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TIG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새해를 맞이해서 더욱 더 열심히 게임과 관련된 정확한 법적인 이야기를 TIG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게임과 관련한 특허분쟁 사례를 말씀 드려야 할 차례인데요, 그 전에 잠시만! 여러분 혹시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요?
기본적으로 뼛속까지 게이머인 우리는 트롤(Troll)이라는 단어에 무척 익숙하죠. 저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하던 시절 호드의 종족 중 하나인 ‘트롤’을 플레이했었습니다. ‘불타는 성전’ 이전 세대인데, 대격변 이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고 하는 무역항에서의 일들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특허괴물’(Patent Troll, 페이턴트 트롤)이라는 말은 2001년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Intel, 여러분이 PC 조립할 때 CPU를 어디 것으로 선택할지 고민하는 그 인텔 맞습니다)에 근무하던 사내 변호사가 오늘날 우리가 ‘특허괴물’로 불리는 형태의 기업인 테크서치(TechSearch LLC)로부터 인텔이 소송당했을 때 처음 사용한 용어라고 합니다.

사실 판타지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괴물이라고 하면 ‘트롤’도 있고, ‘오크’도 있고, ‘오우거’도 있는데 왜 하필 트롤이 ‘괴물’로 번역이 되었냐고 하면 참 뭐라 할 말도 없고, ‘우리 트롤이 왜 어디가 어때서 괴물이냐’고 반문하시면 딱히 드릴 말씀도 없습니다. 아무튼 우리말로 번역할 만한 용어가 없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특허트롤’이라고 하면 더 이상하잖아요?
법적인 의미에서 불리는 용어에 이런 장난스런(?)인 단어를 쓰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생각됐던 것인지, 요즘은 이들을 NPE(Non-Practicing Entity)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용어가 조금 더 실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학술적으로 격식 있게 들려서 그런지 최근에는 법조계에서도 열리는 세미나나 컨퍼런스에서 조금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NPE란 쉽게 말하면 ‘(특허를) 실시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의미입니다. 통상 ‘특허괴물’이라고 하면 특허를 이용해 제품을 직접 생산, 판매하는 등의 기업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특허권에 기인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주 수익 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을 말합니다. 회사일 수도 있고 개인일 수도 있는데, 회사인 경우가 더 많죠.
엄밀히 말하면 오로지 다른 자에 대한 소송을 목적으로 하는 특허괴물과 특허 보유를 목적으로 조직되는 NPE를 조금 더 넓게 보아 서로 다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거의 같은 의미로 혼용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연재에서 저 또한 NPE와 특허괴물을 같은 것으로 보고, 혼용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만, ‘특허괴물’을 더 많이 쓸 것 같네요.

특허괴물은 먼저 개인 발명가나 대학 연구소, 파산 직전의 기술기업으로부터 특허를 헐값에 사들여서 광범위한 기술 특허 풀(Patent-pool)을 구축합니다. 이후 해당 특허 풀 내에 있는 특허와 유사한 기술을 보유하고 실시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회사가 발견되기를 기다렸다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손해배상액을 받아내거나 합의를 통해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주 사업모델로 둡니다.
이런 형태의 사업모델은 20세기 말, 21세기 초반에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상대적으로 특허와 관련한 법제도가 잘 정비돼 있고, 소송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에서 주로 발전해 왔습니다. 역시나 건국 당시부터 특허권 등 지적재산의 보호를 강조한 나라이면서, 변호사의 천국이라 불리는 국가답죠.
유명한 한국 기술기업 중에서도 미국에 진출했다가 특허괴물로부터 소송을 당한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대기업이야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처음에 미국에서 소송을 당하기 전 특허 침해에 대한 경고장을 받았을 때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미국은 특허소송이 걸리는 경우 소송비용(변호사비용)만 해도 몇십만 불씩 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소송 자체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반강제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거나 미국 시장에서 아예 철수해버리는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들은 타깃 회사가 업계에서 어느 정도 성장 단계에 진입하여 수익을 내게 되기를 기다렸다 소송을 개시하기도 합니다. 먹잇감이 통통하게 살이 오를 때를 기다리는 셈이니, 괴물이라는 말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니겠네요.
특허괴물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삼성이나 LG와 같이 기술에 기반하면서도 ‘제품’을 생산해내는 회사들이 주로 공격대상이 됐습니다. 이들은 특허 실시여부를 판단할 때 ‘제품’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있어 타깃이 되기 쉬웠죠. 이미 글로벌기업이었던 소니나 애플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NPE들의 특허 포트폴리오도 소프트웨어나 사업모델 쪽으로도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특허를 보유한 NPE들은 전략적으로 특정 사업 분야가 성장세에 들어가 수익이 대폭 증가했다가 안정세에 접어들 때에 해당 업계에 속한 주요 업체들을 목표로 한 소송, 즉 일종의 ‘수확’을 시작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습니다.
결국 게임 쪽도 이제는 특허괴물의 위협으로부터 더 이상 자유로운 상황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죠. 이미 엔씨소프트나 넥슨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시작해 글로벌 서비스를 실시하게 된 회사들도 삼성이나 LG만큼은 아니지만 해외에서의 특허분쟁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튼 중간정리를 하면, 게임과 관련한 특허분쟁의 경우, 개인 발명가나 실제로 특허를 실시하고 있는 경쟁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해외에서 (하드웨어를 제외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게임관련 특허분쟁은 특허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특허괴물로부터 시작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게임관련 특허와 관련하여 또 하나 생각해야 할 문제는 지난 연재 ‘게임과 특허: 특허 대상이 되는 발명과 특허요건’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은 부분들입니다. 소프트웨어 특허나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 사업 모델에 대한 특허는
1) 그 자체가 특허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항상 논란이 있고,
2) 모호한 용어의 사용과 그 용어에 해당하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특허 내용(청구항)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으며(예를 들면 ‘핸드폰’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1995년, 2005년, 2015년 각각의 시점에서 다른 의미로 읽힐 것입니다),
3) 업계에서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술이거나 팁 수준의 간단한 방법임에도 문서화된 자료가 드물어 특허의 유효성을 공격할 만한 자료(신규성이나 진보성이 없음을 들어)를 찾기가 힘든 점이 종종 문제가 됩니다.
다음의 사례도 이런 점을 주목하면서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월즈(Worlds, Inc.) VS 액티비전 블리자드 (Activision Blizzard, Inc. et al.)
게임과 관련한 해외 특허소송 사례 중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와 월즈(Worlds)의 특허분쟁 사례는 제가 보기에는 최근 사례 중 가장 유명하고, 한국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TIG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특허괴물이 어떤 유형의 특허를 소송에 이용하는 걸 좋아하는지 잘 이해하실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2012년 3월 30일에 월즈(Worlds)라는 회사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액티비전 퍼블리싱,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3개사를 상대로 특허 침해를 이유로 한 소를 메사추세츠 주 법원(Massachusetts District Court)에 제기합니다(원고 회사 이름이 ‘세상들’이네요;;).
이 회사는 피고들의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콜 오브 듀티>에서 자신들의 특허가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었는데, 침해 여부가 문제된 특허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일단 이 특허의 첫 번째 청구항 내용을 우리말로 대충 번역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특허와 청구항에 대해 잘 모르시더라도 청구항은 ‘특허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를 설명한 것’이라는 감만 일단 잡고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청구항 1. 각자가 아바타를 가지고 있는 첫 번째 사용자와 다른 사용자들이 아바타와 관련된 클라이언트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각각의 상기 클라이언트 프로세스는 서버 프로세스와 통신하며, 다음과 같은 방법에 부합하는, 상기 가상공간에서 첫 번째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들과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
(a) 전체 또는 그 이하의 수의 다른 이용자들의 아바타들 위치를 서버 프로세스로부터 받고;
(b) 받은 위치에 기반하여 첫 번째 이용자에게 보여주어야 할 다른 이용자들의 아바타들의 집합을 결정함,
(a)와 (b) 과정이 첫 번째 이용자의 클라이언트 프로세스에서 수행되는 것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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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아시겠는지요? TIG 독자분들 중에서 개발자이거나 개발을 해 보신 분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단은 위에서 제가 밑줄을 그은 부분을 보면 이 특허가 방법(Method) 특허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을 풀어서 설명해 볼까요. 여러분들이 인터넷에서 3D로 된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는 캐릭터(아바타) 채팅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러분이 어떤 이용자라고 할 때 가상세계 내에서 여러분의 위치는 PC에 설치된 클라이언트가 서버와 계속 통신을 하면서 갱신이 될 것입니다.
하나의 가상세계 내에서 다른 이용자들의 위치는 내 클라이언트에도 전송될 것이고, 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은 아마도 다른 이용자들의 위치와 내 위치, 내 시선 방향에 따라 지금 내 컴퓨터 화면에 어떤 캐릭터들이 보여지면 되는지를 결정을 하고 화면에 내 근처에서 내 시선 방향에 있는 캐릭터를 보여 주겠지요.
위 특허에서 다루어진 내용이 바로 클라이언트 프로세스에서 수행되는 위와 같은 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특허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캐릭터 채팅이나 MMORPG의 서버-클라이언트 구조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인데, 위 특허의 경우 어떤 계산과정을 통해서 이용자의 화면에 표시될 캐릭터들을 결정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특허는 모호하지만 아주 광범위하죠.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예로 들어 볼까요. 저는 제 트롤 캐릭터를 가지고 세나리우스 서버에 접속을 하겠지요. 메아리섬을 떠나 도착한 오그리마에서 지금 제 트롤 캐릭터 앞에 왼편에 타우렌과 그 오른쪽에 언데드 캐릭터를 가진 다른 이용자들이 있다고 합시다.
지금 제 PC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라이언트는 서버로부터 제 위치, 타우렌의 위치, 언데드의 위치를 모두 받아서 제 화면에 타우렌과 언데드를 보여주면 된다는 결정을 하고 화면에 이 둘을 그리고 있을 것입니다. ‘화면에 보여주어야 할 아바타들의 집합’에 타우렌과 언데드가 포함되겠네요.
그런데 만약 제가 방향을 왼쪽으로 돌려서 타우렌만 제 시야에 들어오게 되면, 제 PC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라이언트는 셋의 위치를 받아 타우렌만 보여주기로 결정을 하고 화면에 타우렌만 그릴 것입니다. 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언데드는 위치를 알고 있더라도 굳이 그릴 필요가 없겠죠. ‘화면에 보여주어야 할 아바타들의 집합’에는 이제 타우렌만 남을 것입니다.
보다시피 특허에 기술된 내용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그대로 하고 있네요. 그러니 특허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원고측의 주장이었습니다.
참고로 다음 그림은 이 특허의 특허 명세서에 첨부된 그림(도면) 중 하나인데, 살펴보시면 한 눈에 보시기에도 아주 전형적이고 통상적인 캐릭터(아바타) 채팅을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좀 당황스럽죠? 아바타가 펭귄이네요.

이 사건의 전체적인 절차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만, 소송 도중 블리자드는 월즈가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특허를 출원하기 전에 이미 특허의 내용에 해당하는 기술을 실시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에 해당 특허가 무효인 것으로 보인다는 약식 판단을 소송 절차 내에서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특허 요건으로 신규성을 따질 때 살피는 해당 특허 이전에 존재했던 발명에는 발명자 자신이 이미 공개해버린 발명도 포함이 되는데, 월즈가 특허 출원보다 최소한 1년 이전에 이미 아바타 채팅을 서비스한 적이 있었다는 점에 근거해서 판단을 받은 것이죠.
이것으로 소송이 블리자드의 승리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외 언론의 예측이 있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해당 사건은 아직 계속 진행 중이긴 합니다. 이것은 한국과 미국의 소송절차상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월즈는 문제가 되는 특허를 보정하는 형태로 여전히 블리자드에 대해 공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캐릭터 채팅’이 특허가 된다니 놀랍지 않으신지요. 이 사건이 경악스러운 것은 월즈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대부분의 MMORPG 서비스 업체는 이들의 타깃이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런데 특허괴물이 주로 하는 소송의 유형을 살펴보면 이와 같이 광범위하고 기본적인 기술에 근거한, 어찌 보면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보이는 특허를 이용해서 하는 소송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개발자들이 ‘발명’이라고까지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죠.
이 사건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첫 질문은 ‘이게 특허가 되나?’ 입니다. 그리고 다음 질문은 ‘왜 특허괴물은 이런 특허를 가지고 소송을 하는가?’ 입니다. 그리고 끝으로 ‘왜 이런 특허를 통한 공격을 막기 힘든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은, ‘특허가 될 때도 있습니다’입니다. 물론, 어느 나라에서든 특허를 심사하는 특허청의 심사관들은 해당 분야에 대해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서 선행기술의 존재 여부나 특허대상이 된 발명의 용이성 등에 대해 철저히 심사를 하는 편입니다. 다만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형태의 게임이나 서비스 프레임 자체를 특허로 출원한다고 할 때 그 발명이 쉬운 것인지 아닌지를 일일이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이 사건에 인용되었던 특허 중 최초의 것은 2000년 8월 3일에 출원되었습니다(2007년 등록). 그리고 위 사건에서 인용되지는 않았지만 월즈의 관련 특허 중 가장 빠른 것은 1996년 11월 12일에 출원(2001년 등록)됐습니다.
1996년 11월에 특허를 심사하면서 3D 아바타 채팅에서 아바타를 표시하기 위한 클라이언트의 처리 방법이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인지, 이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할 만한 심사관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그 때라면 한국에서는 바람의 나라가 이제 막 첫 걸음을 걷기 시작하던 시절이니깐 말이죠.
그러니 업계에서는 당연히 쉽게 생각할 수 있고 누구나 쓰고 있던 기술도, 여러분이 모르는 사이 특허로 등록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쉽게 말하면 ‘돈이 되기 때문’이고, 세 번째 질문과 함께 답하면 ‘특허가 무효라는 증거를 찾기도 힘들고, 방어를 위해 소송을 하는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월즈는 사실 원래부터 특허괴물은 아니었습니만, 스스로 실시했던 서비스들이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재정상황이 좋지 않게 되자 특허괴물로 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발상을 바꾸어 보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채팅을 하는 요소가 들어 있는 모든 게임이나 서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손해배상을 받아내거나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니 보기에 따라선 참으로 매력적인 사업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방어하는 쪽에서는 특허의 효력을 무력화시키려면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문제 삼아 공격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야 할 터인데, 앞의 예시에서 1996년이나 2000년 무렵의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요? 인터넷을 검색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증거를 찾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국가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특허는 일단 등록이 되면 무효가 되기 전까지는 그 효력이 유효한 것으로 추정되고, 특허를 침해하면 침해자는 침해행위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즉, 충분한 증거를 모아서 특허의 효력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받기 전까지 특허는 계속 유효하게 존속하므로, 침해소송에서 피고는 상당한 부담을 갖고 방어에 임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앞에서 말씀 드렸지만, 특허소송은 법률 서비스 중에서도 보다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라 일반 소송에 비해 변호사나 로펌을 선임하는 비용이 더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한 단계의 방어만을 위해서도 그나마 괜찮은 가격대의 변호사나 로펌을 쓰는 데 20만 ~ 30만 불 정도(우리돈 2억 4천 ~ 3억 6천만 원 가량)는 우습게 들어간다고 하니, 차라리 특허괴물에게 로열티를 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죠.
특허괴물들은 이런 점들을 잘 알고 권리를 광범위하게 주장할 수 있는 기초적인 특허를 수집하고, 타겟을 정해 로열티 협상을 하다, 결렬되면 소송으로 나아가는데, 게임업계에서도 이런 일이 드물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송 전에 협상으로 종결된 사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으니 알 수 없지만, 국내에서도 가끔씩 소송사실이 기사로 알려지는 경우가 있죠.
제 개인적으로 보기에 특허괴물의 존재는 특허라는 제도가 꽃피는 과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하나의 돌연변이라 생각됩니다. 새로운 사업모델이라 보기에는 산업 자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결국 제도에 의한 해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나마 아직까지 게임업계가 다른 IT산업에 비해 특허괴물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은 다행인 것 같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