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 높은 숏폼 콘텐츠가 유저의 시간을 빼앗는 시대. 치열한 시간 전쟁 속에서 '한국의 매운맛 입시'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로 글로벌 유저들의 발길을 붙잡은 인디 게임사가 있다.
바로 한양대학교 개발 동아리의 토이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누적 유저 150만 명을 돌파한 <수험생 키우기>의 개발사, 바삭한소프트다.
게임사가 밀집한 강남이나 판교가 아닌, 활기 넘치는 홍대입구역 인근 오피스에서 바삭한소프트의 김준엽 대표를 만났다. 현실 밀착형 시뮬레이션 장르에 독보적인 엣지를 다듬어가고 있는 그들과 만나, 그들의 개발 철학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이들은 6월 말 신작 <취준생 키우기>를 세상에 내놓는다.
바삭한소프트 김준엽 대표 (요청에 의해 가면을 쓴 사진을 사용합니다.)
# 동아리 학술제에서 피어난 창업의 꿈
Q. 한양대 개발 동아리에서 출발한 팀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소박한 학생 프로젝트였을 텐데, 어느 시점부터 "이걸로 진짜 회사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확신을 하셨나요?
A. 김준엽 대표: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이 확고한 꿈이었습니다.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에 진학한 것도 IT 창업을 하고 싶어서였죠. 지금의 공동대표와 스무 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창업 프로그램을 전전하며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학생 창업이 늘 그렇듯 성공 확률이 낮다 보니 이것저것 부딪혀보던 중, <수험생 키우기>는 정말 가벼운 토이 프로젝트로 시작되었습니다. 동아리 학술제를 준비하면서 제가 총 6개의 아이디어를 발표했었는데요. 팀 빌딩을 위해 같이 할 사람 손을 들라고 했는데, 다른 아이디어는 딱히 관심을 못 받았고 유일한 게임이었던 <수험생 키우기>에만 친구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회사로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진행 중인 메인 창업 아이템이 따로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2020년에 출시한 프로토타입에 유저들이 예상치 못한 큰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광고 수익이었어요. 재미 삼아 달아둔 광고에서 대학생 기준으로는 10만 원, 20만 원이라는 돈이 찍히는 걸 보며 "이 장르로도 확실한 수익화와 사업이 가능하겠다"는 가능성을 보고 본격적으로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Q. 사명이 '바삭한소프트'입니다. 게임의 결만큼이나 독특하고 직관적인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A. 김준엽 대표: 초기 사명은 공동대표와 제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엽차엽차'였습니다. '영차영차' 나아가자는 유쾌한 의미였는데, 막상 글로벌 론칭을 준비하다 보니 영어 표기가 너무 어렵고 발음도 좋지 않더라고요. 새 이름을 고민하며 혼자 햄버거를 먹다가 문득 메뉴판의 '크리스피(Crispy)'라는 단어를 보고 '바삭한'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뒤에 '소프트'를 붙이니 제법 IT 기업 같고 멋져 보였죠.
정하고 보니 우리 회사의 마스코트 로고도 바삭한 '쿠키' 모양이고, <수험생 키우기> 게임 내 메인 재화도 쿠키여서 모든 세계관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웃음)

Q. 사무실 위치가 홍대입구역 인근입니다. 게임사들이 몰려 있는 강남이나 판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김준엽 대표: 지극히 사적으로는 제 집과 가깝기 때문입니다만, 업무적으로도 메리트가 있습니다. 홍대는 교통이 워낙 편리해 직원들의 출퇴근 만족도가 아주 높아요.
특히 개발자나 디자이너 중 서울 서부권이나 인천, 경기 부천 쪽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판교나 강남까지 가기가 물리적으로 참 힘듭니다. 그분들에게 홍대에 위치한 게임사라는 점은 지정학적 메리트로 작용하죠.
현재 10명의 팀원이 함께하고 있으며, 신작 라인업 확장과 빌드업을 위해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전 직군을 공격적으로 채용 중입니다. 두 달 뒤에는 17명 규모의 팀으로 점프업할 예정입니다.
# 현실성이 곧 재미가 되는 시뮬레이션의 공식
Q. <수험생 키우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뼈저리게 공감할 '입시'라는 특수한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자칫 무겁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인데, 이게 게임으로서 흥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A. 김준엽 대표: 동창들을 만나 회고해 보니,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이미 이런 입시 게임을 만들겠다고 떠들고 다녔다더군요. 제 기억을 되짚어보면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가, 치열하게 노력해서 성적을 끌어올린 케이스였습니다.
그때 경험한 공부 자체는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성적이 오르며 느끼는 순수한 개인적 성장과 성취감은 그 어떤 것보다 짜릿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실제로 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은 시스템적으로 과감히 걷어내고, 유저에게 오직 '성장의 밀도와 성취감'만 압축해서 제공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입시라는 무대를 다루다 보면 학벌주의, 무한 경쟁, 실패에 대한 낙인 등 민감하고 어두운 이면을 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풍자나 비판으로 풀어내기보다 따뜻한 결의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강조한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요?
A. 김준엽 대표: 의도했다기보다 제게는 그 방향이 가장 자연스러웠습니다. 제가 보낸 입시 시절의 감상이 고통과 실패, 사회 비판적인 시선으로 점철되어 있기보다는, 노력을 통해 스스로를 극복하고 무언가를 성취해 낸 긍정적인 경험으로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기획자의 실제 경험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시스템과 아트 전반에 스며들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인게임에 실제 대학교 이름과 구체적인 학과 커트라인 데이터가 정밀하게 녹아있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일반적인 게임 기획에서는 '현실성'과 '게임적 재미'가 충돌할 때 현실성을 타협하곤 하는데, 이 균형을 어떻게 잡으셨나요?
A. 김준엽 대표: 대부분의 게임은 재미를 위해 현실을 타협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를 가집니다. 하지만 <수험생 키우기>가 추구하는 재미의 공식은 '현실성과 재미가 정비례'하는 독특한 구조였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내에 수능의 '영어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국어·수학 선택과목' 옵션을 촘촘하게 짜 넣는 것은 게임 시스템적으로 유저를 굉장히 귀찮고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 철저한 현실 고증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실제 수험생이 된 것 같은 완벽한 몰입감을 느끼고, 거기서 재미를 찾습니다.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기 보다는 현실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재미를 동반 상승시키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전국 52개 대학을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 <수험생 키우기>
Q. 서비스를 이어오시면서 수많은 유저를 만나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김준엽 대표: 두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에서는 연세가 조금 있으신 여성 유저분의 장문 메일이었습니다. 과거 학창 시절 이화여대에 합격하셨는데, 보수적인 집안의 반대로 인해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셔야 했다고 합니다. 평생 가슴 깊은 곳에 한으로 맺혀 살아가시던 중 우연히 저희 게임을 접하셨고, 인게임에서 이화여대 합격증을 받아내셨습니다.
그 화면을 캡처해 보내주시며 '덕분에 평생의 한이 풀렸다,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최근 진출한 글로벌 시장, 특히 서구권 유저들이 보여주는 이색적인 반응들입니다. 한국의 입시 제도를 잘 모르는 외국 분들이 흥미를 가지고 플레이하고 계십니다.
Q. 해외 서비스 현황은 어떠한가요? 문화권마다 입시 제도가 완전히 다를 텐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궁금합니다.
A. 김준엽 대표: 현재 한국 서비스 2년 반을 기점으로 일본 1년 반, 대만 반년, 그리고 영어권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현재에는 한국을 포함해도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서구권 영어 시장의 볼륨이 가장 큽니다.
초기에는 해외 진출 시 그 나라의 입시 제도에 맞춰 시스템을 다 뜯어고쳐야 하나 깊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대만 진출 때까지만 해도 현지 로컬라이징을 고집했죠. 하지만 영어권에는 발상을 바꾸어 한국의 입시 시스템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번역해서 정면 승부를 던졌습니다.
최근 K-콘텐츠와 한류 열풍 덕분에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외국 유저들이 "한국 학생들은 도대체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하길래 이런 게임이 나오냐", "한국에서 수험생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라며 일종의 신선한 문화적 체험 콘텐츠이자 챌린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대만 등 동아시아 유저들이 자신의 과거를 투영해 '깊은 몰입'을 한다면, 북미·유럽 유저들은 하나의 거대한 이색 세계관을 '경험하고 즐기는' 행태를 보입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유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고.
# 퍼포먼스 마케팅은 어떻게?
Q. 소규모 인디 팀이나 스타트업이 글로벌 마케팅을 펼칠 때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예산의 한계입니다. 제한된 예산 속에서 광고 성과를 측정하고 퍼포먼스를 극대화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A. 김준엽 대표: 저희는 창업 초창기 한두 달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마케팅 예산의 한계나 자금 압박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2년 넘게 모바일 측정 파트너(MMP) 솔루션인 에어브릿지(Airbridge)를 전사 데이터 허브로 구축해 철저하게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집행했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마케팅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에어브릿지의 정밀 트래킹을 통해 "오늘 투입한 광고비가 정확히 며칠 만에 ROAS(광고비 대비 매출액) 100%로 완벽히 회수되는가"만 봅니다.
데이터상으로 확실한 비용 회수 주기가 검증되면 예산 제한을 풀고 집행액을 계속 늘리고, 회수가 안 되면 매체 광고를 즉시 멈춥니다. 어차피 100% 회수되는 비용 관리를 하기 때문에 예산 규모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죠.
글로벌 캠페인을 크게 켤 때는 확실한 규모의 예산을 가져가는 편입니다. 콘텐츠의 힘이 확실하고 퍼포먼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면, 스타트업이라서 예산이 없어 마케팅을 못 한다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매력적으로 잘 만드는 것이 결국 마케팅의 시작이자 사업의 핵심입니다.
Q. 성과 분석 툴을 단순히 마케팅 효율 측정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글로벌 서비스 최적화나 게임 기획 단계까지 유기적으로 활용하신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A. 김준엽 대표: 에어브릿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가공해 서비스 및 기획 개선을 이루어낸 대표적인 연동 사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수험생 키우기> 영어 버전을 글로벌 론칭했을 때, 전 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방대한 유저 유입 데이터가 쏟아졌습니다. 저희는 에어브릿지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자체 시스템과 연동하여 국가별 초기 지표와 가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 지역에 예산을 흩쓰지 않고, 실질적 지표가 강하게 나타나는 특정 국가들을 명확히 선별해 로컬라이징 및 캠페인 리소스를 집중 투입함으로써 한정된 자원 대비 최적의 글로벌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인앱 유저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초반 튜토리얼 구간에 촘촘하게 퍼널 이벤트를 심고 유저 로그를 쪼개어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특정 가이드 구간에서 유저 이탈률 그래프가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데드포인트를 발견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유저가 다음 눌러야 할 버튼을 반짝여주는 '포커싱 안내'가 누락되어 유저들이 길을 잃고 나가버리던 것이었습니다. 대다수 소형 개발사는 용량과 비용 문제로 유저 로우 데이터를 장기 적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원본 데이터 백업 기능을 적극적으로 가동하여 지난 1년간 축적된 글로벌 유저들의 원본 행동 로그를 고스란히 저장해 왔습니다. 이를 추후 내부적으로 전수 분석하여, 유저들이 장기 플레이 시 어떤 시점에서 피로도를 느끼고 이탈을 고민하는지 정량적 인사이트를 도출해 냈습니다.
이 데이터 자산들은 고스란히 차기 신작들의 시스템 설계 및 경제 구조 기획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 6월 말 <취준생 키우기> 출격
Q.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입시, 취업, 군대 같은 한국인의 현실 생애주기 소재는 강력한 공감대를 가짐에도 의외로 레퍼런스가 전무합니다. 바삭한소프트는 이러한 시장의 공백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A. 김준엽 대표: 레퍼런스가 없다는 건 사업적으로 하이 리스크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유행하는 방치형 키우기나 디펜스 게임은 이미 시장에 뼈대가 되는 검증된 레퍼런스 시스템이 가득해서 외형 콘셉트만 정하면 시스템을 빌드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입시'나 '취업'을 주제로 게임을 만들려면 참고할 기존 공식이 없기 때문에 모든 룰과 시스템을 무에서 유로, 순수 창의력만으로 새롭게 직조해야 합니다. 기획의 난이도가 극도로 높고 투입 리소스 대비 효율이 안 좋아 보이니 대형사들이 선뜻 들어오지 못하는 거죠.
저희는 이 영역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획력과 유연함을 가졌고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바삭한소프트만의 경쟁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수험생 키우기>의 성공을 이을 차기 정식 후속작, <취준생 키우기>가 6월 말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작의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점들이 진화했나요?
A. 김준엽 대표: <취준생 키우기>는 전작 유저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정해 준 주제의 프로젝트입니다. <수험생 키우기>를 2년 넘게 라이브 서비스하면서 뼈저리게 후회하고 배운 피드백들을 집대성했습니다.
전작은 모바일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한 판당 소요되는 플레이 타임이 지나치게 길어서, 유저들이 지하철 등에서 가볍고 호흡감 있게 리텐션을 유지하기가 다소 벅찬 피로도가 있었습니다.
신작은 이 플레이 호흡을 영리하고 라이트하게 압축하는 구조적 설계를 마쳤으며,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비주얼 퀄리티와 UI/UX를 진화시켰습니다.
일전에 대만 앱스토어에서 단 하루 동안 인기 차트 1위를 달성했을 때 전 직원이 눈물 나게 행복했었는데요. 이번 <취준생 키우기>로는 한국에서도 구글·애플 스토어 차트 1위를 달성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목표입니다.

Q. 플레이엑스포(PlayX4)에서 또 다른 깜짝 신작 라인업들을 대거 선보였다고 들었습니다.
A. 김준엽 대표: 유저분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뵙고 검증받고 싶어 두 가지 프로젝트를 들고 나갔습니다. 첫 번째는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 텍스트 로그라이크 게임 <은하원정대>입니다.
내부 R&D 단계에서 작년 11월부터 포맷 연구를 하며 엎고 뒤집기를 숱하게 반복하다가, 지난달 마침내 올해 내로 출시하기로 확정 지었습니다. 현재 담당 개발진들이 매일 새벽 택시를 타고 퇴근할 정도로 영혼을 갈아 넣고 있으며, 이번 행사에서 최초로 유저 대상 베타 빌드를 전시합니다.
두 번째는 반지하게임즈 등 기업들이 함께 참여한 게임잼을 통해 합동 개발했던 PC 멀티플레이어 술래잡기 게임 <경경도도(경찰과 도둑)>의 프로토타입입니다. 룰이 지극히 직관적이면서도 제가 살면서 해본 술래잡기 게임 중 가장 재미있다고 느껴집니다.
바삭한소프트의 신작 로그라이크 <은하원정대>
Q.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하고 엎는 과정이 반복되면 작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 손실이 클 텐데, 바삭한소프트만의 기획 검증 노하우가 있나요?
A. 김준엽 대표: 많은 게임사는 기획서를 완벽하게 A부터 Z까지 문서화한 뒤 개발에 착수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개월 뒤 나온 결과물이 막상 재미가 없어도 그동안 투입된 매몰 비용과 인건비 때문에 기획을 뒤로 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희는 기획서의 완결성보다 '빠른 실제 구현과 재미의 피드백 루프'를 추구합니다. 이를 기술적으로 서포트하기 위해 핵심 재미 요소 파트만 기획 즉시 빠르게 코딩하여 인게임에 올리고 스왑하며 검증할 수 있는 자체적인 브릿지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수정 주기를 극한으로 단축했기 때문에, 타사 대비 훨씬 적은 비용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창의적인 기획 실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부 개발자들은 매일 자기 게임만 들여다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뇌가 오염되는(매너리즘에 빠지는)' 시점이 옵니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는 '메타인지' 역량을 최우선으로 삼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유저들의 객관적인 인사이트를 스펀지처럼 빠르게 흡수해 기획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서울 2033>으로 유명한 인디게임의 아이콘 '반지하게임즈'와의 돈독한 콜라보레이션 및 친분이 업계에서 유명합니다.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A. 김준엽 대표: 제가 대학생 유저 시절에 반지하게임즈의 <서울 2033> 후원판을 직접 결제해 플레이하고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밀도 높은 텍스트 게임을 만들었지?' 하며 동경했었죠.
시간이 흘러 제가 게임 업계에 들어와 비슷한 장르적 결의 게임을 서빙하게 되었고, 지인 대표님의 주선으로 이유원 대표를 소개받았습니다. 마침 저희 사무실과 반지하게임즈 사무실 거리가 걸어서 10분 내외로 이웃 사촌이더라고요.
사적으로 자주 교류하는 사이가 되었고, 복잡한 계약 관계나 이해타산 없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대표님, 이번에 저희 같이 가볍게 콜라보 하나 칠까요?" 던져서 쿨하게 크로스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킬 만큼 격의 없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Q.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사내 복지, 조직 문화는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김준엽 대표: 전반적으로 수평적이고 아주 활기찬 편입니다. 사내에 소모임 문화가 굉장히 팽창해 있어요. 아이스링크 소모임부터 TRPG 보드게임 모임, 노래방, 그리고 퇴근 후 가볍게 잔을 부딪히는 음주 소모임까지 다양합니다.
소모임 활동 비용 자체는 철저히 자비 부담 원칙입니다만, (웃음) 대신 회사 차원에서도 각자 퍼포먼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회사 카드를 지급하고 점심, 저녁 식사 및 택시비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또한 정기적으로 함께 워케이션을 떠나 리프레시를 하기도 합니다.
조금 특이한 점은 ‘게임 플레이 및 인앱 결제(현질) 지원비’ 제도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시장의 트렌디한 게임을 직접 구매하고 즐기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고 생각해서 도입했고 내부적으로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Q. 마지막으로 바삭한소프트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미래의 포부와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김준엽 대표: 크게 두 가지 이정표를 세우고 달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콘텐츠 기업으로서, 다른 회사에서 시도하지 못하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하며, 게임 업계의 뛰어난 인재들이 진정한 자아실현을 하고 직업에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것 입니다.
이러한 환경을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면 자연스레 전세계 게이머들에게도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둘째는 개발사 내부의 컴퓨터공학적 백그라운드를 무기 삼아, 게임 산업 전반의 비효율을 개선할 B2B 기술 솔루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것 입니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개발 프로세스 중 일부를 혁신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자체 솔루션 툴들을 빌드업 중입니다.
이 인터뷰는 디스이즈게임과 AB180이 함께 제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