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많은 개발사들이 활로를 글로벌 시장에서 찾고 있다. 흔히들 미국, 일본 등 규모가 크고 게임에 친숙한 국가들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소위 1티어 국가들에선 마케팅 비용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더 넓은 시야도 항상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남아시아' 시장은 매우 주목할 만한 곳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바일게임 다운로드가 발생한 지역은 인구가 많은 '인도'였고, 두 번째로 많은 다운로드가 발생한 지역이 바로 '동남아시아'였다. 2025년 1분기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신규 설치 건수는 2024년 4분기 대비 3% 증가한 19억 3,000만 건에 달했다.
다시 말해, 아직 시장이 성장 중인 지역인 동시에, 활발하게 게임 콘텐츠에 대한 참여가 일어나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오늘 기사에서는 센서타워가 최근 낸 '동남아시아: 2025년 모바일게임 시장 인사이트' 리포트를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짚어본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다운로드만 많이 하고 과금은 많이 안 하는 거 아닌가?"
센서타워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2025년 1분기 6억 2,500만 달러(약 8,502억 원)의 인앱 구매 수익으로 전 세계 7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수익 창출 잠재력을 지닌 지역"이라 분석했다. 대규모 게임 커뮤니티, 발전된 결제 인프라,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 등이 그 배경에 있다. 폭발적인 다운로드 추세와 함께 추후 지속적인 수익 성장 견인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가 많이 하고 어느 나라가 많이 살까

다운로드 순위는 1위부터 7위까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싱가포르 순이었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8억 7천만 건의 모바일게임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인앱 구매 수익 순위는 1위부터 7위까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순이었다. 태국은 인도네시아나 필리핀보다 인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결제 인프라와 효과적인 현지화 전략 등이 더해져 1억 6,200만 달러(약 2,204억 원) 규모로 인앱 구매 수익 1위를 기록했다.

동남아 전체 시장에서 1분기 다운로드 수로 가장 강세를 보인 게임은 <가레나 프리 파이어>였다. 다운로드 성장 측면에선 <블록 블라스트>와 <매직 체스: 고고>가 눈에 띈다. 수익과 수익 성장 측면의 1위는 모두 <모바일 레전드: 뱅뱅>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IP의 힘이다. <모바일 레전드 뱅뱅>의 세계관과 캐릭터가 등장한 <매직 체스: 고고>가 흥행한 점, 이 시장에서 친숙한 IP인 <라그나로크 M: 클래식>이 출시 초기부터 수익 성장 4위에 오른 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모바일 인기 게임 양대 산맥을 꼽으라면 단연 <모바일 레전드 뱅뱅>과 <가레나 프리 파이어>다.
<모바일 레전드 뱅뱅>은 2016년 11월에 출시된 MOBA 전략 게임으로, 2017년부터 2025년 1분기 현재까지 다운로드 순위는 1-4위 안에, 수익 순위는 1-2위 안에 머무른 게임이다.

게임 자체의 재미도 당연히 큰 요인이지만, 센서타워는 <모바일 레전드 뱅뱅>의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이 통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라마단과 같은 지역 문화와 연계된 자선 활동을 통해 각 지역에서 호감도를 높이는 시간을 축적해왔다. 또한 스트리머 콘텐츠가 활성화되면서 각 국가의 인기 스트리머와 e스포츠 선수들이 게임의 인기에 다시 한번 선순환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팝업 부스와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로 팬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자주 하기도 했다. 문화적으로 익숙한 IP 등에 대해 맞춤형 협업을 진행해 컬렉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유저들이 SNS에 이를 공유하며 즐기는 방식을 유도하기도 했다.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7월 3일 기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최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 3>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에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적인 요소'가 아닌, 이 짧은 유행의 흐름을 얼마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는가다.
일단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베트남과 싱가포르의 퍼블리셔들이 보여주는 성적이 눈에 띈다. 2024년 기준 동남아시아 게임의 다운로드는 동남아 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 다운로드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글로벌 시장 전체의 2024년 게임 퍼블리셔 다운로드 순위를 보면 베트남 퍼블리셔 3곳과 싱가포르 퍼블리셔 1곳 총 4곳이 15위 안의 다운로드 순위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잘 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최근인 2025년 1분기에 이들은 '무엇'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을까. '서바이벌' 게임이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의 뉘앙스와 분위기를 활용한 게임들이다.
AMOBEAR의 <456 RUN 챌린지>가 그랬고, H2T 글로벌의 <서바이벌 이스케이프: 프리즌 게임>, HIgame 글로벌의 <프리즌 서바이벌: 탭 챌린지>가 그랬다. 3개 회사 모두 베트남 게임사다.

큰 성장세를 보인 게임 중 '서바이벌' 하이퍼캐주얼 게임들을 주목하자.
<오징어 게임>의 인기와 유행을, 하이퍼캐주얼 개발에 일가견이 있는 베트남이 잘 활용한 셈이다.
이 지점에서, 특히 지금 시점에 꼭 반문해 봐야 한다. 우리는 우리 문화와 우리 IP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나. 당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만 봐도 감독이 한국계 미국인이라곤 하지만 소니 픽처스가 일본 자본으로 만들고, 미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나오지 않았나. 한국인들만 제작진으로 있는 작품들이 그간 그려왔던 것보다 훨씬 더 한국적인 요소를 잘 반영하고 잘 살린 사례 아닌가.
베트남은 자신들의 강점인 하이퍼캐주얼 게임 개발 능력을, 빠른 시간 안에 이슈가 되고 바이럴이 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풀어냈다.
정리해보면, 동남아시아는 모바일게임 참여도와 규모가 큰 시장인 동시에, 다양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 안쪽을 공략한 게임들은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을 활용하면서 시장 결속력을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