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지난 2008년부터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과 함께 산학협력으로 게임 리서치를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게임 론칭에 앞서 포커스그룹테스트(FGT), 초기 진입장벽 및 밸런스 점검를 비롯해 관련 설문조사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각종 테스트와 리서치에서 드러난 팁을 공유하기 위해 연재물을 준비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 드립니다. /디스이즈게임 국순신 기자
2012년 가을, 대학교 후배가 자기네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었다며 연락해 왔습니다.
이 후배는 게임을 전혀 모릅니다. 후배가 다니는 회사는 중견 건설업체인데요, 회사에서 인트라넷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직원이 틈틈이 iOS용 게임을 만들었다더군요. 회사의 업종은 건설이지만 게임이 차세대 성장동력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만들었으니 한번 출시해 보기로 결정했답니다.
출시한 게임의 흥행 성적이 좋으면 그야말로 ‘대박’인 거죠. 게임을 신규 사업모델로 적극 검토할 수 있고 매출도 올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한 직원이 만든 iOS용 게임은 1.99 달러에 출시됐습니다.
이 게임의 이름은 <물에 빠진 라띠>(Drowned Ratty).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물에 빠진 생쥐의 살고 싶은 욕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게임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물에 빠진 쥐는 살기 위해 물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하지만 게임은 생쥐를 가만 놔두지 않죠.
생쥐는 물속의 장애물과 부딪치지 않도록 요리조리 피해 가야 합니다. 살짝 숨도 쉬어야 하고요. 산소 게이지가 다 닳기 전에 물방울에 있는 산소를 들이마시면 됩니다.
장애물은 피하고 물방울은 찾아가면 끝! 간단하죠? 개발자 1명이 만들었답니다. 그래픽은 외주를 맡겼고요. 그리고 저는 밸런스를 점검하기 위해 게임을 한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 튜토리얼 부재가 만든 난이도 상승
여러 사람들과 함께 <물에 빠진 라띠>를 플레이해 봤더니 어렵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옵니다. 극악의 난이도라는 말도 들리고요. 그래서 연구실 학생 6명과 함께 이 게임의 최초 플레이 타임을 측정했습니다.

[표] 최초 플레이 타임과 사망 원인.
애석하게도 6명 모두 1단계에서 실패했습니다. 성적도 처참합니다. 6명 중 4명이 10초대에 머물렀고 2명만 20초 가량 플레이를 즐겼습니다. 이 정도면 즐긴 건 아닙니다. 그냥 ‘어버버~’ 하다가 게임이 끝난 거죠.
참고로 이 게임의 경우 1단계를 클리어하는 데 약 40초가 걸립니다. 대부분이 1스테이지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 셈이죠.
사망 유형을 살펴볼까요? 6명 중 3명이 ‘호흡량 소진’이었습니다. 장애물은 왠지 피하고 싶게 생겨 요리조리 피했고 동전처럼 생긴 금색의 아이템은 호주머니에 담기에 좋은 것처럼 보여 일단 먹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Fail)!
화면에 보이는 뽀글뽀글 물방울을 먹지 못한 게 함정이었습니다. 물방울은 장식이 아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리고 생쥐는 부력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몸이 자꾸 위로 뜹니다. 그래서 테스트 참가자들은 자꾸 버추얼 조이스틱을 아래쪽으로 내리려고 합니다.
본인이 왜 죽었는지 몰랐던 상태에서 행동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머뭇거릴수록 생쥐는 호흡만 더 가빠지고요.
<물에 빠진 라띠>는 단순한 게임인 만큼 별도의 튜토리얼이 존재하질 않습니다. 그 영향으로 생쥐가 죽은 이유를 잘 몰랐던 게 참가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참가자 전원이 1차 시도에서 실패했고요, 3번째 도전 만에 1단계를 완료한 첫 성공자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10분 이상 플레이했는데도 1단계를 깨지 못한 참가자가 2명이나 있었습니다. 재미는 둘째 치더라도 게임의 초기 진입장벽이 꽤 높네요.
<물에 빠진 라띠> 최초 플레이 짜깁기 영상
■ “어쩐지… 내가 못한 게 아니었구나”
그 외에 버추얼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손가락이 화면을 가려 장애물이나 캐릭터가 잘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조작과 진행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없는 것과 초보자가 조작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아이템의 기능을 설명하고 최소한 1단계를 쉽게 깰 수 있도록 조작의 난이도를 낮추라는 조언도 함께 건넸습니다. 이에 후배는 “저만 어려운 게 아니었군요. 저도 1단계를 깨는 데 한참 걸렸어요. 개발자는 조작도 잘하길래 저만 못하는 줄 알았죠.”라고 말하더군요.
기획의도를 잘 알고 있는 개발자보다 게임을 더 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획의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초기에 조작방법을 살펴보면서 어떤 문제점이 드러나는지 확인하는 게 더 필요하겠죠. 결국 <물에 빠진 라띠>는 난이도가 대폭 조정됐고, 무료게임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이 게임은 과연 초기 난이도를 어떻게 낮출 수 있었을까요? 궁금하면 한번 직접 플레이해 보세요.
게임 받기 ☞ //itunes.apple.com/vg/app/drowned-ratty/id527841375?mt=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