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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에서 본 독일의 게임산업 진흥 노력, 그리고 씁쓸한 한국 부스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이정엽 교수가 바라본 독일, 한국 게임시장에 대한 견해

필자는 지난 여름 독일 정부의 초청으로 약 열흘 동안 독일 베를린, 포츠담, 쾰른 등의 도시를 방문했다. 이초청의 목적은 독일 게임산업 시찰과 제4차 산업혁명(독일에서는 'Industry 4.0'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에 의해 출현한 새로운 생태계의 스타트업을 돌아보는 일이었다.


일행은 전 세계 17개국에서 모인 18명의 스타트업 대표, 게임 개발자, IT 전문 저널리스트, 관련학과 교수 등이었다. 한국인은 필자 혼자였다. 다국적 멤버들과 함께 보낸 열흘 간의 시간은 그 자체로 매우 도전적이었고, 여행 내내 각국의 스타트업 상황에 대한 날것의 정보들을 가감없이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필자는 작년에도 독일문화원 초청으로 게임스컴(GamesCom)과 GDC 유럽(Game Developers Conference Europe)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그 전 해에도 개인적으로 게임스컴과 GDC 유럽에 참가한 바 있어 3년 연속으로 독일 게임 산업의 변화에 대해 나름대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에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독일 게임시장, 그리고 한국 게임시장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 독일 게임 시장의 규모와 독일의 고민

 

몇 년 전부터 한국 게임개발자 사이에서는 한국이 게임 개발하기 좋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셧다운제 도입을 전후해 각종 게임 규제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부터 조금씩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게임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어떠냐는 취지의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당시 가장 많이 언급이 되었던 곳이 독일이었다. 독일 연방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 협회(BundesverbandInteraktive Unterhaltungssoftware, 이하 BIU)에 따르면 2015년의 독일 게임시장 규모는 약 4조 원 정도에달하며, 2014년에 비해 4.5% 성장했다고 한다.

 

독일 게임 산업의 규모 (출처: BIU)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나온 국내 게임시장의 9조 원 규모와 비교하면 다소 작아보일 수 있지만, 콘텐츠진흥원의 통계에는 독일 게임산업 통계에 잡히지 않은 PC방, 게임 산업 상장회사의 비게임 수익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실제 두 국가의 게임시장 규모는 국제적인 통계에서는 사실 비슷한 규모로 집계되고 있다.


수치적으로만 보면 독일의 게임 시장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독일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네들의 고민이 한국 게임시장에 대한 우리 개발자들의 걱정과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2016년 5월 기준 독일 게임 순위(<언차티드 4>가 콘솔게임 1위, <포켓몬 고>가

모바일 게임 1위를 기록했으며, 이 순위표에 독일 자국 게임은 없었다.)


2016년 5월을 기준으로 BIU에서 발표한 독일 게임순위에 비디오/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통틀어 독일 게임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베를린에 위치한 독일 컴퓨터게임 박물관의 크리스티안 후베르츠(Christian Huberts) 학예관은 우리 일행을 대상으로 했던 기조 강연에서 현재 독일 게임 산업 전체에서 독일 자국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6.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대부분 캐주얼 모바일 게임이 중심이다.


문제는 과거에 크라이텍(Crytek)에서 개발한 <크라이시스> 시리즈 같은 AAA급 게임 개발이 점차 줄어들고, 이 자리를 이노게임스나 굿게임즈 같은 캐주얼 게임 회사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게이머들은 독일 자국 게임보다 해외 게임을 더욱 즐기게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과거의 콘솔 중심 비디오 게임 개발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 독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

 

이 때문에 독일 정부에서는 해외 게임업체나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게임스컴 내부에서 다양한 형태로 개발자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현재 독일에서 게임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수도인 베를린,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 쾰른과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한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그리고 뮌헨 중심의바이에른 지역, 칼스루에를 중심으로 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정도가 꼽힌다. 게임스컴 B2B 행사장에서는이들 각 주마다 세계 각국의 개발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부스를 만들고 있었다.

 

게임스컴 2016에 나온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부스

 

그 중에서 필자가 가장 오랫동안 면담을 진행했던 곳은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주의 합동 부스였다. 이곳에서투자를 상담 중이던 데니제 베이슈라크(Denise Beyschlag) 씨와 얘기를 나눠본 결과, 베를린은 현재 전 유럽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 투자를 받는 도시이며 이 규모는 런던과 파리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또한 독일 내의 스타트업 투자의 35% 이상이 베를린으로 투자된다.


이를 위해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주는 미디어보드(Medienboard)라는 합동 투자회사를 만들었으며, 각 주마다 베를린 비즈니스 & 기술 파트너(Berlin Partner for Business and Technology)와 브란덴부르크 주 경제개발 이사회(Brandenburg Economic Development Board, ZAB)를 통해 이러한 게임 및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비디오 게임의 경우 프로젝트 당 1만 유로에서 15만 유로에 달하는 투자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자체를 중심으로 게임을 비롯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현 정부에서 창조경제지원센터 등을 통해 게임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한국과 독일이 다른 점은 한국 정부가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게임 규제를 신설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독일정부는 부처에 관계없이 게임을 비롯한 제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산업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최근 게임 사업을 관장하는 부서가 우리의 미래부에 해당하는 ‘교통-디지털 인프라 부(Federal Ministry of Transport and Digital Infrastructure)’로 바뀌면서 이러한 부분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렇듯 겉으로 보기에는 독일과 한국 모두 정부 주도의 게임 산업 진흥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물론 속내를 따져보면 독일 게임 산업 역시 다양한 형태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우선 자국 게임의 비중이 적고, 계속해서 공급되어 나오는 IT 분야 기술자들을 견인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급의 거물 비디오 게임 연출가들이 필요하다는 점은 자주 지적되는 독일 게임 산업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 정부가 게임 산업을 인더스트리 4.0의 범주에 포함시켜 신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여기에 각 지자체들 역시 호응하여 지역별로 게임 개발 스튜디오와 퍼블리셔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해야 할 것이다.


독일 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게임 소비 시장이기 때문에, 넥슨이나 게임빌 등의 회사가 현지 법인을 세우고 비즈니스를 진행하고는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 자사의 게임을 해외에 판매하는 영업 조직에 불과하다. 한국 게임회사 중 그 어떤 회사도 독일 내에 개발 스튜디오를 두고 있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필자는 인디게임 스튜디오들이 이와 같은 독일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옮기는 전략이보다 합리적이라고 느껴졌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의 규모도 대기업보다는 소규모 스튜디오나 인디개발자들에게 적합하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포인트 앤 클릭 형태의 어드벤처 게임이나 하드코어 전략 게임의 경우유럽이 가장 큰 시장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럽 시장은 특정 장르에 특화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 이러한 장르에 가깝다면 글로벌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독일을 비롯한 해외로 진출해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비교되는 한국의 처지

 

게임스컴에 외롭게 부스를 차린 <검은 사막>


게임스컴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한 가지 씁쓸했던 것은 한국 게임회사들 중에서 대규모로 부스를 차린 회사가 <검은 사막>을 출시한 카카오 뿐이라는 점이었다. 나머지 중소규모 회사들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여 만든 한국공동관에 B2B 형태로 옹기종기 모여있을 뿐이었다.


즐기는 장르와 플랫폼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 게임회사들이 E3나 게임스컴을 비롯한 해외 게임쇼에 소홀해진 지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게임 시장은 점점 특정 장르만 유행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 중심으로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이러한 고착 상태로 몇 년이 흐른다면 한국 게임 시장에 닥친 공급 과잉과 장르 편중의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찾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엽(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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