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게임의 '게임 디자인'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수많은 개발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대형 게임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문화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너무 어렵게 설명할 필요 없이, 모두가 일치단결하고 즐겁게 일하며 적은 갈등과 원활한 소통 속에서 보람을 느끼며 게임을 만들어야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08년 입사해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는 넥슨코리아 임훈 <프로젝트 EL> 디렉터가 <AxE>, <프러시아 전기>에서 대형 게임 디자인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조직을 구성하고 어떻게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자신의 경험에 빗대 성공적인 대형 조직 운영을 위한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 <AXE> 개발 포스트모템 - 목적 조직 구조의 장단점
<AXE>는 2015년 1월 킥오프해 2017년 9월 론칭한 모바일 MMORPG다. 임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개발에 합류했을 때는 7명의 작은 조직으로 막 개발을 시작하고 있었을 때다. 인원이 적은 만큼 시나리오 담당과 인벤토리를 담당하는 인력이 같이 있는 등 조직 세분화가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이후 인력을 확장하면서 해외론칭팀, 글로벌팀, 일본팀 등으로 조직이 분화됐다. 목표가 다른 조직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이다.
<AXE>는 목적 조직에 가까운 구조 속에서 개발됐다. 하나의 게임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펑션을 하나의 조직에서 한다고 보면 된다. 레이드 개발로 이야기하면 시나리오나 시스템 내러티브 담당이 한 팀에서 운영되는 것이다.
목적 조직의 장점은 한 팀에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있으니 여러 가지를 수정하기 쉽다. 업무 프로세스가 가볍고, 발주 문서를 쓰기도 용이하다. 팀 하나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 오너십이 높다. 단점은 전문 요소의 맥락 부재다. 팀마다 비슷한 콘텐츠를 만드는데 퀄리티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제너럴 리스트 위주 조직이기에 '기능 조직'보다 작업자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100% 목적 조직화가 어렵다. 재화 등 희귀 직군의 내재화가 어렵고, 모든 직종을 내재화하려면 리소스를 크게 쓰게 된다. 보통 리소스 낭비를 막기 위해 자연스레 하이브리드 조직화된다.
<AXE>에서 아쉬웠던 점은 미흡한 조직 구조 구축이었다. 라이브 조직의 목적조직을 그대로 이식하다 보니 마찰이나 퀄리티 표준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조직을 기능 조직화하고 이들이 업무의 마감을 담당하게 됨녀서 개발 병목 현상과 파열이 발생하기도 했다.
리더 선임 실패 사례도 있었다. 외부 인력이 합류하거나 사내 리더에게 추천을 받아 리더를 정하면 조직과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교체하는 경우가 리소스 낭비가 생겼다. 그리고 목적조직의 목적이 완전히 나뉘었을 때의 대응책도 미비했다.
잘 된 점도 있었다. 게임은 무사히 출시됐고, 하나의 명확한 평가 기준을 통해 조직 문화의 빌드업이 잘 됐다. 상대 평가를 통해 주니어에게도 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 개발자 육성에서는 성공적이었다. 조직 내부에서 로열티를 쌓아 온 구성원에게 리더를 맡기면 확실히 역할을 맡아 준다는 점을 깨달을 수도 있었다.
<프라시아 전기>는 2018년 3월 킥오프해 2023년 3월 론칭한 모바일 MMORPG다.
임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합류한 조직은, 게임 디자이너 20명 이상으로 구성된 조직이었다. 조직원마다 어느 정도 세부 포지션이 존재하고 기능 조직화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다만, 20명의 넘는 조직의 최상위 리더로 합류했다는 것은 기존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확인 결과 누군가의 문제라기보단, 디렉션과 게임 디자인의 괴리로 방향성 논의에서 항상 혼란이 있었다.
논쟁이 이어지다 보니 일정이 늦어지고, 일정이 늦어지니 다른 직군들에게서 신뢰를 잃고, 이 상황에서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판단이 보류되는 등의 악순환이 있었다. 이에 게임 디자이너의 언어로 명확한 디렉션과 레퍼런스를 진행해 해석의 여지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문제가 빠르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조직과 개발 규모가 커지면서 세부적인 디렉션은 점차 어려워져 갔다. 이에 게임 디자인 조직 문화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조직문화란 한 조직의 암묵적 사회 질서로, 폭넓고 일관된 방식으로 조직원의 태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광범위한 주제지만, 중요한 것은 조직의 문화가 구성원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고, 구성원의 행동이 다시 조직의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시행착오 끝에 좋은 조직 문화는 4가지 방법을 통해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비전이다. 비전은 게임 디자인 조직원의 비전으로써 문서로 명문화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만드는지에 대한 필라가 필요하다. 잘 정리된 비전 문서가 있어야 해석의 여지 없이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기 좋다.
여기서 두 가지가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레퍼런스 게임을 하나만 잡으면 좋지 않다. 게임의 코어는 어떤 것을 레퍼런스할 것인지, 전투는 무엇을 레퍼런스할 것인지 등 구체성을 띄어야 한다. 그리고 타깃 유저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가능하면 순위까지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채용이다. 채용은 양날의 검이다. 잘 된 채용은 조직문화를 빠르게 완성시키지만, 잘못될 경우 조직문화를 무너트리고 잘 하는 사람까지 이탈시키는 등 큰 악영향을 준다. 잘 된 채용보다 잘못된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실패한 채용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레퍼런스 체크를 잘 해야 한다. 면접 및 수습 과정에서 전 회사나 조직에 대한 블레임이 심한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수습 결과인데, 수습 기간은 항상 짧기에 결과가 애매하다면 차라리 수습 연장을 하는 편이 낫다.
세 번째는 평가다. 평가는 '어떤 조직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가'를 구성원에게 명확하게 인지시킬 수 있기에 중요하다. 조직 문화 실현을 위해서는 긍정 피드백과 부정 피드백을 잘 사용해야 한다. 긍정 피드백은 잘 한 사람에게 중요 업무를 할당하고, 주요 회의에 참여시키고 개인적인 인정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정 피드백으로 조직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어떻게 지원을 할 지에 대해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모션도 중요한데, 부정 조건이 있는 구성원은 프로모션에 신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정된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프라시아 전기>를 출시할 수 있었다. 특히, 개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에서도 각 조직의 리더십 공백 상태가 적은 등 외부 리더 채용 없이 리더십 공백 상태를 줄일 수 있었다. 리더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구조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규 구성원이 조직에 빠르게 녹아드는 '멜팅'이었다. 문서를 통한 온보딩은 짧게 하고 최대한 긴 멘토링과 커버링을 통해 업무와 조직 문화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포텐셜이 보이면 업무를 확대하고 로열티를 빠르게 쌓을 수 있도록 지원했고, 로열티가 쌓이면 언제라도 주요 결정권을 위임해 구성원이 오너십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프라시아 전기> 조직 포스트모템 - 기능 조직의 장단점
잘 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기능 조직에 대한 장단점 이해 부족이었다. 기능 조직이 앞서 언급한 목적 조직의 상위호환은 아니다. 기능 조직은 목적 조직과 달리, 기능별 전문가끼리 하나의 조직을 형성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기능 조직을 사용한 이유는 이미 합류 시점부터 조직 구조가 그러했고, 업계에서 대형 게임 개발에 일반적으로 사용했고, 인원이 적은 시점에는 잘 동작했기 때문이다.
기능 조직의 장점으로는 높은 전문성이다. 높은 전문성을 가진 리더만 있어도 안정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조직 확장이 명확하고, 목적 조직보다 작업 만족도가 높다. 그 대신 HRM(인적자원관리)의 난이도가 높고, 회색지대와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개발 합류 7개월 당시 업무 프로세스 명문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가령 에픽 퀘스트를 만들고자 하면 내러티브 -> 퀘스트 -> 경제 밸런스와 시스템 순으로 프로세스가 잘 맞춰 흘러가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 게임 개발은 반복 작업을 통해 재미를 강화하는 것인 만큼, 끝없는 핑퐁이 이어지고 서로 발주 문서만 엄청나게 작성하게 된다.
책임 소재가 애매한 회색 지대도 문제가 된다. 가령, 사냥터 경험치 설정은 레벨 디자인과 전투 밸런스 중 '전투 밸런스'에서 잡아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레벨 디자인 팀에서 '폭젠 지역'(몬스터가 매우 빠르게 생성되는 지역)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누가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지 애매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매번 RNR(업무 분장)이 필요한데, 해결을 위해 나서는 리더가 결국 비판을 당하기 쉽다.
그렇기에 기능 조직과 목적 조직을 일부 조합한 '하이브리드 조직'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하이브리드 조직도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시도해 본 조직 구조는 아니나, 매트릭스 조직 구조라는 것도 존재한다. 해외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기능 조직의 리더와 목적 조직의 리더가 둘 다 있는 방식이다. PD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각 전문가 조직이 있는 방송국에서 주로 쓰인다. 다만, 너무 많은 리더 선임과 단일 작업자가 커버리지를 넘어서는 목적 조직에 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결론 - 각 조직 구조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상황에 따라 선택하라
조직 구조에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조직 체계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기에 이를 잘 파악하고 그리고 리더와 조직의 성향, 게임의 목표, 개발 규모 따라 조직 운영 구조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넥슨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 EL>은 셀 조직으로 시작해 매트릭스 조직으로 나아가는 구상을 하고 있다.
특히, 이런 과정 속에서 얻은 경험이라면 대형 조직일 수록 조직 문화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 문화가 잘 정착되어야 구성원의 만족도가 높고, 결정을 위임하기 쉬워진다. 조직 문화는 조직의 행동과 태도에 너무나 영향이 크기에 비전을 잘 세우고 채용, 평가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잘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프로젝트 EL>에서는 타겟 유저를 위한 의사결정, 플레이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게임 디자인, 레거시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 게임 디자인 완성을 위해 경계 없이 일하기를 핵심 중 하나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