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영광을 기리고 다음 해의 기대작을 점치는 축제, '더 게임 어워드(TGA) 2025'.
내로라하는 대작들이 현란한 그래픽을 앞세워 경쟁하던 그곳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이 있었다. 바로 개발사 셰이프팜(Shapefarm)의 신작 <오비탈스(Orbitals)>다.
고전 애니메이션풍 주제가는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했다. 그 시절 비디오테이프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은 향수와 신선함을 동시에 안겼다.
80년대 레트로 애니메이션 아트와 화면 분할 협동 게임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이 과연 어떻게 맞물릴지, 게이머로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다행히 그 의문을 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개발사 셰이프팜의 초대를 받아, 정식 출시 전 <오비탈스>를 직접 플레이해 볼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레트로 감성과 협동 장르의 색다른 궁합이 실제 플레이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을지, 시연기를 통해 첫인상을 풀어본다.

# 함선에서 시작되는 첫 협동
게임이 시작되면 한 편의 애니메이션과 함께 세계관이 소개된다. <오비탈스>의 메인 스토리는 우주 폭풍의 위협으로부터 고향을 지키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두 명의 플레이어는 각각 주인공 '마키'와 '오무라'를 맡아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번 시연은 개발사가 안내한 시간은 45분이었지만, 실제로는 게임의 도입부부터 약 1시간 동안 이어지는 전반부 플레이를 체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빌드 내에서는 다양한 음성과 자막 옵션을 제공했는데, 시연 당시 한국어는 자막만 지원되어 일본어 음성에 한국어 자막을 설정하고 플레이했다.

▶ 게임의 주인공 마키(왼쪽)와 오무라(오른쪽).
초반부는 본격적인 여정에 앞서 게임의 주요 흐름을 익히는 일종의 튜토리얼 역할을 한다. 첫 시작점은 플레이어가 탑승한 함선의 내부다. 플레이어는 함선 내 고장 난 장치들을 수리하는 미션을 먼저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플레이어는 각자 선택한 도구의 용도를 파악하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운다. 예를 들어, 함선 내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한 명이 스크랩 훅으로 장치의 문을 잡아당겨 고정하면, 다른 한 명이 리퀴드 런처로 물을 뿌려 불을 끄는 식이다.

▶ 각자 맡은 도구를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
함선 수리를 완료하면 함선을 조종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에는 앞서 익힌 방식을 응용해 다음 협동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공간 이동과 미션 해결이 반복되면서 <오비탈스> 특유의 플레이 루프를 차근차근 경험하게 된다.

▶ 미션을 해결하면 함선을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 역할 고정 없는 자유로운 협동 플레이
<오비탈스>의 제이콥 룬드그렌(Jakob Lundgren) 게임 디렉터는 <웨이 아웃>, <잇 테익스 투>, <스플릿 픽션> 등을 선보인 협동 게임 명가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Hazelight Studios) 출신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게임은 두 플레이어가 각자 다른 임무를 수행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비대칭 협동 플레이의 장르적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편, 기존 협동 게임들과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역할을 캐릭터가 아닌 '도구'에 고정했다는 점이다. 특정 캐릭터의 전담 액션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작 단계에서 두 명 중 누구나 원하는 도구를 집어 들면 그에 맞춰 역할이 결정되는 구조다.

▶ 오무라가 빔 캐논을 사용할 수도 있고

▶ 마키가 빔 캐논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역할 선택의 자유는 함선 조종 구간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다. 이동을 시작할 때 운항을 담당하는 조종사와 공격을 맡는 포수 역할을 고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특히 게임 진행에 따라 함선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각 포지션별 고유의 재미가 더해지기 때문에, 역할을 교체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신선함도 한층 커진다.
실제 시연 과정에서도 두 가지 조작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기 위해 파트너와 역할을 번갈아 가며 진행했다. 도구와 포지션을 자유롭게 맞바꿀 수 있는 이 시스템 덕분에, 굳이 다른 캐릭터를 골라 다회차 플레이를 반복하지 않아도 한 회차 안에서 양쪽의 재미를 모두 누릴 수 있었다. 배려가 돋보이는 설계다.

▶ 이동을 담당하는 조종사와 공격을 담당하는 포수의 역할을 바꿔가며 플레이 할 수 있다.
# 높은 난이도가 만드는 긴밀한 소통
게임의 전반적인 난이도는 다소 높게 다가왔다. 별도의 친절한 튜토리얼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목표를 유추한 뒤 직접 부딪히며 규칙을 파악해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 실시간으로 합을 맞춰야 하는 구간이 잦아, 협동 게임 숙련도에 따라 초반 진행이 다소 더딜 수 있다.
일례로, 빔 캐논을 든 플레이어가 스크랩 훅을 든 파트너의 진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배터리까지 충전해 주어야 하는 구간이 존재한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폭발하기 때문에 빔 캐논 사용자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크랩 훅을 든 유저 역시 충전이 필요하다고 파트너에게 계속해서 브리핑해야 한다.

▶ 빔 캐논을 선택한 플레이어가 파트너를 계속 주시하며 통과해야 하는 구간.
높은 난이도 탓에 기믹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잦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다만, 실패 시 리트라이 대기 시간이 매우 짧고 구간별 자동 저장이 촘촘하게 이루어져 다시 시도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 재시도 시 로딩 시간이 길거나 한참 이전 구간으로 돌아가야 했다면 쉽게 의욕이 꺾였겠지만, 실패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해 플레이어의 지속적인 도전 동기를 부여하려는 영리한 설계가 돋보였다.

▶ 실패해도 근처에서 금방 부활해 재시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난이도는 결국 플레이어 간 소통의 중요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플레이 중 막히는 구간이 생겼을 때 혼자 끙끙대기보다는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편이 훨씬 빠르다. 높은 난도가 이러한 대화와 티키타카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셈이다.

▶ 막히는 구간에선 서로 해결책을 공유하는 소통이 필요하다.
# 애니메이션에 들어간 느낌을 주는 게임
화면 분할 협동이라는 시스템 못지않게 <오비탈스>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뿜어내는 요소는 단연 '애니메이션 연출'이다. 약 1시간의 시연 동안 세계관을 여는 오프닝부터 미션 중간중간 삽입된 1분 내외의 컷신까지 합치면, 애니메이션 컷신 분량만 무려 10분에 달한다.
이 컷신들은 굵은 외곽선, 셀 채색풍의 색감, 감정을 하트와 같은 기호로 표현하는 과장된 연출 등 80년대 셀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캐릭터가 달리다 멈춘 순간에도 완전히 정지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뛰는 듯한 움직임을 유지하는 연출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고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디테일이 게임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 그 시절 특유의 연출이 들어간 마키의 하트 감정 표현.

▶ 어딘가 달려가다 잠깐 멈추었음을 표현하는 제자리 뛰기.
이러한 아트 스타일은 컷신에만 머물지 않고 인게임 그래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프레임률 또한 철저히 애니메이션 콘셉트에 초점을 맞춰 설계되었다. 캐릭터나 물체의 움직임은 12프레임과 24프레임으로 연출되고, 전체 게임 환경은 30프레임으로 구동된다.
고프레임 위주의 최신 게임 환경에 비하면 숫자 자체는 낮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캐릭터 조작이나 전반적인 플레이 진행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수준은 결코 아니다.
애니메이션 스타일에 집중한 디자인 설계 덕분에, 컷신이 끝나고 인게임 조작이 시작되어도 이질감 없이 몰입이 유지된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게임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가 그 흐름을 직접 이끄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 애니메이션 스타일에 집중한 움직임 구현.
#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은 콘텐츠
인상 깊은 영화나 만화를 보고 나면 그 짙은 여운과 재미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오비탈스>가 지닌 80년대 스타일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은, 그 자체로 타인과 감상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콘텐츠로 작동한다. 여기에 온전히 서로의 합에 의지해 난관을 헤쳐 나가는 '협동'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결합하면서, 함께 무언가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배가된다.
시연을 마친 후, <오비탈스>는 누군가와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콘텐츠'라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2026년 9월 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 남은 시간 동안 이 매력적인 세계를 과연 누구와 함께 탐험하며 감상을 나눌지 기분 좋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 일본 셰이프팜 본사에 방문해서 촬영한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