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기획자, 프로그래머, 아티스트가 함께 만든다. 하지만 서로 생각하는 사고와 이해하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함께 일하는 팀원들 사이에서 불화가 일어나곤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원활하게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그리(GREE) 코리아의 문전리혜 아트디렉터는 25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그래픽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다른 팀원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그리고 프로그래머와 기획자가 어떻게 아티스트와 대화를 하면 좋을지에 대해 발표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이어서 그는 아티스트가 프로그래머와 대화하는 방법과 함께 프로그래머가 아티스트와 대화할 때 부탁하고 싶은 부분도 발표했다.
먼저 아티스트의 픽셀에 대한 집착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한 픽셀만 옮겨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프로그래머는 ‘미리 좀 해보고 올 것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티스트도 미리 옮겨본 것이지만 실제로 넣었을 때 느낌이 달라서 수정을 요청한다. 그리고 겨우 한 픽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티스트에게 한 픽셀은 게임 전체 이미지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아티스트의 말이 이해가 안 되더라도 들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알파블렌딩처럼 완전한 답은 아니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아티스트가 프로그래머에 맞춰 숫자와 데이터를 통해 설명하려 노력하듯이 프로그래머도 아티스트에 맞춰 감성적인 느낌으로 대화해 달라는 것이다. 숫자와 전문용어로만 대화하면 아티스트가 이해를 못하고 대화를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전리혜 아트디렉터는 “아티스트의 의견에 프로그래머의 ‘한번 볼게요’, ‘찾아볼게요’라는 말 한 마디로도 아티스트는 힘이 나고 더 좋은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니 조금만 더 아티스트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아티스트는 본인의 생각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가 대화를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새로운 기술이 생기고 더 좋은 퀄리티의 게임을 선보일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나니 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 기획자에겐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머와 대화할 때처럼 기획자와 대화할 때에도 아티스트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기획문서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이미지를 제작하기 위해 보는 기획서 외에도 게임의 전체적인 설계 문서, 시스템 기획 문서, 레벨링 문서 등 거의 모든 문서는 읽어보는 것이 좋다.
아티스트가 게임의 전체적인 내용과 흐름을 알아야 기획자와 대화할 때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미지를 작성하기에 앞서 기획자를 위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준비해야 한다. 레퍼런스는 직접 그릴 필요없이 기존에 있는 자료만으로도 충분하다. 기획자가 원하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레퍼런스틀 통해 정확하게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기획자와 아티스트가 생각하는 방향성에 차이가 벌어지지 않게 할 수 있다.
아티스트는 기획자에게 구체적으로 많이 물어봐야 한다. 이는 쓸데없는 반복작업을 피하고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기획자가 한 캐릭터의 머리를 붉은색으로 해달라고 한다면 그냥 붉은색으로 칠하기보다 왜 그 색으로 칠해야 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만약 대답이 ‘강해 보이고 싶어서’라면 어떤 식으로 강하게 보이고 싶은지 등으로 이유가 명확할 때까지 물어봐야 한다. 이를 통해 빨간색부터 파란색, 초록색 등 여러 색을 계속 바꿔가며 반복했을 작업을 검은색 한 번으로 완료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에도 기획적인 내용에서 많이 묻고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획자는 ‘빨간색이 좋겠다’ 등 단편적으로 말할 때가 많은데 이것은 기획자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이 정리가 안 된 것일 수 있으니 모든 대화에 신경을 쓰기보다 왜 그것을 택했는지 방향을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획자를 믿어야 한다. 만약 아티스트가 기획자를 믿지 못하면 프로젝트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문전리혜 아트디렉터는 “그렇다고 무조건 기획자에 의존하면 안 된다. 아티스트는 기획자가 요청한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므로 항상 의견을 말하고 게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의 디테일에는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콘셉트와 방향이 맞는 것으로 충분하다. 특히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면 안 된다. 세세한 부분을 너무 신경 쓰면 오히려 큰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주니어 아티스트가 상처받을 것을 생각하고 대화해야 한다.
주니어 아티스트가 상처를 받는 것에 조심해야 하지만 방향성이 맞지 않다면 확실히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이미지의 더 방향성이 어긋나면 나중에 주니어 아티스트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반대로 주니어 아티스트가 시니어 아티스트와 대화할 때는 먼저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모를 것 같은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만들어진 결과물이 어긋나는 일이 줄어든다.
또한 끊임없이 하고 싶다고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것을 많이 하면 일이 재미있어지고, 게임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문전리혜 아트디렉터는 “주니어 아티스트가 하고 싶다고 나선다고 해도 절반은 거절될 것이고 잘 안 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때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니어 아티스트와 달리 주니어 아티스트는 취향을 주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조건 시키는 것만 하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믿으며 주장하고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자신이 주장한 취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반발하기보다 시니어 아티스트를 믿어야 한다. 시니어 아티스트는 게임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는 만큼 어떤 상황에 필요한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것을 믿고 따라가야 한다.
문전리혜 아트디렉터는 “함께 게임을 개발하는 만큼 서로 즐거웠으면 좋겠다. 기획자는 ‘내가 생각한 것은 이게 아닌데’, 프로그래머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이게 아닌데’, 아티스트는 ‘내가 그리고 싶은 건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대화를 통해 서로 간극을 줄일 수 있고 오히려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간극은 대화를 통해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서로의 언어로 말하려는 것 자체가 대화의 시작이고,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대화는 타이밍이 있어서 초반에 하지 않으면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므로 최대한 빨리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