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작 액션 RPG를 탄생시켰던 CD 프로젝트 레드 출신의 베테랑 개발자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스튜디오, '레벨 울브즈'의 행보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이들이 개발 중인 첫 번째 다크 판타지 액션 RPG <블러드 오브 던워커>는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 게이머들의 뜨거운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개발진의 탄탄한 내공과 스토리 중심의 개발 철학이 과연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것은 필연적이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신작의 실체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기회가 마침내 찾아왔다. 운이 좋게도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진행된 <블러드 오브 던워커>의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 참석해 전 세계 누구보다 한 발 먼저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
많은 게이머들이 그렇듯, 기자 역시 이들이 새롭게 선보일 다크 판타지 세계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큰 기대와 호기심을 안고 시연에 참여했다. 과연 레벨 울브즈의 신작은 그 기대치를 충족하는 결과물이었을까. 이번 프리뷰 행사에서 직접 경험하고 온 <블러드 오브 던워커>의 첫인상을 솔직하게 전해보고자 한다.

# 낮에는 인간, 밤에는 흡혈귀… '반쪽짜리' 브라키르의 탄생
이야기는 앞서 공개된 시네마틱 트레일러의 시점에서 이어진다. 흑사병에 걸렸던 동생 '룬카'가 뱀파이어, 즉 작중에서 '브라키르'라 불리는 존재의 피를 마시고 회복된 이후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시점이다. 한때 역병과 폭정의 그늘이 드리웠던 '베일 산고라'는 현재 '브렌시스'를 필두로 한 네 명의 브라키르의 지배 하에 놓여 있다.
주인공 '코엔'은 과거 마을의 은광에서 일했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한때 뛰어난 용병이었던 아버지와 그의 형제는 브렌시스의 폭정에 맞설 계획을 품고 있었으나, 이들의 계획이 누설되면서 위기를 맞은 코엔은 결국 브렌시스에 의해 브라키르로 각성하게 된다.
▶ 한때는 평범했던 주인공 '코엔'과 그의 아버지 '피에터'.
하지만 코엔은 다른 브라키르들과 그 성질이 사뭇 달랐다. 밤에는 여느 브라키르들과 마찬가지로 흡혈귀로서의 힘을 얻게 되지만, 낮이 되면 뜨거운 햇빛에 살이 타들어가지 않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강력한 브라키르인 브렌시스조차 그를 쉽게 해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코엔이 은광에서 일을 하면서 브라키르에게는 치명적인 은에 장시간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코엔을 죽이지 못한 브렌시스는 반역을 꾀한 그의 친족들의 피로 성대한 대관식을 벌이려 한다. 코엔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0일. 이 기간 동안 자신의 힘을 키우고 저항 세력을 규합하여 브렌시스의 세력을 저지하는 것이 <블러드 오브 던워커>의 핵심적인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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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엔은 뜻밖의 변수 덕분에 낮과 밤을 오가며 브렌시스에 맞설 수 있는 '던워커'라는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 영리한 설계와 불친절한 탐험, 호불호 갈릴 고전 RPG의 문법
앞서 게임의 배경 설정을 상세히 설명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서사적 배경이 곧 게임 디자인을 지탱하는 구체적인 근거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코엔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 좀 더 정확히는 30번의 낮과 밤이다. '던워커(Dawnwalker)'라는 이명에 걸맞게 코엔은 낮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밤에는 브라키르의 모습으로 방대한 세계를 활보한다. 게임 속 낮과 밤의 전환은 플레이어의 활동과 선택에 따라 이루어지며, 시간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활동도 제한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여정 도중 만나게 되는 이벤트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하나는 소요되는 시간이 짧은 대신 그만큼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적은 쪽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반대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의 전개가 달라질 수 있고, 만약 진행 도중 낮과 밤이 바뀌어버리면 진행 중이던 이벤트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즉, 주어진 시간과 서사적 진행을 고려해 플레이어의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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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벤트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다르고 낮과 밤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이벤트도 다르다.
보통 이런 이벤트에서는 강력한 스킬을 해금할 수 있는 스킬북과 유용한 장비들을 얻을 수 있으며 소요된 시간이 길수록 얻게 되는 보상의 퀄리티도 높아진다.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주인공 코엔의 성장도가 함께 높아지는 구조로, 30일이라는 제한 시간을 둔 것은 최종전에 도달하기 전 코엔이 과도하게 성장해 게임 플레이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영리한 설계인 셈이다.
방대한 오픈월드 위에는 플레이어의 서사를 장식할 이벤트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다만 맵의 크기에 비해 그 수가 많지 않아 밀도가 낮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플레이어가 이 같은 이벤트들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고 즐기게끔 만드는 지표가 부족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야 할 것이다.
▶ 오픈 월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 다만 이벤트 사이에 거리가 제법 멀다.
일종의 튜토리얼 단계인 초반부를 지나면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것은 브렌시스의 대관식까지 얼마 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핵심 목표와 조력자를 만나기 위해 특정 위치에 가라는 부가 목표가 전부다. 이 과정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다.
게임 내 나침반 UI에 주변에 있는 이벤트의 아이콘이 표시되긴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이벤트의 밀도가 낮아서 제법 긴 시간을 이동해야 이벤트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그게 아니라면, 일일이 게임 도중 지도를 열어 이벤트 아이콘을 찾아 표기하는 수밖에.
당연히 해당 이벤트가 어떤 내용인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 그에 따르는 보상이 무엇인지는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다회차 플레이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을 요구하는, 고전적인 액션 RPG와 맞닿아 있는 이 구조는 유저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 적들의 집에서 보물지도를 훔치고
▶ 숨겨진 보물을 찾는 클래식한 이벤트들도 마련되어 있다.
# 방향을 맞춰 공격하고 방어하라! 낯설지만 새로운 '4방향 전투'
사실 <블러드 오브 던워커>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은 따로 있으니, 독특한 전투 메커니즘이 바로 그것이다.
<블러드 오브 던워커>의 전투는 상하좌우 4방향에서 이뤄지는 공방을 골자로 한다. 플레이어와 적 모두 4방향 중 하나를 선택해 공격할 수 있고, 방어 또한 마찬가지다. 공격 혹은 방어 버튼을 누를 때 특정 방향을 함께 입력하면 해당 방향으로 발동되는 식이다.
최고 난이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경에서는 전투 진입 시 적의 몸 주변에 마름모 모양의 UI가 표시된다. 상대의 공격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는지는 이 마름모의 꼭짓점을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반면 최고 난이도에서는 이러한 UI가 제공되지 않아, 오롯이 적들의 공격 모션을 보고 방향을 파악해야 한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칠 수 있는 패리 시스템도 존재한다. 다만 단순히 타이밍에 맞춰 방어 버튼을 누른다고 발동되지는 않는다. 적의 공격 방향과 일치하는 방향키를 함께 입력해야 비로소 패리가 성립된다. 패리에 성공하면 방어에 소모되는 스태미나가 최소화되므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이 독특한 시스템을 충분히 손에 익힐 필요가 있다.
▶ 마름모의 꼭짓점으로 공격의 방향을, 가운데 방패 아이콘의 색깔로 패링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다.
▶ 방향과 타이밍이 모두 맞으면 패링에 성공한다.
이 같은 4방향 전투가 주는 낯설고 새로운 감각은 가히 독보적이다. 조작 체계에 대한 개인차는 있겠으나,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한 기자의 경우 어렵지 않게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었다. UI 중앙의 방패 아이콘을 통해 패리 타이밍을 인지할 수 있어, 타이밍에 맞춰 방향키를 입력하는 일종의 리듬 게임을 즐기는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주인공 코엔의 전투 능력은 낮과 밤, 즉 인간 상태일 때와 브라키르 상태일 때가 확연히 다르다. 인간일 때는 순수한 체술에 의지해 싸우지만, 브라키르일 때는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 그리고 새롭게 얻은 주술 능력을 적극 활용한다. 전반적인 전투력은 브라키르 상태일 때 더욱 강력하므로, 강적을 상대할 때는 전략적으로 밤 시간을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투 중 체력을 회복하는 메커니즘도 흥미롭다. 인간 상태에서는 주변에서 채집한 재료로 요리해 음식을 먹어 회복하지만, 브라키르 상태에서는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 대신 주변의 야생 동물이나 적의 피를 흡혈해 체력을 채워야 한다.
▶ 브라키르 상태일 때는 음식 대신 피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앞서 4방향 전투 시스템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언급했으나, 상대해야 하는 적의 수가 많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공격이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적에게 향하는 타겟팅 구조인데, 난전 속에서 대상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카메라 이동이 상당히 잦은 편이다.
이 와중에 날아오는 공격을 받아치기 위해 주변 적들의 몸에 표시된 마름모 UI를 일일이 주시해야 하므로 전투 피로도가 제법 높다. 적들의 패턴 또한 마냥 정직하지 않아, 일대다 전투는 그 독특한 감각과 별개로 유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결국 관건은 게임 중후반부에 얻게 될 여러 장비와 스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비 등급에 따른 능력치 차이가 고스란히 체감되며, 높은 등급의 무기에는 전용 액티브 스킬이 부여되어 장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여기에 전반적인 스킬 성능도 강력한 편이어서, 이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난전에서의 높은 난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검술 관련 스킬 트리. 이 외에도 브라키르 상태일 때 사용 가능한 스킬 트리가 주술 관련 스킬 트리가 따로 존재한다.
# 인간과 비(非)인간의 경계에서, 고고하게 빛날 이야기를 기대하며
결론적으로 <블러드 오브 던워커>는 고전 액션 RPG가 선보였던 높은 자유도와, 이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불친절함을 동시에 품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러한 문법 속에서도 게임의 진행도와 캐릭터의 성장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낸 설계, 그리고 독창적인 4방향 전투 시스템은 분명히 빛을 발하는 요소다.
인간과 비(非)인간의 경계에 선 존재만큼 '인간성'을 탐구하기에 매력적인 소재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이미 수많은 선행 작품들이 증명했듯, <블러드 오브 던워커> 역시 플레이어에게 극한의 상황 속 선택을 요구하며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짧은 시연을 마치고 뇌리에 가장 깊게 남은 것은 향후 이어질 서사에 대한 호기심이다. 게임 디자인과 시스템 측면에서 확실한 독창성을 증명해낸 만큼, 내러티브 역시 고고하게 빛을 발하는 그들만의 매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기분 좋은 기대감과 함께 <블러드 오브 던워커>의 정식 출시를 기다려보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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