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누비며 수없이 인류를 구원해 온 최고의 스파이는 대체 왜, 게임 시장에서 무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야만 했을까?
은막 위에서는 반세기가 넘도록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군림해 온 '제임스 본드'지만, 게임이라는 무대에서 그가 걸어온 길은 영화 속 첩보 작전보다도 훨씬 아슬아슬하고 험난했다. 한때는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을 탄생시키며 게임 산업의 판도를 뒤바꾸는 찬란한 전성기를 누렸으나, 거듭된 오판과 상업주의의 그늘에 갇혀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맞이해야 했던 뼈아픈 흑역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원할 줄 알았던 침묵을 깨고 IO 인터랙티브의 신작 <007 퍼스트 라이트>와 함께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다시금 전 세계 게이머들 앞에 선 지금이야말로, 지난 40여 년간 게임 역사에 제임스 본드가 남긴 파란만장한 발자취를 되짚어보기에 가장 완벽한 시점이다.

# 텍스트 어드벤처부터 액션 플랫포머까지, 2D <007> 게임 변천사
역사상 최초의 '007 게임'은 무엇일까? 그 주인공은 1982년 8비트 컴퓨터 ZX 스펙트럼으로 출시된 <젓지 말고 흔들어서(Shaken But Not Stirred)>이다. 닌텐도의 간판작 <슈퍼 마리오브라더스>가 1985년에 등장했으니, <007> 프랜차이즈가 게임계에서는 <슈퍼 마리오>보다 한참 선배인 셈이다.
제임스 본드의 상징적인 명대사에서 제목을 따온 이 작품은 핵무기로 런던을 위협하는 악당 '닥터 데스(Dr. Death)'의 음모를 저지하는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당시에는 영화로만 접했던 <007> 시리즈를 게임으로, 그것도 텍스트 어드벤처 형식으로 풀어내는 독특한 시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007> 시리즈의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비인가 작품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저작권 분쟁을 피하기 위해 <슈퍼 스파이>로 이름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 최초의 '비인가' 007 게임인 <젓지 말고 흔들어서>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한 최초의 공식 007 게임은 이듬해인 1983년에 출시된 <제임스 본드 007>이다. <유어 아이스 온리>, <문레이커>, <나를 사랑한 스파이> 등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을 풍미한 영화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자동차와 잠수정을 조작해 장애물을 피하며 적을 격파하는 횡스크롤 슈팅 게임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007>스럽지 않지만, 게임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시그니처 테마곡을 통해 007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영국의 도마크 소프트웨어가 라이선스를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당시 개봉하는 영화의 내용에 맞춘, 이른바 '타이인 게임(Tie-in game)'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뷰 투 어 킬>, <리빙 데이라이트>, <살인면허> 등 신작 영화의 스크린 개봉 스케줄과 발맞추어 게임들이 연이어 시장에 쏟아졌다. 그러나 당시 우후죽순 제작되던 여느 영화 기반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엉성한 완성도로 인해 영화의 인기에만 편승하려는 저예산 급조품이라는 매서운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MontyMole1976')
▶ 1989년작 <살인면허(007: Licence to Kill)>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AL82 Retrogaming Longplays')
1990년대에 들어서도 007 게임의 무모한 실험은 계속되었다. 본래 CIA 요원을 주인공으로 만든 어드벤처 게임에 급하게 제임스 본드의 이름을 입혀 출시한 <007 제임스 본드: 더 스텔스 어페어>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원작의 설정과 동떨어진 애니메이션 기반의 <제임스 본드 주니어>, 그리고 세가 메가드라이브용으로 제작된 액션 플랫포머 <제임스 본드 007: 더 듀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당시 여러 개발사에서 급변하던 하드웨어 기술력에 발맞춰 포인트 앤 클릭, 횡스크롤 슈팅, 액션 플랫포머 등 다채로운 장르적 변주를 시도했으나, 아쉽게도 '007'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2D 007 게임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 1992년 세가 메가드라이브로 출시된 <제임스 본드 007: 더 듀얼>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AL82 Retrogaming Longplays')
# <골든아이 007>, FPS의 역사를 새로 쓰다
그러던 1997년, 수많은 저예산 게임들의 범람 속에서 상업적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007> 프랜차이즈의 위상을 영원히 바꾸어 놓은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영국의 레어 엔터테인먼트가 닌텐도 64 전용으로 개발한 <골든아이 007>이 <007> 프랜차이즈를 넘어 게임 산업 전반에 거대한 충격을 안긴 것이다.
디렉터 마틴 홀리스(Martin Hollis)가 이끄는 개발팀은 놀랍게도 12명 남짓한 소규모 인원이었으며, 이 중 8명은 상업용 게임 개발 경험이 전무한 초보자들이었다. 개발 초기에는 슈퍼 닌텐도용 2D 횡스크롤 슈팅으로 기획되었으나, 닌텐도 64의 진보된 성능과 이드 소프트웨어의 <둠>이 불러일으킨 FPS 열풍을 마주한 마틴 홀리스는 개발 중인 작품을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FPS 게임으로 전면 재설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 <골든 아이 007>의 개발진들 (이미지 출처: 가디언)
반응은 어땠을까? 당연히 안팎으로 우려와 반발이 빗발쳤다. 당시만 해도 콘솔 컨트롤러로는 마우스와 키보드처럼 빠르고 정밀한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닌텐도의 전설적인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마저 게임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살인 묘사에 우려를 표하며, "게임의 엔딩에서 본드가 병원을 방문해 자신이 쓰러뜨린 적들과 악수하며 화해하는 장면을 넣어달라"고 제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개발진은 이러한 만류에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개발을 밀어붙였고, 끝내 기존 콘솔 슈팅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능적인 AI와 혁신적인 조작 시스템을 구축해 냈다. 특정 부위를 타격할 때 대미지가 다르게 적용되는 헤드샷 메커니즘, 적의 팔다리 피격 위치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정교한 애니메이션, 그리고 소음기를 활용해 적을 은밀히 암살하는 스텔스 플레이 등 오늘날 FPS 장르의 뼈대가 되는 핵심 문법들이 바로 이 작품을 통해 확립된 것이다.
▶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FPS의 문법을 정립한 <골든아이 007>
무엇보다 <골든아이 007>을 시대의 명작 반열에 올린 일등 공신은 발매를 불과 6개월 앞두고 급조되어 추가된 4인용 화면 분할 멀티플레이 모드였다. 가족,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길 수 있는 파티 게임으로서 손색이 없었던 덕분에 <골든아이 007>은 1990년대 후반 전 세계 게이머들의 거실 문화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온갖 악조건 속에서 탄생한 <골든아이 007>은 단 2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전 세계 8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무려 2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경이로운 매출을 기록하며, <007> 게임 프랜차이즈의 최전성기를 상징하는 전설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 멀티플레이는 이런 식으로 화면을 4개로 나누어서 진행됐다. 별 것 없어보이지만, 이게 당시 거실의 모습을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찬란했던 전성기, 그리고 몰락
<골든아이 007>의 눈부신 성공 직후 레어는 후속작 개발을 거절했고, 이 틈을 타 EA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007> 라이선스 독점권을 거머쥐게 된다.
EA는 막대한 자원을 총동원하여 <007> 프랜차이즈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실험에 돌입했다. 첫 작품 <007 네버 다이(Tomorrow Never Dies)>의 실패를 발판 삼아 제작된 <007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는 영화 속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맵과 'Q'의 다양한 가젯들을 활용한 첩보 액션으로 <골든아이 007> 이후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데 성공했다.
▶ 3인칭 시점을 채택하고, 멀티플레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던 <007 네버 다이>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김춘삼')
▶ 다음 작품인 <007 언리미티드>에선 다시 1인칭 시점으로 돌아오고 Q의 가젯들이 추가되어 훨씬 더 <007>스러워졌다.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김춘삼')
EA의 손에서 <007> 프랜차이즈가 꽃을 피운 것은 PlayStation 2, Xbox, 게임큐브 등 6세대 콘솔이 등장한 이후다. 소설과 영화 기반이 아닌, 자체 오리지널 스토리에 과감하게 도전한 EA는 이 시기 <에이전트 언더 파이어>, <나이트파이어>, <에브리씽 오어 나씽> 같은 걸출한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EA의 자본력을 토대로 영화의 실제 각본가를 섭외하고 할리우드 스타들을 캐스팅했으며, 당대의 최신 기술을 총동원해 이뤄낸 <007> 프랜차이즈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황금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번지의 <헤일로 2>와 인피니티 워드의 <콜 오브 듀티>의 등장으로 FPS 시장의 대격동이 일어나면서, 위기감을 느껴 급하게 던진 수가 악수(惡手)가 된 것이다. <골든아이>의 이름을 빌려 출시한 <골든아이: 로그 에이전트>는 흥행에 참패했고, 최초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 숀 코너리를 섭외해 제작한 <007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결국 EA는 2009년까지 유효했던 라이선스를 포기하면서 007 게임 개발에서 손을 떼게 된다.
▶ <007 위기일발>은 무려 초대 제임스 본드 배우 숀 코너리를 주연으로 발탁했지만, 아쉽게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Full Playthroughs')
다시 시장으로 나온 <007> 라이선스는 마침 다니엘 크레이그가 새로운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었을 무렵 액티비전의 손에 들어간다.
당시는 새로운 본드의 현실적이면서도 진지하고 야성미 넘치는 모습을 게임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기대가 컸던 시기였다. 하지만 액티비전은 여기서 무리하게 첩보물에 도전하기보다는, 자사의 대표 프랜차이즈인 <콜 오브 듀티>의 요소들을 그대로 이식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선택한다. 누가 알았겠는가, 이 선택이 훗날 007 게임을 무려 14년간 침묵의 바다 아래로 가라앉게 만든다는 것을.
2008년작 <007: 퀀텀 오브 솔러스>가 단적인 예시다. 게임의 엔진은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의 그것을 그대로 차용했으며, 게임플레이 역시 <콜 오브 듀티>와 상당히 닮아 있다. 문제는 여러 가젯을 활용한 첩보 액션과 카체이싱 시퀀스 같은 <007>의 고유한 요소가 모두 빠지면서 프랜차이즈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 <007>보다는 <콜 오브 듀티>에 더 가까웠던 액티비전의 <007: 퀀텀 오브 솔러스>
2010년 출시된 <제임스 본드 007: 블러드 스톤>의 경우 3인칭 잠입 액션 게임으로의 전환과 개발사 비자르 크리에이션즈의 레이싱 게임 개발 경력이 녹여낸 카체이싱 시퀀스를 도입한 시도가 빛을 발했지만, 전체적인 게임 퀄리티의 부진으로 흥행에 참패한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골든아이 007>의 Wii 리메이크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듬해 출시된 PS3, Xbox 360 버전은 혹평을 받으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후 액티비전 007 게임의 종말이자 시리즈 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연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액티비전의 야심작 <007 레전드>였다. 영화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이 게임은 역대 본드 배우들의 상징적인 영화 6편을 하나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묶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각 시대별 본드의 얼굴이 당대 배우가 아닌 다니엘 크레이그로 통일되면서 팬들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게임플레이 역시 잠입과 첩보가 아닌 끝없이 몰려오는 적들을 닥치는 대로 처치하는 구성이었으며, 스토리와 연출마저도 007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결국 <007 레전드>는 007 게임 역사상 최악의 평가와 흥행 실패를 기록했고, 007 게임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개발사 유로컴은 25년의 역사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연이은 실패에 이골이 난 액티비전은 라이선스 계약을 조기에 파기했고, 2013년 스팀을 비롯한 모든 게임 플랫폼에 출시되었던 자사의 007 게임을 일제히 삭제해버리며 007 게임의 역사를 끝냈다. 아니, 그런 줄만 알았다.
▶ <007> 시리즈의 대표적인 악역 '죠스'도 등장했지만... 다른 의미로 이름값을 해버린 <007 레전드>
# 14년 만에 돌아온, 새로운 얼굴의 제임스 본드
액티비전의 철수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게임 시장에서 <007> 관련 소식은 몇몇 레이싱 게임에 본드의 차량이 등장했다는 단편적인 근황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기나긴 적막을 깬 것은 뜻밖에도 <히트맨> 시리즈로 잠입 액션 장르의 독보적인 궤적을 그려온 개발사 IO 인터랙티브였다. 2020년 11월, 이들의 차세대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007'이 깜짝 공개된 것이다.
그리고 6년의 기다림 끝에 지난 27일, 베일에 싸여있던 프로젝트 007은 <007 퍼스트 라이트>라는 정식 명칭과 함께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007 레전드> 이후 무려 14년 만에 출시되는 <007> 프랜차이즈의 신작이었다.
<007> 시리즈의 부제에는 다채로운 의미가 담겨 있다. <닥터 노(Dr. No)>, <스펙터(Spectre)>처럼 악역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부제가 있는가 하면,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나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처럼 주인공 본드가 처한 상황이나 그의 정체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신작 <퍼스트 라이트> 역시 본드가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룬다는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007 퍼스트 라이트>의 인트로 중 한 장면. '여명'의 모습과 함께 빛을 향해 걸어가는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이 기가 막힌다.
<007 퍼스트 라이트>가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영화적인 게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사건과 묵직한 메시지, 치밀한 장면 배치와 웅장한 음악, 그리고 감각적인 연출까지 스크린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여기에 게임 곳곳에 정성스레 녹아든 원작 영화에 대한 오마주까지 더해지니,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선물은 없을 것이다.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히트맨>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IO 인터랙티브의 내공이 여과 없이 빛을 발했다. 하나의 목적지를 향하는 과정 속에 무수한 갈림길을 빽빽하게 채워 넣고,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환경 요소를 배치해 플레이어의 유연한 선택과 대응을 유도한다. 이러한 샌드박스 디자인은 베테랑 스파이의 은밀한 첩보 활동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본드를 위해 준비된 Q의 기발한 가젯들까지 더해지며 <007>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 본드의 취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 단순한 의상처럼 보이지만, 사실 역대 <007> 영화에서 실제로 등장한 의상들을 구현한 것이다.
<007> 게임을 향한 팬들의 갈증은 수치로 증명됐다. <007 퍼스트 라이트>는 출시 24시간 만에 전 세계에서 1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는 IO 인터랙티브 역사상 가장 빠른 판매 기록으로 메가 히트작 <히트맨> 트릴로지의 초기 흥행 기록마저 가볍게 넘어선 성적이다.
이번 성과는 지독했던 암흑기를 끝내고 프랜차이즈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과거 <골든아이 007>이 게임 산업 전반에 거대한 충격을 안기며 시리즈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것처럼, <007 퍼스트 라이트>는 깊은 침묵에 빠져 있던 <007> 게임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여는 역사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엔딩의 끝자락, 게임은 시리즈의 오랜 팬들이라면 가슴이 뛸 수밖에 없는 상징적인 문장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James Bond Will Return(제임스 본드는 돌아온다)."
14년이라는 공백을 넘어 마침내 완벽하게 귀환한 최고의 스파이. 긴 침묵을 깨고 게임이라는 무대 위로 성공적으로 복귀한 제임스 본드가 앞으로 또 어떤 임무를 우리에게 선보일지, 그 위대한 다음 행보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