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를 헤매는 어린아이의 공포를 아기자기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려내며 글로벌 호러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요마와리>(떠도는 밤) 시리즈. 특유의 데포르메된 비주얼과 극강의 사운드 연출로 이름을 알린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미조카미 유우 디렉터가 이번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신작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무대는 낮에는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밤에는 묘한 적막이 흐르는 외딴 시골 마을 ‘오가무라(拝む村)’. 미조카미 디렉터는 신작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원제: 오가무라의 정원, おがむらの庭)을 통해 평화로운 시골 생활 시뮬레이션에 특유의 미스터리 호러 요소를 솜씨 좋게 버무려 냈다.
“평화로운 시골에서 땀 흘려 농사를 짓다가도, 밤이 되면 마을의 기묘한 비밀과 맞닥뜨리는 게임”. 서로 양극단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힐링'과 '공포'를 어떻게 하나의 작품 속에 안정적으로 공존시켰을까?
한국 출시(7월 30일)를 앞두고, 공동 디렉터 카츠마타 님과의 티격태격했던 조율 과정부터 한국 팬들을 위한 다정한 인사까지 담긴 미조카미 유우 디렉터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 디스이즈게임(도쿄)= 정우철 편집장

Q.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 유저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미조카미 유우 (이하 미조카미): 안녕하십니까,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미조카미 유우라고 합니다. 과거에 <요마와리(떠도는 밤)> 시리즈 등을 제작했습니다. 방금 사진을 찍을 때 엄청나게 긴장했었네요.
<요마와리> 시리즈를 3 ~ 4개 작품 정도 만든 후, <매드 랫 데드(MAD RAT DEAD)> 등의 개발에도 참여해 왔습니다. 이번 신작은 저희에게 완전히 새로운 도전으로, <오가무라의 정원(おがむらの庭)>이라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부디 살살 부탁드립니다(웃음).
Q. 전작인 <요마와리> 시리즈와는 정반대로 보이는 평화롭고 힐링 가득한 시골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장르를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또한, 기존 요마와리 제작진만의 색깔은 이번 게임에 어떻게 묻어났나요?
미조카미: 원래 이 게임, 즉 생활 시뮬레이션을 만들고자 했던 계기는 <요마와리>의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생활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물론 평화롭고 따뜻한 일상과 호러라는 두 장르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우려는 저희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장르가 의외로 높은 친화성을 지녔으며, 충분히 융합해 낼 수 있으리라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시골'이라는 배경은 훈훈한 일상에도, 호러 연출에도 모두 아주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무대였기 때문에 도전해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술적인 노하우 측면에서도 <요마와리>가 쿼터뷰(Quarter view) 시점의 게임이었기 때문에, 이 점이 생활 시뮬레이션의 카메라 구도와도 잘 맞을 것이라 판단하여 주저 없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Q. 타이틀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공포 요소를 넣은 기억이 없다"고 장난스럽게 답변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실제로 일상과 공포의 비율이 '8:2'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밸런스는 기획 초기부터 예정되어 있었는지 아니면 개발 과정에서 기대를 반영해 호러 비중을 조정한 것인가요?
미조카미: "공포 요소를 넣은 기억이 없다"고 했던 건 사실 가벼운 농담이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조금 장난을 쳤던 것인데요. 질문해 주신 대로 생활 시뮬레이션과 호러의 비율을 '8대 2'로 가져가는 것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확고하게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균형이 흔들리면 개발 도중 팀원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초 단계부터 노선을 확실히 정해두었습니다. 아울러 이번 작품은 발표부터 출시까지 1년 가까이 걸릴 만큼 준비 기간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시기별로 프로모션의 톤앤매너를 다르게 가져가려다 보니 그런 장난 섞인 답변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생활 시뮬레이션 요소를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호러는 이런 매력이 있다"고 진솔하게 설명해 드리는 이유는, 계속 비밀스럽고 장난스러운 태도만 취하면 유저분들께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임으로 오해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저분들이 보다 쉽고 확실하게 어떤 게임인지 이해하고 다가오실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Q. 게임 속 스토리 배경인 '오가무라(拝む村)'라는 이름은 외지와 단절된 배타적인 시골 마을을 연상시킵니다. 스토리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셨나요?
미조카미: 앞서 말씀드렸듯 힐링 라이프와 호러의 융합이라는 대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지와 차단된 배타적인 시골 마을'을 무대로 정해두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소위 '폐쇄적인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호러가 일종의 트렌드이자 장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선택하면 유저분들에게 시나리오의 성격과 게임의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뻔한 시골 마을 호러로 끝나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 생활 시뮬레이션과 힐링이라는 장치를 융합하면 어떤 독특한 결과물이 나올지 치밀하게 계산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이렇게 연출하면 훨씬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들이 모여 지금의 기획이 완성되었습니다.
Q. 평화로운 마을에서 느끼는 '힐링'과 시골 특유의 배타성이 주는 '공포'라는 극단적인 두 정서를 공존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미조카미: 원래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를 선호하는 유저분들 중에는 호러를 무서워하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가 튀기거나 괴물이 잔혹하게 덤벼드는 것 같은 고어하고 끔찍한 직접적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무섭기는 하되, 기분 나쁘거나 징그럽다는 혐오감을 주지 않는 최적의 선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오늘 인터뷰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공동 디렉터인 카츠마타가 이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요마와리>를 만들던 버릇이 있어서 유저를 깜짝 놀라게 하거나 짓궂은 호러 장난을 치고 싶어 안달이 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카츠마타가 "그렇게까지 연출하면 유저들이 정떨어져서 도망친다"고 저를 만류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며 적절한 경계선을 조율해 나갔습니다.

Q. 호러와 독특한 리듬 액션을 보여주던 전작들과 비교해, 평화로운 시골 정원이라는 상반된 테마를 기획하게 된 근본적인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조카미: 가장 큰 매력은 '긴장과 이완의 대비'입니다. 호러 게임의 핵심 규칙 중 하나는 바로 유저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긴장감 조율인데, 일상생활을 하며 평온하게 마음이 풀려 있을 때 문득 엄습하는 공포 사건은 엄청난 임팩트를 줍니다.
생활 시뮬레이션을 즐기며 힐링하다가 한순간 기묘한 사건을 겪으며 "아, 맞다. 이 게임은 이런 호러 게임이었지" 하고 정체성을 자각하게 만드는 장치는 다른 게임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독보적인 플레이 감각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해 도전을 결정했습니다. 또한, 평소에 무서운 호러 게임만 만들던 개발자가 느닷없이 아주 평화로운 힐링 시뮬레이션을 들고나오는 상황 자체가 유저분들께 스토리텔링적으로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점도 있습니다.

Q. 일반적인 슬로 라이프 장르에서는 주민들과 친밀해지며 긍정적인 관계(연애 등)를 맺는 것이 정석입니다. 배타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본작에서는 주민들과의 교류가 어떻게 이루어지며, 연애 요소도 존재하나요?
미조카미: 본작에서도 물론 주민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다만 독특한 점은, 이 마을(오가무라)에는 저마다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민들과 친해지는 과정은 일반적인 게임처럼 단순히 호감도를 쌓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숨기고 있던 본모습과 마을의 미스터리를 한 꺼풀씩 벗겨내는 독특한 시나리오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연애 요소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본작의 주인공이 '어린아이'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끈적하거나 성인 지향적인 연애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친해지면 식사 초대를 받거나,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귀여운 '하룻밤 묵고 가기(오토마리)' 이벤트 등이 정성껏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아이이기 때문에 그려낼 수 있는 흥미진진한 교류 이벤트들이 많으니, 마을 주민들에게 아이 취급을 받으며 녹아드는 독특한 생활 시뮬레이션의 매력을 가득 만끽해 보시기 바랍니다.
Q. 공동 디렉터인 카츠마타 님과 함께 디렉팅을 진행하면서 이견을 조율한 과정이나 재밌는 비하인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미조카미: 역할 분담은 칼로 자르듯 명확했습니다. 저는 <요마와리> 풍의 호러 시스템과 시나리오를 전담했고, 카츠마타는 생활 시뮬레이션을 아주 사랑하는 유저의 입장에서 일상 콘텐츠의 정교함을 전담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뼛속까지 호러 뇌를 가지고 있어서, 유저가 정성껏 키운 개를 갑자기 죽게 만들거나 실종시키는 등의 자극적인 전개를 제안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카츠마타는 "생활 시뮬레이션에서 플레이어가 열심히 땀 흘려 쌓아 올린 가치를 일방적으로 빼앗는 것(가축이나 반려동물을 해치는 것 등)은 절대 금지"라며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소중하게 키운 농작물, 가축, 주민들과의 호감도를 제멋대로 망가뜨리려는 저를 정말 끊임없이 뜯어말려 주었습니다.
만약 스토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떤 상실감이 드는 호러 이벤트를 넣어야 한다면, "그 이벤트 이후 플레이어에게 반드시 적절한 다른 보상을 주어 허탈감을 보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유저 경험이 훼손된다"는 카츠마타의 철저한 조율 하에 게임의 밸런스를 잡았습니다.
덕분에 호러와 일상이라는 두 개의 기둥이 아주 안정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었습니다.

Q. 전작들의 수려하고 독특한 비주얼 및 사운드 연출이 이번 작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사운드와 비주얼에서 가장 힘준 포인트도 궁금합니다.
미조카미: <요마와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데포르메(단순화)된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 속에서 발소리나 효과음(SE)을 지극히 사실적이고 사실감 있게 설계해 기묘한 리얼리티를 선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신작에도 <요마와리>를 담당했던 유능한 사운드 디렉터가 그대로 합류하여, 리얼한 발소리와 효과음 퀄리티를 타협 없이 계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마와리>와 가장 큰 차이점은 환경음 외에 정성스러운 'BGM(배경음악)'이 대거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 진득하게 반복 플레이를 하는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인 만큼, 귀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가만히 가던 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배경음악을 지향했습니다. 게임 내 시간대의 변화나 계절에 맞춰 다양하게 변하는 명곡들을 편안하게 감상해 주셨으면 합니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요마와리> 때 기술적 한계나 콘셉트 상 해보지 못했던 '낮(낮 파트)'의 빛 표현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숲의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눈부신 햇살(코모레비)이나 햇빛의 입체감 등을 맵 곳곳에 정교하게 구현해 냈으니, 화면의 화사하고 아름다운 선명함에 부디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Q. 게임 내에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가득한데, 개발팀의 내부 분위기는 어땠나요? 이전의 무서운 호러 게임을 만들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을 것 같습니다.
미조카미: 호러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흔히 개발실 불을 꺼놓고 어두컴컴하고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작업하냐고 물어보시는데, 실제로는 180도 다릅니다. 호러 게임을 개발할 때의 마음가짐은 유저에게 즐거운 서프라이즈 장난을 기획하는 장난꾸러기들의 모임과 같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툭 치고 나오면 유저들이 깜짝 놀라겠지?" 하며 늘 웃음 가득하고 화기애애하게 만듭니다. 이번에 처음 도전한 생활 시뮬레이션 파트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방대한 콘텐츠를 구현한 뒤 직접 플레이하며 사소한 오점이나 조작성, 순환 고리 등을 검증하고 보완해 나갔는데, 결국 호러 파트와 일상 파트 모두 같은 열정과 유쾌한 텐션으로 만들었습니다.
늘 어둡고 음침한 게임 화면만 들여다보던 개발 인생이었는데, 오랜만에 밝고 청량한 화면을 잔뜩 그리며 일할 수 있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Q. 호러가 아예 없는 순수 생활 시뮬레이션 '안심 생활 모드'를 함께 제공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각 모드의 플레이어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시나요?
미조카미: 사실 '안심 생활 모드'는 원래 계획에 없던 모드였습니다. 그런데 개발을 고도화하다 보니 생활 시뮬레이션 파트 자체만 떼어놓고 봐도 즐길 거리가 차고 넘치는 훌륭한 게임이 완성되었습니다.
호러를 극도로 피하시는 분들이 단지 공포 요소가 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풍성한 시뮬레이션 재미를 맛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유저분들이 우리 게임에 진입하실 수 있도록 안심 생활 모드를 과감히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안심 생활 모드로 하더라도, 마을이 감춘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나 주민들의 묘한 기류 등 게임의 매력적인 서사는 자연스럽게 체험하실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 모드를 통해 편안히 즐기시다가 "어라? 원본 모드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메인 호러 일상 모드에도 슬쩍 도전해 보실 수 있는 다리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본 모드는 저희가 맨 처음 기획했던 '수상한 시골 마을(오가무라)에서의 은밀한 삶'의 정수를 온전히 누리실 수 있도록 조율해 두었습니다. 애초에 비주얼적 고어함이나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을 지양하며 디자인했기 때문에, 공포 때문에 망설여지시더라도 용기 내어 메인 모드에 부딪혀보셔도 충분히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Q. 일상 속 '농경 시스템'과 밤의 '호러 탐색'이라는 두 플레이 방식이 게임 내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맞물려 흘러가나요?
미조카미: 저희는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피로감도 주지 않는 높은 '자유도'를 최우선 가치로 두었습니다. 스토리가 너무 보고 싶은 유저는 농사짓기가 지루할 수 있고, 반대로 유유자적 힐링하고 싶은데 메인 시나리오가 억지로 등을 떠밀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 시뮬레이션과 스토리의 타임라인을 강제로 결부시키지 않았습니다. "특정 농작물을 몇 개 수확해 바치지 않으면 메인 스토리가 잠긴다"거나 "스토리 전개 때문에 며칠 동안 농장 출입이 불가능해진다" 같은 강제 제약은 완전히 지웠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시나리오만 밀 수도 있고, 다음 날에는 온종일 농장 가꾸기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최소한의 기초 가이드만 익힌 뒤에 농사를 한 톨도 짓지 않고 메인 스토리 엔딩만 직진해서 감상하는 플레이도 기술적으로 지원합니다.

Q. 마을의 '규칙'을 어기면 불길한 사건이 터진다는 점에서 높은 자유도가 느껴집니다. 혹시 <요마와리> 같은 일방통행식 구성이 아니라 멀티 엔딩을 차용하고 있나요?
미조카미: 그렇지는 않고, 약간 다릅니다. 규칙을 어기면 원치 않는 이벤트나 부정적인 전개를 마주하게 되지만, 전체 시나리오의 뼈대는 뚝심 있게 하나로 흘러가는 선형적인 구성에 가깝습니다. 수십 가지 엔딩으로 잘게 쪼개져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단 하나의 외길 엔딩만 있는 것은 아니며, 특정 분기점과 다채로운 연출들이 곳곳에 꼭꼭 숨겨져 있으니 플레이하시면서 이를 찾는 재미를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Q. 콘텐츠의 풍성함과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엔딩 기준)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나요?
미조카미: 메인 스토리 라인을 밟아 최종 엔딩 크레딧을 보는 데만 대략 50~60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는 본래 유저 본인이 깊이 몰입하고 마음껏 파고들 때 비로소 완성되는 장르입니다.
농가 육성과 마을의 숨은 서브 요소들을 전부 깊게 파고드신다면 100시간 이상은 거뜬히 몰입하여 즐기실 수 있는 볼륨입니다.
Q. 매일 일상에 치여 피곤한 현대인들이 게임 안에서 지치지 않고 휴식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편의 장치는 무엇인가요?
미조카미: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을 전면 존중하는 '방임형 자유도'가 최고의 편의 장치입니다. "오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기 싫은 것은 과감히 미뤄두어도 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소소한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느끼실 수 있도록 마을 곳곳에 재밌는 숨은 서브 퀘스트를 무수히 많이 배치했습니다. "특정 행동을 몇 번 달성하기" 같은 소박한 목표들을 달성하면 경쾌한 알림과 함께 성장의 밑거름이 될 유용한 보상(별 등)을 즉시 쥐여줍니다.
지루함 없이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Q. 게임 안의 사계절 변화와 다양한 시골 행사, 주민들의 초대 등 정겨운 디테일들이 돋보입니다. 살아 숨 쉬는 '시골 공동체'의 느낌을 내기 위해 미술과 연출 면에서 가장 애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미조카미: 유저가 바라봤을 때 "아, 시골 마을에 가면 확실히 이런 느낌이지" 하고 본능적으로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적 디테일들을 집요하게 심어 넣었습니다. 적어도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만큼은 비현실적이거나 뜬금없는 이질적 설정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억제했습니다.
그래픽 소스나 연출 디자인 전부 실제로 존재하거나 경험했던 아련한 풍경을 바탕으로 빚어냈습니다. 저 자신이 시골 출신이기도 해서,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무릎을 탁 치며 "맞아, 이런 게 있었지!" 하고 공감할 만한 일상의 디테일을 얹었습니다.
비록 한국의 유저분들이라 할지라도, 아시아권 특유의 따뜻하고 정겨운 아날로그 감성과 어딘가 그리운 정취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시골길 구석구석을 누비며 가슴 한편이 몽글몽글해지는 옛 추억을 떠올려 주신다면 저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큰 영광이겠습니다.
Q. 작중에 출몰하는 요괴들은 일본 전통 민담 속 존재들이 많아 보입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매력적인 전통 귀신이 있을까요?
미조카미: 한국의 게이머분들이 일본 요괴에 대해 어느 정도 깊이 알고 계시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참 고민했던 질문입니다. 다만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아주 재밌는 사실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유명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일본의 전통 전래 놀이인 <다루마상이 고론다>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본작에 이 놀이를 기괴하게 모티브로 삼은 귀신 요괴가 등장하는데, 국경을 넘어 한국 유저분들에게도 친숙하고 직관적으로 규칙이 와닿을지 굉장히 기대가 되고 흥미롭습니다.
한국의 '도깨비'처럼, 단순히 흉측하고 해를 끼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알면 알수록 묘한 애교가 있고 사랑스러운 요괴들을 많이 숨겨두었습니다. 오가무라 마을을 플레이하시며 무시무시하면서도 정감 가는 요괴 친구들을 귀여워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기존의 대표적인 힐링 시뮬레이션 게임(예: 동물의 숲 등)은 시작하자마자 내 집 마련 대출금을 갚기 위해 끝없는 빚의 굴레에 빠지는 등, 가끔은 이것이 유저에게 압박이나 노동 피로로 다가옵니다. 오가무라 마을에 도착한 유저들에게 처음 주어지는 핵심 목표나 의무는 무엇인가요?
미조카미: 저 또한 다른 생활 시뮬레이션을 즐길 때 기한에 맞춰 특정 자원을 끝없이 납품해야 하고, 그것이 스토리 해금의 강제 장벽이 될 때 마주하는 노동 피로감을 아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본작은 그런 불필요한 시스템을 과감하게 다 걷어냈습니다.
초반 조작법 학습을 위해 부득이하게 거쳐야 하는 초반 튜토리얼 단계도 지루한 훈련 교본식이 아니라, 흥미로운 스토리를 차분히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에 익도록 세심하게 내러티브를 연출했습니다.
유저를 옭아매는 빚이나 납품 압박 대신 "우선 우리 마을의 정식 일원이 되어 어우러지기"라는 느긋하고 푹신한 목적지를 드립니다.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며 사람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그다음엔 어떻게 될까?" 하고 가랑비에 옷 젖듯 스토리에 이끌리도록 설계했으니 긴장하지 말고 편히 와주시기 바랍니다.
Q.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팬 여러분께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미조카미: 이번에 열심히 빚어낸 <오가무라의 정원>은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어떤 유저의 성향이든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는 깊은 안식처 같은 게임입니다. 힐링 농사로 입문하시든, 쫄깃한 시골 호러로 입문하시든, 이 게임은 한 단면으로 정의할 수 없는 거대한 입체감을 품고 있습니다.
개성 강한 요괴 디자인, 깊이 있는 향토 민속학적 시골 풍습 고찰, 극강의 효율을 자랑하는 농사 스케줄링, 나만의 예쁜 정원 방 꾸미기, 그리고 주민들 간의 얽히고설킨 군상극 스토리 등 맛있는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어떤 문을 열고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우선 이 수수께끼의 시골 마을에 가벼운 마음으로 가방을 내려놓으신 뒤, 게임 속 숨겨진 나만의 힐링 명소와 최애 캐릭터를 찾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슬로 라이프를 즐겨 주십시오.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7월 30일 출시까지 기다려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마침내 여러분께 선사할 수 있게 되어 크나큰 기쁨과 희열을 느낍니다. 게임 안에서 여러분과 미소 띤 얼굴로 마주하길 기대합니다. 다양하고 솔직한 플레이 소감을 많이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