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하드코어 3D 액션게임을 14명이 만들었다고?"
<더 렐릭: 퍼스트 가디언>이 <프로젝트 렐릭>이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듣던 말이다. 박인혁 대표가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2020년 12월 첫 공개 당시부터 AA급 게임에 버금가는 모습과 액션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개발팀의 인원 규모는 가장 많았던 시기엔 14명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9명으로, 길고 긴 담금질 끝에 이제 2026년 7월 31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좋은 기회로 가산에 위치한 프로젝트 클라우드 게임즈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출시를 한 달 앞둔 빌드를 6시간 넘게 플레이해봤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길었던 개발 기간은 헛되지 않았다. 액션 게임에 크게 재능이 없는 기자도 죽어가며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묘한 맛이 있었다.
플레이타임은 40시간, 보스는 79마리, 인게임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만 100개가 넘을 정도로 전체 볼륨도 큰 편이다. 짧지 않은 시연 시간에도 일부분만 맛본 셈이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 중 속도감 있게 공방이 오가는 걸 특히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렐릭>을 손꼽아 기다려볼 만하다.
▲ <더 렐릭>의 주인공
# 굳이 기대를 낮추지 않아도 꽤나 괜찮은 게임이었다
아무래도 액션과 템포가 중요한 장르라서, 정적인 스틸컷으로 전해지지지 않는 영역은 지난주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게임플레이 쇼케이스 영상을 참고해주시면 좋겠다.
이번 기사에서는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플레이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일단, <더 렐릭>의 장르에 대해 흐릿하나마 위치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개발 초기부터 흔히 듣던 '소울라이크'라는 표현이 이 게임의 특징을 전부 담아주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링, 회피, 스태미나, 제한된 회복 물약 등이 있는 것은 맞지만, 게임플레이의 전체적인 경험은 소울류라고 규범하기엔 더 라이트하고, 스킬과 아이템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등 '공격' 쪽에 제약이 적은 편이다.
개발팀의 표현으로는 유물로 빌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나 필드에서 여러 몬스터를 상대하는 액션은 핵앤슬래시의 느낌을 담으려 했고, 보스전은 1대1의 진검승부를 치열한 공방으로 풀어내려 했다고 한다.
▲ 게임 전반에 파란 색상의 이펙트가 많이 쓰인 편인데, 패링을 할 때도 파란 효과가 강렬하게 뜬다.
본지의 기사, 특히 기자가 쓴 기사를 많이 봐온 분들이라면 아실 수도 있겠지만, 기자 본인은 액션 게임에 정말 매우매우 재능이 없다. 남들 10시간 걸려 깰 분량을 20시간 걸려도 진땀만 흘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굳이 아픈 환부를 드러내고 시작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충분히 들이니 <더 렐릭>의 패링이나 보스전 트라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었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 빌드 기준 패링 판정이 초심자에게까지 아주 널널한 편이라 말하긴 조금 조심스럽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이동에도 계속 쓰이는 '회피'에 먼저 손이 가게 된다. 그러나 이내 보스전 기준 회피로 대응하기엔 스태미나가 아슬아슬한 상황이 자주 오는 모습을 인지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패링을 시도해보게 되는데, 타이밍만 잘 잡기 시작하면 꽤나 공격적인 플레이로 진입하게 된다. 사실 그때부터가 <더 렐릭>의 재미가 제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라 할 만하다.
보스전 하나를 예시로 들면, 망치를 연속해서 휘두르며 다가오거나 내려찍는 패턴을 가진 보스가 있는데, 기자 같은 썩은 손(?)으로도 해당 패턴에 연속 패링을 계속해서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레 겁먹지 않으셔도 된다는 의미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이 게임은 꽤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열어두고 있다.
검과 방패, 단검, 지팡이, 망치 등 무기 스타일마다도 다른 액션을 가지고 있고, 각기 다른 스킬 트리를 채워나갈 수 있다. 이 '스킬'을 조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렐릭>에선 사실 평타로 때리는 대미지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아이템'과 '마법', '스킬'로 때리는 쪽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병을 던져 적에게 불을 붙이는 등 유용하게 쓰이는 '아이템'의 경우 세이브 포인트에서 회복하기 전까지 '횟수'로 제한이 있어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지만, 강력하며 세이브 포인트에서 회복이 가능하다. 보스방 앞에 부활 지점이 매번 있어, 결국 트라이 때마다 적극 활용하는 셈이다.
적을 타겟팅해 원거리에서 파이어볼 등을 쏘는 '마법'은 상대적으로 느린 쿨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이 또한 대미지를 넣을 타이밍이 왔을 때 요긴하게 쓰인다.
이에 비해 '스킬'은 쿨타임이 정말 매우 짧다. '스킬'이 회복되지 않아서 못 쓰는 경우보다, 적의 패턴 사이에 대미지를 넣을 타이밍이 나느냐 마느냐로 갈린다.
바꿔 말하면 '패링'을 계속하거나 공격을 퍼부어 그로기로 만들거나, 패턴과 패턴 사이 텀을 노리고 스킬을 넉넉하게 꽂아넣을 수 있다는 말이다.
'패링'의 손맛과 피드백도 좋은 편이니, 적극적인 대응을 해보시길 권한다.

# 그러면 싱겁냐? 오히려 매력 있는 변수들이 등장한다
'마법', '아이템', '스킬'까지 갖춰지고 나면 보스전이 시작될 때 잠깐의 빈틈이나, 보스의 패턴과 패턴 사이 틈이 생겼을 때, 아이템 던져서 불 붙이고 파이어볼 쏘고 대시 공격까지 넣은 뒤 거리를 벌리는 식의 루틴이 정석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변수는 보스가 본인 움직이던 그대로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투척 아이템이나 원거리 마법을 보고 반응해서 피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아니, 이 아까운 공격을 피해?"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악랄한 수준의 반응속도까지는 아니다. 일정 거리 이상 좁혀진 채 딜 루틴을 넣으면 피하지 못하기도 하고, 보스 또한 움직임 사이에 급격하게 방향을 틀 수는 없기 때문에, 잘 보고 맞추면 맞출 수 있다.
단순한 딜링 패링 회피의 공방 반복이 아니라 이런 '반응'이 들어가게 되면서 "적절한 긴장감"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속성'과 '상태 이상'이다. 아마 앞서 불을 붙인다는 설명에서 눈치채셨을 수도 있는데, 적을 공격할 때도 플레이어가 공격 당할 때도 이런 속성 딜 누적에 의한 상태 이상이 꽤나 큰 대미지로 오게 된다.
아주 간단하게는 바닥이나 지형지물에 붙은 불이 몸에 옮겨붙거나, 맹독에 걸리는 등의 직관적인 상태이상도 있지만, '저주' 같은 속성이 등장하면서 대응이 꽤 까다로워진다.
이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첫 사례가 '선녀와 나무꾼' 설화에 나오는 '선녀'를 모티프로 한 호러 스타일의 보스다.
▲ 그렇다, 이 게임엔 공포게임 같은 요소도 부분적으로 있다. 점프스케어도 일부 존재한다.
'선녀' 보스의 비명을 지르는 듯한 패턴은 범위도 매우 넓고 '저주' 스택이 쌓이는 수준도 매우 위협적이라서, 파밍을 통해 이 속성에 대응하는 세팅을 어느 정도 맞추고 가야 대응이 수월하다.
적응할 만하지만 결코 쉬운 게임은 아니라는 뜻이다. 미디어 시연 과정에서 난도 높은 액션 게임에 꽤나 익숙한 기자들도 애를 먹은 보스들이 몇몇 있었을 정도다.
출시 직전까지 세부 난이도 조정은 더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7월 31일 출시 이후엔 또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또한 주목된다.

# '설화'와 '민담'을 소재로 한 게 강점이 될까
앞서의 화면들을 보셨듯, 이 게임은 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의 '민담' 및 '설화'를 핵심 소재 중 하나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비주얼의 첫인상에서 동양적인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타입은 아니다.
박인혁 대표는 옛 서양 화풍을 좋아하는 편이라 밝히며 '루벤스'의 어둡고 깊은 색감을 선호해 많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한국적인 설화나 민담의 경우 앞서 언급한 '선녀와 나무꾼' 외에도 '금도끼 은도끼', '우렁각시', '호랑이 형님' 등 굉장히 많은 모티프가 게임 스토리 및 세계관 사이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 "옆 마을 사내가 말했다. 도끼를 빠뜨렸더니 금도끼를 받았다고. 그 이야기는 바람보다 빨리 퍼졌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도끼를 빠뜨리기 시작했다. 실수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 "연못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말했다. '욕심을 시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오래 기다렸다. 도끼를 쥐지 않은 채로."
최근 <우치>, <무사>, <프로젝트 탈> 등 시각적 인상부터 '한국'의 신화, 설화, 역사 등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더 렐릭>은 접근법이 조금 다른 모습이다.
<더 렐릭>의 경우 '소재' 자체는 우리 민담, 설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음성 지원 언어도 영어인데다, 마치 서양의 할머니 할아버지 어르신들이 옛 이야기나 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연출이 동반되기도 한다.
전체적인 시각적 분위기도 중세 판타지 스타일에서 약간의 변주를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바꿔 말하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북미 및 유럽 게이머들의 시선에선 낯설지 않은 분위기 안에서 새로운 소재를 접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 유저들의 경우엔 "익숙한 소재를 이렇게 활용했다고?"하는 재미를 느낄 듯하다.

6시간이 넘는 현장 시연 내내, 이런 규모와 자유도를 갖춘 게임에 으레 있을 법한 자잘한 버그가 거의 없는 것에 꽤나 놀랐다. 그만큼 팀 안팎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티가 났던 것이다.
국내의 소규모 인디 팀 '프로젝트 클라우드 게임즈'가 지난 몇 년간 갈고닦아온 <더 렐릭: 퍼스트 가디언>은 2026년 7월 31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6년 가까운 시간을 들인 게임이 시장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며, 기자 또한 이 게임의 정식 출시를 손꼽아 기다려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