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한 번의 도전이 끝났다고 해서 모험이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다.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적들 앞에서 쓰러지고 애써 완성한 빌드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플레이어의 손에는 아주 작은 불씨 하나가 남는다. 그 불씨는 다음 도전에서 새로운 힘으로 피어날 수도 있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조합과 전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강한 힘을 바랄수록 그만큼 위험한 선택을 감당해야 하는 법이다.
<신데리아(Cinderia)>는 잿더미로 뒤덮인 세계를 배경으로 불씨의 힘을 활용해 악의 세력에 맞서는 액션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다크 판타지풍의 음산한 분위기와 재의 여왕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왕국이라는 설정, 그리고 아기자기한 2D 캐릭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특히 한 차례 멸망을 맞이한 세계관 특성상 전반적인 게임의 색감이 다소 어두운 편이다.
빠르고 직관적이면서도 매번 양상이 달라지는 무작위성 등 액션 로그라이크의 정석에 가까운 게임성은 <하데스> 시리즈의 영향을 짙게 받은 듯하면서도, 늘 새로운 게임을 하는 듯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며, 일부 미번역된 문장을 제외하면 번역 퀄리티도 제법 괜찮은 편이다./작성= 쿠타르크(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 익숙한 구조 속, 위험과 보상이 공존하는 스킬 빌딩
<하데스> 시리즈를 위시한 최근 액션 로그라이크의 주요 트렌드이자 가장 큰 강점은 첫 몇 번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지라도, 앞선 플레이에서 체득한 경험과 자원을 활용해 캐릭터를 강화하고 숙련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신데리아> 역시 <하데스> 시리즈가 그러하듯 던전에 진입해 적들을 물리치고, 여러 갈래로 나뉜 경로를 선택해 보상을 획득하며, 해당 층의 보스를 처치해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데스> 시리즈를 즐겨본 이들이라면 이런 <신데리아>의 구조가 굉장히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각 방에서 이루어지는 전투는 꽤 직관적이면서도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하게 되는데, 회피를 통해 적의 공격을 피하는 한편 기본 공격과 여러 마법 카드를 적절히 활용해 빠르게 적을 처치해야 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일반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피해량도 상당해진다. 반복 플레이를 통한 패턴 숙지와 더불어 후술할 패시브 및 액티브 스킬의 조합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만 액티브 스킬에 해당하는 마법 카드를 사용할 때 타깃이 제멋대로 설정되는 조작 문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점만큼은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신데리아>의 가장 핵심 시스템을 꼽으라면 단연 패시브 스킬에 해당하는 '저주 불씨'와 액티브 스킬인 '마법 카드'일 것이다. 특히 재의 마녀로 인해 잿더미로 뒤덮인 왕국이라는 설정에도 부합해 게임의 제목과 세계관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저주 불씨의 경우 캐릭터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는 대신 오염도와 저주라는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며, 선택에 따라 특정 빌드로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를 향상시키거나 특정 무기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효과가 주를 이루며, 획득한 패시브 효과를 이후 한층 더 강화할 수도 있다.
이런 선택은 액션 로그라이크 특유의 위험과 보상 구조를 잘 보여준다. 오염도가 높아질수록 감수해야 하는 저주의 개수도 늘어나기 마련이라 자칫 전투가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강력한 패시브 효과를 다수 확보해 특정 빌드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조합만 잘 갖춰진다면 적들을 단숨에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저주 불씨의 패시브 효과는 어디까지나 무작위 요소에 기대야 하는 만큼 항상 원하는 시너지를 발휘하긴 힘들다. 하지만 어쩌다 완성된 강력한 조합이 다음 도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편 마법 카드는 재사용 대기시간(쿨타임)이 존재하는 대신 즉각적이면서도 강력한 액티브 효과를 발휘한다. 주로 단일 적에게 큰 피해를 주거나 광역기 형태로 다수의 몬스터에게 화력을 퍼붓는 스킬로 구성되어 있다. 각 카드의 쿨타임을 적당히 계산해 콤보 형태로 강력한 화력을 쏟아부어 전투의 흐름을 단번에 바꾸거나, 짧은 쿨타임을 바탕으로 평타처럼 마구 난사해 전투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이 역시 <하데스> 시리즈의 영향력이 짙게 느껴지면서도, 액션 로그라이크 장르의 익숙한 재미를 안정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갑게 다가온다.

# 잿더미 위에 피어난 네 색깔의 불씨
게임을 여러 차례 진행하다 보면 일부 캐릭터와의 이벤트를 거치게 되며, 조건을 전부 충족시키고 나면 이들이 마을에 영입되어 또 다른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합류한다.
게임에서 사용하게 되는 캐릭터는 가장 첫 캐릭터인 붉은 도적 '루', 다양한 화기류를 능숙하게 다루는 노란 기계공 '리벳', 자연의 동물들과 함께 싸우는 초록 드루이드 '우마', 그리고 깊은 잠에서 깨어난 냉기 용술사 '이스다라'까지 총 네 명이다. 각 캐릭터마다 직업과 시그니처 컬러, 특성이 완전히 달라 플레이 방식에도 큰 차이가 생긴다.

이를테면 첫 캐릭터인 루는 일반 공격과 단도를 중심으로 싸워나가야 하지만, 기계공 리벳은 근접 공격보다는 화기류의 강렬한 화력에 의존해야 한다. 또한 드루이드 우마는 자연을 상징하는 각종 마법 카드와 더불어 여러 동물을 소환하며 게임을 풀어나간다. 이렇듯 전투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보니 캐릭터를 교체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감각으로 게임에 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캐릭터라 할지라도 저주 불씨와 마법 카드에서 어떤 스킬을 골랐는지에 따라 게임의 양상은 또 달라진다. 액션 로그라이크 장르 특성상 매번 다른 액티브 및 패시브 스킬을 고르기 마련이고, 어떤 빌드를 선택하고 어느 공격 방식에 집중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플레이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근접 공격 한 방에 수백 단위의 대미지를 뽑을 수도 있고, 굳이 직접 타격하지 않아도 소환물이 알아서 전투를 끝내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렇듯 특성이 판이하게 갈리는 네 명의 캐릭터와 무작위 변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킬 트리가 맞물려 게임의 볼륨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그 밖에 던전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무작위 이벤트와 미니 게임이 전투 중심의 게임 흐름을 조금이나마 환기해 준다. 쉴 새 없이 적을 상대하고 보상을 선택하는 일만 반복하다 보면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데, <신데리아>는 중간중간 NPC와의 이벤트나 간단한 미니 게임을 배치해 잠시 숨을 고를 여지를 마련했다.
특히 미니 게임의 경우 흐름 환기의 역할뿐만 아니라 보상이 제법 짭짤한 편이다 보니, 이를 얻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플레이하게 된다.
물론 이런 자잘한 미니 게임이 게임 전체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미니 게임 한 번 실패했다고 그대로 게임 오버로 직행한다면 그것도 우스운 노릇일 것이다.

그래도 전투와 보상 선택만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전개에 가벼운 변주를 줬다는 점은 나름의 차별화 요소라 할 만하다. 뜻밖의 상황에서 유용한 아이템을 얻거나 예상치 못한 NPC와 마주치는 순간은 매번 비슷하게 흘러가는 던전 탐험에 미약하게나마 활기를 불어넣는다.
반복 플레이를 통해 NPC를 구출하고 마을에 영입하는 과정 또한 장기적인 동기 부여가 된다. 던전에서 구출한 인물들이 폐허가 된 마을에 자리를 잡으면, 플레이어는 양초와 마도서 페이지, 돌 조각 등의 자원을 활용해 마을을 복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구 과정은 단순히 외형을 바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기본 성능을 향상시키고 게임을 한결 더 편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성장 및 강화 요소로 직결된다. 한 차례 도전을 마친 뒤 돌아올 때마다 조금씩 되살아나는 마을의 변화상을 지켜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즐길 거리다.

# 눈앞의 아쉬움을 넘어서는 탄탄한 기본기의 저력
아직 얼리 액세스 단계의 게임인 만큼 개선의 여지는 여기저기 눈에 띈다. 우선 앞서 언급했던 조작의 문제, 즉 마법 카드를 통해 장착한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때 타깃이 제멋대로 설정되는 현상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또한 전반적으로 게임의 색감이 어두운 탓인지 몬스터들의 공격이 눈에 잘 띄지 않아 대처가 까다롭다. 피격감 역시 명확하지 않다 보니 전투가 조금만 격렬해져도 무엇에 어떻게 맞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앞으로 추가될 캐릭터와 콘텐츠, 그리고 현재 마련된 시스템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에 대해서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네 캐릭터의 개성을 더욱 선명하게 다듬는 한편, 저주 불씨와 마법 카드, 아이템 사이의 밸런스에 끊임없이 신경 쓰고 시너지를 다양화한다면 <신데리아>만의 색깔은 지금보다 훨씬 또렷해질 것이다.


<신데리아>는 아기자기한 2D 캐릭터와 멸망을 맞이한 다크 판타지풍의 세계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동시에 위험과 보상이 동반되는 스킬 기반의 성장 시스템, 확연히 차별화된 네 캐릭터의 특성, 그리고 매번 양상이 달라지는 무작위성을 통해 액션 로그라이크의 정석적인 문법을 훌륭히 따라갔다.
아무래도 <하데스> 시리즈와 유사한 면이 많아 장르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빠른 전투와 반복 플레이, 다양한 빌드 조합이라는 장르 본연의 핵심적인 재미를 무난하고 안정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무엇보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마을을 조금씩 복구하며 구출한 NPC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 그리고 이것이 실질적인 캐릭터 성장으로 이어지는 디자인은 단순 반복 플레이 이상의 가치와 재미를 선사한다.
아직은 완성된 게임이라기보다 앞으로의 확장이 더욱 기대되는 원석에 가깝지만, 액션 로그라이크 장르의 탄탄한 재미를 원하거나 <하데스>와 비슷한 감각의 새로운 게임을 찾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작고 약한 불씨 하나가 언젠가 거대한 불길로 번질 수 있듯, <신데리아> 역시 앞으로의 업데이트를 통해 더 커다란 가능성을 증명해 낼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