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마리오의 영원한 파트너이자 닌텐도의 간판 마스코트, 초록색 공룡 '요시'는 어린 공룡 같은 외형으로 매력을 어필하며 수많은 <마리오> 프랜차이즈 게임에 등장해 감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리고 그런 높은 위상에 힘입어 요시 스스로가 단독 주연으로 나서는 게임이 드물게나마 출시되기도 했다.
그동안의 요시 시리즈 게임들을 보면 플랫포머라는 장르를 바탕으로 파스텔풍이라든가 털실이나 골판지 같은 실험적이고 동화적인 비주얼을 내세우면서도 그 이면에는 "요상하리만치 까다로운 난이도"라는 의외의 공통점을 공유해왔다.
이달에 출시된 신작 <요시와 신기한 도감>은 이러한 <요시> 시리즈의 흐름에서 과감히 탈피하고자 한다. 까다로운 난이도가 고착화되는 게 싫었던 것일까, 요시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다방면으로 응용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어느 쪽이든 간에 요시 시리즈로서는 살짝 이질적이면서도 요시의 무해함과 친근함을 더욱 부각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요시> 시리즈의 바뀐 게임성이 오히려 닌텐도의 근본적인 철학을 지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작성=쿠타르크(블로거), 편집=한지훈 기자

# 실패의 부담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
<요시와 신기한 도감>은 2019년 스위치를 통해 출시됐던 <요시 크래프트 월드> 이후 무려 7년 만에 등장한 <요시> 시리즈의 신작으로, 각 생태계에 있는 여러 생물들을 하나씩 면밀히 조사하고 '신기한' 도감에 조사한 내용을 채워야 하는 독특한 감각의 플랫포머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플랫포머로 분류되는 게임이긴 하지만, 이번 작에서는 무조건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보다는 폭넓은 탐험과 조사에 좀 더 초점이 잡혀 있어 기존의 요시 시리즈 작품들과는 게임성에서 다소 이질적인 모습을 보인다. 굳이 장르로 기준을 나눠본다면 액션 쪽이라기보단 오히려 퍼즐이나 어드벤처 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래도 비주얼 측면에서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왔던 <요시> 시리즈 특유의 경향은 어김없이 드러난다. 이번 작에서는 거대한 도감을 기준으로 안과 밖이 나뉘게 되는데, 도감 바깥의 영역이 현실에 가까운 전형적인 3D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반면 도감 안의 영역은 따뜻하고 편안한 색감의 파스텔풍 2D 그림체로 표현된다.
뿐만 아니라 도감 안에서는 요시를 비롯한 모든 생물들이 마치 책이라는 물건의 특성을 따라가기라도 하듯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같은 움직임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런 독특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비주얼이 '도감 책 안을 탐험한다'는 콘셉트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 도감 속 일러스트가 직접 살아 숨쉬는 듯한 묘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비주얼
▶ 도감을 채우기 위해 정답을 궁리해야 하는 게임성은 액션이라기보단 퍼즐에 가까워보인다.
이번 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단연 '체력바의 삭제'다. 그러니까 체력 개념이 아예 없어 사망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위협적인 생물로부터 공격을 받아도 살짝 아파하는 선에서 그치고,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깔리더라도 익살스러운 리액션과 함께 곧바로 털고 일어난다. 심지어 절벽에 떨어져도 가까운 곳으로 금방 돌아간다.
이렇듯 사망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으니 게임 실력을 크게 따질 필요도 없고, 도감의 항목을 채운다는 명목하에 온갖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과감히 시도해볼 수도 있다. 대폭 낮아진 체감 난이도가 오히려 다양한 탐험 활동에 더욱 탄력을 붙여주는 셈이다.
▶ 체력의 개념이 없으니 죽을 걱정도 없다. 그 어떠한 무모한 플레이도 전부 용인된다.
한편으로는 요시 스스로가 지닌 능력을 전부 드러내는 게임이기도 하다. 삼키고 뱉기, 알 던지기, 태우기, 파닥거리기 등 요시의 고유 능력은 물론이고, 마리오의 파트너답게 다양한 점프 액션도 가능하다. 그리고 여러 생물을 조사하고 도감에 항목을 채우기 위해 이런 요시의 능력을 하나도 빠짐없이 활용해야만 한다.
나아가 어떤 생물과 어떤 식으로 교감했는지에 따라 요시의 특정 능력이 강화되기도 하고 잠시나마 아예 새로운 능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생태계를 탐험하고 수많은 생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리어 요시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전의 그 어떤 요시 시리즈보다도 요시가 가장 요시답게 행동하면서 동시에 가장 주인공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요시가 자신의 능력을 적극 발휘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꼭 그래야만 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 꼬리를 무는 호기심, 유기적인 생태계 탐험의 묘미
'낮은 난이도'와 '요시의 고유 능력' 이 두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맞물리며 탐험과 조사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새로운 생물을 조사하러 들어갈 때마다 우선 올라타거나 태워보기도 하고 먹거나 뱉어보기도 하면서 각 생물의 기본적인 특성을 파악한다. 그리고 생물의 특성을 바탕으로 주변을 더 조사하거나 점차 다양한 상호작용 및 반응을 파악하기도 하며, 각 생물의 특성을 극대화한 또 다른 변화 과정을 구경하거나 직접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여기에 각 생물마다 생김새와 크기, 특성이 완전히 달라 탐험과 조사의 양상도 항상 달라진다. 따라서 각 생물마다 스테이지의 구성과 조작 방식이 달라지는 건 물론이고 극단적으로는 플랫포머라는 형태만 유지한 채 게임의 장르마저도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 새로운 게 보이면 일단 뭐든 해보자. 그러다보면 새로 할만한 것이 또 생긴다.
어디까지나 도감 속 세계이긴 해도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가장 처음에 맞닥뜨리며 게임 내내 지겹게 등장하는 제비꽃씨는 물론이고, 이전에 한 차례 조사했던 생물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생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등장한다. 그리고 이때만 발견할 수 있는 항목이 따로 존재한다. 요시의 행동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끼리도 상호작용이 존재하고, 이것이 또 도감을 채우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즉, 처음 보는 생물에 대한 호기심이 고유 능력 및 상호작용으로 충족되면서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여러 갈래의 호기심으로 널리 퍼지는 것이다.
이렇듯 호기심이 호기심을 낳으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여러 가지 호기심을 동시다발적으로 채우는 과정에서 엄청난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바로 책 속 세계에 발견한 항목이 작성되는 연출, 나아가 조사한 생물의 이름을 직접 지을 수 있는 시스템은 기록의 재미를 더한다. 그야말로 마치 새로운 세계의 모험가나 탐험가가 된 듯한 느낌을 제대로 받게 되는 것이다.
▶ 각 생물마다 전혀 다른 놀이,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요시와 신기한 도감>에는 총 12가지 챕터가 준비되어 있으며, 각 챕터마다 고유의 생태계와 생물군을 지니고 있다. 다만 마지막 두 개의 챕터는 기존에 발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보너스성 어레인지 챕터에 가깝다 보니 실제로는 10종의 생태계와 두 개의 보너스 챕터의 구성으로 보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각 챕터마다 6-7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각 생물마다 적게는 20가지에서 많게는 40가지가 넘는 도감 항목이 준비되어 있다. 기본적인 상호작용만으로 발견이 가능한 항목은 한 번에 여러 개도 해금이 가능할 만큼 발견 난이도가 쉽다. 반면에 다른 생물과의 상호작용이나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 것들은 그만큼 발견 난이도 역시 까다롭다.
▶ 순식간에 여러 항목이 한꺼번에 열리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대체로 초반에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항목이 많고 나중으로 갈수록 조건이 점차 까다로워지는 방식이라 각 항목에 따른 난이도 배분은 괜찮은 편이다. 호기심을 가득 품고 이것저것 건드려보며 도감을 채워나가는 초반의 흐름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롭고, 이후 도감을 완벽히 채우기 위해 알맞은 조건을 알아맞추고자 궁리하는 재미도 상당히 괜찮다.
여기에 한 차례 탐험을 마친 생물은 이후 약간의 비용을 지불해 힌트를 볼 수 있어 도감작에 필요한 기능도 잘 갖춘 모습이다. 이 게임에서 도감을 채우는 과정을 일종의 수집 개념으로도 볼 수 있으며, 그런 수집을 위한 환경이 제법 잘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 이 페이지 안에 하나의 생태계가 전부 들어있다. 실제 게임 설정이 정말로 그러하다.
다만 탐험과 조사에 집중한 게임 디자인에 따른 한계는 분명 있다. 오로지 탐험에만 집중한 게임이라 그런지 게임의 흐름을 살짝이나마 환기할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 도감 작성을 위해 도감 안팎을 반복해서 드나드는 과정은 딱히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라 다소 무료한 감이 있다. 탐험 이외에 전투나 플랫포밍 구간이 아주 없는 건 아니나 비중이 너무 떨어지고, 가벼운 미니 게임이나 퍼즐이 있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탐험과 조사에 묶여 있다는 느낌이다.
스토리 흐름도 너무나 무난하기만 하다. 신기한 도감과 요시의 대화만 반복되는 전개는 금방 익숙해져 딱히 큰 재미나 감동을 느끼기 힘들다. 각 구역 말미에 쿠파주니어와 마귀가 등장하긴 하나 악역은커녕 반동 인물로 분류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존재감이 다소 떨어진다. 사실상 게임 디자인으로나 스토리로나 외길에 가까운 구성을 지닌 게임이고, 이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여지는 분명 있다.
▶ 솔직히 악당은커녕 조연급이라고 하기도 다소 민망한 존재감이다.
후반부 흐름도 조금은 아쉽다.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도감의 빠진 항목에 대한 단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은 나름 잘 갖춰져 있으나 일부 항목은 그 힌트의 내용이 모호해 짐작이 쉽지 않다. 게다가 일부 다른 생물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항목의 경우 구성이 살짝 다른 스테이지로 진입하게 되는데, 도리어 원래 스테이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항목이 막상 이 별도의 스테이지에서는 발견이 안 될 때가 많다.
따라서 100% 달성을 목표로 한다면 지루한 플레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요시 시리즈의 숨겨진 약점 중에 하나가 '100% 달성이 까다롭다'라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번 작에서도 그 약점을 완벽히 극복하진 못한 모습이다.
▶ 여전히 빈 칸이 너무 많다. 전부 채우려면 조금은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가장 '요시'다운 모험의 완성
<요시와 신기한 도감>은 요시라는 캐릭터의 본질과 더불어 새로운 생태계로 떠나는 탐험과 조사의 재미에 상당히 충실한 게임이다.
요시의 능력을 총동원해 생물의 특징을 최대한 밝혀내며 도감을 채워나가는 과정은 하나의 호기심을 해결하며 새로운 호기심으로 뻗어 나가는 창발적인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도감 속에 펼쳐진 다양한 생태계와 그 안에 살아가는 수십 종의 생물들은 저마다 특성이 천차만별로 나뉘어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놀이의 본질'과 '직관적인 경험'에 충실한 닌텐도의 개발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것도 될까 하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는 놀이라 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때의 쾌감과 성취감 또한 상당하다.
이전의 <요시> 시리즈와는 여러모로 다른 결의 게임이 되긴 했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요시는 더 요시다운 모습을 보이고 탐험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요시> 시리즈와는 살짝 멀어졌지만 닌텐도 본연의 모습에는 오히려 더 가까워졌으니 참 기묘하다면 기묘하다고 할 수 있다.
오로지 탐험만을 추구하는 게임이라 다른 요소가 다소 빈약하다 보니 게임에 대한 호불호는 조금 갈릴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새로운 무언가를 밝혀내는 학구적인 성향의 모험이나 빈칸은 반드시 전부 채워야 하는 수집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이 게임이 아주 만족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젠가 전부 밝혀내야 할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 끝없는 모험에 흠뻑 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 쿠타르크 (블로거)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