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두 ‘N’사의 ‘결별’이 화제가 되었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우리는 지금까지 게임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의 관계를 살펴 보면서 두 ‘N’사와 더불어 또 다른 ‘N’사의 약관을 일부 살펴보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결별’ 이전까지 3개의 ‘N’사는 참 복잡하게 얽혀 있었는데요, 오늘 살펴볼 이야기도 조금은 복잡하긴 하지만 ‘N’사 이야기에 비하면 간단한 편이니 가볍게 민법을 산책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지난 연재 AS
지난 연재[게임 속 아이템은 정말 나의 것일까?]가 게시된 후, 댓글의 반응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지난 연재에서 제가 논의를 전개한 방법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사-이용자 관계에 대한 TIG 독자 여러분들의 다양한 견해 중에는 법적인 입장과는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연재에서 저는 이용자가 실제로 게임 아이템을 소유하는 것과, 게임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게임 아이템에 대한 이용권을 부여 받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말씀 드리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썼습니다.
일단 법적인 권리관계에 대해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기 보다 주요 게임사들의 이용약관을 직접 보여드려서 권리관계의 내용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글의 서술을 풀어가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네오와 빨강, 파랑 알약 선택의 비유를 들어 ‘이용자가 인식하고 실제라고 믿고 있는 사실’과 ‘게임 아이템에 대한 법률관계를 통한 법적인 현실’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설명을 위해 사용했던 방법으로 보여드린 주요 게임사들의 이용약관은 게임 아이템과 같은 콘텐츠와 관련된 모든 권리가 게임사에 속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내용을 두고 있었는데요, 이것이 마치 반대로 해석해 보면 게임사가 이용자에게는 권리가 없다는 느낌이라 부당한 약관인 것 같은 뉘앙스를 주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비유로 사용한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의 현실에 대한 각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그간 현실이라 믿었던 기존의 인식이 잘못된 것이고, 실제의 현실은 인간이 기계들에게 지배당하고 있어서 극복해야 하는 부당한 상황임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보면 논의의 서술을 위해 제가 사용한 장치들이 글을 받아들이는 TIG 독자 여러분들의 입장에서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잠시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게임은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만들거나 만든 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것에 대해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부당한 것일까요?
제가 지난 연재에서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던 내용의 요지는,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가지는 것이 법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 드리고자 했던 것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자체에 있어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부당한 약관을 이용자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창작한 것에 대해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부당한 것이 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보여드린 약관의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 관련된 일부만을 인용한 것이고, 비유로 들었던 예시가 선악구조가 명확한 영화의 내용을 예로 들었기 때문에, 여러분의 댓글을 보면서 제 설명이 오해를 낳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제목을 뽑으면서도 다소 도발적인 물음을 던졌던 것 같기도 하네요).
또 한편으로는 사실관계와 그것을 설명하는 법의 논리가, 법적 기준으로 타당하고 사회현상에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 온라인게임 서비스 제공자들의 경우 서비스의 내용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개별 사안에서 이용자들과 분쟁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분쟁을 겪는 이용자들의 감정은 게임 서비스 제공자들에 대해 상당히 격양된 경우가 많아서 쉽게 돌이킬 수 없습니다.
법적인 영역을 떠나서 게임사가 이용자들이 느낀 답답함을 해갈해 줄 수 있다면 문제가 더 쉽게 풀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까지 분쟁이 진행됐다면 그것은 법논리의 문제보다는 깊이 쌓인 감정의 골로부터 기인하는 문제가 더 클 것입니다.
지난 연재 이후 생각이 많아져서 이번에도 서두가 길었네요. 연재를 하고, TIG 독자 여러분들의 반응을 살피다 보면 이와 같은 성찰의 시간이 올 때가 있는데, 이런 점에서 저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게임 아이템 거래가 안되는 이유? 채권의 양도성
자, 이제 예고해 드린 바와 같이 게임 아이템의 양도를 금지하는 것이 어떻게 법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잠깐, ‘법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사안’이라고요? 이번에도 고개를 좀 갸우뚱거리게 되지 않습니까?
지난 연재에 첫 댓글을 달아 주신 TIG 독자분과 같이 직관적인 이해력을 가진 똑똑한 분이시라면, ‘아니 게임 아이템에 대한 권리는 어차피 게임 회사들 거고, 이용자는 사용권만을 갖는 것이라면서, 그러면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양도가 안되도록 정하면 양도를 못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관점이 기본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법적으로 채권은 단순히 일방이 양도를 못한다고 선언하는 것 만으로 채권의 양도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한 번 살펴 볼까요?

지금까지 연재에서 저는 이용자와 게임 서비스 제공자의 관계는 약관과 약관에 포함되는 운영정책을 통해 그 내용이 정해진 계약에 따라 정해지는 ‘채권관계’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그런데 채권은 민사상 재산권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자유롭게 양도가 가능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보면, A, B, C 세 사람이 있고, A가 B에게 지금 당장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즉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A가 C로부터 1,000만원에 차를 사기로 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면, A는 C에게 1,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차를 살 수도 있지만, 그 대신 B에게 ‘내가 당신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제 C에게 양도하겠으니 1,000만원을 C에게 주십시오’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채권은 재산권이어서 자유롭게 양도가 가능합니다. 민법에서는 위 예시와 같이 A가 C에게 B로부터 돈 받을 권리를 양도하는 것을 ‘채권양도’라고 하고, A가 C로부터 차량을 매수한 행위, 즉 채권을 양도하게 된 이유가 되는 법률관계를 ‘원인관계’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원인관계가 무엇이 되든 채권 그 자체를 양도하고 이를 양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채권의 양도성에 대한 민법 규정을 한 번 보실까요?
채권의 양도성
민법 제449조(채권의 양도성) ①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일단 민법 제449조 제1항은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고, 단서에서 그 성질상 양도가 불가능한 채권은 양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채무이행에 특정한 기술이 요구되거나 그 당사자만이 이행이 가능한 행위를 약정하는 것은 성질상 양도가 불가능한 채권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게임 아이템에 대한 사용권, 즉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임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성질상 양도가 불가능한 채권은 아닐 것입니다. 게임 내에서는 게임 콘텐츠가 제공하는 방식에 따르는 경우에는 양도나 거래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니깐요.
게다가 민법 제449조 제2항을 보면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면 양도할 수 없지만, 그 의사표시로서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채권을 양수한 사람(제3자)이 선의였으면, 즉 그 채권이 양도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채권을 양수했으면 그 사람에게 채권을 양도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는 이유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앞의 예시에서 A와 B사이에 A가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딴 사람에게 절대 양도하지 않고 오로지 B에게서만 받기로 하는 약정이 되어 있다는 조건을 더해 보죠. 이 사례에서 그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C가 A로부터 채권을 양수한 경우 C가 A와 B 사이에 채권양도를 금지하는 약정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양수하였다면 B는 C에게 1,000만원은 A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서 C에게 줄 수는 없다는 항변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C가 A와 B 사이에 그런 약정이 있다는 걸 모르고(법문에서 ‘선의’란 모른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악의’란 알았다는 의미이고요. 즉 이 때의 善과 惡은 착하고 나쁜 것이 아니라 ‘모를 善’과 ‘알 惡’ 입니다) 채권을 양수했다면 B는 1,000만 원을 A에게만 지급하기로 했다는 점을 들어 C에 대한 1,000만 원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법문에서 ‘대항하지 못한다’라는 말의 의미는 이런 것입니다).
조금 복잡한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시면 상식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크게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채권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양도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걸 알고도 제3자가 양수를 했다면 그 제3자에게는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 맞을 것이고, 양도를 하지 않기로 한 사정을 모르고도 제3자가 양수를 했다면 그 제3자가 갖는 채권에 대한 신뢰는 보호를 해 주어야 하겠지요.

이제 다시 게임 아이템에 대한 채권관계의 논의로 돌아오면, 이용자가 갖는 게임 아이템에 대한 사용권은 성질상 양도가 불가능한 채권은 아닙니다. 그러나 잠시 후에 살펴볼 바와 같이 대부분의 게임 서비스 제공자들은 약관을 통해 회사가 인정하지 않는 방법을 통한 양도를 금지하거나 유상 양도(매매 등을 통한 양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채권계약의 당사자인 게임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에서는 채권의 양도를 금지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 셈입니다.
이제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여 양수하기로 한 다른 이용자가 있다고 할 때 이 이용자가 게임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게임 아이템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민법에 의하면 이 이용자가 선의라면, 즉 약관에 명시된 양도를 금지하기로 한 사정을 몰랐다면 게임 서비스 이용자는 양도를 하지 않기로 한 사정으로 대항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게임 아이템을 양수한 다른 이용자는 그 또한 게임의 이용자이므로(게임의 이용자가 아니면서 게임 아이템을 돈을 주고 구입하는 이용자는 없을 터이니) 이미 게임 서비스 제공자의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약관에 동의하여 계약을 체결합니다. 즉, 이 계약을 체결함으로 인해 게임 아이템의 양도가 금지된 사정을 알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따라서 게임 아이템을 양수한 이용자는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에서 말하는 ‘선의의 제3자’가 될 수 없는 것이죠.
정리하면 게임 아이템의 양도가 금지되는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게임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권리는 게임 아이템에 대한 사용권으로 계약에 의해 성립하는 채권이다. ▶ 채권은 원칙적으로 양도가 가능하지만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해 양도를 금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양도가 금지된 사실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양도 금지를 이유로 권리행사를 거절할 수 없다. ▶ 그런데, 게임 아이템에 대한 사용권은 양수인 또한 게임 이용자이므로 (일정한 경우: 유상양도나 매매의 경우 등)양도가 금지된 사정을 알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게임 아이템은 당사자 사이에서 양도가 금지되며, 양도가 금지된 사실에 대해 선의였음을 이유로 게임 서비스 제공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
오늘은 지면관계상 3개 ‘N’사의 게임 약관을 직접 찾아서 나열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논의한 내용과 관련하여 각 회사들의 약관을 확인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의 약관 조항을 참고하여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 넥슨 서비스 이용약관 제22조 제2항 제3호 - 엔씨소프트(플레이엔씨) 이용약관 제13조 제1항 제10호 - 넷마블 (온라인) 이용약관 제13조 제1항 제10호, 넷마블 모바일 이용약관 제15조 제6호 |

끝으로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져 보겠습니다. 양도가 불가능한 채권을 거래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될까요? 통상의 경우, 양도금지약정의 존재를 알고도 채권을 양수한 양수인은 채무자에게 채무의 이행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결국 채권을 양도하기로 한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됩니다.
즉 채권양도 자체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니 원인관계가 되는 채권양도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양도인은 채권양도의 대가로 수수하기로 했던 대금을 양수인에게 반환하는 것으로 정리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입니다.
게임 아이템의 경우에도 양도인과 양수인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양도인은 금전적 대가를 수수하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쉽게 말하면 연락이 안 되거나 잘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겠지요), 혹 양수인인 이용자가 게임 서비스 제공자의 운영정책에 의해 현금거래를 이유로 제재까지 당한 경우라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요원해집니다.
원래 양도 대상이 됐던 해당 게임 아이템에 대한 이용권을 반환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런 경우 이용자는 게임 서비스 제공자, 즉 퍼블리셔나 게임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도 합니다.
이제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게임 서비스 제공자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 대해 살펴보아야 할 때가 되었네요. ^^; 그럼 다음 연재에서 뵙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