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게임즈가 개발하고 국내에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블루 아카이브>에서 엔드 콘텐츠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총력전'이다. 이 총력전은 유저들이 그동안 키운 캐릭터들을 총동원해서 보스를 물리치는 콘텐츠로, 지금도 많은 유저들이 최고 등급 '플래티넘' 트로피를 따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력전은 전투 내내 펼쳐지는 여러 '랜덤 요소'로 인해 게이머들의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렇기에 서비스 내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실제로 여러 차례 개선이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개발자 입장에서는 과연 이 '총력전'의 보스 전투 개선에 대해 어떤 면을 신경 썼을까?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서정우 게임 디자이너
17일 개최된 NDC 26 '랜덤에서 재미를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 <블루 아카이브> 보스 개선 포스트 모템' 강연에서는 넥슨게임즈 서정우 게임 디자이너는 자신이 최근 1년에 걸쳐 진행한 <블루 아카이브> '총력전' 보스 개선 작업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발표를 진행한 넥슨게임즈 서정우 게임 디자이너. 최근 1년간 총력전 보스 개선 작업을 담당했다.
# 무지성 '리트라이'는 결국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블루 아카이브>는 기본적으로 '오토 배틀러' 형태의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가 편성을 짜면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되며, 유저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스킬카드의 '발동 타이밍' 조절 및 스킬 사용에 필요한 '코스트의 관리' 정도로 적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은 고득점을 노리기 위해 다양한 '택틱'을 짜게되고, 남이 짜놓은 택틱을 그저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고득점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총력전은 곳곳에서 유저들이 콘트롤할 수 없는 '랜덤 요소'들이 산재해있다. 가령 보스의 패턴이 어떤 순서로 나올 지는 랜덤이며, '치명타'와 '회피'의 발동 확률 또한 랜덤이다. 여기에 보스 '그로기 타이밍'까지 생각하면, 결국 유저들은 자신이 원하는 최적의 택틱대로 전투가 흘러갈때까지 계속해서 '리트라이'를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가 길어지다보니 유저들에게 크나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었다.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해질 수록 '운이 좋은 유저'들이 총력전 상위권에 쉽게 올라가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심지어 게임 서비스 지표에도 악영향을 끼쳤는데, 가령 경쟁 콘텐츠에 대한 리텐션이 감소한다는 것은 곧 유저들이 '새로운 캐릭터'를 확보하고자 하는 원동력의 감소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정우 디자이너와 <블루 아카이브> 개발팀은 신규 난이도 '루나틱'을 선보이는 시점에서 보스 패턴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팀이 정한 보스전 개선에 대한 방향
# 유저들이 건드릴 수 없는 '수동적 랜덤' 요소들을 줄여라
최신 서브컬처 게임의 '전투' 트랜드를 보면, 유저들이 건드릴 수 없는 '수동적 랜덤' 요소들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이에 반해 유저들이 능동적으로 최대한의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소위 '버스트 윈도우' 타이밍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하고, 여기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전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저들은 사실 본격적으로 전투를 하기에 앞서 '캐릭터 뽑기'. 즉 '가차'라고 하는 랜덤 요소를 이미 경험하고 전투에 나서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에서 펼쳐지는 여러 '수동적 랜덤' 요소들은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어렵다. 오히려 크나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블루 아카이브>는 이미 '명중치', '회피치' 같은 스탯에서 이미 수동적 랜덤 요소들을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스탯은 캐릭터들의 특징 그 자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학생들을 직접 수정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기에 <블루 아카이브> 총력전은 최대한 '특히나 수동적 랜덤 요소가 강한' 보스들을 선별해서 집중 개선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개발팀의 개선 목표는 2가지. 하나는 '리트라이를 줄일 것'. 다른 하나는 '기존 공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후자의 경우에는 만약 신규 난이도가 출시되었다고 해서 기존 공략이 대대적으로 바뀐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염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개발팀은 결정된 방향에 따라 먼저 여러 보스들의 '회피'와 '치명타' 관련 스탯을 조정했다. 가령 그레고리오와 카이텐저는 회피치를 감소시켰으며, 치명 저항이 높았던 고즈와 호크마는 치명 저항을 낮췄다. 여기에 각 보스들의 소위 '랜덤 패턴'도 대거 개선을 했는데, 대표적으로 많은 유저들이 가장 치를 떠는 '고즈'는 아예 보스의 등장 위치 순서를 고정해서 랜덤 요소를 과감하게 삭제했다.
사실 고즈는 '마술사'라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랜덤하게 등장하는 것이 콘셉트에 잘 어울리지만, 개발팀은 일부 콘셉트를 포기하더라도 전투 피로도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서브컬처 게임에서 전투는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무대
이러한 여러 개선을 진행한 것에 대해 유저들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해주었다. 일단 커뮤니티에서는 긍정 동향이 바로 관측되어 '정상화되었다' 라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개발팀에 대한 신뢰가 증가되었다는 표현의 글도 다수 나오며, 이전보다 <블루 아카이브> 전투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유저들은 알 수 없는 실제 플레이 데이터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개선 전후를 비교해봤을 때 클리어에 소모되는 평균 시간과, 전투 실패 비율이 크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투 자체의 난이도가 쉬워지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이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경쟁의 분별력을 높이기 위해 '기믹'을 많이 넣으면, 그건 또 그대로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균형을 잡는 것이 현재 개발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정우 디자이너는 서브컬처 게임의 핵심은 캐릭터와의 교감. 즉 '사랑' 이라고 말하며, 유저와의 교감이 무너지지 않도록 게임에서는 불쾌한 전투 경험보다는 유쾌하고 호쾌한 전투 경험을 선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전투는 바로 그러한 캐릭터들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투에서 '랜덤' 요소는 분명 전투 상황을 변화시켜주기 때문에 재미를 가져오며, 같은 전투여도 신선함과 긴장감을 선사한다는 분명한 이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서브컬처 게임에서 유저들은 이미 '캐릭터 뽑기'(가차)라고 하는 허들을 이미 한 번 경험했다. 그런 유 저들에게 전투에서 조차 수동적 랜덤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은 재미가 아니라 피로로 동작하게 될 것이라고 서정우 디자이너는 발표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