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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부록] 다양하게 얽혔던 대한민국 국군과 게임

10년 넘는 세월동안 몇 차례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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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0-07-31 18:01:38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한국 게임 대중화의 역사도 짧지 않다. 게임은 생활 곳곳에 녹아들어 왔고, 사회 각처는 게임과 다양한 관계를 맺었다.

 

국군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게임인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20대 남성을 주 징집 대상으로 삼다보니, 게임과 얽히고 설킨 사연이 많다. 그 중 굵직한 사건들을 간략히 정리해봤다.

 

[흥미기획] 미 육해공군은 신병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게임에 뛰어들었다. 2020년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배경이 있었고 성과는 어떤지, 이 현상에 관해 어떤 논란과 비판이 제기되는지 들여다보자.


① 육해공 안 가리고 신병 모집에 e스포츠 활용하는 미군

② 미군은 왜 '게임홍보'에 집중했을까

③ 잘 나가던 미군 e스포츠팀, 논란의 도마 위에

④ [부록] 다양하게 얽혔던 국군과 게임 (현재기사)

 

 

# 국군 최초 e스포츠 팀 '공군 ACE' 창단

 

우리나라 국군 e스포츠 게임단 ‘공군 ACE’는 2007년 4월 창설됐다. 2018년 11월 생긴 미군 최초의 게임단보다 11년 이상 앞섰다.

 

공군이 밝힌 ‘공군 ACE’ 창단 목표는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 제고’와 ‘병영문화 혁신’이었다. 공군 본부 중앙전산소장 김종수 대령은 게임단 창단사에서 “공군 게임단 ACE가 e스포츠 저변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시 다른 스포츠 종목 선수들은 상무대에 지원, 군복무와 커리어를 병행할 수 있었던 반면, e스포츠 선수들은 군 입대가 곧 경력 단절을 의미했던 상황이었다. 공군 ACE는 e스포츠 선수가 실전감각을 유지하며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좋은 해법으로 평가받았다.

 

공군ACE 공식 로고

 

들어가기는 힘들었다. 공군 측에서 까다로운 입상 경력을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당대 e스포츠 씬을 휩쓸었던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을 비롯해 뛰어난 선수들이 공군 에이스에 유난히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프로생활 당시와 비교해 낙후된 환경 때문인지, 연령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 탓인지 팀 성적은 대체로 부진했다. 선수 개개인 기량도 눈에 띄게 떨어져 안타까움을 줬다.

 

결국 2012년 공군 ACE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2012년 7월 23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공군 관계자는 “공군 ACE팀은 군 입장에서 젊은층을 상대로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두었으나 게임시장 변화에 따라 팀을 해체할 수밖에 없다”며 해체 이유를 설명했다. 

 

 

# 국방부의 야심차고 무모했던 계획, <국방 FPS>

 

2017년 국방부는 군 홍보용 게임 <국방FPS>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미군의 홍보용 게임 <아메리카스 아미>(이하 <AA>)를 벤치마킹해 수준 높은 홍보용 FPS게임을 만드는 것이 국방부의 계획이었다. 국방부는 “입대 예정자들의 군을 향한 거부감을 경감시키겠다”고 말했다.

 

게임의 기본 얼개는 10:10 구도의 분대단위 전투 게임이었다. 특히 적으로 등장할 인공지능의 개발에 국방부는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방 FPS> 기획 보고서에 드러난 세부 개발 기획을 보면, 국방부의 높았던 기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상용 FPS게임보다 월등한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 구체적으로는 유저 개개인의 행동을 학습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학습·성장형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어했다.

 

관련기사: 9명으로 AA 수준 FPS를 만들어라? ‘국방 FPS’ 프로젝트의 실체

 

문제는 지극히 제한적인 투입 자원이었다. 국방부는 “<AA>를 철저히 벤치마킹해 기획 시간을 줄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발자 9명, 개발기간 2년, 예산 58억’이라는 개발 규모로는 도저히 시간 내에 기획을 완료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었다.

 

공언했던 개발기간이 다 지났지만 아직 관련 소식이 들리지 않는 점을 볼 때, 결국 국방 FPS 프로젝트는 무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국군이 실시 중인 ‘국방개혁 2.0’에 VR과 AR을 활용한 가상훈련이 포함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별 임무 특성을 고려, 육해공 3군에 맞춘 VR·AR 훈련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 '거름망' 역할했던 게임

 

국군과 게임이 밀접하게 엮였던 가장 최근 사례는 2019~2020년 있었던 여호와의 증인 교인들의 병역법 위반 재판이다.

 

재판에 회부된 교인들은 병역(집총)을 이행해선 안 된다는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따라 병무청에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의사를 밝힌 이들이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들의 과거 게임 활동을 근거로 이들의 종교적 신념에 의혹을 제기했다.

 

여호와의 증인 교리상 폭력, 부도덕, 마법이 등장하는 게임은 ‘하느님이 미워하시는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따라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폭력적 게임을 즐겼던 정황이 있다면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강하지 않으며, 이를 병역거부 수단으로만 악용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여호와의 증인의 폭력적 게임에 대한 교리문답 (출처: 여호와의 증인)

 

2019년 7월 재판의 피고인은 2015년 입영을 통지받은 뒤 2016년이 되어서야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다. 그리고 이후 수년 간 폭력적인 FPS 게임을 즐겼다. 이 점을 들어 재판부는 피고의 종교적 신념이 깊지 않다고 판단, 징역4개월, 집행유예1년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FPS 즐긴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병역법 위반' 선고

 

같은 해 6월 이뤄진 다른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게임 이력이 증거로 제시돼 원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가 상소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졌다. 재판부는 피고가 FPS 게임에 접속한 이력은 있으나, 플레이 시간이 총 40여 분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종교적 신념을 의심할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게임의 성격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2020년 6월 재판 피고인은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 이력이 있어 검찰에 기소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들의 형상, 전투 표현 등에 비춰볼 때 (게임이) 피고인에게 타인에 대한 살상을 간접 경험하게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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