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창간 6주년을 맞이하여 '게임, 2라운드(R) 열리다'라는 주제로 특집 연재물을 게재합니다. 최근 게임시장은 산업, 제도, 문화, 인식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른바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낯설고 어둡기만 하던 '게임'이 10여년을 거치면서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임의 키워드도 '성장'과 '산업'에서 '성숙'과 '문화'로 달라지는 한편, 게임 제작과 마케팅을 포함한 시장의 상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창간 6주년 특집 '게임 2R 열리다'를 통해 게임산업의 흐름을 중심으로 각 분야별로 달라진 판도를 정리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주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은 지난 10년간 말 그대로 ‘눈 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단순하게 시장의 규모만 커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장르의 다 변화를 비롯해 퀄리티 향상 등 ‘질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게임사들은 수시로 바뀌는 트렌드에 맞추어 매년 다양한 게임들을 개발해왔다. 이 중에는 예상했던 것 이상의 거대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 있었는가 하면, 기대했던 것에 훨씬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쓸슬히 퇴장하는 게임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계를 좌지우지한 트렌드는 무엇이 있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업계를 좌지우지한 각종 트렌드를 돌이켜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 블록 버스터의 꿈. ‘대작’ MMORPG 경쟁
지난 10년간 온라인 게임업계는 ‘대작 MMORPG’ 경쟁이 끊이질 않았다. 2003년 <리니지 2>의 정식 서비스로 촉발된 대작 경쟁은 중간에 잠시 주춤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의 <테라>와 <블레이드 앤 소울>, <아키에이지>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현재 진행형’이다.
‘대작 MMORPG’가 새삼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리니지 2> 및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2003년~2004년이었다.
<리니지 2>는 당시 온라인 게임의 그래픽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 받았을 정도의 뛰어난 3D 그래픽을 선보였고, 서비스 1년 만에 동시 접속자수 15만 명을 돌파 하는 등. 상업적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WoW> 역시 ‘역시나 블리자드’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의 탄탄하면서도 풍부한 콘텐츠 덕분에 높은 인기를 얻었다.
자연스럽게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당시의 MMORPG 신작들은 저마다 “우리는 더 뛰어나다!”를 외치기 시작했다. ‘대작’, ‘블록 버스터’임을 자처하는 MMORPG들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때로는 자극적인 광고카피나 마케팅도 거침 없이 동원되었다. ‘개발비 X억’, ‘개발기간 X년’ 같은 수식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였다.

파격적인 3D 그래픽을 선보인 <리니지 2>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니지 2>와 <WoW> 이후 2008년 <아이온> 전까지, 대작을 자처한 게임들은 대부분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했다.
개발비 100억 원을 들였다고 적극 홍보한 한빛소프트의 <탄트라>(2003년), 5년의 개발기간, 200억 원의 개발비를 들였다는 CCR의 <RF 온라인>(2004년). <리니지 2>와 <WoW>를 아예 무덤 속에 묻어버리는 광고를 진행해서 충격을 주었던 NHN게임즈(웹젠)의 <아크로드>(2005년).
이른바 ‘빅3’ 라고 불렸던 <제라>(2005년), <썬>(2006년), <그라나도 에스파다>(2006년).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2>(2007년), 한빛소프트의 <헬게이트: 런던>에 이르기까지. ‘대작’이라고 불렸던 MMORPG들은 거의 대부분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시기 MMORPG는 일시적으로 침체기를 겪어야만 했고, 그 자리를 캐주얼 게임에 내주는 굴욕(?)까지 겪어야만 했다.

개발비 200억을 들였다고 적극 홍보한 <RF 온라인>

<리니지 2>와 <WoW>를 무덤에 묻어 버리는 광고로 화제가 된 <아크로드>
대작 MMORPG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물론 게임성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 게임은 동시 접속자수 5만 명 만 넘어도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고 높이 평가받던 시장에서 한 달 만에 동시 접속자수 18만 명이라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
<아이온>의 성공에 고무된 온라인 게임계는 이후 다시 다양한 대작 MMORPG의 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NHN의 <테라>를 시작으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 XL게임스의 <아키에이지> 등. 2011년부터는 다시 한 번 다양한 ‘대작’ RPG들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과연 이와 같은 ‘대작 RPG’ 열풍이 2011년 이후에도 지속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강렬했던 ‘캐주얼 게임’ 열풍
<리니지>나 <리니지 2>, <뮤> 등 난이도 높은 MMORPG에 대한 반발작용이었을까? 2004년 넥슨의 <카트라이더>가 서비스를 시작하던 시기를 전후해서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일대 ‘캐주얼 게임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4년에는 <카트라이더> 외에도 엔트리브소프트의 <팡야>,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 포스>, JCE의 <프리스타일>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캐주얼 게임들이 잇달아 등장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중에서도 <카트라이더>의 성과가 돋보였는데, 레이싱 게임으로는 전인미답의 동시 접속자수 22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 이후 '국민 게임' 호칭을 받은 몇 안되는 게임 중 하나. <카트라이더>
이런 캐주얼 게임들의 성공에 고무된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FPS부터 아케이드, 스포츠, 퍼즐, 레이싱 등. 온갖 장르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CJ인터넷의 <서든어택>(2005년), 야구 게임인 <마구마구>(2006년), <슬러거>(2007년), 소프트맥스의 <SD건담 캡슐파이터>(2007년)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는 작품들이 꾸준하게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캐주얼 게임은 눈에 띄는 성공작보다 최소 수 배 이상은 많은 실패작들을 동시에 양산했다.
<카트라이더>가 꽉 잡고 있는 레이싱 등을 비롯해서 이미 성공작이 자리를 잡은 장르는 신작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스노우 보드, 족구 등.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참신한 장르로 신작을 만들어보니 이 쪽은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 만을 형성한 채 조용히 사라졌다.
2006년에는 월드컵 열풍을 타고 축구 게임들이 20여 개 이상 우후죽순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 중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것은 <피파 온라인> 하나뿐이었을 정도다.
그리고 2011년 현재, 캐주얼 온라인 게임은 거듭되는 실패 끝에 이렇다 할 신작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나마 개발중인 게임은 대부분 ‘RPG 코드’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정통 캐주얼 게임은 거의 남지 않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과연 캐주얼 게임들이 이런 침체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활짝 날개를 펼 수 있을지 앞으로 주목된다.
■ 흥행을 정 조준하라 ‘FPS/TPS’
99년 <카르마 온라인>이 동접 7만을 모은 이래, 온라인 게임계에서 FPS/TPS 게임들은 꾸준하게 그 인기를 끌어왔다.
2004년 <스페셜 포스>가 오픈하고, 2005년 <서든어택>이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다음, 두 게임이 FPS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지만, 게임사들은 저마다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이들의 아성에 도전해왔다.
FPS/TPS 게임 신작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것은 지난 2007년이었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다양한 게임들이 쏟아졌는데, 한빛소프트의 <테이크다운>,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효성CTX의 <랜드매스>, 프리챌의 <투워>, 네오위즈게임즈의 <아바>, YNK코리아의 <스팅>, NHN의 <울프팀> 등. 단순하게 그 숫자만 따져도 10개가 넘는 게임들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7년 이후에도 게임하이의 <메탈레이지>(2009년), KTH의 <어나더데이>(2009년) 등.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신작들이 잇달아 선보였다.

여전히 FPS 게임 최강자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하고 있는 <서든어택>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역시 <스페셜 포스>와 <서든어택>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레드덕의 <아바>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좀비 모드’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넥슨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정도만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을 뿐. 대부분 실패의 쓴 잔을 들이켜야만 했다.
물론 일부 게임들은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 파이어>는 중국에서 동접 200만 명을 기록했으며, 제페토의 <포인트 블랭크>는 인도네시아에서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올랐다.
실패도 많았지만, 현재 FPS 게임은 꾸준하게 신작이 개발되고 있다. 이 중에는 ‘대박’이 기대되는 작품들 또한 많이 있다.
<스페셜 포스>의 후속작인 <스페셜 포스 2>가 2011년 중 서비스를 목표로 제작하고 있으며, NHN의 <메트로 컨플릭트>, 인플레이 인터렉티브의 <피어 온라인> 등. 다양한 신작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 또 <크라이시스>로 유명한 크라이텍은 직접 크라이 엔진 3를 이용해서 온라인 FPS 게임 <워페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과연 이들 FPS 게임들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언리얼 엔진, 크라이 엔진 등. 고성능 엔진을 이용해서 훌륭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는 FPS 게임들이 잇달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크라이텍의 <워페이스>
■ 메이플·던파를 잡아라, 쏟아진 ‘횡스크롤 게임’
<리니지 2> 같은 풀 3D 그래픽의 게임들이 많은 인기를 얻던 시절, 2D 그래픽으로 중무장(?)을 한 <메이플 스토리>(2003년)와 <던전 앤 파이터>(2005년)의 성공은 게임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과 함께 자연스럽게 다양한 ‘포스트 메이플’, ‘포스트 던파’를 노린 횡스크롤 게임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온라인 게임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던전 앤 파이터>
엠게임의 <귀혼>(2005년)을 비롯해 네오위즈게임즈의 <텐비>(2007년), JCE의 <고스트X>(2008년), CJ인터넷의 <서유기전>(2010년) 등. 2005년 이후 쏟아진 횡스크롤 게임들만 모두 다 합쳐보면 족히 50개가 넘을 정도.
2011년 역시 <파이터스 클럽>, <러스티하츠>, <좀비 온라인>, <트리니티 2> 등 다양한 횡스크롤 게임들이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특히 횡스크롤 게임들은 캐주얼 게임의 장점인 접근성에, 저연령층 유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게이머들은 앞으로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횡스크롤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우리도 빅 3 ‘액션 RPG’
<던전 앤 파이터>의 성공은 ‘횡스크롤’ 뿐 아니라 MO방식의 ‘액션 RPG’ 게임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많은 의의가 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2D 액션인 <던전 앤 파이터>와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차원에서 ‘3D 액션 RPG’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특히 좋은 성과를 거둔 <드래곤네스트>
특히 2008년부터는 이른바 ‘액션 RPG 빅 3’라고 불리는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다시금 이슈 몰이로 이어졌다.
<마비노기>의 세계관에 소스 엔진의 힘으로 만들어진 <마비노기 영웅전>, 웹젠 출신 이은상 대표와 박정식 개발이사가 새롭게 힘을 합친 <드래곤네스트>, 그리고 김대일 PD의 신작 <C9>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이런 ‘액션 RPG 빅 3’ 경쟁은 <C9>이 2009년 8월 OBT를 시작하고, <마비노기 영웅전>이 2009년 12월에, <드래곤네스트>가 2010년 3월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계속 치열하게 전개됐다. 지금에 와서 보면 세 개의 게임들은 모두 국내에서 기대했던 것만큼의 ‘대박’을 거두지는 못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그래도 나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드래곤네스트>는 중국 및 대만, 일본 등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사인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지난 2010년 9월 중국 샨다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마비노기 영웅전> 역시 미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 받을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