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랬다. 11년 만에 <리듬 천국> 시리즈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닌텐도 다이렉트 때도 너무 반가웠고, 패키지 버전의 배송을 받아 열었던 순간에도 참 기뻤다.
이번 신작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는 분명 즐거운 타이틀이었다. 귀엽고 재치 있었다. 채보를 보고 플레이하는 게 아닌, 감각으로 느끼고 반응한다는 시리즈 특유의 방향성도 살아 있었다.
하지만 전작들의 '추억 보정' 같은 게 아니더라도, 이번 타이틀을 시리즈 최고의 명작으로 꼽기엔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솔직히 말해 이전 작품들처럼 B급 개그 코드가 엄청 강렬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던 편이고, 보컬곡이 늘어난 건 좋았지만 "이 곡이 너무 좋아서 이 판은 꼭 다시 할래"하는 마음이 강하게 드는 스테이지도 드물었다.

GBA(게임보이 어드밴스) 시절 시리즈 첫 작품인 <리듬 천국>(2006년作)이 인생 게임 중 하나인 사람으로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년 동안 너무 많은 게임을 하면서 내 역치가 너무 높아졌나, 그때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더 재밌게 즐겼던 걸까.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됐던 며칠이었다.
물론 이번 작품 또한 절대다수에게 해보시라 추천할 정도의 괜찮은 타이틀인 점은 분명하지만, 오늘로부터 20년이 지난 시점에 이 게임을 추억할 정도냐 하면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에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기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적어보려 한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시리즈의 귀환 자체는 환영할 만했다...하지만
▲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는 첫 작품인 GBA 당시의 게임 배치와 비슷한 모습부터 시작해, 그 시절부터 등장해온 격투가(가라테)도 유저를 반겨주고 있다. 시리즈의 정체성을 온전히 이어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한 셈이다.
<리듬 천국> 시리즈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직관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다. 복잡한 채보나 노트 없이, 들리는 박자 패턴(한두 마디 길이)에 맞춰 미니게임을 계속 타파하면 된다.
눌러야 하는 버튼 수도 보통은 한 개, (일부 사이드 게임들을 제외하면) 많아야 두 개 정도다. 말 그대로 '기본적인 리듬 감각'과 '집중력' 그리고 '약간의 기억력' 정도만 있으면, 큰 부담 없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시리즈다.(마스터하는 게 쉽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다)
다수의 리듬게임들이 천상계 유저들의 마니악한 전유물이 되어가는 동안, 소위 <리듬 천국> 스타일의 게임들은 캐주얼하고 귀여우면서도 익살스러운 방향으로 계속해서 진화해왔다.
본가 시리즈의 시간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꾸준히 <리듬 천국>에 큰 영향을 받은 후손들이 족적을 남겼다. <멜라토닌>, <비츠 앤 밥스>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 <멜라토닌> 속 사진 태우기 미니게임
▲ <비츠 앤 밥스> 못 박기 미니게임
구태여 다른 게임들을 언급한 이유는, <리듬 천국> 본가 시리즈에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맛과 향'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도 이 시리즈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
쫀득하게 손에 감기는 박자감, 정확한 판정에 맞았을 때 쾌감을 극대화해주는 각종 피드백, 단순했던 패턴과 미니게임들이 다르게 변주되거나 리믹스됐을 때 플레이어도 함께 성장하는 듯한 느낌, 익살스럽고 유쾌한 분위기 등이 모두 모여 <리듬 천국>이라는 세계를 만들어왔다.
자, 그렇다면 이번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는 어땠을까. 일단, 구성 자체는 풍성한 편이다.
보컬곡의 수도 늘어났고, 신규 게임들로 구성된 미니게임 수만 80여 개, 최대 4인 로컬 플레이를 지원하는 30 종류의 멀티 게임, '비트 스펠'을 포함한 사이드 게임들의 재미와 깊이도 좋았던 편이다.


이번 작품으로 입문하는 사람들, 또는 초심자를 위한 배려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TTS로 텍스트를 읽어줘서 음성 정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둔 점, 미니게임마다 있는 튜토리얼 구간에서 Y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박자 패턴의 정답 예시를 볼 수 있는 점, 스테이지 진행이 막혔을 때 메뉴 구성의 '카페'에 가면 막힌 스테이지를 건너뛸 수 있게 제안하는 점 등이 그렇다.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도 많고, 같은 스테이지도 다른 점수로 클리어했을 때 나오는 반응도 다 따로 마련됐으며, 퍼펙트 클리어 등을 해냈을 때 특전으로 열리는 4컷 만화나 비화도 꼼꼼히 살펴보면 재밌는 구석이 많다.
다만, 이 많은 장점들이 앞서 언급한 "<리듬 천국> 특유의 맛과 향"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줬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 기억 속 <리듬 천국>은 귀여움이 전부가 아니었다
잠시 시계를 <리듬 천국> 시리즈의 첫 작품이 나왔던 2006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한국의 풍경은 '엽기'라는 단어의 유행이 휩쓸고 간 직후였다. '졸라맨'이나 '엽기토끼'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첫인상에선 "흠칫" 해도 시간이 지나면 정이 드는 그런 류의 캐릭터나 콘텐츠가 쏟아졌던 시기다.
인터넷에선 플래시게임이 대유행이었다. 가볍고 짧은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이 늘었고, 그러한 플래시게임 판 안에서도 경쟁이 꽤나 치열했기 때문에 어중간한 손맛이나 캐릭터성으로는 눈길을 끌기도 어려웠다. 시대 자체가 그런 방향성에 순풍을 달아주고 있었다.
개발하는 닌텐도 쪽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5초 안에 게임에 반응하는 <와리오> 시리즈가 먼저 길을 터줬고, <리듬 천국>도 그 뒤를 이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이번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는 그 당시의 도발적인 화풍이나 분위기, 소재와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전체적으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맛은 있었지만, 'The A'나 '리듬 탈모' 같은 기백(?)이 느껴지는 스테이지가 적어도 너무 적다.

▲ 뜬금 없이 실사 사진으로 웃겨버리는... 이런 게 <리듬 천국>스러운 기백이자 기세일 텐데, 이번 작품에선 손에 꼽히게 등장하는 편이다.
캐릭터 구성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순하고 안정적인 맛이다.
물론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에 등장하는 몇몇 캐릭터들도 인터넷상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기자 또한 인지하고 있다.
다만, 2차 창작이 활발해질 정도로 '호감형'이거나 '모에 포인트'가 있느냐와는 별개로, 뇌리에 강하게 남는 순간이 지금보다 더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어떻게 뇌리에 깊게 남기는데?'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게임은 상호작용의 콘텐츠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에 대한 시선으로 이야기가 옮겨갈 수밖에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를 하면서 '박자가 미묘하게 붕 떠있다'는 느낌을 받은 스테이지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건 단순히 전작들보다 엇박의 빈도가 늘었다거나, 판정이 빡빡해졌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배경에 들리는 음악의 정박(드럼 또는 베이스)과 멜로디 라인의 변칙적인 박자와 요구하는 박자 패턴이 완벽하게 '착착'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제대로 박자를 탔다는 감각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엇박 자체는 죄가 없다. 음악에서 그 엇박이 어렴풋이라도 들리거나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본능적으로 "아, 뭔가 해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패턴과 음악의 합으로 큰 쾌감을 느낀 스테이지가 전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편이다.
▲ 그런 의미에서 합이 좋지 못한 예시 중 하나가 이 '자동차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감속하는 예고음은 음악과 잘 녹아드는 편이지만, 가속하는 예고음은 일부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어긋난 박자로 들어온다.
입력 자체는 정박이지만 감각이 미묘하다. 좋게 표현하면 긴장감 유발이지만,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박자만 세고 있는 꼴이 될 때가 더러 있었다. 퍼펙트를 위해 집중하면 그런 붕 뜨는 감각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PET병 줄넘기'나 '체조균'처럼 정박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패턴을 섞는 사례들도, 음악에서 그 예고나 패턴이 들린다는 느낌보다는, 입이나 발로 따로 박자를 세면서 예고음에 맞춰 수행한다는 감각이 더 강했다.
▲ 상대적으로 음악과 패턴의 합이 좋은 예시 쪽은 '재료 손질' 같은 게임이다.
여러 미니게임 중에 '재료 손질'을 예시로 든 이유 중 하나는, '실제 목소리'를 활용한 연출로 재미를 더한다는 <리듬 천국>의 기조에도 잘 맞는 스테이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번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를 하면서 "이건 좀 웃겼다"고 느낀 부분들은 대부분 '육성'으로 구성된 익살스러운 패턴 예고음이 잘 활용된 때나, 실사 사진처럼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연출로 꺼내들었을 때였다.

결국 조작, 피드백, 판정, 패턴 구성, 개그까지 모든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리듬 천국>스러운 맛"이 완성되게 된다는 말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을 신나서 '둠칫둠칫' 박자를 타게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런 종류의 게임을 많이 즐겨봤거나,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더 잘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개별 요소들이 흠을 잡을 수준이었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전작들처럼 그 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폭발하는 맛이 있었냐고 물으면 그렇지 못하다 느꼈다.
이번 타이틀엔 Ado의 <Love me forever!>처럼 음원을 따로 들으면 계속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좋은 곡들이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 스테이지를 다시 하고 싶게 만드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다.
이번 작품의 수록곡 중 패턴 없이 음악을 따로 들었을 때 음악의 맛이 더 전해진 사례들도 적잖게 있던 것을 경험하면서, 구형 기기로 더 단순한 음악에서 해도 즐겁고 다시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옛 <리듬 천국>의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사실 "더 웃겨줬으면", "더 강렬했으면" 하고 기대한 것은, 어쩌면 기자 본인이 과거의 <리듬 천국> 시리즈에 가지고 있는 좋은 추억이 너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로 시리즈에 처음 입문했다는 사람들의 호평이나, 아직 어린 자녀들에게 스위치 조이콘을 쥐어줘봤을 때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평들을 보면, 못내 아쉬움이 있어도 평작 이상의 괜찮은 작품 반열엔 여전히 들었다고도 느끼게 된다.
전설적인 시리즈에는 약간의 주춤함이 생겨도 여전히 매력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한 이번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다. 물론 이 작품마저 전설 중의 전설이 되었다면 더더욱 좋았겠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은 주고 있으니, 경험을 망설이실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딱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작품으로 <리듬 천국>을 처음 경험하신(또는 하실) 분들이라면 꼭(제발 꼭) 이전 작품들이 왜 전설로 불렸는지도 유튜브 등을 통해서라도 두 눈과 귀로 확인해보시길 권장한다.
시리즈의 다음 작품이 있다면 도약해 넘어야 할 산은 그곳일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