인식 개선 등 공공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민간 사단법인입니다. 즉, 문체부가 민간 게임사에 지스타 참가를 요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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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별도의 게임 관련 공공기관이 없으며, 게임 진흥과 규제를 모두 방송전자정보국이 맡고 있습니다. VGDA(베트남 게임개발자연맹) 역시 방송전자정보국의 관할 아래 있으며, 한국의 게임산업협회에 해당하는 조직입니다. 즉, 베트남은 규제·진흥·업계 지원이 하나의 정부 조직 내부에서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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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양측 모두 서로의 니즈를 정확히 읽지 못했습니다.
한국 공공기관은 베트남이 게임 산업의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등급제 도입, 과몰입 대응, 게임 인식 개선 등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의 관심사는 게임 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한 한국의 개발 역량과 자본, 그리고 베트남 인력과의 협력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서명식에는 VGDA 산하 주요 게임사 임원들이 거의 전원 참석하여 실질적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한국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번 협력 의향서 체결은 공공기관 중심의 대외 협력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 계기였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나 게임문화재단이 산업 협력의 전면에 서기보다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같은 민간 산업 단체가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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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파트너에 대한 이해입니다. 베트남은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개발력과 시장성을 함께 갖춘 협력자입니다. 사전 자료 조사와 현장 이해 없이 행사에만 집중한다면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베트남을 단순한 시장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나라는 젊고 유능한 개발자 풀이 풍부한 성장 가능성이 큰 파트너입니다. 외주와 인력·교육 교류 같은 실질적 협력을 차근히 쌓아가며, 공동 개발, 공동 배급, 더 나아가 제3국 진출로 이어지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 확실히 써져 있네요. '게임규제'가 아니라, '게임산업 교류' 활성화라고.
"43만 명의 게임 개발자는 한국 게임 업체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합니다."
레꽝뜨조 국장의 이 한마디에 베트남이 원하는 협력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 공은 한국에 넘어왔습니다.
기타: 알아두면 좋을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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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의향서는 무엇인가? '의향서(Letter of Intent, LOI)'는 양측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서명하는 문서입니다. 다음 단계는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이고, 그 다음이 합의각서(MOA, Memorandum of Agreement)입니다. 합의각서부터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정부 기관이나 공공 기관은 LOI나 MOU를 가볍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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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MOU까지 가지 못했나? 베트남에서 정부 기관 MOU는 장관 결재가 필요하며, 아직 그 행정 절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방송전자정보국 레꽝뜨조 국장은 조만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결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