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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는 MMO…'TL' 개발자 심층 인터뷰 ②

필드에 다채로움 더하는 환경 변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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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2-04-28 17:29:21

이전 기사: 엔씨의 '진심', 확인할 수 있을까…'TL' 개발자 심층 인터뷰 ①


대규모 유저가 동시에 이용해야 하는 장르 특성상, MMORPG 개발자라면 '변수'가 많은 콘텐츠는 꺼려질 듯하다. 그런 점에서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의 환경 변화 시스템은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다. 디자인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까다로워 보이는 이 시스템을 통해 제작진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국장, 방승언 기자
 

 

# <TL>의 액션, 혹시 ‘말뚝딜’?

 

Q. PVP 전투의 액션성은 어떤가?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기존 MMO <블레이드 앤 소울>과 <리니지>는 서로 전투가 아주 다르다. <리니지>가 컨트롤보다 서로의 스펙으로 결정 나는 싸움이라면 <블레이드 앤 소울> 회피 등을 포함한 조작 및 숙련도 싸움이었다. <TL>은 그 중간 어디쯤일까?

 

안종옥 PD: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넘어온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TL>은 액션성이 많이 자제되었다(웃음). <블레이드 앤 소울>은 승패에 있어 찰나의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다. 반면 <TL>은 머리로 세운 전략을 피지컬이 못 따라가서 지는 일은 없도록 했고, 조작 능력만으로 승패를 뒤집는 데에도 제약을 두었다.

 

이문섭 기획총괄: 내 생각에는 구체적 전투 양상에 따라 액션성도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다.

 

1대1 전투에서는 조작이 조금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투 중 동물 변신 등의 영향력이 큰 행동을 취할지 여부를 생각하며 싸워야 한다. 변신한다면 하는 대로의 취약점이 생긴다. 또 상대입장에서는 이 취약점을 공략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봤을 때 1대1 전투의 액션성은 리니지보다 훨씬 높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전투 시스템을 너무 심화하면, 집단 전투는 성립하기 힘들다. 참가 캐릭터 전부가 영웅처럼 활약하는 상황에서 집단 전투가 잘 진행될 리 없다. 그래서 집단 전투에서는 진영 형성과 유지, 핵심 스킬의 적시 활용 등에 방점을 찍었다.

 

그래서 집단전투 시에는 약간 정적인 느낌을 받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1대1 전투나 소규모 전투에서는 아까 말했듯 때리고, 반격하고, 도망가며 다이내믹하게 싸우게 되어 있다.

 

안종옥 PD: 그렇다. 집단 전투에서는 진형을 구축해 단체로 움직이는 모습이 잘 연출된다.

 

한구민 내러티브 디렉터: 집단 전투는 진형의 힘을 어디로 분배하는가의 문제다. 더 나아가 공성전의 경우에는 환경 요소를 많이 활용한다. 이를테면 침투 경로 선택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도록 세팅해두었다. 마치 장기를 두는 듯한 플레이가 펼쳐진다. 물론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따라줄 때의 얘기지만. (웃음).

 

 

Q. 조작감 얘기를 더 해보자. <TL>의 전투는 타게팅인가, 논타게팅인가? 트레일러를 보면 전·후반부 전투의 결이 서로 많이 달라보인다. 전반부엔 적을 끌어오거나 공격을 회피하는 등 모던한 액션이 눈에 띄는 반면, 후반부에는 흔히 ‘말뚝딜’ 스타일로 불리는, 다소 올드하고 정적인 액션이 펼쳐진다.

 

안종옥 PD: 전투는 타게팅 방식이다. 전투의 겉모습도 앞서와 마찬가지로 전투 양상에 따라 다르다. 트레일러 초반부의 액션은 1대1 액션이다. 반면 후반부에서는 보스전을 포함한 단체전투인데, 이때는 얘기했듯 진형을 짜서 적을 가두는 전략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단체전에서는 (모던한 액션이) 덜 드러날 뿐, 못 하는 건 아니다.

 

단체전에서는 그런 정돈되고 일체화한 모습이 더 선호된다고 생각했다. 트레일러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게임에서도 그렇게 플레이가 된다. 이런 부분이 강조되면서 후반부 전투 장면이 정적으로 비친 것 같다.

 

 

 

# 변신 시스템과 환경 변화 시스템의 시너지

 

Q. 변신 콘텐츠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TL>의 종족 구성은 어떻게 되나? 엔씨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인간, 오크, 엘프같은 종족들이 우선 생각난다.

 

이문섭 기획총괄: 인간으로만 플레이한다. 하지만 변신의 욕구를 채워줄 여러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영상에 나온 동물 형태로의 변신뿐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이 있다. 사실 공성전 장면에 나온 거대 몬스터도 원래는 플레이어다.

 

한구민 내러티브 디렉터: 동물변신 피쳐의 경우 기능적 측면이 크다. 빠른 이동, 지형 뛰어넘기 등에 더해, 변신했을 때만 습득 가능한 정보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새로 변신하면 조감도로 주변환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스전에서 보스와의 거리, 보스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등, 전략적 활용도가 크다.

 

 

Q. 좋은 기획이긴 한데, 잘 실현이 될까? <블레이드 앤 소울>의 경공 시스템이 처음 소개됐을 때만 해도, 경공만 쓰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결국엔 주요 스팟으로 향하는 이동 수단으로 쓰이면서 아쉬움이 남았다. <TL>의 변신은 어떤가, 시야나 이동의 한계를 없애주는 시스템인가?

 

안종옥 PD: 완전히 제약을 풀어주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본래 극복 불가능하게 고안된 성벽을 갑자기 넘을 수 있게 되거나 하지 않는다.

 

한구민 내러티브 디렉터: 맵의 일부를 원천 봉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변신 시스템에도 나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변신만으로 ‘모든 곳’에 도달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활강은 본래 공중의 특정 지점에서 하향하는 움직임이다. <TL>에서도 캐릭터를 최대로 띄울 수 있는 높이 한계를 설정했기 때문에, 강하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범위에도 자연스레 제약이 생긴다.

 

 

안종옥 PD: 그래서 강하에서는 ‘시작 위치’가 중요하다. 출발 위치를 제대로 선정해 바람을 잘 타면 성벽 등 주요 장애물을 넘을 수 있다. 이때 바람의 방향까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문섭 기획총괄: 풍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고수준의 유저 스킬이 존재한다. 서버 단위로 한 명 정도 가질 수 있는 최상위 스킬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후를 바꾸거나 일식을 유도하는 등 환경을 크게 바꾸는 스킬들이 있다.

 

 

Q. 그런 스킬들이 전황에 큰 영향을 주나?

 

안종옥 PD: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Q. 해당 스킬을 가진 캐릭터를 키우기는 매우 어렵겠는데?

 

안종옥 PD: 캐릭터를 ‘키워서’ 가질 수 있는 스킬은 아니다. 쟁취해내야 한다.

 

 

Q. ‘쟁취’라면 모든 길드가 가질 수 있는 스킬은 아니란 얘기일 테고, 쟁탈전을 유발하는 수단 같기도 하다.

 

안종옥 PD: 맞다. 어떠한 집단이 무슨 고위 스킬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당사자 간) 전략도 달라진다.

 

한구민 내러티브 디렉터: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스킬에는 재사용대기시간이 있어 사용 타이밍도 중요하다. (해당 스킬을 이용한 작전이) 한 번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사용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스킬 사용과 함께 유저들이 합을 맞춰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 골렘이 사실 인간 플레이어다"

 


# 환경 변화와 MMO, 불협화음 없을까

 

Q. 환경변화에 따라 필드 상황이 다이내믹하게 바뀌는 시스템은 흥미롭다. 그런데 사실 MMO에 적용하기 까다로운 피쳐다. 싱글플레이 게임이라면 다양한 경험을 준다는 측면에서 선호되겠지만, 멀티플레이에서는 밸런스 문제가 다양하게 불거질 만하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다. ‘갑자기 비가 내려서 이기던 싸움에 졌다’는 식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안종옥 PD: 맞다. 해당 시스템은 본래 메인피쳐급으로 생각해 전면에 내세웠던 요소였다. 그런데 말씀하신 그 문제 때문에 영향력이 너무 커서는 안 되겠다 싶어 축소했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예 존재감이 없더라. 그래서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자 고민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전투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요소는 최대한 줄였다. 바람이 원거리 공격 스킬에 주는 영향을 예시로 들어보자. 원래는 공격력, 사거리 등등 여러 부분이 달라졌었다. 하지만 밸런스를 고려해 최종적으로는 사거리 변화만 남겨두게 됐다.

 

대신 전투 이외 부분에 영향을 더 많이 주도록 신경을 썼다. 밤이 되면 새로운 몬스터가 나오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경이 바뀐다고 느끼게 하는 데 집중했다. 소셜 측면에서의 변화도 있다. <TL>에서는 PK를 하면 누적되는 ‘악행’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밤에 PK를 하면 이것이 쌓이지 않는 식이다.

 

또한, 환경 변화로 인해 지형 활용 방식도 다양해진다. 일례로 비가 오면 웅덩이가 과장된 속도로 빨리 차오른다. 이를 통해 원래는 못 건너던 장소를 헤엄쳐 건너는 새로운 전략을 펼 수 있다. 이렇듯 전투에서 한쪽이 대놓고 유리한 영향을 받는 대신, 간접적인 영향력이 발생하도록 조율했다.

  

이문섭 기획총괄: 전투뿐만 아니라 개인의 게임플레이 패턴과도 관련이 있다. 게임을 효율적으로 하는 유저라면,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대 효과를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적합한 환경을 찾아내야 하는 구조다. 1시간을 플레이하더라도 환경이 맞는 사냥터를 찾아야 최대 효율을 올릴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손해는 아니다. 하나하나의 장치가 엄청 강력하지는 않아서, 환경 변화를 통해 이득을 최대한 챙긴다고 해도 절대적 우위에 서지는 않는다. 환경변화를 무시하며 플레이해도 큰 격차는 없게 했다.

 

 

보스전 콘텐츠에서도 개인 기호에 맞춰 플레이하면 된다. 어떤 보스는 비가 오면 더 세진다. 그런데 날씨에 따라 보상의 종류도 다르고, 보통 더 세졌을 때 더 좋은 보상이 나온다. 보스 공략 자체가 목적인 유저는 날씨 상관없이 잡으면 되고, 비가 올 때 드롭되는 아이템이 필요하다면 그때 잡으면 된다. 유저 선택이다.

 

필요하다면 아까 말한 날씨 변경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날씨 변화를 통해 원래는 못 가던 던전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환경 변화 스킬이 유저들 사이에 유대감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해당 스킬 보유자는 그룹 내 영향력을 확인하며 뿌듯함을 느끼고,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는 날씨가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란 점에서 플레이 스트레스가 경감된다. 상부상조할 수 있는 구성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한구민 내러티브 디렉터: 환경변화 요소는 생각보다 쓸 데가 많다. 예를 들어 보스는 플레이어가 여럿 몰려오면 광역기를 쓴다. 이때 자기 캐릭터의 방어력이 좀 부족한 상황이면 패턴을 보아가며 플레이해야 하는데, 때로 힘에 부칠 수 있다.

 

이 경우 풍향을 고려하면 광역기의 사거리를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찾을 수 있어 공략이 수월해진다. 이를 알아내는 것도 실력의 일부다.


*3부(링크)에서는 <TL>의 캐릭터 육성, 아이템, 콘솔 출시 및 향후 계획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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