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와 유치의 줄타기의 대작 '키드갱' 추천/자랑
먼저 사족부터.....
낡은 정치인 퇴출 분위기가 널리 퍼지고 ‘정치 신인’을 바라는 목소리가높아지면서 이른바 ‘정치 얼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각 정당이 정치권 밖의 유명인사를 의정활동 능력보다는 ‘얼굴 값’을 우선으로 영입하면서 등장한 용어이다. 국민의 ‘정치 신인 육성 열망’이 자칫 ‘변종 정치인 양산 프로그램’으로 흐를까 걱정되는 것이다.
신영우의 ‘키드갱’은 조직 폭력배들이 ‘얼짱 신생아’ 철수를 키우는과정을 그린 ‘조폭 코미디물’이다. 정통 건달을 주장하는 ‘피의 화요일파’ 보스 강대봉이 부하 셋을 체포한 형사의 아들을 유괴한다. 이때 석연치 않은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나 형사 부부는 사망한다.
조폭이 형사를 이겼지만 전리품은 ‘양육 책임’ 밖에 없는 꼴이 됐고 때아닌 ‘육아와의 전쟁’이 펼쳐진다. 육아만화 장르는 아이의 성장 과정중에 겪는 에피소드를 시간대 별로 나열한 것으로 ‘잘 못 키운 자식에 대한 연민’을 기본 정서로 한다.
육아를 책임지는 부부가 대개 초보 양육자이고 보면 아이의 성장과정은 곧양육자의 실수와 좌절의 기록이고, 반성 또는 자기정당화의 시간이 된다.
예컨대 아이를 업고 전봇대 앞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것은 기저귀도 안 찬아이가 등판에다 소변을 본다는 식이었음을 깨닫고 애 키우는 아빠가 할일이 아니었음을 반성한다. 또 ‘오냐 오냐’ 하면서 키워 놓고는 집에서하던 버릇을 밖에서도 한다며 ‘요즘 아이들은 다 그렇다’는 말로 양육책임을 피해간다.
상황 파악 못하고 생글생글 웃는 아이에게 책임을 미룬들 아이를 미워할수는 없으니 ‘무책임한 양육자와 무지한 아이의 관계’가 곧 육아만화를재미있게 하는 요소이다. 물론 정당의 정치 얼짱 카드가 이런 식으로 흐른다면 대성통곡할 일이다.
신영우는 데뷔 4년 차인 1998년 이 작품을 전작 단행본으로 발표하면서 주목 받는 작가가 됐다. 독자가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상을 소재로 ‘조폭액션’ ‘허무개그’ ‘악취미’ 코드를 버무린 것. 최근 유행하는 각종 장르 요소를 한 작품에 정성스럽게 담은 ‘장르만화 종합 선물세트’인셈이다. 조폭 육아 만화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으나작품 외적으로는 무려 3번이나 출판사를 옮기는 등 비운을 겪었다.
운수 사나운 작품이지만 내용만큼은 ‘웃으면 복이 와요’급이다. 특히 기존의 육아만화가 가정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치중한 탓에 개인적이고감성적인 소재로 흘렀다면 이 작품은 가정 외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집중하면서 집단적이고 외향적인 즐거움을 만들어냈다. 즉 ‘육아 문제’가 친권자 개인의 비공개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잔치(조폭 주인공들 탓에 범법적인 요소가 많지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키우기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일보 발췌)
이젠 내가 말할 차례인가?
내가 아는 '키드갱'은 중독성이 강한 유치뽕짝 만화다. 근데 무쟈게 재미있다. 얼마만큼 재미있냐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하다. 만화가 신영우씨는 인간의 본성적인 소재를 갖고 유치와 추잡, 유머 그리고 위트의 경계선을 넘나는다.
어쩔 때는 엄청 지저분하면서도 가끔씩 배꼽을 붙잡게 하는 위트는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내가 이 책을 손에 잡은 것은 2000년. 이 책이 발간된 지 1년도 훨씬 지났을 시기다. 그렇지만 나는 만화방에 갈 때마다 신간코너에서 '키드갱'이 나왔는지 힐끔 쳐다본다. 그리고 주인 할머니께 말한다.
"키드갱 신간 안나왔어요?"
어떻게 된 만화책인지.. 5년 넘게 발간한 만화책이 이제 겨우 17권이다. 이거 사람을 미치게 한다. 2000년말에 취직. 2001년 초 대학 졸업. 그리고 기나긴 직장생활과 솔로생활이 이어졌다.
키드갱을 잊을만한 때가 다가오면 다락방에 먼지자욱한 앨범이 떠오르듯 아기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럼 나는 만화방에 가야 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 '키드갱'을 보기 위해서다.
아기의 표정을 봐라. 눈이 옆으로 쫘악~ 찢어지고 가슴을 펴고 주먹을 야무지게 쥔 것이 영락없는 조폭스타일이다.
머리도 짧은 스포츠 머리. 두말할 나위도 없다. 입도 옆으로 삐죽~ 빼고 있는데다가, 미간사이에 제법 힘도 줬다.
불량스러운 아이다. 하긴 조폭들 사이에서 자라난 아이의 조폭스러운 일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되긴 하다. 하지만 가끔씩 '쪼개는'(예쁘게 웃는) 표정을 볼 때마다 "아기는 아기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아기가 너무나도 예쁘다. 하지만 너무나도 불행한 과거를 갖고 태어났다는 게 아쉽다. 엄마, 아빠의 얼굴도 모르는 아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 만화에서 이 양반을 빼놓고 말한다면 그야 말로 앙꼬없는 찐빵과 다를 게 없다. 바로 '대봉형님'이다.
이 남자를 볼 때면 기분이 나쁘다. 왜냐면 명랑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으로써 지녀야 할 매력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밥맛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가끔 무식하고 단순한 면을 볼 때면 인간적인 면을 물씬 느끼기도 한다.
올백한 머리. 아저씨스럽다. 하지만 수염사이로 가려진 꽃미남스러운 외모를 어떻게 할 건가? 그리고 옷사이로 숨겨진 우락부락한 근육은 무엇인가?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려고 안달인데 이 사람은 오히려 여유를 부리고 이걸 감추려고 한다. 그래서 싫다.
한마디로 하자면 중국영화의 성룡과 이연걸스럽다고 말해야 할까? 뛰어난 자신의 능력을 감추면서 조금씩 드러내는 것. 그래도 극중에서 이 아저씨의 씀씀이는 정말 맘에 든다.
아.. 말을 해도 하고픈 게 너무 많다. 시리즈로 말해도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마지막 한명을 더 소개하고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겠다.
그리고 마지막. 히어로는 바로 홍구다.
일자눈썹에 단순한 그. 그는 그만의 고유한 세상을 가진 것 같다. 개미가 인간을 주황색 공으로 본다는 것은 베르나도 베르베르가 갖고 있는 위트다.
홍구가 바라보는 세상도 그렇다. 영화의 엑스트라 배우로 우아하게 죽는 걸 그는 '샹그리라~'하게 표현했다.
내가 만화방에서 깔깔 웃게 만들었던 부분이다. 쓰러지는데 '샹그리라~'라고 한다면 어떤 걸까?
이 만화의 위트는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술만 마시면 엄청난 싸움꾼이 된다는 설정은 너무 흔하다. 하긴 이 만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각종 무협과 만화 그리고 영화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그리 큰 틀에 벗어나지 못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만화에 열광하는 것은 바로 그 줄타기와 홍구의 유머설정이다. 지금 조봉형님이 해남에 내려가서 싸움을 한판 붙는다고 한다는데 그 뒷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신영우 작가님~ 만화책 기다리다가 목이 빠져 키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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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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