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요일, 킨텍스에서 열린 ‘2026 플레이엑스포’는 게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열기가 가득한 전시장 한편에서는 다른 종류의 열기가 피어올랐다.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의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펼쳐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2026 게임 문화 포럼'은 '우리 모두의 로그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장애인 게임 접근성 확대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이번 포럼에서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을 단순한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전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범용적 가치이자 산업 표준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혁신 사례도 소개됐으며, 정부가 마련한 공식 표준 가이드라인과 현역 장애인 프로 선수들의 현장 목소리도 함께 조명됐다.

# 게임의 사회적 가치 확장과 디지털 시민성
첫 번째 발제에서는 게임이 가진 사회적 영역의 확장성과 국가적 책임을 다루는 학술적 논의가 진행됐다.
최은경 한신대학교 e스포츠 융합대학 교수는 게임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교육, 체육, 직업 영역으로 긴밀히 확장되고 있는 현황을 짚으며, 배리어 프리 e스포츠 대회와 장애인 보조기기 활용 사례를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했다.
최은경 교수는 정보·지식 격차 등 디지털 격차 해소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한국의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차원에서 누구나 차별 없이 디지털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게임 접근권 보장이 실현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제는 방향성에 대한 총론 위주의 공감대 형성을 넘어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와 공공기관, 학계, 게임사가 실질적인 각론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협력하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 최은경 한신대학교 교수.
#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혁신으로 허무는 장벽
이어진 소프트웨어 접근성 발제에서는 출시 이후 유저 피드백을 계기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개선한 실무 사례가 소개됐다.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는 텍스트 중심의 어드벤처 모바일게임 <서울 2033>의 라이브 서비스 운영 경험을 토대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유원 대표는 스마트폰 OS 내장 스크린 리더인 '보이스오버(VoiceOver)' 등이 인게임 이미지 UI 요소를 명확히 읽어낼 수 있도록 코드 단에 보이지 않는 텍스트 라벨을 다는 '보이스 라벨링' 작업을 설명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시각장애인 유저의 플레이 장벽을 완화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AI 코딩 기술을 도입해 개발진이 놓치기 쉬운 라벨 누락을 자동으로 검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접근성 구축 작업의 속도가 크게 단축됐다고 밝혔다.

▶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하드웨어와 게임 콘텐츠의 융합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및 일자리 창출 사례도 제시됐다.
김강 캥스터즈 대표는 수동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해 개발한 휠체어 탑승형 러닝머신 '휠리엑스(Wheely-X)'의 개발 및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운동이 고통스럽고 지루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화(Gamification) 기술을 접목한 결과, 유저의 운동 지속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체중 감량과 근력 향상 등 실질적인 신체 변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휠체어 바퀴의 움직임과 회전 속도를 가상현실 레이싱 게임 화면과 연동하는 이 모델을 김강 대표는 '피지컬 e스포츠'로 정의했다.
아울러 김강 대표는 대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 부담 제도를 활용해 장애인 e스포츠 선수를 기업 소속 프로 선수로 채용하는 고용 연계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게임이 장애인에게 재활과 사회 참여를 넘어 안정적인 소득 창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강 캥스터즈 대표.
#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의 표준 정립
제도적 차원에서는 국내 게임 산업 인프라에 맞춘 첫 산업 표준형 지침서인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이 소개됐다.
김효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4년간 장애인 당사자 단체 및 산업계와 함께 구축해 온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김효은 책임연구원은 실무 개발팀이 코딩 단에서 즉각 참고할 수 있는 시각(14개), 청각(15개), 운동(21개), 인지(17개) 등 총 67개 항목의 마스터 체크리스트를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개발 우선순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빨강(필수)·노랑(권장)·초록(지향)'의 신호등 체계를 적용한 가독성 시스템을 설명했다.
아울러 실태조사 데이터상 일반 게이머의 84%가 접근성 보완 기능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을 짚었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 접근성이 특정 계층을 위한 시혜가 아닌 모든 사용자를 위한 범용 UI·UX 가치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 김효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
# "배려 아닌 입장권"…시장 관점과 자생적 리그 제언
이어진 패널토론은 이승훈 게임이용자보호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토론회에서는 비장애인과의 공존, 인식 개선, 교육 및 산업 현장의 변화를 주요 의제로 삼아 전문가들과 현역 선수들의 다각적인 제언이 다뤄졌다.

▶ 이승훈 게임이용자보호센터장.
'김성회의 G식백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김성회 유튜버는 인게임 규칙 자체를 변경하는 보너스 점수 등의 시혜적 조치 대신, 장벽을 허물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입장권'을 발부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한 접근성 허들로 포기했던 소외 인구를 신규 시장 가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도 턱을 낮춘 비탈길이 유모차나 캐리어 이용자 등 대다수 비장애인에게도 편의를 주듯, 장애인 편의 기능이 일반 비장애인 유저 경험까지 개선하는 '비탈길 효과'를 산업계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성회 유튜버.
이어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변호사)은 장애인의 온전한 게임 이용이 단순한 사후 대처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문화향유권'에 기반한 기본권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이철우 협회장은 문제가 발생한 뒤에 대처하는 방식을 탈피하고, 모든 게임사가 선제적인 예방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실천 방안으로 기업별로 기획 단계부터 모니터링을 담당할 '장애인 접근성 전담 담당자'를 최소 한 명씩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장애인 게이머들이 의견을 즉각 피력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접근성 다이렉트 소통 창구'의 신설을 함께 제안했다.

▶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
끝으로 쿠팡 e스포츠팀 소속 현역 프로 선수인 김민준, 김규민 선수의 현장 의견도 공유됐다.
김민준 선수는 가상세계 속 능동적 주체로서 경험한 성취감을 언급하며, 이것이 일상생활 전반의 의욕을 고취하는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자존감 형성으로 직결된다고 밝혔다.
김규민 선수는 정교한 캐릭터 컨트롤이나 콤보 입력을 방해하는 신체적 한계로 인해 겪었던 실제 좌절 경험을 공유하며, 물리적 장벽 없이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미디어나 중계가 장애 요소를 부각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오직 선수들의 인게임 실력과 경기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종목을 최신 인기 게임으로 다양화하고 대기업 정식 구단 창단 및 전문 코칭스태프 구단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일회성 복지 행사를 넘어 비장애인 리그와 대등한 '자생적인 독립 스포츠 리그'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거시적인 발전 전략을 현장의 목소리로 제시했다.

▶ 김민준 쿠팡 e스포츠팀 선수.

▶ 김규민 쿠팡 e스포츠팀 선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