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호 위메이드 대표가 회사를 팔았다. 정확히는 자신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전량을 네오펄스에 넘겼다. 거래 규모는 약 9,200억 원. 양도 주식 수는 1,335만738주, 지분율은 39.33%다. 1주당 매각가는 6만8,910원이다. 계약 체결일인 2026년 6월 30일 종가 1만9,330원 대비로는 약 3.6배의 프리미엄이 붙은 거래다.

표면적으로는 창업자의 엑시트다. 2000년 위메이드를 창업한 박 대표가 26년 만에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는 사건이다.
대외적으로 박 대표는 “위메이드가 더 큰 무대에서 제대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메시지를 사내에 보냈다. 하지만 이 거래의 이면에는 위메이드의 파란만장한 지난 6년이 있다.
공개된 재무 정황을 따라가 보면, 이번 매각은 단순한 “더 큰 무대로의 도약”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 뒤에는 위믹스, 주식담보대출, 그리고 위메이드 주가 하락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위믹스의 최전성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위메이드를 가장 뜨겁게 만들었던 승부
2021년 11월 지스타의 최대 이슈는 위메이드였다.
거의 모든 미팅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위메이드 이야기를 했다. <미르4>의 글로벌 흥행과 P2E 열풍, 그리고 위믹스 생태계 확장 기대가 한꺼번에 붙었다. 위메이드 주가는 그해 지스타가 끝난 다음날 24만5,700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은 위메이드를 단순한 게임사가 아니라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기업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절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위믹스는 2022년 12월 유통량 과다 논란 등으로 국내 주요 거래소 상장폐지를 겪었다. 이듬해 초 재상장했지만 신뢰가 흔들리자, 박관호 의장은 직접 방어에 나섰다.
그는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약 300억 원을 들여 위믹스를 매입했다. 평균 매수가는 3,593원이었다.
2023년에도 그는 추가 매입을 이어갔다. 약 191억 원을 투입해 944만5,173개의 위믹스를 더 샀다. 2023년 말 기준 박 의장의 위믹스 보유량은 약 1,777만4,355개로 공개됐다.
가상자산 보유량을 계속 공개할 의무는 없지만, 확인 가능한 매입 금액만 최소 491억 원, 이후 추가 매입분까지 포함하면 6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위믹스를 지키려다 담보로 묶인 지분
위믹스를 살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300억 원가량은 보유 주식 매각으로 마련했고, 그 이상의 금액은 위메이드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과 맞닿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박 대표의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그는 위메이드 주식을 담보로 총 15건의 질권·담보설정계약을 맺었다.

기업은행·농협은행 근질권 2건, 즉 2013년과 2016년 설정 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13건은 모두 2021년 이후, 특히 2024~2025년에 집중적으로 늘었다.
15건을 합친 담보 주식 수는 874만9,773주, 발행주식 총수 대비 25.77%에 달한다. 박 대표가 보유한 지분 39.33%를 기준으로 보면 약 65.5%, 즉 자신의 위메이드 주식 3분의 2 가까이가 담보로 묶여 있었다는 뜻이다.
무너진 코인, 떨어진 주가
문제는 두 자산이 동시에 무너졌다는 점이다.
박 대표가 2022~2023년에 사들인 위믹스의 평균 매입가는 대략 2,760원대다. 2023년 2월 재상장됐던 위믹스는 2025년 2월 말 해킹 사고 이후 그해 5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두 번째로 상장 폐지됐다.

당연히 가격이 떨어졌고, 최근에는 300원대 중반 수준에서 거래된다. 단순 계산하면 박 대표의 위믹스 자산은 매입가의 10%대 초반만 남은 셈이다.
위믹스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가격이 이미 크게 떨어진 데다, 대량 매도 소식 자체가 시장에 주는 충격도 클 수밖에 없었다. 위믹스는 박 대표에게 자산이었지만, 동시에 쉽게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이 된 셈이다.
담보로 맡긴 위메이드 주식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주식담보대출에서 중요한 것은 각 담보계약을 맺었을 때의 주가와 현재 주가의 차이다. 금융기관은 담보계약 당시의 주식 평가액을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고,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담보가치가 줄어 추가 담보나 일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15건의 계약 중 11건의 계약기간이 2026년 7~8월에 만료된다. 여기에 걸린 담보 주식만 합쳐도 약 398만 주에 이른다.
2026년 6월 말 위메이드 주가는 1만 원대 중반까지 내려와 있었던 만큼, 일부 담보계약은 설정 당시보다 담보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르 계약도 막지 못한 압박
이 상황에서 위메이드의 본업도 박 대표를 구해주지 못했다.
위메이드는 안정적인 라이선스 수익이 있다. 2023년 8월 위메이드는 자회사 전기아이피를 통해 액토즈소프트와 <미르의 전설2·3> 중국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5년, 계약금은 매년 1,000억 원씩 총 5,000억 원이다. 오랜 미르 IP 분쟁이 일단락됐고, 위메이드는 2027년까지 매년 안정적인 라이선스 매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년에 1,000억 원씩 들어오는 미르 계약만으로 위메이드 전체의 부담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2025년 2월 위믹스 해킹에 이은 상장 폐지의 대미지가 컸다. 2022년 11월 전환사채에 투자했던 신한자산운용(300억 원), 마이크로소프트(210억 원), 키움증권(150억 원)이 2025년 3월, 만기 8%로 인상된 이자를 포기하며 585억 원 규모의 조기상환을 청구했다. 키움이 전해 75억 원 상당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것을 제외한 전액이었다.
위메이드는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113억 원 영업손실을 냈고, 2분기에도 28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399억 원이었다. 게임 매출은 줄었고, 블록체인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비용을 줄이며 적자 폭을 축소했지만, 시장이 기대한 강한 반등과는 거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분 매각 발표 직전인 6월 15일, 액토즈소프트와의 수년에 걸친 미르 IP 관련 법적 분쟁이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최종 정리됐다.
거액의 매각을 앞두고 우발 채무와 법적 불확실성을 먼저 걷어내는 수순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점상으로 볼 때,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박 대표는 삼중고에 몰린 상황이었다. 특히 7월부터 몰려 있는 주식담보대출 만기 압박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첫째, 위믹스를 팔아 갚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졌고, 대량 매도는 위믹스 생태계 신뢰를 다시 흔들 수 있었다. 그럴 경우 가격은 더 급속히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둘째, 위메이드 주식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보유 지분의 3분의 2 가까이가 담보로 묶여 있었다. 추가 담보 제공은 공시와 보도로 이어질 수 있고, 시장이 이를 “반대매매, 즉 강제 청산 위험이 커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주가가 더 떨어지고, 반대매매1 가능성은 더 커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기사 마지막 부분 확인)
셋째, 금융기관과 만기 연장이나 차환을 협의하는 방법도 있었다. 다만 주가가 담보계약 설정 당시보다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금융기관이 조건 없이 연장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부 상환, 추가 담보, 금리 조정 같은 조건이 붙었을 공산이 크다.
이런 압박 속에서 네오펄스와의 9,200억 원 규모 지분 양수도는 박 대표에게 사실상 유일한 출구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 거래를 통해 그는 그동안 떠안았던 개인 재무 부담, 주식담보대출 만기 압박, 반대매매 리스크, 그리고 위메이드 주가 하락이 만든 스트레스를 한 번에 해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는 공개된 재무 정황을 바탕으로 한 정황적 추론이다. 박 대표나 위메이드 측이 매각의 재무적 배경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으며, 회사 측 공식 설명은 어디까지나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다만 담보 만기 일정과 위믹스·주가 흐름이 시기적으로 겹친다는 사실만큼은 공시로 확인된다.
26년의 끝
박관호 대표는 결국 위믹스 이후 누적된 부채와 담보 압박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의 승부였던 위믹스는 한때 위메이드를 한국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회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승부의 후폭풍은 그가 직접 만들고, 26년간 그의 청춘과 장년을 함께했던 위메이드를 떠나게 만들었다.
※ 함께 볼만한 글 ▶ [바보칼럼] 위메이드를 먹은 건 알리바바가 아니다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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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반대매매란? 1
쉽게 말해 “돈을 빌릴 때 맡긴 주식이 너무 많이 떨어지면, 금융사가 그 주식을 강제로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A라는 사람이 자기 회사 주식 100억 원어치를 담보로 맡기고, 금융사에서 50억 원을 빌렸습니다. 처음에는 담보 가치가 대출금의 2배니까 금융사도 안심합니다.
그런데 주가가 떨어져 담보 주식 가치가 70억 원이 됐습니다. 금융사는 불안해집니다.
“담보 가치가 너무 줄었다. 돈을 일부 갚거나, 주식을 더 맡겨라.”
이 요구를 받은 사람이 현금도 없고, 추가로 맡길 주식도 없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금융사는 더 기다리지 않고 담보 주식을 시장에 팝니다. 이것이 반대매매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사가 담보 주식을 대량으로 팔면 시장에는 매물이 갑자기 쏟아집니다. 그러면 주가가 더 떨어집니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다른 주식 담보 대출도 위험해집니다. 그러면 또 다른 금융사가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반대매매에 나섭니다. 그 결과 매물이 더 나오고, 주가는 더 떨어집니다.
즉 흐름은 이렇게 됩니다.
주가 하락 → 담보 가치 하락 → 추가 담보 요구 → 못 맞추면 강제 매도 → 매물 증가 → 주가 추가 하락 → 또 다른 반대매매 위험
그래서 반대매매는 단순히 “주식을 판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가 하락을 더 큰 하락으로 키우는 방아쇠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주주가 주식을 많이 담보로 잡힌 경우에는 더 위험합니다. 시장은 “대주주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나?”, “지분이 강제로 풀리나?”라고 받아들입니다. 그러면 투자자들이 먼저 팔기 시작하고, 주가는 더 흔들릴 수 있습니다. ↩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