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축구 경기를 조금이라도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유리몸'이라는 말을 알 것이다. 몸이 약해서 부상을 자주 당하는 선수를 비꼬는 말인데, 실력이 좋은데도 이런 '유리몸'을 가지고 있는 탓에 제대로 전성기도 누려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는 전설적인 유리몸 선수로 꼽히는 '하그리브스'가 있다.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맹활약하다가 큰 기대를 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지만, 첫 시즌을 제외하곤 계속 부상 속에서 지냈다. 계약 종료 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지만 결국 한 시즌 만에 방출됐고, 지금은 게임상에서도 찾을 수 없는 무적 선수가 됐다.
▲ 유리몸의 대명사가 되버린 '하그리브스'.
사실 하그리브스뿐만 아니라, '유리몸'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선수들은 많다. 부상만 없다면 세계 최고의 윙이 될 수 있었을 '아르연 로벤'이라든가 원더보이 '마이클 오웬' 등 부상을 자주 당해서 축구 팬들의 아쉬움을 사는 선수들이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대한 현실성을 반영한 스포츠 게임인 <피파온라인 3>에서는 이런 '유리몸' 선수들의 '부상 빈도'까지 반영돼있을까? 스탯이 아무리 좋아도 만약 부상이 빈번하다면 영입해선 안 되는 법! 지금부터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실제 축구의 부상 빈도가 게임에도 반영됐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쓸데없는 실험실] 현실의 부상 빈도, 게임에서도 적용됐을까? |
이 실험에 최적격인 선수는 '하그리브스'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무적 상태로서 어느 팀에도 소속돼있지 않다. 결국 <피파온라인 3>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다른 선수를 찾아야만 했다. 하그리브스와 견줄 정도로 '유리몸의 대명사'에 속하는 선수는 누가 있을까?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 유리몸의 아이콘 '마이클 오웬'과 '아르연 로벤'.
출처: 구글 이미지
하그리브스의 대체자로는 '마이클 오웬'과 '아르연 로벤'으로 정했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에 '오웬 부상', '로벤 부상'이라고 치기만 해도 관련 기사와 포스팅이 쏟아질 정도로 이미 오랜 세월 부상의 악몽과 함께한 선수들이다.
▲ 게임 상의 오웬과 로벤에게 열과 성을 다해서 태클을 걸어보겠다.
대상은 정해졌으니 이제는 실험해볼 시간이다. 동료 기자 한 명과 함께 오웬이 속해있는 스토크 시티와 로벤이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을 선택하고 이 둘에게 태클을 퍼부어보기로 했다.
▲ 실험 대상에게 태클이 집중될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해낸 9-0-1 포메이션.
<실험 방법>
1. 오웬과 로벤에게 각각 슬라이딩 태클(A)을 50회씩 시도한다.
2. 부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선수가 달릴 때 태클, 백태클을 위주로 시도한다.
3. 집중적으로 태클할 수 있도록 9-0-1 포메이션을 사용한다(상단 이미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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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벤의 팬으로써 실험을 하는 내내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 내...내가 부상이라니!!
▲ 축구가 아니라 패싸움을 하는 기분...
▲ 드디어 50번째 태클이다 ㅠㅠ
태클만 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파온라인 3> 수비 인공지능이 높은 탓에 다른 선수가 공을 뺏어버리는 경우도 많았고, 달리는 선수에게 '정확히 다리를 노리는' 태클을 넣기도 어려웠다. 경고와 퇴장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선수마다 깊은 태클 50회씩을 완료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결과 공개! 게임 상에서 부상빈도란 없다! |
부상도 두 종류가 있다. 녹색 십자가 마크는 '경미한 부상'이므로 경기 중 치유될 때도 있고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주진 않는 부상이다. 붉은색 십자가 마크야말로 해당 경기는 물론이거니와 그다음 경기까지 출전하지 못하게 하는 심각한 부상을 의미한다.
▲ 붉은 십자가가 뜨면 심각한 부상이므로 즉각 교체해줘야 한다.
50번씩 체크하면서 경미한 부상은 세모 표시로, 심각한 부상은 엑스 표시로 체크했으니 이를 참고 해서 아래의 표를 확인해보자.
■ 마이클 오웬 50번 태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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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부상 1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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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연 로벤 50번 태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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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부상 1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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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부상당할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실험 횟수가 다소 적어서 정확한 확률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현실의 유리몸 선수가 게임상에서도 유리몸일 것'이라는 추측만큼은 틀린 게 분명하다.
유리몸을 걱정해서 로벤이나 오웬같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영입하자. 게임은 게임일 뿐 '부상 빈도'까지 따지지는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