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업계에서는 PC, 콘솔,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포트나이트>, <콜 오브 듀티> 같은 글로벌 히트작들이 플랫폼의 벽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크로스 플랫폼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넥슨에서도 이 거대한 흐름을 타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다. 2023년 당시 한국 게임 중 최초로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했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시작으로 이후 2024년 7월에는 <퍼스트 디센던트>가 PC와 Xbox, PlayStation(이하 PS) 플랫폼 글로벌 동시 출시에 성공하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매그넘 스튜디오의 김성중 PM 팀장의 노력이 숨어 있다. 넥슨에서 12년째 PM으로 근무 중인 그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퍼스트 디센던트> 등 넥슨의 크로스 플랫폼 지원 타이틀의 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김 팀장은 24일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 25)에서 ‘<퍼스트 디센던트> PC·콘솔 크로스 플랫폼 론칭 도전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크로스 플랫폼에 도전하며 겪었던 자신의 시행착오와 이 과정에서 PM이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매그넘 스튜디오의 김성중 PM 팀장
# 크로스 플랫폼 게이밍이란?
김 팀장은 크로스 플랫폼 게이밍을 “하나의 계정으로 게임이 지원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단순히 PC, 콘솔, 모바일 등 여러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닌, 모든 플랫폼에서 동일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진정한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크로스 플랫폼 게이밍 시장은 콘솔 개발사들이 관련 정책을 완화되면서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커지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콘솔 플랫폼홀더들은 크로스 플랫폼 지원에 인색했으나, 2021년 Xbox가 무료 게임에 한해 자사의 온라인 서비스 요구 사항을 제거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관련 정책들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PS가 플랫폼 간 재화 공유를 허용했으며, 2023년에는 크로스 플랫폼 환경에서 플랫폼 ID 대신 인게임 ID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크로스 플랫폼 지원이 더욱 용이해졌다.

2021년 이후 플랫폼홀더들의 관련 정책이 완화되면서 크로스 플랫폼도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크로스 플랫폼 지원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 단계인 ‘크로스 플레이’는 유저가 하나의 플랫폼에서만 접속 가능하지만 다른 플랫폼 유저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단계이다.
크로스 플레이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플랫폼의 친구와 같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함께 플레이하는 유저 수가 증가하면서 매칭 퀄리티는 향상되고 대기 시간은 단축된다. 최근에는 AAA게임 개발사들도 멀티 플레이 기반 라이브 서비스 모델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크로스 플레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두 번째인 ‘크로스 프로그레션’은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는 단계다. 보통 2개 이상의 플랫폼을 오가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를 지원하는 이유는 추가적인 편의 기능을 통해 이를 필요로 하는 특정 유저층에게 기존 게임과의 차별성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크로스 VC’ 단계는 플랫폼 간 유료 재화 공유가 가능해지는 단계다. 여러 플랫폼에서 구매한 유료 재화를 하나의 지갑으로 관리하고 인게임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들을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쉽게 말하면 일종의 공유 지갑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퍼블리셔 계정 연동이 필수적이기에 2단계인 크로스 프로그레션이 우선되어야 한다.

크로스 플랫폼의 세 가지 지원 단계

크로스 플랫폼 환경에서 BM을 구성할 때 무엇이 다른 플랫폼과 공유가 가능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크로스 플랫폼 개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크로스 플랫폼 개발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게임에 필요한 필수 기능들을 목록화하는 작업이다. 계정 관련 피처, 소셜 기능, 유료화, 콘솔 플랫폼 정책 관련 항목들을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콘솔 서브미션 단계별로 개발해야 하는 항목들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크로스 플랫폼 지원에 필요한 주요 기능들.
너무 많아서 단계별로 꼭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크로스 플랫폼 디자인과 개발 프로세스는 크로스 플랫폼 지원 단계 결정, 필요한 피처 리스트업, 목업 디자인 완성, 개발팀 내부 리뷰를 통한 구현 방향성 확정, 서브미션 계획 수립, 테스트와 피드백 반영을 통한 버그 수정과 폴리싱 순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기 위해 플랫폼홀더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플랫폼홀더들의 깐깐한 검수를 통과하기 위해 게임의 디자인이 플랫폼 정책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절차는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목업 디자인이 완성되는대로 검토를 요청해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좋으며, 2~3회 정도의 피드백을 거치면서 디자인 문서와 빌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렇게 준비된 자료들은 추후 서브미션 진행 시 함께 제출되므로 실제 빌드와 싱크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크로스 플랫폼 디자인의 개발 과정

크로스 플레이 개발 시에는 검수용 브랜치를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서브미션을 준비할 때는 빌드 안정성을 위해 리소스 추가는 최대한 몰아서 하는 것이 좋다.
콘솔 크로스 플랫폼 개발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면 이제는 크로스 플랫폼 베타 진행을 위한 서브 미션을 준비할 차례다. 이를 위해서는 베타 테스트 진행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모집 규모와 CBT(클로즈드 베타 테스트) 또는 OBT(오픈 베타 테스트) 방식을 정하고, 베타 방식에 맞춰 베타 PS의 ‘TRC(Technical Requirement Checklist)’와 Xbox의 ‘XR(Xbox Requirements)’ 같은 플랫폼홀더들의 관련 정책들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Xbox 플랫폼의 경우 베타 테스트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가 중요하다. 테스트 참여 인원이 1만 명 미만일 경우 XR 검수 대상에서 제외되어 개발 부담이 줄어들지만, 1만 명 이상의 CBT나 OBT는 파이널 서브미션의 약 60~70% 수준으로 필수 개발 항목들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놓치기 쉬운 부분 몇 가지를 정리하자면 베타 문구 표시나 인게임 에셋의 지적재산권 준수 여부, Xbox 네트워크 기능 및 전용 UI 기능 지원 여부 등이 있다.
PS 플랫폼의 베타 서브미션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검수 분량은 최종 단계인 마스터 서브미션의 약 30% 정도로, 베타 서브미션 진행 시 크로스 플랫폼 디자인 문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므로 기획한 내용 기능들이 잘 작동하는지 사전에 검증이 필요하다. 연령 등급, 자녀 보호 기능, 멀티플레이어 권한 등 주로 계정 인증과 관련된 검수가 이때 이뤄진다. PS 플랫폼에선 CBT와 OBT 사이의 TRC의 요구 사항이 다르지 않으며, 베타 서브미션 횟수는 약 2회 정도를 예상하면 된다.
김 팀장은 OBT 기준으로 약 6개월 정도의 리드 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면 베타를 준비하고 출시하기에 적절한 기간이라고 제시했다. 워크백 스케줄 방식을 활용하여 출시일을 기준으로 해야 할 일을 리스트업한 뒤 각 항목별로 리드 타임을 역산하여 관리하는 것을 권장했다.

김 팀장이 권장하는 베타 서브미션의 대략적인 타임 라인

안정적인 스케줄 관리를 위해 출시일을 기준으로 일정들을 역순으로 정리해 관리하는 '워크백 스케줄'을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 “베타 서브미션이 모의고사라면, 마스터 서브미션은 수능”
베타 서브미션까지 마쳤다면 이제 남은 것은 최종 단계인 마스터 서브미션이다. 베타 서브미션이 일종의 모의고사였다면, 이번 마스터 서브미션은 본 게임인 수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스터 서브미션은 베타 서브미션과 전반적인 절차는 동일하지만 난이도가 높다. 필요하는 자료는 더욱 많아지도 플랫폼홀더들의 검수도 깐깐해진다. 특히 이때부터는 론칭 빌드도 함께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PM 입장에선 업무의 난이도가 훨씬 높아진다.

마스터 서브미션에서 PS와 Xbox가 검수하는 요구사항 내용
PS의 경우 베타 서브미션 대비 검수 항목이 2배 이상 추가되기 때문에 개발과 검수 기간도 2배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 단계에선 유료화 관련 검수 항목이 추가되고 플랫폼 API 연동 작업이 이뤄지며, 파티 초대와 참가, 채팅 등 소셜 기능 연동 작업의 복잡도가 높아진다.
Xbox의 경우 베타 서브미션을 OBT 기준으로 통과했다면 추가되는 검수 항목은 약 30% 수준으로, PS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때 추가되는 검수 항목으로는 유료화 관련 대응이 있고 인게임 파티 시스템에 엑스박스 API 연동이 추가됩니다. 그리고 도전 과제와 함께 게임 패스 구독자 전용 보상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 Xbox 플랫폼에서는 최초 1회에 한해 무료로 옵셔널 서브미션 진행이 가능하여 이를 사전 검증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스터 서브미션 계획을 수립하실 때 콘솔 검수와 개발 기간은 베타 대비 2배 정도로 잡고 플랫폼 서브미션 횟수는 최대 4회 정도로 확보해 두시는 것이 안전하다. 마스터 서브미션은 정식 출시일까지 대략 7~8개월의 리드 타임을 확보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으며, 첫 마스터 서브미션을 출시 4개월 전에 제출하면 검수 통과까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출시 한 달 전까지 모든 플랫폼에서 검수를 안전하게 통과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출시 전 마지막 단계인 마스터 서브미션의 타임라인
12년 간 PM으로 근무했던 김 팀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PM의 역할을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PM은 개발 초기 단계에선 다양한 레퍼런스 조사를 통해 크로스 플랫폼 개발 방향성을 제시하고 프로젝트에 맞는 플랫폼별 검수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콘솔 서브미션 단계에서는 빠른 스타트로 충분한 리드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검수 단계에서는 반드시 수정해야 하는 이슈에 집중하여 검수 통과를 빠르게 받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은 ‘협업’이다. 플랫폼홀더에는 이미 수많은 타이틀을 론칭한 베테랑들이 있고, 최근에는 넥슨을 비롯한 여러 게임사에서 콘솔 플랫폼 진출에 성공하며 많은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변에 이슈를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하여 여러 트랙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팀장의 조언이다.
끝으로 김 팀장은 “PM의 역할은 지속적인 소통과 조율을 통해 조직 간 정보 불균형을 바로잡고 명확한 목표를 향해 프로젝트가 나아갈 길을 안내하면서 수립한 계획들을 주어진 일정 속에서 실현시키는 사람”이라며 “실제 론칭까지의 과정은 고되고 힘든 여정이 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니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꼭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크로스 플랫폼에 도전하기 위한 PM의 역할.
퀘스트를 깨듯 차근차근 도전해나가야 하는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