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게임은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콘텐츠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절대 다수는 온라인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 게임 IP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넥슨스페이스 전시팀 김정아 큐레이터는 이번 NDC 2025 강연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제주도의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카페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김 큐레이터는 단순한 팝업 이벤트를 넘어, 팬덤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경험’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넥슨스페이스 전시팀 김정아 큐레이터
김정아 큐레이터는 강연 서두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의 관계 변화를 조명했다.
그는 만화 <진격의 거인> 속 인류가 벽 안에 갇혀 평화를 누리며 벽 밖 세상을 궁금해하지 않던 모습을 게임 이용에 빗댔다. 온라인에 최적화된 게임 IP가 오프라인 경험 확장에 망설임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소개한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시기는 온라인에 대한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던 동시에 오프라인에 대한 선호도를 또는 경험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미술관 관람객 수가 급증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2023년 아시아 관람객 1위, 2024년 세계 8위를 기록하며 2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오프라인 공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데이터로 증명했다. (편집자 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는 무료 입장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당 매출은 대부분 특별 전시 입장 수입과 굿즈 판매로 이룬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분리되어 있던 쇼핑, 식사, 카페 방문 등의 행위가 이제는 '해녀의 부엌'(제주)이나 '무신사 테라스'(서울)처럼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김 큐레이터는 이러한 변화를 '벽의 붕괴'가 아닌 '확장'으로 해석했다. IP가 화면 안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연결될 때, 감각적 확장은 물론 콘텐츠와 팬덤의 관계를 견고히 하고, 새로운 유저에게 IP를 확장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게임 IP의 벽은 코로나19를 경유하며 차츰 무너졌다

판데믹을 기준으로 달라진 풍경
김 큐레이터는 넥슨스페이스 전시팀이 카페 메이플스토리를 기획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을 "왜 전시는 안 만들고 카페를 만드냐"였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전략적 선택"이었다. IP를 오프라인으로 기획할 때는 타겟, 콘셉트, 위치, 운영 기간, 경험 요소(구경, 체험, 전시) 등 다양한 지점을 고려해야 하는데,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지상 1, 2, 3층에는 이미 전시 콘텐츠가 충분했던 점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넥슨스페이스는 전시 관람 후에 IP를 잘 모르더라도 가볍고 직관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접근했다. 그리하여 팝업 행사의 아쉬운 완성도를 보완할 상설 공간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카페를 선택했다.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성상 관광객 유입을 고려하여 <메이플스토리>를 몰라도 호기심을 갖고 방문하여 궁극적으로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을 목표 삼았다.

박물관이라는 물리 공간을 더 활용하기 위해 기획에 나선 넥슨스페이스
초기에는 '비행선' 콘셉트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했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 IP의 대표성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핑크빈 출몰 지역'이라는 콘셉트에 도달했는데, 이는 귀여운 핑크빈이 포털을 통해 제주도에 나타나 곳곳을 누비는 흔적을 통해 즐거움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김 큐레이터는 "콘셉트가 오프라인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콘셉트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서는 실무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파트너 선정 시 '핑크빈은 핑크빈이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IP에 대한 깊은 이해, 상설 공간 운영 노하우,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제주도 날씨에 대한 대응 능력까지 갖춘 협력사를 찾았다. 이를 통해 기획 단계에서 만든 모델링 이미지와 실제 준공 후의 모습이 놀라운 구현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구현율은 단순히 디자인을 똑같이 만드는 것을 넘어, 팬들에게 IP에 대한 신뢰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카페 내부 콘텐츠는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기준으로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하르방, 귤, 유채꽃 등)을 몬스터에 반영하거나, <메이플스토리> LP와 같은 희소성 높은 굿즈, 그리고 IP를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구성하여 접근성을 높였다. 김 큐레이터는 "모니터 안에서만 경험하던 몬스터들이 현실로 내 손 안에 잡히고 내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제주도라는 여행지 콘셉트를 적극 활용했다

수 개월의 작업이 이어졌다
카페 메이플스토리 오픈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름 아닌 객단가의 증가였다. 쉽게 말해서, 박물관에 온 관객들이 쓰는 돈이 많아졌다는 것. 이는 방문객들이 IP와 연결되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또 해외 관람객 유치 및 매출 증대가 두드러졌다. 박물관 전체 해외 관람객 비율은 1.4%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매출 규모는 14%에 달했다. 월 단위로는 20%를 넘기도 했다. 신상품 출시 소식에 재방문하거나, 심지어 기념일을 맞아 제주도까지 카페 메이플스토리 여행을 오는 해외 팬들의 사례도 있었다.
김 큐레이터는 상설 공간을 통해 언제든 방문 가능한 접점이 마련되었고, IP 행사 기획 및 굿즈/식음료(F&B)의 유연성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 큐레이터가 꼽은 프로젝트의 4가지 포인트
굿즈 판매에서는 제주도 디자인이 반영된 인형과 제주도 키 비주얼 핀 배지의 선호도가 높았다. 유튜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 BGM도 LP로 만들었더니, 높은 판매 비중을 가진 상품으로 변모했다. 팬들의 소장 가치를 자극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IP를 소장할 수 있는 사탕도 비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F&B에서는 '핑크빈 딸기 라떼'와 '핑크빈 케이크'가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는 핑크빈 콘셉트 공간의 시너지를 보여주었다.
관람객 구성 변화도 주목할 만했다. 원래 가족 관람객 비중이 높았던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카페 메이플스토리 오픈 후 청소년 및 어린이 비중은 줄고 성인 관람객 비중이 61%까지 증가했다. 이는 콘텐츠의 변화가 방문객의 유형까지 변화시켰음을 뜻한다. 또한 자체 설문 결과, 넥슨 게임을 플레이한 적 있는 방문객 비중이 85%에서 93%로, 액티브 유저 비율은 27%에서 51%까지 증가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뿐 아니라 '넥슨 IP 공간'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방문 유인이 생겨난 것이다.
김정아 큐레이터는 ▲ 원본성 (전시팀은 핑크빈 컬러 샘플링을 7번이나 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비춰지는 분홍색의 톤을 맞추었다) ▲연속성 (화장실 타일, 물티슈 등 사소한 부분까지 브랜드 경험 유지하려 했다) ▲견고함 (안전하고 튼튼한 공간 구현) ▲유효성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3~5년 후에도 유효한 공간 기획) 네 가지를 챙겨야 할 포인트로 지목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제주 한정 굿즈
넥슨스페이스 전시팀은 오프라인 경험을 '일회성'이 아닌, 게임 밖에서 IP와 유대감을 지속적으로 쌓아갈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방법을 고민 중인데, 첫째는 <카페 메이플스토리> 공간과 콘텐츠의 다양성 확장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파트너(예: 일러스트레이터 나무 일상과 협업한 LP 아트워크)와의 협업을 통해 잠재적 대상을 확대하고, IP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둘째는 온라인과의 연결이다. 유저가 온라인에 있든 오프라인에 있든 IP에 대한 감정이 끊기지 않도록 오프라인 공간에서 어떤 체험, 이벤트, 행사가 있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라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여 "굳이 제주도까지 와서 왜 카페 메이플스토리를 와야 하는가"라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저에게는 온라인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비유저에게는 게임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맞춤형 경험 설계로 설명된다.
김 큐레이터는 최근 제주도에 스누피, 지브리 카페 등 IP 활용 공간이 늘어나는 경쟁 상황 속에서 카페 메이플스토리가 '오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시각적 직관성이나 캐릭터의 아이코닉함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으며, '알파'라는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알파'는 전시, 팝업 등 넥슨스페이스가 기획하는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경험을 지칭한다.

관람객의 실제 이용 지표
이러한 오프라인 경험은 유저에게는 게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하거나, IP 팬이 아니라도 짧은 순간에 좋은 기억을 심어줄 수 있다. 사업팀이나 개발팀에게는 유저들이 IP의 어떤 부분을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좋아하는지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화면 밖에서 IP를 자주 마주하며 서서히 익숙해지는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잠재적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이 한 번에 작용하는 '공감각적 경험'을 통해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력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도 있다.
김 큐레이터는 "벽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그 가능성은 영원히 알 수 없다"며 <진격의 거인>을 재차 인용했다. 이어서 "IP 경험은 화면이 꺼진 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돌아올 수 있는 'IP와의 고리', 즉 연속성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오프라인에 적합한 IP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IP를 어떤 경험을 어디서 어떻게 확장할지 기획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넥슨스페이스는 <메이플스토리> 다음으로 새로운 IP와의 협업을 준비하며 '벽 밖의 세상'으로의 도전을 계속할 예정이다.
Q&A 시간에 김 큐레이터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리뉴얼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최초 공개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12주년을 맞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다음에 협업을 희망하는 IP로는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을 언급했다.
특히 <블루 아카이브> 만렙 유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협업에 대한 강한 희망을 내비쳤다. 김 큐레이터는 :어떤 IP든 특성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처럼 기획할 수 있기에 유명 여부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IP와의 협업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IP 경험은 화면이 꺼진 뒤에도 이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