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히어로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이제 낯설지 않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초인적인 활약과 화려한 액션은 이미 충분히 소비됐고, 최근에는 오히려 그 이면을 비트는 작품들이 더 큰 주목을 받아왔다. 히어로의 윤리와 책임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 더 보이즈, 폭력성과 성장 서사를 결합한 애니메이션 인빈시블이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게임 DISPATCH(디스패치) 역시 슈퍼히어로 세계관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히어로가 직접 싸우는 대신, 사건을 배치하고 관리하는 ‘관리자’가 주인공이다. 작년 10월 PC와 플레이스테이션5로 먼저 출시된 이 작품은 히어로 장르에 직장 코미디와 선택형 서사를 결합한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으로, 스팀에서 96%의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기록했다.
2026년 1월 29일, DISPATCH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도 출시됐다. 기존 스팀 버전이 8개 에피소드를 나누어 공개했던 것과 달리, 스위치 버전은 전 에피소드가 하나로 묶인 합본 형태로 제공된다. 가격은 32,000원으로, 접근성 또한 비교적 낮은 편이다.

DISPATCH의 시각적 인상은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에 가깝다. 강렬한 색 대비를 활용한 전투 연출과 컷 분할, 카메라 워크는 게임이라기보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초반부에서 보여주는 선명한 색채 대비는 슈퍼히어로 장르 특유의 상징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연출의 완성도는 몰입감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장면이 구성되며, 컷 전환과 카메라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서사를 따라가는 데 부담이 없다. 게임 내에서는 시네마틱 모드와 인터랙티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전자는 스토리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고, 후자는 퀵타임 이벤트를 통해 플레이어의 개입 비중을 높인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전직 히어로 로버트 로버트슨이 있다. 그는 한 사건을 계기로 현역에서 물러난 뒤, SDN(Superhero Dispatch Network)의 디스패처로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 범죄자 갱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직된 Z팀을 관리하며, 히어로와 빌런의 경계에 놓인 인물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각 캐릭터는 외형부터 성격, 과거사까지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과의 관계는 갈등과 협력, 때로는 로맨스로 확장된다. 슈퍼히어로 세계관을 ‘직장’이라는 현실적인 공간에 끌어들이면서, 작품은 자연스럽게 블랙 코미디와 풍자, 인터넷 밈을 활용한다. 이로 인해 이야기는 과장된 히어로 서사보다는 인간관계 중심의 직장 드라마에 가까운 결을 갖는다.
DISPATCH는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충실히 따른다. 주요 장면마다 제시되는 선택지는 단순한 분기점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기억과 관계도에 영향을 미친다. 선택의 누적은 서사의 방향뿐 아니라 동료들과의 거리감을 바꾸며, 동일한 이야기도 플레이어에 따라 다른 인상으로 남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다회차 플레이의 의미도 분명하다. 이전에 선택하지 않았던 답변이나 행동을 통해 전혀 다른 관계와 전개를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에피소드 말미에 제공되는 선택 통계는 플레이어의 결정이 얼마나 다른 선택과 대비되는지도 보여준다.

게임은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는 약 45~60분 분량이다. 초반 에피소드는 주인공의 몰락과 재기를 다루고, 이후 Z팀이 결성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에피소드 단위의 구성은 플레이 흐름을 자연스럽게 끊어주며, 마치 드라마를 한 편씩 감상하는 리듬을 만들어낸다.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에서 종종 지적되는 ‘게임성 부족’ 문제를 DISPATCH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완한다. 사건 발생 시 히어로를 배치하는 미니게임은 단순한 연출용 요소가 아니라, 캐릭터의 능력치와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전략적인 선택을 요구한다.
각 히어로는 고유 능력과 서로 다른 스탯을 지니고 있으며, 미션 성공 여부에 따라 성장 요소도 적용된다. 일부 구간에서는 주인공과 특정 캐릭터의 협력이 스토리와 게임플레이 양쪽에서 의미 있게 작동하며, 서사적 성취감을 더한다.

스위치 버전 DISPATCH는 8개 에피소드가 모두 포함된 완전판에 해당한다. 분할 공개로 인해 흐름이 끊겼던 기존 버전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720p·30프레임, 닌텐도 스위치2에서는 1440p·60프레임을 지원해 기기 성능에 따른 차이도 분명하다. 전체 플레이 타임은 약 6~8시간 수준으로, 선택에 따라 여러 번 반복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대비 만족도도 준수한 편이다.
디스패치(DISPATCH)는 슈퍼히어로 장르를 소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화려한 전투 대신 선택과 관계, 그리고 관리자의 시선을 통해 세계관을 해석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히어로 세계관을 좋아하면서도, 이야기에 개입하고 결과를 지켜보는 경험을 선호하는 플레이어라면 주목해볼 만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