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으로부터 ‘충칭 왕홍 오토바이 체험’에 대해 들은 적 있다. ‘중경 임기정부’로도 유명한 시난의 대도시 충칭에서 즐기는 일종의 여행 코스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백옥 같은 얼굴의 화장을 한 뒤에(왕홍), 바이커를 섭외해 영화 같은 오토바이 탑승 영상을 찍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여행 코스를 즐기는 주요 계층은 단연 젊은 여성이다.
실제 통계로도 중국을 찾는 한국 국민의 수는 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우리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대륙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약 316만 명으로, 2024년보다 36.9% 늘었다.
독자 여러분 주변에도 최근 몇년 사이에 상하이나 베이징, 항저우나 광저우, 또는 옌타이나 칭따오를 놀러갔다 왔다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필자는 요즘 Z세대를 필두로 ‘중티’(중국 티, 중국산 디자인을 뜻하는 신조어)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중국의 신년을 타깃해 발매한 중국풍 자켓은 지난 1분기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직영점으로만 운영되는 훠궈점 하이디라오는 11개까지 매장을 확대했다.
훠궈가 뭐라고 아직도 하이디라오는 주말이면 몇 시간 씩 대기가 걸린다. 밀크티 프랜차이즈 '차백도'와 '차지'도 최근 한국에 진출했다.
중국을 ‘대륙의 XX’ 밈으로 처음 접하던 필자에게 이 트렌드는 사못 흥미롭다. 지난해 한 연구기관의 설문에서 중국을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71.5%에 달한 대목을 보면, 이 트렌드는 대단히 복합적으로 다가온다.
<성세천하: 여제의 탄생 II>(이하 성세천하 2)도 이런 배경에서 출시된 게임이다. 측천무후(무원조, 무미랑)의 일대기를 배경으로 한 FMV(풀 모션 비디오)로 1편은 작년 9월 출시됐고 그 속편이 이번에 발매되었다.
2편은 발매와 동시에 200만 장이 판매되며 시리즈 통산 400만 장이 판매되었고, 중화권 바깥에서 이 게임을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는 단연 한국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바로 어제(22일), 서울 가빈아트홀에서 게임에 등장한 배우들이 방한해 팬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 가기 위한 팬들의 경쟁이 대단히 치열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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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의 루트로 돌아온 속편
이 무슨 고이즈미 신지로스러운 문장인지 모르겠으나, <성세천하 2>는 전작의 후속작이다.
전편 <성세천하: 여제의 탄생>을 플레이할 때에는 이 게임이 상하 두 편으로 출시되는지 전혀 몰랐고 갑자기 ‘다음 이야기’에 대한 예고편이 나오며 감업사에 유폐된 무원조를 비추며 이야기가 종결됐다.
후속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으니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낚였다’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이 시리즈가 세간에 알려지기 이전의 일로 속편 출시와 관련해서 주어진 정보가 전혀 없었다.
<성세천하 2>는 전작의 이야기가 중단된 시점에서 곧장 이야기를 시작한다. 빠른 속도로 전편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무원조에 이입해 결정하는 플레이를 요구하기 때문에 전작의 플레이는 사실상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게임은 시작 때부터 2가지 루트로 나뉜다. 두 남자 중 하나를 고르는 것으로 황제(고종) 이치와 함께하기 위해 궁궐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 위왕 이태와 함께하기 위해 궁궐 밖으로 나갈 것인지 고르게 되는 것이다.
▶ 궁궐 바깥에서 재기를 노리는 위왕 이태와
▶ 새내기 황제 이치 사이에서 루트를 고를 수 있다.
두 가지 루트를 고루 플레이한 결과, 이치 루트의 분량이 이태 루트보다 2배 가까이 많기 때문에 메인과 서브의 무게를 게임 안에서 구분한 인상이었다.
메인 스토리는 ‘정사’라고 부르기는 어려울지라도 일단은 무원조가 비구니 신분에서 새 왕의 후궁이 되었다가 황후에 즉위하고, 황제 자리에 앉는 사실(史實)을 반영하고 있다.
서브 스토리는 무원조가 신루라는 여관의 사주를 받아 독살되지 않기 위해 이태를 감시하면서(또는 연모하면서) 궁궐 바깥의 삶을 모색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치 루트는 중년의 무원조까지 그리게 되므로 궁궐 정치극으로 느껴진다. 궁중 암투의 대상도 후궁으로부터 공신, 외척까지 넓어진다. 반면에 완전한 대체 역사물에 해당하는 이태 루트는 짧고 굵은 로맨스로 막을 내린다.
참고로 전편에서는 게임의 배경이 ‘당나라’라고 말하지만, 후편은 대체역사를 담고 있어 국명은 ‘상나라’로 나타난다. 중국은 역사물에서 실재했던 역사 인물에 대한 왜곡을 제재하는 규칙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결정으로 보인다.
▶ 물론 이렇게 개밥이 되는 결말도 있다.
# 스팀에 들어온 마이크로 드라마
<성세천하 2>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보는 게임’이다. 배우들의 열연과 로맨스를 맘껏 즐기면 그만이다. 잘생겼다. 예쁘다. 나도 당장 시안으로 건너가 이태 분장을 받고 싶다.
그런다고 필자가 이태로 환골탈태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게임에는 웃긴 장면이 꽤 있고, 얼굴을 붉게 만드는 화끈한 장면도 전작보다 많다. 감초 캐릭터의 희생으로 무원조가 목숨을 건질 때는 필자도 덩달아 속이 상했다.
하지만 <성세천하 2>가 "좋은 게임"이냐 물었을 때에는 고개를 젓게 된다. QTE(퀵 타임 이벤트)는 느긋하고, 메인 스토리 플레이 때 나오는 ‘능력 성장’(선택지에 따라서 인내력, 책략, 야망, 결단력, 명성 등 5개 바로미터가 제시된다)은 게임플레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주의 군주가 되면 상소를 해결하는 정무를 볼 수 있고, 또 불상을 세워 문자 보내기의 형태로 소원을 빌 수 있지만 모두 아웃게임의 영역에 놓여있는 보너스다. 소프트웨어가 게임처럼 보이기 위한 일종의 흔적기관이랄까?
▶ 단적으로 이러한 재화는 인게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의 개입은 선택지를 클릭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타 상호작용성과 실력 성장은 상당히 헐겁게 구성이 되어 있다. 힌트가 게임 도처에 제시되어 있고, 과거의 선택 또한 몇 번이나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난도가 높은 편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어찌 보면 제작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성세천하 2>를 게임으로 볼 것이냐 스팀에 얹어진 중드(중국 드라마)로 볼 것이냐라는 고민을 지울 수 없게 된다.
미디어의 경계가 날로 흐려지고 있으므로 본 매체의 제호처럼 ‘이것이 게임이오’ 하는 것은 흘러간 시대의 사고방식일 수 있다. 도리어 <성세천하 2>를 스팀에 진입한 2편 분량의 마이크로 드라마(속칭 ‘숏드라마’)라고 보면 쾌적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중간 결제나 광고도 하나 없고, 스마트폰 세로 화면보다 몰입도 잘 되지 않은가. 여러 선택지를 돌려보게 되면 10시간 이상의 시간이 쓰이게 되니 체류 시간도 짧지 않은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 드라마를 즐겼는지 소프트웨어 안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성세천하 2>에는 각 캐릭터에 대한 호오를 남기는 기능이 있다.
▶ 미니게임이 있지만 색깔 맞추기 수준으로 큰 감흥은 없다.
▶ 성장을 하지만 게임플레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렇게 보면 제작사 뉴원스튜디오는 머리를 정말 잘 썼다. 선택 회로를 넣어서 마이크로 드라마 2편을 성공적으로 판매했으니 말이다.
시장조사 업체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는 올해 마이크로 드라마의 시장 규모는 160억 달러(약 24조 5,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세천하> 시리즈의 성공 이후, FMV 문법을 결합한 마이크로 드라마가 더 많이 보이지는 않을까?
‘분재’도 게임이 되는데, ‘드라마’라고 게임이 되지 못할 리는 없다. 허나 동시에 <성세천하 2>의 인게임에 대해서는 얹을 말이 거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