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심했던 한 주 건강히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매일 출퇴근할 때 각각 한 번씩 한강을 건너 다니는데, 이번 주 내내 아침에 한강을 건널 때 자욱한 안개처럼 미세먼지가 날리는 풍경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주말엔 원래의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다시 보고, 일요일엔 스마일 미소를 짓는 무지개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네요.
아마 이용자가 게임 계정 정지를 당해 그 복구를 요청하다가 게임회사 고객센터와 논의하는 것 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게임회사와의 소송을 앞두게 됐을 때. 그 심정이 꼭 지난 주의 희뿌연 날씨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용자와 게임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소송에 대해 살펴 볼 것입니다. 이 주제는 소송의 배경이나 소송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관계, 법리적인 부분과 절차법 등을 설명 드려야 해서 3~4주 정도에 걸쳐 연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긴 내용이 될 테지만, 쉽게 설명할 테니 별로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특히 오늘은 서론이라 법적인 논의는 거의 없습니다.

TIG 독자 여러분 중에서 혹시 게임 서비스 제공자(개발사나 퍼블리셔)를 상대로 정지된 게임 계정을 복구해 달라거나 아이템을 원상회복시켜 달라는 소송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제가 예상하기에는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자와 게임회사 사이의 분쟁이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없지는 않지만 드물게 발생하는 일’입니다.
지난 연재까지 저는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 게임 계정에 관한 법률관계를 설명해 드리면서, 이용자는 그에 대한 채권적 권리를 갖는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게임 아이템, 캐릭터, 게임 계정은 어디까지나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속하는 것이고 이용자는 게임 서비스 제공자와 약관에 따라 체결한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용권만을 갖는다는 의미라는 점도 설명해 드렸습니다.
잠시 관점을 좀 바꾸어서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창조한 게임 속 세계와 그 세계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권리를 갖습니다. 어떻게 보면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거대한 디지털 놀이공원을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이용자는 창조자가 허락한 범위 내에서 게임을 이용하는 셈이죠. 일견 당연한 논리이고, 창조자가 세상을 좌지우지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어차피 게임은 게임 서비스 제공자의 것이니깐요.
저 또한 이런 점이 법적으로도 이상할 것은 없고 약관에 이를 확인하는 조항이 있다고 하여 부당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그것이 알고 싶다’의 말투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은 왜 게임 서비스 제공자를 상대로 소송을 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게임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되는 데에서 기인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게임이란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이용자는 게임 서비스 제공자 또는 다른 이용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라 할 수 있는데요. 게임 계정이 정지를 당한 이용자는 그 정지가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게 되므로 그간 게임 속에서 누려온 즐거운 경험 또한 더 이상 연속성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어떤 면에서 게임 계정이 일시 정지되는 것은 게임 속 캐릭터에게는 게임이 제공하는 가상사회로부터 격리되는 벌을 받는 것이라 할 것이고, 게임 계정이 영구 정지되는 것은 가상사회로부터 영원히 축출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재를 당한 계정에 속한 캐릭터들이 위와 같은 제재를 받는다고 해서 실제로 그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이용자에게도 현실 세계에서의 생활에 제약이 가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용자에 게임 속 세계의 캐릭터에 대하여 가졌던 애착 정도에 따라 어떤 이용자는 자신의 아바타가 사회로부터 격리를 당하거나 영구적으로 추방을 당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 이용자는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는 게임 속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게임 서비스 제공자와의 소송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게임 캐릭터나 아이템을 둘러싼 소송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 중 일종의 ‘사회적 요인’이라 볼 수 있죠. 비록 가상 사회이지만 자신이 속해 있던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니깐요.

그런데, 실제로 위와 같은 이유만이 원인이 되는 소송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는 이유가 단지 게임 속 사회나 커뮤니티가 제공하는 소속감과 가상의 경험이 주는 즐거움 뿐이라면, 그 이용자는 새로운 계정을 생성하여 게임을 즐기면 족하기 때문이죠.
비록 게임 서비스 제공자들이 이용자의 인적 사항을 기준으로 제재를 가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게임만을 즐기는 것이 목적인 경우에는 타인의 명의로 계정을 생성해 접속하는 방법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물론 그에 따른 별도의 법적 문제가 발생하긴 합니다만), 일부 게임의 경우에는 별도의 채널링 계정을 이용하는 방안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용자가 소송을 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벽은 ‘소송’이라는 수단을 선택함으로써 발생하는 ‘법률 비용’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이용자들은 대체로 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법을 잘 아는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게 되는데, 소송 전반에 대해 소송 대리를 맡기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고, 법률 서면 작성에 한정하여 도움을 받으려 하는 경우라면 법무사를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 증가와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법률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변호사의 수가 현저히 증가한 이후 개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기 위한 소송 수임료가 해마다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변호사에게 사건 하나를 맡기려면 적어도 착수금으로만 200만원은 주어야 합니다(법률시장의 수임경쟁으로 인해 많이 내려간 것입니다. 그리고 승소하는 경우 성공보수는 별도입니다).
법무사에게 서류 작성만을 의뢰하는 경우에도 건당 10만~3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게임을 그저 즐기기 위한 목적에서 이런 비용을 감당하고 소송을 할 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변호사 없이 본인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는 경우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이런 경우를 실무상으로는 ‘본인 소송’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소송 상대방이 되는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회사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회사의 위임을 받은 변호사가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소송을 수행하죠. 본인 소송을 하는 당사자는 법률적 지식이 없이 법정에서 사건에 불리한 진술을 아무렇지 않게 해 버릴 수 있는 점 등 불리한 위치에서 소송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가집니다.
비유하자면, 본인 소송을 하는 당사자는 프로테니스 선수와 경기를 하기 위해 테니스 코트에 들어서면서 테니스의 규칙조차 잘 모르고 코트에 선 일반인과 비슷한 셈이죠. 상대가 받아 치는 공에만 집중해도 이길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시점에서 내가 어쩌다가 받아 친 공이 우리 코트에서만 두 번 바운드된 후 떨어진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그 상황이 나에게 득점이 되는지 상대방의 득점이 되는지도 모르고 경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용자가 게임 서비스 제공자를 상대로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 상황은, 내가 정지를 당한 바로 ‘그 게임 계정’을 복구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이유가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게임 계정이 사실은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소송을 불사해야 할 정도로 ‘이용자가 보기에’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우겠죠.
이 두 상황이 마치 다른 이유 같지만 사실은 바로 ‘그 게임 계정’을 복구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이유란 다시 말해 그 게임 계정 속에 무언가 값진 것이 남아 있는 경우라고 할 터이니, 실은 이 두 상황은 하나로 수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용자가 소송을 하게 되는 두 번째 이유인 ‘경제적 요인’ 입니다.
제가 오늘 연재의 앞 부분에서 이용자와 게임회사 사이의 분쟁이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없지는 않지만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했던 것 생각나시는지요? 통계적으로 제가 조사를 해 보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아마도 이용자와 게임회사 사이의 분쟁이 손에 꼽을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는 이유는 게임 내에서 희귀한 아이템이 발생해 획득되는 빈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리해보죠. 게임 계정의 정지를 당한 이용자는 게임이 주는 즐거움을 더 누리기 위해 계정의 복구를 청구하는 소송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게임계정복구 소송의 사회적 요인). 그러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행태의 실질상, 단지 즐거운 경험을 더 이어가고자 법률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까지 불사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용자가 소송이라는 수단을 택하게 되는 이유는 그 계정에 대해 이용자가 비용을 투입해서라도 반드시 복구를 받아야 할 만한 어떤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게임계정복구 소송의 경제적 요인).
우리가 이전에 논의했던 법리에 이 문제를 다시 더하여 생각해 볼까요?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약관에 따라 게임 내 계정, 캐릭터, 아이템에 대한 이용권을 이용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므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금전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는 약관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라 타당한 결론이기도 합니다(물론 유상으로 판매되는 아이템이나 정액제 게임의 경우 그 서비스에 대한 가치는 별도의 논의가 있고, 게임 서비스 제공자들도 약관에 별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나아가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위와 같은 이용권에 대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유상으로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관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용자가 불법 프로그램(오토 혹은 핵 프로그램) 사용 또는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금지하는 아이템 거래를 이유로 계정을 정지당한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계정을 정지당한 이용자가 소송을 하는 주된 이유는 그 정지당한 계정 속에 다른 이용자에게 판매한다면 상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나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게임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가 주장하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그 아이템을 다른 이용자에게 양도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들키지 않았더라면 그 가치를 누리거나 그 정도의 대가를 받고 아이템을 양도할 수 있었겠지요.
더욱이 그 대가가 소송에 들어가는 법률비용을 투입해서라도 구해내야 하는 고가의 아이템이라면, 이 이용자는 소송 대리인을 선임해서라도 소송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리니지> ‘진명황의 집행검 +5강’ 처럼 말이죠.
오늘은 게임 계정을 둘러싼 소송의 배경이 되는 원인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게임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의 소송들을 살펴보면 각각 그 내용이 다 달라서 세부적인 사항들을 모두 다루기는 어려운 관계로, 논의를 일반화하여 거칠게 전개한 감도 없진 않으니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끝으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법률적인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려 하는 경우, 당사자들은 이미 소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이 상대방과는 일전을 불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소송에 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게임 계정에 속한 캐릭터나 아이템을 되찾는 것이 주된 이유가 되고, 부수적으로 게임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오는 당혹감과 게임 서비스 제공자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촉하며 겪게 된 상황에 대해 감정적인 부분(상담원의 고객 서비스가 친절했다고 해도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으니)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소송을 결심하게 됩니다.
반면 게임 서비스 제공자들은 소송을 당하는 경우 그 상대방이 약관을 위반한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조기에 합의해줄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특정 이용자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합의를 해 준다면 다른 이용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을 끝까지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양측은 이런 비장한(?) 마음을 품고, 법이 정한 공격과 방어의 장인 법정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죠.
게임 계정의 복구를 구하는 소송의 배경을 살펴 보았으니, 그럼 다음 연재에서는 게임 계정에 대한 소송에서 다루어지는 법리적인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