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이치소프트웨어가 오는 11월 12일 일본·아시아·북미·유럽에 동시 발매하는 신작 <프리니 보드배틀>을 직접 플레이해볼 기회를 얻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빌려오면서도, 장르는 전혀 다른 '스고로쿠(すごろく, 주사위 보드게임)'를 택한 이 작품은 니혼이치소프트웨어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정식 파티게임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니혼이치소프트웨어 소속의 인기 원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하라다 타케히토(原田たけひと)가 담당했다.
한 판을 플레이해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인상은 "이거, 판이 다 끝나기 전까지는 누가 이길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예측 불가능함의 정체는 게임의 핵심 콘셉트인 '배신'에 있었다.
#전반은 협력, 후반은 배신 — 두 얼굴을 가진 보드게임
<프리니 보드배틀>은 최대 4인이 함께 즐기는 파티게임으로, 니혼이치소프트웨어의 주특기인 커맨드 RPG와 슬롯머신을 결합한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판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들은 보드 위를 이동하며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캐릭터를 육성해 나간다. 이 시점까지는 전형적인 협동형 보드게임에 가깝다.

분위기가 급변하는 것은 각 구역의 보스, 즉 '사천왕'을 쓰러뜨린 직후부터다. 사천왕을 처치하면 그 자리에 쓰러진 보스가 필드에 남는데, 이 보스를 가장 먼저 시작 지점까지 옮겨온 플레이어가 승리에 유리해지는 규칙이다.
즉 사천왕을 함께 힘을 모아 쓰러뜨린 다음 순간, 참가자들은 곧바로 그 전리품을 둘러싼 쟁탈전에 돌입한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조금 전까지 손발을 맞추던 동료가 갑자기 내 캐릭터를 들어 던지며 진로를 방해하는 장면이 연출됐는데, 배신당했다는 억울함보다는 "역시 이렇게 나오는군" 하는 웃음이 먼저 터졌다.
개발진 역시 인터뷰에서 게임 플레이 중 사람과 사람이 실제로 적대하는 듯한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경쟁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전반부는 협력이 자연스럽고 후반부는 배신이 자연스러운 구조를 의도적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 '들고 던지기'와 '암흑의회' — <디스가이아> 팬이라면 익숙할 그 시스템
전투나 이동 외에 눈에 띄는 요소는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들고 던지기' 시스템이다. 필드에 놓인 시설물을 들어서 쌓으면 랭크가 올라가며, 이렇게 강화된 시설은 게임 진행에 실질적인 이득을 준다.
캐릭터 역시 들어서 던져 이동시킬 수 있는데, 유독 프리니만큼은 던져지는 순간 폭발한다. 이 폭발로 주변에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직접 플레이하면서 상대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기 위해 프리니를 폭탄처럼 활용하는 전략을 시도해봤는데, 게임 내에서 가장 약한 캐릭터인 프리니가 오히려 폭발이라는 특수 능력 덕분에 판을 뒤집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여기에 <디스가이아> 팬이라면 반가울 '암흑의회' 시스템도 등장한다. 의회에서 다양한 안건을 가결하면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는데, 이 안건 통과 여부에 따라 특정 플레이어가 불리해지거나 반대로 판도가 완전히 뒤집히기도 한다.

인터뷰에서 개발진은 이 의회 시스템을 통해 '누군가의 발목을 잡거나 나만 유리해지도록' 밸런스를 강제로 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실제 체험에서도 의회 결과 하나로 선두를 달리던 플레이어가 순식간에 페널티를 받는 장면이 나와 테이블 전체가 웃음바다가 됐다.

# 캐릭터 — 주인공들은 전부 '보스'가 됐다
가장 눈에 띄는 설정은 캐릭터 배치다.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캐릭터는 <디스가이아 시리즈>에 등장했던 범용(잡몹) 캐릭터들 중에서 선별된 카드로, 라하르나 에트나 같은 시리즈의 간판 주인공들은 오히려 플레이어가 쓰러뜨려야 할 사천왕, 즉 보스로 등장한다.

역대 주인공 6인 가운데 매 판마다 4인이 랜덤으로 사천왕으로 선정되는 방식이라 같은 멤버로 다시 플레이해도 매번 다른 조합의 보스를 상대하게 된다. 최종 보스는 '슬롯 대마왕'으로, 발표 당시에는 실루엣만 공개된 상태였다.
인터뷰에서 개발진은 왜 하필 프리니가 주인공이 됐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답을 내놓았다.
라하르를 비롯한 역대 주인공들을 플레이어가 맞서야 할 거대한 적으로 세우는 편이 오히려 그 캐릭터들의 존재감을 살릴 수 있었고, 반대로 이미 '가장 약한 존재'로 자리 잡은 프리니를 조작 캐릭터로 세우는 편이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약체 캐릭터인 프리니를 쓰고도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이 단순한 육성 대결이 아니라 판을 읽는 머리싸움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 반전은 언제든 가능하다 — 캐치업 시스템
파티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 방 역전'의 손맛이다. 이 게임은 보스를 쓰러뜨리는 과정 자체는 캐릭터를 착실히 키우는 RPG적 성장에 가깝지만, 최종 승리 조건인 '보스 빼앗기'는 캐릭터가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더라도 전략과 순발력만으로 역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실제로 체험 중 육성 면에서 뒤처졌던 플레이어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한 수로 선두를 빼앗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는 한 턴 안에서 슬롯을 돌려 눈을 정하고, 스킬을 쓰고, 아이템을 사용하는 등 여러 행동을 조합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이다. 이 조합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이른바 '콤보'가 성립하며 상대를 앞지를 수 있다.

쓰러진 캐릭터가 부활할 때 스스로 부활 위치를 지정할 수 있는 점도 체감상 균형을 잡아주는 요소였다. 격차가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한 배려로, 한쪽으로 승부가 완전히 기울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처럼 느껴졌다.
참고로 이 작품은 스위치2 기반 타이틀답게 '나눔 통신'을 지원한다. 소프트를 한 명만 소지하고 있어도 로컬에서 최대 4인까지 함께 즐길 수 있고, 스위치2끼리라면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플레이도 지원된다. 파티게임 특성상 모임 자리에서 소프트 없이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실질적으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요소다.

# <디스가이아>를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착한 배신'의 파티게임
짧은 체험이었지만 <프리니 보드배틀>은 협력과 배신이라는 상반된 재미를 한 판 안에 압축해 넣은 인상이 강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팬이라면 주인공들이 보스로 등장하는 반전, 들고 던지기와 암흑의회 같은 익숙한 시스템에서 반가움을 느낄 것이고, 시리즈를 몰라도 슬롯과 보드게임, RPG를 오가는 규칙 자체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구성이었다.
다만 이번 체험은 한 판, 한 스테이지에 국한된 것이었다. 개발진에 따르면 스테이지는 플레이를 통해 순차적으로 해금되는 구조라 이번에 확인한 범위가 전체가 아니라고 하니, 실제 발매 후 스테이지 간 변주가 어떤 재미를 더할지는 정식 발매 버전으로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