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동’ 원이삭(SK텔레콤)이 이스포츠 연맹을 떠나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이 됐다. 박현우(무소속) 역시 스타테일과 결별한 후 새 팀을 찾고 있다. 원이삭과 박현우는 한 명의 프로선수로서 더 나은 조건과 환경을 찾기 위해 결심을 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연맹의 규정 미비 문제점이 드러났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연맹 소속이던 선수가 무소속이 됐을 때 곧바로 협회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이제 막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연맹이 경각심을 갖고 받아들여야 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선수들은 원소속 팀과 계약이 종료되거나, 팀이 해체된 상황에 놓이면 일단 협회에 소속 및 등록되어 있는 게임단들이 영입 의사를 타진해 드래프트 등의 절차를 밟아 새 팀을 찾는다.
반면, 연맹에는 이와 관련된 규정이 전무하다. 소속 팀과의 계약이 종료된 즉시 연맹 소속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연맹이 좋은 선수를 키워 놓고 아무런 대가 없이 잃을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연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연맹 선수들의 협회로의 이동을 막자는 뜻이 아니다. 연맹 등록 선수들이 이적 시장에 나온다면 앞서 제시한 협회의 경우처럼 일단은 연맹 게임단들이 협상권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절차라는 이야기다.
곰TV의 회장사 취임 이전에 이스포츠 연맹과 한국e스포츠협회는 선수 교류 협약을 체결해 2013년 10월까지는 이적을 불허했다. 하지만 계약이 종료된 무소속 선수들에 대한 허점이 지적되어 왔고, 이번 사례를 통해 이 협약만으로는 연맹이 그 동안 열심히 키워온 선수들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연맹은 얼마 전 해체를 발표한 TSL 소속 선수들에 대한 계약 대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무소속이 된 선수들이 계약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혹시라도 당할 수 있는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고,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된 규정은 아직 없지만 연맹 소속 선수들의 거취 문제는 연맹이 끝까지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할 일이기 때문에 옳은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연맹 등록 선수들에 대한 이적 관련 제도 및 절차는 연맹의 근간을 지킴과 동시에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이적료에 관련된 규정도 필요하다. 원이삭, 박현우의 경우는 스타테일과 계약이 종료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적료에 대한 논의가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선수가 팀 이동을 원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선수들이 팀을 옮길 때 발생하는 이적료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프로스포츠단의 주요한 수익원이자, 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e스포츠에서도 과거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선수들의 이적이 있을 때마다 일정 금액의 이적료를 지불해왔다.
e스포츠도 엄연한 프로스포츠다. 연맹 소속 선수들이 협회 소속 1군 선수들처럼 모두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자신이 속한 프로게임단의 인프라를 활용해 상금을 벌어들이고 인기를 모았다. 단순히 숙소 임대료, 식비만 생각해봐도 프로게임단이 선수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프로게임단은 이윤 추구 단체다. 게다가 현재 연맹 프로게임단들은 선수들이 벌어들인 상금을 전적으로 선수들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후원사 작업 및 팀 단위 리그 상금으로만 팀을 꾸려가고 있고, 감독의 사비까지 팀 운영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운의 팀 TSL은 새 후원사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팀 운영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해체 결정을 내렸다.
연맹과 소속 게임단들은 경제적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수익 모델 연구와 후원사 유치에 힘써야 한다. 이것은 이스포츠 연맹이 결성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동시에 보유 선수들이 이적을 할 때 정확한 기준을 통해 이적료를 산출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이적료가 발생할 만한 선수 이동 상황은 무수히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적료는 연맹 게임단들의 중요한 수익원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 회장사 제안을 수락하고 정식 취임한 곰TV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이스포츠 연맹은 실질적으로 이러한 업무를 처리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이적 관련 규정의 부실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계기로 이와 관련된 다양한 규정을 새롭게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연맹은 프로게임단과 선수의 계약 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하고, 연맹 등록 선수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게임단에서 이탈하는 선수, 이적을 원하는 선수가 발생하는 경우에 연맹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이적료에 관련한 규정도 마련해야 연맹 내에서의 선수 이동, 연맹-협회 간의 선수 이동 상황에서 프로게임단이 정당한 이득을 취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곰TV가 취임한 이스포츠 연맹의 본격적인 활동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연맹이 힘을 갖고 소속 게임단들의 권익 및 e스포츠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매우 많다. 그 중 선수 등록 및 이적과 관련된 규정의 재정비는 이스포츠 연맹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