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열기가 다소 식었지만 한때 PVP를 중시하는 온라인게임이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던 컨텐츠가 있었다. 바로 PVP의 꽃이라고까지 불리는 '공성전'이다.
비록 온라인게임 속이라고는 하나 개인이나 길드가 하나의 성 혹은 마을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귀가 솔깃한 소리. 게다가 대부분의 게임이 성을 얻은 자에게 단순한 즐거움뿐만 아니라 막대한 부가수익 또한 안겨주는 만큼 이런 ‘성에 대한 욕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공성전은 과연 언제 무슨 게임에서 시작됐으며 또 어떤 식으로 발달하게 된 것일까? 여기 필자 나름대로 공성전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임들과 그에 얽힌 재미난 사례들을 모아봤다. '디스이즈아이온'과 함께하는 MMORPG 특집! 그 첫 번째 공성전 이야기 START! /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공성전의 시작. <리니지>
다소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공성전이라는 것 자체를 본격적으로 갖추고 등장한 첫 온라인게임은 바로 <리니지>다. ‘올바른 왕위계승권을 노리고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룬 신일숙씨의 만화 <리니지>를 원작으로 하다 보니 자연히 성과 관련된 컨텐츠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각 혈맹이 성을 놓고 전투를 벌인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됐던 것이다.
보기엔 이렇지만 당시엔 ‘혁명’에 가까운 아이디어였다.
결과는 대 성공. 공성전과 거의 동시에 이어진 성을 소유한 혈맹이 일정량의 세금을 얻을 수 있었던 시스템은 당시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순식간에 <리니지> = 공성전이라는 공식을 세워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 첫술부터 배부르랴. 당시의 공성전은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제한시간 내에 ‘성주를 죽이면’ 공성팀이, 성주를 죽이지 못하면 수성팀이 이기는 말 그대로 ‘기초적인 룰’만이 존재했을 뿐 그 외에는 어떤 세부적인 규칙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성을 손에 넣기 위해 성의 입구를 버그로 막는 건 기본이고, 유령혈맹을 이용, 다른 혈맹이 참가할 수 없도록 지속적인 전쟁선포를 하거나, 심지어는 상대방의 혈맹이 모이는 PC방을 찾아가 인터넷선을 잘라버리고 적대혈맹의 술자리에 찾아가 난동을 부리는 등(...)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짓들이 자행되기도 했다.
당시의 일을 다룬 원사운드님의 만화. 필자는 이걸 직접 경험했었다-_-;;
공성무기의 도입으로 보다 발전된 전투!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
이러한 공성전이 본격적인 모습(?)을 갖춘 것은 외산게임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이하 <다옥>)이 등장한 이후부터다. 애초 ‘공성전이 우리 게임의 전부입니다’라는 식의 태도로 나온 <다옥>은…… 정말 그게 전부였을 정도로(...) 공성전에 많은 신경을 쓴 게임이었다.
전쟁 빼면 시체인 게임.
물론 공성전 이외에도 50까지의 레벨업 과정과 하우징, 크래프트, 레이드 등 다양한 컨텐츠들이 있었지만 그 역시 결국은 ‘원활한 전쟁’을 위한 요소였다. 오죽하면 레벨업 과정이 오히려 ‘원활한 PVP를 막는 장애물’정도로 인식되는 바람에 나중에는 아예 레벨 20까지의 과정을 생략하는 /level 명령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게다가 ‘수많은 유저가 모여서 싸울 때를 대비해 일부러 그래픽의 퀄리티를 올리지 않고 있다’(...)는 식의 <다옥> 그래픽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전설이 된지 오래다.
물론 최근에는 연이은 확장팩으로 인해 그래픽 역시 매우 나아진 상태다.
그래도 그만큼의 희생을 치른 탓일까? <다옥>의 공성전은 지금 봐도 쉽사리 흠을 잡을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이 바로 다양한 ‘공성무기’의 도입이다.
우선 공격측은 충차와 투석기를 통해 성문과 성벽을 부술 수 있었으며 이에 대항하는 수비측은 충차를 조작하는 유저들에게 기름을 붓거나(...) 발리스타를 이용해 화살세례를 퍼부어줄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무너진 벽과 문을 수리스킬을 가진 유저가 실시간으로 고치고 돈을 들여 성벽과 경비를 강화하는 등 ‘유저들이 상상할 수 있는 공성전’이 그대로 재현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성무기의 도입.
게다가 공성무기 이외에도 성벽을 올라타고 기습을 한다거나 외벽에 뚫린 작은 구멍들을 통해 바깥으로 활과 마법을 발사할 수 있는 등 유저 역시 성을 활용한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리니지>가 공성전이라는 뼈대만을 만들어냈다면 <다옥>은 그 개념에 본격적인 살을 입힌 셈이다.
공성전을 위한 공성전에 의한 공성전 게임 <쉐도우베인>
그런데 이처럼 ‘공성전에 목숨을 건’ <다옥>보다 한술 더 뜨는 게임이 등장했으니 바로 울프팩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쉐도우베인>이었다.
<다옥>이 전쟁 이외에 어느 정도 기본적인 제작과 레이드, 퀘스트 등의 시스템을 가진 반면 <쉐도우베인>은 이마저도 포기한 채 모든 역량을 오직 전쟁과 공성전에만 쏟았고, 그 결과 ‘심시티’ 방식의 마을 건설과 끝없는 침공이 이어졌다.
이건 정말 공성전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
앞서 말한 <리니지>와 <다옥> 등의 게임이 ‘미리 만들어진 성’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면 <쉐도우베인>은 아예 성 자체를 유저가 직접 세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쉐도우베인>의 필드는 90%이상이 ‘무.제.한 P.K.지.역’이다. 어떤가? 바로 감이 오지 않는가?
세력이 강한 길드는 강한 길드대로 효율이 좋은 사냥터를 점거하기 위해 피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며, 약한 길드는 조금이라도 수성에 도움을 얻기 위해 배산임수의 지형을 찾아 헤매는 무슨 ‘건국과정을 그린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던 것이다.
게다가 비교적 패자에 대해 너그러웠던 앞의 두 게임과 달리 <쉐도우베인>에서는 패배한 길드의 마스터에게 배상금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마을 자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도 가능했다. 이 때문에 앞의 두 게임과 달리 <쉐도우베인>의 공성전은 ‘살기 위한’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_-;
중간에 서버가 통합됨에따라 또 다시 요새를 찾아 헤매야 하는 유저들!
물론 실질적인 공성전에 대한 부분도 매우 잘 갖춰져 있었다. <다옥>에 나왔던 공성무기의 등장은 기본이고 하늘을 나는 마법과 종족이 존재했던 관계로 ‘하늘을 날며 융단폭격을 해대는’ 마법사 전대를 구경한다거나 심시티시스템을 이용 마을에 과다한 오브젝트를 심어 랙으로 적의 침입을 막는(...) 이색적인(?) 풍경도 흔히 찾아 볼 수 있었다.
단, 이처럼 공성전과 그에 따른 시스템에만 투자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필드는 지도가 없으면 위치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순했고 그래픽 역시 ‘2차 대전에서 쓰고 남은 폴리곤을 주워와서 만들었다(...)’는 우스갯소리를 진담으로 믿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다.
그래픽이라는 존재를 까먹더라도 뛰어난 시스템만으로 게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훌륭한 예!
여기서 끝은 아니다. <플래닛사이드> & <리니지 2>
너무나 파격적인 <쉐도우베인>의 등장 탓이었을까? 사실상 공선전의 발전은 여기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들고 싶어도 저 이상으로 만들게 없을 게다. -_-;)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최근에 등장한 <리니지 2>의 경우만보더라도 무리하게 새로운 것을 추가하기 보다는 기존의 게임에서 공성무기, 막대한 금전적보상, 성을 물리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장점만을 따오는 한편 이것을 보다 안정적인 형태로 발전시켰다.
공성전 중 과다한 트래픽이 몰리거나 서버다운이 발생하면 재접속 후 전원이 제자리에 멈춘 채 정비할 시간을 준다거나, 랙이나 튕김으로 인한 행동불가 상황이 됐을 때 마지막에 공격했던 대상을 15초 동안 아무런 컨트롤이 없어도 공격해주는 식이다.
물론 엄청난 '데쓰패널티'때문에 대부분의 유저가 구경조차 못한다는 것은 단점!
또한 MMOFPS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장르를 들고 나오며 필자의 청춘을 앗아간(...) <플래닛사이드> 역시 공성전을 토대로 한 PVP를 지원하며 보다 즐거운 유저간의 대립을 구현했다. 물론 이 경우 시대가 미래인 만큼 각종 메카닉 병기를 이용해 적의 기지를 부수고 위성폭격으로 몰려나온 적을 일거에 소탕하는 등 전혀 색다른 방식의 공성전이 돼버렸지만 말이다.
최근 캐주얼게임이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PVP를 강조한 게임들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공성전을 내세운 게임도 줄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이 추구하는 것 중 하나가 ‘유저들이 꿈꾸는 가상의 현실’인 만큼 '공성전'의 매력이 쉽게 잊혀질 것 같지는 않다.
보너스 - 우리는 왜 빠졌을까.
나름대로 공성전을 중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량 관계로, 혹은 기타 문제들로 인해 미처 다루지 못한 게임들도 있다. 그중에서 인상 깊은 몇몇 게임만을 따로 정리해봤다.
1. 울티마 온라인 - 본격적인 PVP의 효시격인 게임인데다가 남의 집이나 길드하우스에 난입, 기물 등을 파손하고 쓰레기통까지 뒤질 수 있는(...) 탁월한 시스템을 지녔으나 아쉽게도 대부분이 필드싸움 정도로 그치는 탓에 ‘공성전’이라는 타이틀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2. 라그나로크 온라인 - ‘이펙트와 랙’을 이용한 이색적인 공성전의 선두주자. 게다가 마법무적이 되는 방패를 낀 전사라든가 그런 전사의 방패를 해체시키는 도적, 그 도적을 따로 견제하는 한방 몽크 등 캐릭터 간의 물고 물리는 가위 바위 보 방식의 상성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설명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져서 눈물을 머금고 생략.
3. 만왕지왕 (국내명 킹오브킹스) - 엄밀히 따지자면 <쉐도우베인>보다도 훨씬 이전에 심시티 방식의 길드 영토를 갖추고 상대방의 도시를 파괴, 배상금까지 뜯어낼 수 있는 공성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게임이다. 하지만 네이버 검색창에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게임의 인지도가 낮고(...) 전투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했으므로 다루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