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사람마다 이 단어에 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르리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걸 좇아가는 삶이 일반적인 낭만 아닐까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는 누군가의 '낭만'인 것 같다.
이 게임의 트레일러를 처음 접했던 1년 전의 첫인상은 <유희왕 5D's> 라이딩 듀얼에 서브컬처 미연시 감성을 더했나? 하는 것이었다. 큼직한 틀만 놓고 보면 CBT를 플레이한 이후에도 비슷한 감상이 남아있다.
다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지울 수 없는 생각은, 정말 개발진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전부 다' 집어넣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욕심이 가득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 대부분 정돈되지 않은 방향성 탓에 재미가 흩어지기 마련이지만, 이 게임은 참 묘하다. 그런 와중에도 재밌고 매력 있다.
몇 가지 두드러지게 과하다 싶은 전개와 특징들이 뇌리에 더 깊게 남기 때문에, 오히려 궁금해서 더 해보게 되는 묘한 맛이 있다. 어중간한 다른 방향성들은 그저 곁가지 정도로 중화된달까.
뭐가 얼마나 과하고 충격적이길래 매력있다는 결론에 수렴하는 건지,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 CBT 플레이 경험을 전해드리려 한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브레이크 없는 상상력의 질주
다른 그 어떤 특징보다도 미소녀 캐릭터들이 '바이크'를 탄다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그 전에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 세계관과 시놉시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알고 보면 '바이크'는 그 안에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이상 현상을 탐지해내는 'OGAS'라는 기계의 프로토타입을 발명해 이목을 끄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 이 세계에선 일반적인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내 고등학교 강당에서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폭주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기 시작하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미소녀 '라이더'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이런 문제 상황 이면에 '칸쥬'라는 적대적 존재들이 있으며, 주인공이 단순히 위기를 잘 감지하는 직감의 소유자가 아니라, '칼레이도의 눈'이라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는 '내비게이터'라서 찾아왔다고 말한다.
▲ 자신이 만든 OGAS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격렬한 경보 신호를 내는 것을 눈치챈 주인공이다.
▲ 학생들의 폭주 이면엔 '칸쥬'(아래 사진의 여고생 유령 같은 형체의 괴물)라는 존재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주인공.
▲ 자신들을 '라이더'라 소개하는 미소녀들이 나타나 주인공을 구해주면서, 그가 '내비게이터'인 동시에 '칼레이도의 눈'을 가진 자라 말한다.
여기서부터 흥미로운 설정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라이더'들은 '칸쥬'의 기척을 느끼고 흐릿한 형상을 보며 싸울 수는 있지만, 오직 '칼레이도의 눈'을 가진 주인공만이 '칸쥬'의 온전한 형상과 감정의 색(약점)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하 계속해서 비슷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지만, 이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는 전투에 직접 나서는 '라이더' 소녀들의 활약 외에도, '주인공'의 판단과 대응에 대한 조명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편이다.
바꿔 말하면 전면에 나서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상황을 바꾸는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해서 부여하는 것으로 '주인공'이 소녀들에게 구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이들을 위해 함께 목숨을 거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치열한 전투 과정에서 프로메, 나나, 아도루, 유우키 4인방이 번갈아 가며 주인공을 구해주기도 하고, 멋진 전투를 이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위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어느 시점에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 흐름을 꺾는지는 언급하지 않겠으나, 초반부의 중요한 위기 상황에서 4인방 중 한 인물이 주인공과 일행을 구하기 위해 '서로의 위치를 바꾸는 기술'을 사용해 희생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엄청난 폭발 속에서 간신히 목숨만 건진 주인공은 의식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게임의 전개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힘겹게 알지 못하는 공간에서 눈을 뜬 주인공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프로메가 주인공을 '림보'라는 시공간의 틈으로 피신시켜 다시 눈을 뜰 때까지 간호한 시간이 무려 '25년'이었다는 것.
그리고 25년 사이, 세상에선 주인공의 존재는 이미 말소되고 지워졌으며, OGAS와 칸쥬, 융합 전쟁 그리고 이 설정들을 둘러싼 여러 세력 사이의 갈등과 경쟁 사이에서 주인공이 알던 세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된다.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의 개발진은 굉장히 많은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전투에 직접 나서지 않는 주인공은 인간이지만 미소녀 '라이더'들은 인간과는 다른 늙지 않는 존재라는 점, 초반부의 중요한 시점에서부터 주요 인물 한 명이 희생을 하고 시작한다는 점 등은 <승리의 여신: 니케>를 연상케 한다.

무려 2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충격적인 전개 이후, 자신이 지워진 세계에 다시 돌아가 모든 일들을 바로 잡아야만 하는 주인공의 운명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시간의 틈새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폭발 이후 인간의 신체에 직접적인 부작용이 남게 되면서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고등학생의 몸을 하고 있는 주인공. 하지만 그가 마주하는 세계는 그 사이 많은 것이 바뀌어 있다.
이때 '내비게이터'라는 명칭답게 주인공은 알 수 없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중요한 판단을 하는 역할을 많이 하게 된다.
출구를 알 수 없는 '칸쥬'의 영향을 받은 왜곡된 공간 안에서의 탈출은 물론이고, '추리'게임의 '탐정' 역할에 가까운 면모들도 많이 보여주면서 '라이더'들과 함께 위기를 헤쳐나간다.
가령 학교에서의 위기를 타개해나갈 땐, 각 층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계단 수'가 달랐던 점을 주인공이 눈치채기도 하고, 그런 이상 현상에 대한 파악이 어떤 돌파구로 연결되는지 알아내는 과정까지를 모두 주인공이 수행하고 있다.
▲ 미로 같은 공간, 공간의 왜곡이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여기서도 꽤 재밌는 설정이 등장한다. 칸쥬가 전개하는 '필드'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 왜곡된 필드 안에선 라이더들조차도 일반적인 움직임으론 벗어나거나 움직이기 어려워 바이크를 타야하는 순간들이 온다는 것이다.
예상하셨겠지만 <주술회전>의 '영역전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다.

25년이 지나 눈을 떴다는 시점 이후로, 작품의 전개는 갈등 국면을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풀어내게 된다.
OGAS를 이용해 빠르게 발전한 도시와 융합 전쟁 이면에 있는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고, 25년의 시간 동안 여러 형태로 고통 받은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나서는 라이더와 주인공, 그리고 이들에게 적대적인 세력들이 맞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는데, 누가 봐도 '하츠네 미쿠'의 오마쥬인 버츄얼 아이돌 같은 역할을 해온 캐릭터도 등장한다.
또한 역시나 누가 봐도 <오징어 게임>의 오마주인 데스게임 형태의 위기 상황도 등장하는데, 이때 꽤 잔혹한 데드 엔딩도 과감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하 다른 중제에서도 소개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캐릭터 수집형 게임인데다 여러 캐릭터와의 연애 시뮬레이션과 호감도를 밑바탕에 두고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선 '칼레이도의 눈'을 가진 '내비게이터'와 '라이더'가 신체 접촉(작중에선 프로메와의 키스)을 하면 일시적으로 라이더의 신체 능력이 강화되고, 주인공처럼 칸쥬를 명확히 볼 수 있는 시야를 얻는다는 설정도 등장한다.
이 또한 캐릭터를 뽑고, 여러 캐릭터와 가까워지는 형식의 게임에선 흔히 등장하기 어려운 설정인데,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는 이런 설정들의 배치에 굉장히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의 완성도를 차치하더라도, 어떻게 전개되며 어떤 설정이 등장할 것인지 궁금해서 하게 만드는 힘 하나는 확실했다.
#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욕심의 집합체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는 '전투'와 '연애' 요소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 노력한 작품이다. 그리고 두 콘텐츠 모두 꽤 그럴싸하다.
먼저 전투 얘기를 해보면, 최대 4명의 라이더를 한 팀으로 배치해 화면 우측 하단에 나오는 것처럼, 시간에 따라 채워지는 행동력에 맞춰 스킬 카드를 내는 형태의 전투다.
재밌는 점은 '라이딩 듀얼'과 닮았다는 점 때문에 흔히 예상했던 모습처럼 턴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확히는 '실시간 퍼즐 액션' 전투에 가깝다.

단순히 더 강력한 대미지를 가하거나 아군을 회복시키는 것 외에도, 이 게임에서 전투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는 것는 '상성'과 '강인도 파괴'다.
이 작품에서 딜러는 보통 1X1 사이즈의 단일 타깃을 지정해 공격하거나, 약한 스플래시 대미지를 주는 정도의 능력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협공, 보조, 힐을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들은 가로 세로로 폭이 있는 사각형의 박스로 범위 공격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스킬들이 칸쥬의 약점 상성과 맞을 때, 강인도(적 체력 바 아래의 핑크색 칸들로 표시된다)를 깎을 수 있고, 강인도가 다 파괴됐을 땐 적의 공격 패턴을 막고 그로기 상태에 잠시 빠지게 한다.
칸쥬들이 이동하며 공격하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스킬 범위 안에 같은 속성의 칸쥬들이 들어와있는 정확한 타이밍에 스킬을 써야 한다. 그래서 실시간 퍼즐 같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또한 스킬 카드 좌측의 바이크 게이지가 보이실 텐데, 이 게이지가 100%로 꽉 찼을 때는 행동력이 빠르게 회복되며 스킬을 연사할 수 있는 일종의 '피버 타임'이 된다.
이 게이지를 빠르게 올리는 데도 강인도 파괴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러 적들의 행동을 봉쇄하며 부수고 딜을 넣는 과정이 기본 베이스에 자리 잡고 있다.
전투 모션과 연출도 다채롭고 시원시원해서, 전략적인 조작이 필요하지 않은 때에 자동전투로 진행해도 보는 맛이 있는 편이다.

연애 요소 또한 스토리상에서도, 각각의 라이더들과의 실질적인 데이트 콘텐츠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분위기로 등장한다.
일단 캐릭터들의 모델링, 더빙, 표정이나 시선, 카메라 워크, 포즈에 대한 묘사들이 좋은 인상을 남긴다.
다만, 아직 CBT 단계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부 동세에 대한 표현들, 스토리에서의 연출들은 다른 좋은 지점들에 비하면 100% 전력을 다해 채우진 않았다는 감각을 준 구간들도 꽤 있어서, 정식 출시 때까지 보완해야 할 영역도 꽤 눈에 띄었다.

데이트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선지 중 하나를 골라 '하트'를 채워나가는 방식이 밑바탕에 있다.
약간의 랜덤성이 더해진 순방향 진행인 콘텐츠도 있고, 로그라이크(?) 형태로 각 하트 및 선지에 부가 효과를 주며 여러 캐릭터와 연달아 데이트를 하는 형식의 콘텐츠도 있다.
일부 반복적으로 만나는 연출은 스킵도 가능하게 해두어 시간을 아껴주기도 하는데, 여러 표정과 반응을 보는 재미가 좋았던 편이다.

아마도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는 이 세계와의 '직접적 교감'을 특히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단순한 캐릭터 뽑기에서도 QTE처럼 직접 눌러서 반응하게끔 만드는 요소들이 있는 것도 그렇고, ASMR 콘텐츠처럼 무려 15분 이상의 분량으로 캐릭터가 계속 잔잔하게 말을 걸어주는 콘텐츠가 있는 것도 그런 예시 중 하나다.

서문에서 언급했듯 이 게임이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과감한 시도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티가 덜 나서 그렇지, 너무 많은 방향성을 한 게임에 담으려 한 과욕이 보이는 지점들도 분명 있다.
개인적으론 현실에선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굳이 이 게임에 고양이를 키우고 쓰다듬어서 기분을 맞춰주고 임무에 파견해 더 많은 길냥이를 집에 들이는 콘텐츠가 필요했나 싶다.
이 콘텐츠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다른 라이더들이 고양이와 교감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는 정도뿐이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다양한 콘텐츠를 모두 소화하느라 일부 완성도를 다 채워넣지 않은 듯 보이는 구간들이 있었던 점, 전투가 퍼즐적 플레이와 육성으로 자동전투를 이어가는 플레이 두 갈래로 수렴해 비슷한 양상을 이어간다는 점도 다소 아쉬웠다.
일부 스토리 구간 또한 덜 어색하게 풀어낼 방법이 있었을 것으로 보였다.
가령 용기 내어 부른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각성시키고 구원한다는 주제를 가진 구간은, 앞서 수많은 작품들에서 더 세련되게 풀어낸 선례들이 있기에 더 아쉽게 다가왔다.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기자는 이 게임의 과감한 선택들을 참 높게 평가한다. 쉽게 쓰기 어려운 설정 및 전개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너무 선정적이거나 잔인하지도 않은 선을 참 잘 탔다고 생각한다.(오히려 보여지는 것보다 마일드한 편이다)
이번 CBT를 통해서 개발사 또한 어떤 구간들이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고, 어떤 구간들이 호평을 받는지 명확히 인지했을 것이라 보기에, 지금의 과감한 매력은 남기면서 재정비와 보완을 거쳐 정식 출시 때 멋진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