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게임 운영자'를 떠올려 보면, 불편을 겪고 찾아온 고객에게 도움을 주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한 공지를 하고, 유저들에게 업데이트를 안내하는 정도의 역할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사후 조치를 취하는 쪽에 가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넥슨은 그보다 조금 더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직원에게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갖추게 해 운영에서도 '데이터 드리븐 운영'을 한다는 것인데, 단어 표현만 들으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후 조치가 아닌가 싶겠지만,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부터가 조금 다르다. 문제가 접수되면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 미리 선제적으로 문제 발생 환경을 탐지하고, 도움이 필요한 유저에게 적절한 대응을 제공하는 수준에 와 있다.
넥슨네트웍스에서 8년간 운영 서비스를 담당해온 정유진 운영 담당자는 "문제 없는 게임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운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과연 넥슨이 전사적으로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갖추고, 다른 프로젝트끼리도 적극적인 경험 공유를 하면서 도달하려 한 "문제 없는 게임 환경"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선제적인 대비, 적극적인 운영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것일까. 예시를 살펴보면 이해가 빠르다.
특정 게임에서 퀘스트 장소를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불편을 겪는 유저가 있다고 해보자. 기존 운영 방식대로라면 유저가 게임사에 문의하거나, 다른 유저에게 해결 방법을 묻거나, 게임을 이탈하는 선택지 정도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 드리븐 운영에서는 일정 시간 이상 길을 헤매고 있는 유저에게 "길을 헤매고 계시네요. 이쪽으로 이동해보시겠어요"라는 운영자의 메시지가 뜬다. 매번 모니터링을 해서 대응한 것도 아니고 게임이 이렇게 구현되도록 개발된 것도 아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서 특정 조건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메시지가 발송되게 운영자가 시스템을 구축해둔 것이다.

또 다른 예시를 살펴보자. 아껴뒀어야 할 고가치 장비를 유저가 의도치 않게 제작 재료로 사용해 문의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운영자 A는 실수했다는 고객의 문의가 1분기 13건, 전체 문의 중 5% 비중, 기전 분기 대비 5%p(퍼센트 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라는 정보를 살펴봤다.
운영자 B는 고가치 장비 획득 고객 1,000명 중 700명이 제작 재료로 사용하는 패턴이 있었으며, 그러한 700명 중 30%가 3일 내에 게임을 이탈했고, 실수했지만 이탈하지 않은 사람들도 실수하지 않은 사람 대비 주요 플레이 지표가 하락 중이라는 종합적인 데이터를 살펴봤다.
같은 사안에 대해,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문제라 볼 것이고, 누군가는 굉장히 큰 문제라 인식할 것이다. 다시 말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자체를 '데이터'가 바꿔주는 셈이다. 고객 문의가 많지 않았던 사안에 대해서도, 문의 한 건 한 건의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 불안 요소를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새로운 그물들을 치기 시작한 겁니다."
기존에도 던전, 재화, 확률 등을 확인하는 공통 모니터링 시스템은 존재했다. 여기엔 두 가지 한계가 존재했다고 한다. 정해진 데이터 갱신 주기가 있어 그에 맞춰서 조회하고 활용해야 했던 점, 특수한 이벤트 진행이나 게임에 큰 변화가 있을 때 수시로 변하는 운영 상황에 맞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이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였다.
각 프로젝트의 현황을 가장 잘 아는 운영자들이 직접 데이터 정보를 확인하고, 이에 맞게 커스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 적절한 대응을 이어가면서, 전보다 훨씬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데이터 드리븐 운영으로 미리 그물을 치는 환경을 잘 조성해두면, 실제 인게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유저 제보 또는 내부 재현으로 문제를 인식할 때까지 걸리던 시간 사이에, 훨씬 더 빠른 시점에 문제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엔 문제를 인지하기까지 3시간이 걸렸던 반면, 현재는 빠르면 문제 발생 이후 3분 이내에도 운영진이 문제를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개별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아는 '운영자' 모두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맞게 커스텀한 '데이터 드리븐 운영'을 할 수 있게 하려면, 교육부터 정보 공유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많았음을 예상해볼 수 있다.
2022년 NDC에서는 팀에서 1~2명 정도씩 라이브 운영에 데이터를 접목하는 방식을 접하는 수준이었지만, 2025년 현재는 모든 직원이 데이터 드리븐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를 위해 넥슨은, 데이터 활용 경험을 특정 팀이나 프로젝트 안에 머무르지 않게 하고 전사에 공유하고 전파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팀 단위의 경험 자산을 공유하는 데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고, 좋은 경험이 있는 만큼 나쁜 경험도 있기에 이런 내용을 모두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프로젝트에서 데이터 드리븐 운영을 접목한 사례의 이점을 점차 듣고, 이렇게 공유된 정보가 다른 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정보 공유를 하고 이에 대해 반응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온보딩 프로그램을 세부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러한 업무 프로세스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왔다.

처음엔 미미한 것 같아 보였던 정보 공유의 힘이, 그 수가 늘어나면서 임계점을 넘어서 폭발력을 갖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사 전파 채널로 공유된 경험은 1,191건으로 그 중 데이터 활용 경험 공유 수는 전체의 50%에 해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각 팀의 리더들도 많은 협조를 했고 팀원들도 그 분위기에 잘 맞춰줬다고 한다.
직원들 사이의 격차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코딩과 데이터 도구 활용에 모두 능한 반면, 어느 한쪽을 어려워하거나 인사이트 도출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러한 하한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데이터 활용 업무의 표준화 또한 진행됐다. 업무 전반에 데이터 활용을 적용하기 위한 체계를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새로운 선순환이 생겨났다. 표준화된 시스템 안에서 데이터 활용으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그 결과를 전사에 공유하고, 다시 보완해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유진 운영 담당자는 이러한 노력 끝에 "문제 없는 게임 환경 제공"에 "거의 가까워진 상태"이지만, 그 결과에 대한 판단은 "고객들이 변화를 실제로 체감할 때 가능한 것"이라 강조했다. 내부에서 변화를 느끼고는 있지만, 데이터 드리븐 운영의 기반을 더욱 다지고 완성도를 높여 나가야 하는 단계에 있다고 한다. 추후 넥슨 게임의 운영에서 이러한 변화가 피부에 와닿게 느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