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과 다양한 이종족이 북적이며 살아가는 2020년의 시애틀, 각자의 꿈과 이상이 이리저리 얽히는 거대한 도시 한구석에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다.
오로지 밤에만 문을 여는 이 카페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와 하루를 마무리하는 커피나 차를 주문하고, 조심스레 자신의 사연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비록 명쾌한 해답은 얻어가지 못할지라도, 한 번 방문한 손님들은 그 아늑하고 편안한 감각을 잊지 못해 몇 번이고 다시 이곳을 찾는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면서 카페를 아는 이들이 늘어났고, 이후에는 이전보다 더 다양한 종족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느덧 <커피 토크>는 잔잔한 심야 카페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졌다. 이 따뜻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든 이들 중에는 내심 2호점의 오픈을 바라는 이들도 분명 존재했으리라.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통한 걸까. 시애틀에 첫 카페가 열린 지 무려 6년 만에 2호점 소식이 공개됐다. 시애틀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도쿄, 그 일본의 중심지 한구석에 마침내 <커피 토크 도쿄>가 문을 열었다./작성=쿠타르크(블로거), 편집=한지훈 기자

# From Seattle, to Tokyo
<커피 토크 도쿄>는 심야 카페를 운영하며 손님에게 커피나 차를 대접하고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 <커피 토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가상의 시애틀을 무대로 한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가상의 도쿄를 배경으로 삼았다. 비록 가상일지라도 동양권 국가가 배경인 만큼, 찾아오는 손님들 역시 캇파나 유키온나, 유령 등 동양 설화에 등장할 법한 요괴 종족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가상의 도쿄 특유의 사회 정세와 그에 따른 심야 카페의 미묘한 분위기 변화도 엿볼 수 있다.
▶ 그래도 동양 쪽 나라라서 그런지 손님들 종족은 대체로 동양 쪽 설화를 따라간다.
시리즈의 기반을 둔 만큼 두 전작과 동일한 부분도 많다. 카페 주인이자 바리스타라는 주인공의 신분 덕에 게임의 배경은 항상 카페 내부로 고정되며, 방문하는 손님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구도도 여전하다. 손님의 주문에 맞춰 레시피를 골라 음료를 만들고, 제공한 음료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손님의 반응을 감상하는 흐름 역시 친숙하다.
'토모다칠(Tomodachill)' 앱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거나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레시피를 발굴하는 재미 또한 두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도쿄라는 배경에 맞춰 음료 제조 시 사용할 수 있는 재료 구성이 살짝 달라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요약하자면, 게임 화면만 봐도 <커피 토크> 시리즈의 후속작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원 개발자 'Fahmi'는 천식으로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커피 토크> 시리즈 고유의 원형과 감성은 여전히 잘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좋다.
▶ 도쿄라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카페를 벗어나진 못한다. 그저 방문하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
두 전작이 그러했듯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특유의 따뜻한 온도와 적당한 템포를 잘 유지한다. 손님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다가 알맞은 타이밍에 주문을 받고, 요청에 따라 재료를 적절히 조합해 음료를 대접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손님의 반응을 감상하며 다시금 대화를 이어나간다.
음료 재제조 횟수에 제한은 있지만, 딱히 진상 손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패에 따른 페널티가 큰 편도 아니라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가히 심야 카페라는 장소에 걸맞은 온도와 템포라 할 수 있으며, 덕분에 유저는 작은 카페의 주인이자 바리스타가 된 듯한 감각에 온전히 몰입하게 된다.
물론 전작에 비해 발전한 부분도 돋보인다. 가장 먼저 토모다칠 앱을 꼽을 수 있다. 앱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 두 전작에 비해 체감상 크게 늘어났다. 이전에 방문했던 손님들의 행방과 심경, 사회 변화나 주요 사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이 앱을 통해 자연스레 드러난다.
▶ 특히 토모다칠 앱을 구경하는 재미가 크게 늘었다. 이래저래 도움도 많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 숨겨진 레시피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고, 손님과 대화하는 와중에 실시간으로 새로운 피드가 올라오는 등 꽤 유기적인 연출도 돋보인다. 덕분에 언제든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가볍게 한눈파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음료 제조 과정에도 새로운 재료와 타입이 추가됐다. 처음 음료를 만들 때 핫/아이스를 선택해 온도를 맞출 수 있고, 마지막 부재료로 휘핑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을 얹을 수 있다. 특히 온도 개념이 중요한데, 같은 재료 순서로 만들더라도 온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휘핑크림과 아이스크림을 첨가할 때마다 음료의 성질과 외형이 달라지는 점도 흥미롭다.
비록 일부 음료에 국한되긴 하지만 직접 라테 아트를 그리는 재미 또한 여전하다.
▶ 같은 레시피라도 뜨겁냐 차갑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료가 나온다.
# 다채로움이 도리어 부담이 될 때
다만 게임 플레이에 있어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음료 제조 파트가 그렇다. 온도를 설정할 수 있고 두 가지 부재료가 추가돼 다채로운 레시피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유감스럽게도 직관성이 다소 떨어진다.
음료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온도를 고르게 되는데, 막상 재료 자체의 성질에도 '차가움'과 '따뜻함'이 따로 있어 제조 과정에서 혼동을 겪기 쉽다.
더군다나 플레이 중 손님들이 음료의 온도에 대해 종종 언급하는데, 이때 어떤 온도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곧바로 파악하기가 꽤 까다롭다. 음료 자체의 '차가움' 및 '따뜻함' 속성은 전작부터 있던 개념이라 섣불리 수정하기 어려웠을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핫/아이스 개념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다듬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그래도 스토리 진행 중에는 알기 쉽게 주문해 줘서 다행이다. 무한 모드로 들어가면 골치가 아파져서 그렇지.
휘핑크림과 아이스크림이라는 두 가지 부재료의 추가도 궤를 같이한다. 레시피의 다양성을 추구한 시도는 좋았으나, 미해금 레시피를 찾는 과정에서는 이 두 부재료가 도리어 부담으로 작용한다. 가뜩이나 스토리에서 모든 레시피 단서를 명확히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결국 남은 레시피를 채우려면 무차별 대입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어찌 보면 게임의 핵심 방향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단점일지 몰라도, 최소한 숨겨진 레시피에 대한 일말의 힌트라도 조금 더 남겨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 밖에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은 라떼 아트다. 플레이어의 미적 감각을 발휘할 여지를 둔 것은 좋았지만, 게임 진행 중 반드시 라떼 아트를 거쳐야 하는 순간이 너무 적다. 그러다 보니 라떼 아트 시스템이 전체 게임 흐름과 다소 겉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나, 라떼 아트가 스토리나 게임플레이 속에서 좀 더 필수적이고 유기적인 역할을 맡았더라면 하는 미련이 남는다.
▶ 레시피가 다양해진 건 좋지만, 정작 재료를 유추하기가 영 까다롭다.
# 차가운 도시에서 나누는 뜨거운 고민들
철저히 바리스타의 입장에서 각 손님의 사연을 가만히 듣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문하는 손님들의 면면은 전작과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들 역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인 만큼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납득하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스스로의 성찰이나 다른 손님과의 교감을 통해 나름의 해답을 찾아 나간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두 전작과 거의 유사하므로, 전작을 경험해 본 유저라면 꽤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고민을 털어놓고 해답을 찾는 양상은 사뭇 달라졌다.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해 며칠 내내 방황하며 지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거친 반응을 쏟아내는 손님도 있다. 유독 표정이 어두운 손님들을 전보다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으며, 사연과 고민의 무게 역시 훌쩍 무거워졌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이번 작 손님들의 고민은 대체로 '입장의 차이'와 그로 인한 '괴리감'이라는 주제를 공유한다.
즉, 두 전작이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에 들러 뒤끝 없이 훌훌 털어놓고 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마음속 깊이 담아둔 응어리를 토해내듯 전부 쏟아낸다는 인상에 가깝다.
무대가 시애틀에서 도쿄로 옮겨가며 사회 분위기와 고민의 결도 함께 변한 듯하다. 가만히 쉴 자리를 내어주는 바리스타에게도 그 무거운 감정이 고스란히 전이될 정도다. 하지만 그만큼 그들의 고민이 우리의 현실과 깊이 맞닿아 있고, 어떻게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려는 치열한 노력이 엿보이기에 역설적으로 더 깊은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낸다.
▶ 현실적이면서도 진중하다. 그래서 손님들의 고민이 더 뼈저리게 와닿는다.
▶ 특히 서로 다른 입장에서 비롯된 갈등이 치열하게 그려진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긴 해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 한결 같은, 그래서 곁에 두고 싶은 공간
<커피 토크 도쿄>는 심야 카페의 주인이자 바리스타의 심경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감성의 카페 운영 게임이다. 무대가 도쿄로 바뀌었어도 특유의 현대 도시 감성은 늘 한결같고, 귀를 간지럽히는 잔잔한 Lo-fi 음악은 붕 뜬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주기에 제격이다.
지친 이들에게 알맞은 음료를 대접하며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플레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유저의 마음마저 한결 편안해진다. 비록 인간이 아닌 이종족들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각자의 고민을 풀어내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어떤 의미로는 시리즈의 초심을 잘 간직하고 뚝심 있게 이어나가는 게임이기도 하다. 1편에서 시작된 설정과 감성이 세 번째 작품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고유의 매력을 잘 유지하고 있어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한결같은 틀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앞으로 후속작이 또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나온다면 그때는 어떤 심정으로 마주하게 될지 미처 감이 오지 않는다.
아무튼 이번 <커피 토크 도쿄>는 조용하고 편안한 감성으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훌륭한 게임임이 틀림없다. 기존 시리즈의 팬에게도, 혹은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말이다. 지치고 고된 일상 속, 잠시 쉬어가듯 따뜻하고 아늑한 게임을 찾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어쩌면 이 게임에서 마주치는 손님들 중,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누군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