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유저들의 심리를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임의 흥행 여부를 미리 점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쉽지 않다.
이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누가 우리 게임에 반응할 것인지, 어떤 점을 고치고 출시에 임해야 하는지, 출시 후에 이미 떠나간 유저를 어찌 다시 잡아야 하는지 모든 게 막연할 때가 있다.
많은 개발사들이 대략의 시장 흐름과 직관은 가지고 있는 편이지만, 이를 명확한 결론으로 매듭지어 말하긴란 참 쉽지 않다.
그런데 <더 파이널스>, <아크 레이더스>, <낙원> 등 넥슨이 서비스 또는 개발하는 중인 슈터 장르 라이브를 책임지는 슈터본부가 스팀 시장을 보는 분석은, 굉장히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시각을 바탕에 두고 있었다.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유된, 넥슨이 슈터 장르 게임들을 스팀에서 크게 흥행시킨 이면에 있는 시장 분석 과정을 소개해드리려 한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넥슨코리아 슈터 OPS실 슈터서비스팀 서순기 팀장
# 론칭 후엔 여론을 바꾸기 어렵다

넥슨 슈터본부는 지난 3년 동안 <아크 레이더스>, <더 파이널스>, <낙원>, <카운터 스트라이크 넥슨>, <서든어택 제로 포인트>, <퍼스트 디센던트>, <베일드 엑스퍼트>, <워헤이븐>까지 8개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다뤄왔다.
다른 게임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가장 주목한 시장도 글로벌 권역의 스팀이었다.
특히 스팀은 시장이 클 뿐만 아니라 여러 지표 데이터를 분석하기에 용이했다.

서순기 팀장은, 출시 후 30일이 지난 시점에서 리뷰 수가 10개가 넘어가면서 추천율이 50% 미만이던 게임이 최종적으로 추천율 70% 이상의 대체로 긍정적 수준까지 간 사례가 있는지 알아봤다.
쉽게 말해 여론 반전에 성공한 게임이 얼마나 있는지 본 것이다.
결과는 꽤나 충격적이다. 해당 모수의 1.6% 정도만 여론 반전에 성공했다. 결국 첫인상을 바꾸기란 정말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출시 후 30일의 평가와 시간이 더 많이 지난 시점의 평가를 비교하면 어떨까.
출시 후 30일 기준 리뷰 10개를 넘기는 게임 55,000개 모수를 기준으로, 변화율 중앙값은 3.6%p. 쉽게 말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평가가 변하지 않았으며, 평가가 변한 사례들 중에선 오른 경우보다 내려간 경우가 두 배 더 많았다. 절망적인 지표다.

그래서 서순기 팀장은 출시 후엔 늦는다고 말한다. 결국 출시 전에 모든 걸 고쳐 잡아야 한다.
그는 <더 파이널스> 플레이테스트 당시의 리뷰가 남아있던 것을 확인하고 공유했다. 그렇다, 스팀에는 플레이테스트 앱에도 리뷰가 남는다.
이 데이터 또한 출시 전까지 게임이 어떻게 고쳐져야 할 것인지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그는 플레이테스트와 실제 론칭 후의 반응의 상관계수가 0.77로, 쉽게 말해 매우 유사한 흐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모의고사와 수능 성적의 관계로 비유를 하기도 했는데, 모의고사부터 잘 봐야 한다는 것이다.
# 시장은 좁고 유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더 절망적이다. 스팀의 슈터 5,142개 중 1위 게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2>는 31.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상위 5개 게임은 60.6%를 차지했다.
쉽게 말해 승자독식인 셈이다. 신규 주자가 저 틈에 들어가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스팀 상위 5개 슈팅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배틀그라운드>, <에이펙스 레전드>, <델타 포스>, <러스트>다.
1,240만 장 이상 팔리며 대흥행을 한 <아크 레이더스>조차 12위로 1.28%의 점유율 밖에 차지 못했다. 잘 나가는 <마블 라이벌스>, <배틀필드 6>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유저들의 절대다수는 하던 게임에서 좀처럼 옮겨가지 않았다.
데이터로 살펴봤을 때, 이런 경향성은 게임을 적게 하는 유저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났다. 라이트 유저는 터를 더더욱 잘 안 옮긴 셈이다. 헤비 유저도 쉽게 옮기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누가 우리의 잠재 유저인지, 우리의 경쟁작은 무엇인지, 이들을 어떻게 데려올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어차피 잘 안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이라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타깃으로 해 공략해야 하는 것이다.
# 클러스터로 묶어봤더니

어떤 게임이 우리 게임과 가까이에 있고, 어떤 유저를 데려올 수 있을 것인가. 심지어 이 분석을 출시 전에 해내야 한다.
슈터본부가 접근한 방식은 스팀 태그 클러스터링이었다. 기존 출시작들의 태그를 모두 분석하고, 자신들의 출시 예정작에는 적절한 태그를 부여해 시장과 비교했다.

이런 분석을 기반으로 하면, 개발 중인 <낙원>은 이 게임의 원래 장르가 그렇듯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들과 가장 인접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속성이 비슷하게 위치한 게임은 원웨이티켓 스튜디오의 <미드나잇 워커스>였던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서순기 팀장은 '맥주와 기저귀' 비유를 들었다. 미국 월마트에서 아이들 기저귀를 사러 간 아빠들이 맥주를 함께 사간 시장 분석 결과를, 게임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겉으론 안 닮은 것 같아도 교차로 이용하게 되는 그룹이 분명 있다는 의미다.

<아크 레이더스>의 2차 테크니컬 테스트 때는, 유저들이 이전에 즐긴 게임의 분포를 분석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출신 게임으로 많이 나온 게임들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2>와 <마블 라이벌즈> 등이다.

같은 슈터긴 해도 사실 엄밀히 따지면 많이 다른 게임들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2>는 빠르고 정확한 에임 기반의 경쟁을 한다. 하지만 <아크 레이더스>는 루팅, 팀플레이, 탈출 등 여러 판단의 순간들이 재미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이제 얼마나 잘 정착해 머물렀는지를 더 변수로 추가해 살펴보면, 저 확실한 연결점들이 보인다.
같은 엠바크 스튜디오의 게임인 <더 파이널스>를 했던 사람들이 <아크 레이더스> 테크니컬 테스트에도 반응을 크게 했다.
<마블 라이벌즈>는 세부 장르는 다르지만 팀 판단이 중요하고 스킬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헬다이버즈 2>는 SF 세계관과 임무 및 탈출의 흐름이 공유된다는 점에서 역시 반응이 큰 출신 게임이었다.
# 안 떠나게 만들기

클러스터링을 통해 어디서 데려와야 할지를 파악했다면, 이제 유저들이 떠나가지 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낙원>의 사례를 보면, 2023년 당시 프리알파 테스트의 부정 리뷰, 내부 테스트를 통해 얻은 부정 리뷰, 경쟁작인 <미드나잇 워커스>의 부정 리뷰까지 3가지 축을 살펴보면서 개선해야 할 방향을 찾았다고 한다.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지점은 "이동과 움직임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이건 <낙원>의 프리알파 테스트 때도, <미드나잇 워커스>의 부정리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낙원>은 개선 작업을 거쳤고 클로즈드 알파 테스트에서는, 불만으로 거론되던 지점이 줄어들고, 전반적인 유저 만족도가 올라간 지표를 얻게 됐다.

여기서부터 꽤 재밌는 분석이 등장했다. 슈터본부는 리뷰를 남긴 유저들을 추천+잔존, 추천+이탈, 비추+잔존, 비추+이탈까지 크게 4가지 그룹으로 나눠 이들의 동향을 분석했다.
주목할 만한 그룹은 비추+잔존 쪽이다. 욕하면서도 남은 게이머 483만 명은 재밌게도 87%가 다시 그 게임에 접속했다. 비추천을 했다고 바로 떠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비추+잔존 일명 '애증의 팬'들은 리뷰에서도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발사 이름, 디렉터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욕하기도 하고, 과금, 버그, 매치메이킹 등 여러 요소를 신랄하고 길게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아주 짧은, 그래도 재밌긴 한데 등의 말들이 곁들여졌다.
한 게임에서의 사례로는 이 '애증의 팬' 그룹이 200시간을 플레이하고 비추천을 준 후, 떠나지 않고 148시간이나 더 플레이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서순기 팀장은 이를 이기지 못하는 팀을 계속 응원하는 야구 팬에 비유하기도 했다.

반면 비추+이탈 그룹은 훨씬 빠른 이동을 보여준다.
깊게 들어가기도 전에 초반의 매치메이킹이나 버그, 첫인상을 보고 바로 이탈했다.
여전히 익명의 한 게임의 사례에서 비중으로만 보면 비추+잔존은 전체 유저의 16.1%, 비추+이탈은 4.4%로, 비추+이탈 쪽이 모수는 조금 더 적었지만, 이들을 다시 잡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선택해야만 한다.
욕하면서 남아 있는 '애증의 팬'을 위해 라이브서비스에 집중하며 고쳐나갈 것인가.
신규 유저 이탈을 막기 위해 '비추+이탈' 그룹을 줄여나갈 것인가.
이 양쪽 선택 모두 디테일한 접근은 조금 다르지만, 최소한 경쟁작들이 공유하는 기준(대략적인 BM 경험, 키 바인딩, 조작감 등)은 충족해줘야, 신작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서순기 팀장은 강조했다.

사실 이 분석의 결론들만 모아서 보면, 얼핏 당연한 말들의 나열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단순한 직관이나 주먹구구식으로 판단한 방향성이 아니라, 스팀 시장의 데이터를 넓게 보며 이를 분석해서 나온 결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과연 <낙원>을 포함해 앞으로 슈터본부에서 선보일 게임들도 스팀 시장에서 묵직한 유효타를 날릴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