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위로 라멘 배달 열차가 달립니다. 급커브에서 드리프트를 하고, 가파른 경사로에서 공중으로 솟아오른 뒤 킥플립을 돌면서요. 배경엔 도리이가 늘어선 숲과 후지산, 그리고 그 너머로 수상한 거대 기업이 지배하는 사이버펑크풍 도시가 펼쳐집니다.
스페인의 개발사 '언더코더스'가 만든 <덴샤어택!>은 일본의 철도와 대중문화를 아케이드 액션으로 재구성한 게임입니다. 열차로 라멘을 배달하던 '에미'가 사진작가 '페르난도'를 만나 각지의 '덴샤어태커'와 겨루며 이름을 알리는 여정을 따라가죠.
설정부터 기발함이 돋보이는 게임인데, 플레이해 보면 그 아이디어를 다루는 솜씨가 더 인상적입니다. 열차를 묘기용 탈것으로 바꾼 조작부터 트랙과 연출, 이야기와 인터페이스까지 모든 요소가 이 독특한 질주를 함께 완성하거든요.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 스케이트보드 기술로 완성한 아케이드 질주
<덴샤어택!>은 스케이트보드 게임의 기술과 콤보를 열차의 질주에 섞은 게임입니다. 장애물을 피해 옆 선로로 옮겨가고, 공중 기술로 전환기를 건드려 갈림길을 바꿉니다. 점프 후에는 벽을 타고, 난간에서는 그라인드로 콤보를 이어가죠.
여기에 아케이드 레이싱의 속도감을 더했습니다. 코너에서는 드리프트를 하고, 부스트를 밟아 속도를 높입니다. 콤보를 충분히 쌓으면 "마리오 카트"의 무지개 로드를 떠올리게 하는 특수 트랙도 열립니다. 멋진 기술이 점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빠르고 화려한 길을 달리는 재미로 연결되는 셈이죠.
묘기를 정확하게 이어가는 손맛과 속도를 끌어올리는 쾌감이 원래 하나의 장르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 스케이트보드 게임에서 쓰던 기술들을 열차로 구사하는 맛이란.
▶ <마리오 카트>의 무지개 로드가 떠오르는 특수 트랙.
# 완주는 가볍게, 금메달은 까다롭게
처음 달리는 트랙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속도가 빠른 데다 갈림길과 기술 타이밍을 동시에 살펴야 하고, 수집품과 미션까지 한 번에 챙기기도 어렵거든요.
대신 완주는 쉽습니다. 충돌하더라도 시간이 늘어나고 콤보가 끊길 뿐, 그대로 주행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정해진 목표만큼 점수를 내야 하거나 3위 안에 들어야 하는 레이스에서는 집중이 조금 필요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부담은 없습니다.
트랙을 완주하면 달성한 목표에 따라 메달을 받습니다. 높은 기술 점수와 짧은 시간 기록, 충돌 없이 달리기 같은 여러 목표가 마련되어 있고, 처음에는 놓치기 쉬운 수집품도 트랙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금메달을 따는 건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처음엔 트랙에 익숙해지고 재도전을 하며 공략하는 플레이가 사실상 필수적입니다.
▶ 금메달을 따는 건 녹록지 않다. 일단 충돌 없이 완료해야 한다는 것부터 쉽지 않으니까.
▶ 충돌하더라도 날 응원하는 동료의 얼굴이 잠깐 스쳐갈 뿐이다.
# 마지막까지 새로운 장면을 꺼내는 트랙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트랙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9개의 챕터는 배경만 바꿔가며 같은 구조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선로 밖을 달리고, 다른 물체에 올라타거나, 모노레일처럼 매달려 움직이는 등 주행 방식부터 달라집니다. 카메라의 위치와 시야까지 크게 바뀌면서 익숙해진 기술도 달리 경험하게 하고요.
일반 트랙도 기발한 연출로 가득하지만, 챕터마다 등장하는 보스전은 특히 압도적입니다. 거대한 적과 주변 배경을 활용하는 방식이 매번 다르고, 앞에서 익힌 기술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믹으로 이어지거든요. 이번이 가장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다음 보스전이 다시 기대를 넘어서곤 했습니다.

▶ 물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모노레일이 되어 버리기도 하는 등 주행 방식도 계속 새로워진다.

▶ 콘셉트부터 기믹, 음악까지 어느 것 하나 실망시키지 않는 보스전들.
# 달려온 여정을 채우는 수집과 아트
수집품도 제법 쓸 만합니다. 트랙에서 모은 '스프레이캔'은 열차의 색과 패턴, 스티커를 구매하는 데 사용합니다.
중반부터 등장하는 '기어'로는 장단점이 다른 새 열차를 살 수 있고요. 열차마다 강점을 발휘하는 트랙과 플레이 방식이 달라서, 새 열차를 구매해 트랙에 맞게 바꿔 타는 것도 메달 도전에 도움이 됩니다.

▶ 트랙에서 수집하는 '스프레이캔'과 '기어'는 상점 이용에 쓰인다.
챕터마다 완성해 가는 잡지도 게임의 개성을 더합니다. 페르난도의 사진 미션을 완료한 결과부터 지나온 지역의 정보와 캐릭터 소개까지, 에미의 여정이 팬진에 차곡차곡 쌓이는 건데요.
알록달록한 페이지를 채워나가는 성취감도 좋고, 트랙의 풍경과 연출에서처럼 지나온 경험을 기록하는 방식에서도 일본 문화에 대한 개발진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 에미의 여정이 더해질수록 팬진 채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 총평
<덴샤어택!>은 마지막 트랙에 도착할 때까지 상상력의 속도를 늦추지 않습니다. 처음엔 묘기 부리는 열차로 웃게 하고, 이후엔 다음 챕터에서 뭘 보게 될지 기대하게 합니다. 선로를 따라가는 게임이지만 예상대로 흘러가는 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금메달을 노린다면 빠른 속도의 플레이를 반복하며 피로감이 들 수는 있습니다. 일부 배경과 오브젝트는 화려한 연출에 비해 투박하게 보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엔딩까지 달리는 동안 지루할 틈은 없었습니다. 아이디어를 한두 번 과시하는 게 아니라, 매 챕터 새로운 플레이와 장면을 보여줬으니까요.
빠른 아케이드 액션과 기록 도전을 좋아한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게임패스로도 플레이할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해 열차가 어디까지 달려가는지 직접 확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남기는 기록이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