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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초, 포켓몬 컴퍼니는 2026년 2월기 결산을 공개했다. 실적 발표에 따르면 순매출은 5,314억 엔(약 5조 66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1,200억 엔(약 1조 1,4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7% 폭등했다.

▶ (출처: 일본 관보)
모든 지표가 비상장 기업인 이 회사의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포켓몬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돈은 AAA급 대작 게임 여러 편의 개발비를 충당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뜻밖에도 인쇄기다.
2026년 3월 기준, 포켓몬이 전 세계에 누적 인쇄한 TCG 카드 수량은 이미 850억 장을 돌파했다. 지난 1년 동안에만 약 100억 장을 인쇄했다. 이를 환산하면 매일 2,740만 장이 새로 추가되는 것이며, 매초 300장 이상의 카드가 인쇄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 포켓몬 TCG 카드 연도별 누적 인쇄량.
100억 장이란 어느 정도의 수치일까?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포켓몬은 평균적으로 매년 약 21억 장의 카드만을 인쇄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이 수치가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포켓몬이 최초 430억 장의 카드를 인쇄하는 데 장장 25년이 걸렸으나, 이후 4년여 동안 거의 동일한 수량을 인쇄했다는 점이다. 이 4년간의 생산량이 지난 25년간의 수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포켓몬 카드는 이미 단순한 카드를 넘어섰다. 고흐 미술관 컬래버레이션 제품부터 다양한 한정 특전 카드까지, 리셀 시장에서 희귀 카드의 거래가는 불과 1년 만에 1,000~2,000위안(약 22만 6,170원~45만 2,340원)에서 8,000~10,000위안(약 180만 9,360원~226만 1,700원) 이상으로 폭등했다.
그러나 인쇄 속도는 여전히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매대가 텅 비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새로운 시리즈가 출시되는 날에는 매장 밖에 100여 명씩 줄을 서는 일이 다반사다.

이러한 인기는 2024년 10월에 출시된 무료 모바일게임 <포켓몬 카드 게임 Pocket>의 공이 크다. DeNA가 개발한 이 디지털 카드 게임은 실물 TCG의 규칙을 간소화했다.
기존 60장이던 덱 구성을 20장으로 줄였고, 원래 6점을 먼저 얻어야 승리하던 규칙은 3점만 선취하면 끝나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한 에너지 카드 대신 매 턴 자동으로 에너지가 분배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신규 유저들에게 '듣기만 해도 복잡해 보였던' 카드 게임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포켓몬 카드 게임 Pocket>은 출시 첫 달에 2억 2,930만 달러(약 3,512억 4,174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97일 만에 매출 5억 달러(약 7,659억 원)를 돌파하며 과거 <포켓몬 GO>보다 22일이나 빠른 기록을 세웠다.
출시 첫해 매출은 13억 달러(약 1조 9,913억 4,000만 원)를 돌파했으며, 누적 다운로드 수는 1억 5,000만 건을 넘어섰다.
이 모바일게임의 폭발적인 인기는 포켓몬의 매출 숫자를 급증시켰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눈덩이를 굴리는 계기가 되었다. 실물 TCG를 접해본 적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카드 매장을 찾기 시작했고, 모바일에서 '카드팩을 개봉하던' 손맛을 현실에서 체감하고자 했다.
앱에서 레어 카드를 뽑은 후 아쉬움이 남아 진짜 카드를 손에 쥐고 싶어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실물 카드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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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포켓몬코리아)
<포켓몬 카드 게임>은 2025년 봄 한때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를 겪었으며, 공식 측은 "최대 생산 능력으로 인쇄 중"이라는 입장을 세 차례나 거듭 강조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긴급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디지털 버전의 지속적인 인기에 힘입어 더욱 팽창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포켓몬 TCG의 리셀 시장은 갈수록 과열되고 있다. 물량을 싹쓸이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해 밤샘 줄을 세우는가 하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신제품을 사재기하고, 재입고 전부터 물량을 미리 선점해 두는 이들도 있다.
이 카드들이 되팔리면서 가격이 몇 배로 뛰는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일례로 정가 560 홍콩달러인 부스터 박스를 되팔이(원문 표현 黄牛, 중국어로 사재기 리셀러를 뜻하는 은어)들이 1,500에서 2,500 홍콩달러까지 올려 받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포켓몬 카드와 관련된 절도 사건만 이미 수십 건이 발생했다.
일본의 일부 매장에서는 되팔기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카드팩의 비닐을 뜯어서 판매하기까지 하는데, 당연히 이러한 방식은 수집가들에게 소장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현재 리셀 시장에서 PSA 감정 고등급 카드, 언어·지역 한정 카드는 여전히 수집가들 사이에서 안전 자산으로 통하며, 가치 보존율과 인기는 아트토이 및 수집품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누군가는 농담 삼아 요즘은 주식을 사는 것보다 카드를 사는 게 더 확실하다고 말할 정도다.

▶ 포켓몬 카드 사기 혐의로 23세 남성이 체포됐다는 일본 뉴스 방송 화면.
수요와 공급의 극단적인 불균형 앞에서 포켓몬 컴퍼니는 단순히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공급망의 가장 아래 단계인 인쇄·제조부터 유통 상류까지 체계적으로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미 2022년, 포켓몬 컴퍼니 인터내셔널은 '밀레니엄 프린트 그룹(Millennium Print Group)'이라는 인쇄 회사를 인수하며 생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수요 곡선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다.
2025년 12월, 카드 업계를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밀레니엄 프린트 그룹이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27만 평방피트(약 11만 8,000㎡) 규모의 제조 기지 임대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2025년 미국 전역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제조업 임대 계약이었다.
이 새로운 공장은 대규모 업그레이드 및 개조를 거쳐 2027년 완공될 예정이지만, 본격적인 전면 가동은 2028년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26년 2월, 포켓몬 컴퍼니 인터내셔널은 다시 한번 움직였다. 미국 내 최대 유통 파트너사인 '엑셀 브랜드(Excell Brands)'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회사는 타깃, 월마트, 아마존 등 주요 소매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곳이다.
이제 포켓몬 측은 중간 단계를 직접 건너뜀으로써 제품 배정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량 유출 구멍을 막으며 소매가격을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2026년 5월, 포켓몬은 일본 포켓몬 센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특정 TCG 제품을 구매할 때 정부가 발급한 신분증 인증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되팔이들이 실제 소비자들을 밀어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매식 싹쓸이 행위를 직접 제한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
이어 일본 현지에서 포켓몬 컴퍼니는 2026년 8월부터 공식 포켓몬 센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카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일본 정부가 발급하는 '마이넘버카드(개인 번호 카드)' 제시를 의무화한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신분증 인증 메커니즘은 일본 거주자가 아닌 해외 되팔이들을 차단하고, 한정된 재고를 실제 일반 유저들에게 온전히 돌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쇄소 인수부터 신공장 건설, 유통사 인수에서 강제 신원 확인에 이르기까지, 포켓몬 컴퍼니가 꺼내 든 이 일련의 조치 뒤에는 전례 없는 긴박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포켓몬에게 있어 인쇄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카드는 결국 일시적인 병목 현상일 뿐이다. 전 세계 경쟁사들을 진정으로 절망케 하는 것은 이 IP 자체가 가진 넘볼 수 없는 상업적 위상이다.
누군가는 농담조로 "포켓몬은 회사가 자발적으로 '돈 복사기'의 회전 속도를 최대치로 올렸음에도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유일한 조폐공사"라고 말한다. 포켓몬 컴퍼니는 아마도 전 세계에서 '돈을 찍어내는' 기계 속도가 느려서 골머리를 앓는 유일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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