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가 오늘(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2026 플레이엑스포(PlayX4)' 현장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한 개도 아니고, 무려 4개의 신작 라인업을 이번 행사를 통해 대거 공개한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서바이버 장르에 핵앤슬래시 액션을 가미한 <엠버 앤 블레이드>, 협동 코미디 호러 <콰이어트>, 90년대 말 학창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블랙코미디 비주얼 노벨 <컴 투 마이 파티!>, 그리고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한 SF 호러 <코드 엑시트> 등 총 4종의 PC 타이틀이다. 이는 지난 14일 진행된 온라인 신작 쇼케이스 'LINE Games Beyond'에서 베일을 벗은 라인게임즈의 핵심 타이틀들로, 이번 행사에는 유저들이 해당 작품들을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는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쟁쟁한 라인업들 사이에서 기자의 시선을 확 끈 작품은 페이즈 8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 <코드 엑시트>였다. 그런데, 이 게임 어딘가 낯이 익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달라진 이름, 달라진 게임
기자는 이 게임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 2024년 지스타 현장에서 <시냅스: 락다운>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났던 기억이 난다.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당시의 기억은 또렷하다. 10명 규모의 팀이 단 1년 반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게임 엔진이 발전하고 무료 에셋의 퀄리티가 좋아졌다 한들, 인디 개발사가 이 정도의 결과물을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시 시연 빌드는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을 연상케 했다. 침입자를 집요하게 추격해 단숨에 사살하는 잔혹한 안드로이드가 배회하는 어두운 시설, 한 손에 든 스캐너에 의존한 채 복잡하게 얽힌 내부를 조사하는 게임이었다. 여기에 정신력이 낮아지면 들려오는 환청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환영 연출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 저 작은 스캐너 화면에 의지해서 안드로이드를 피하고 미로처럼 얽힌 통로를 통과해야 했다.
시설을 지배하는 AI가 곳곳에 배치된 안드로이드를 조종한다는 설정인데, 플레이어의 위치가 감지되면 인근 안드로이드가 깨어나 추격을 시작한다. 적의 위치는 발소리로 가늠할 수 있었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는 여유롭게 탐색하다가도, 소리가 크고 잦아지면 주변 캐비닛으로 몸을 숨겨야 했다. 물론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그 캐비닛은 그대로 관짝이 되었지만 말이다.
비주얼과 연출,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적절한 완급 조절 등 여러 면에서 언제 출시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완성도였다. 당초 작년 하반기 출시를 예고했으나 한동안 소식이 뜸해 아쉬웠는데, 이번 플레이엑스포에서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라인게임즈의 손을 잡은 모습으로.
▶ 이런 연출이 참 좋았다.
# 투명 안드로이드와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첫사랑과의 재회처럼 아련하게 운을 뗀 이유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게임은 분명 같은 작품임에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질은 알아볼 수 있지만, 겉모습이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길었던 공백기가 무색하지 않게 게임은 완성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이전에는 없던 시네마틱 인트로 영상이 추가되었고, UI와 그래픽도 훨씬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하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게임이 선사하는 '경험' 그 자체였다.
▶ 인트로 시네마틱도 추가되고 UI도 달라지면서 확실히 게임의 완성도는 한층 더 높아졌다.
전체적인 세계관과 설정은 기존과 같다. 최첨단 AI '미네르바'에 의해 모든 것이 작동되고 관리되는 미래 도시 '판테온'이 건립 10주년을 맞은 날, 기념행사를 앞두고 기뻐하던 시민들이 돌연 폭주한 미네르바에 의해 몰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플레이어는 조사팀 '헤르메스'의 일원이 되어, 사건의 전말이 담긴 기록을 회수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다.
게임의 목표는 명확하다. 원인 모를 고장으로 멈춘 전력 제어 장치를 복구하고, 곳곳에 흩어진 기록물을 수거하는 것. 여기에 무작위로 오작동하는 콘솔까지 모두 해결해야 비로소 스테이지 탈출이 가능하다. 물론 AI 미네르바가 불청객의 활보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의 몸을 빌려 끊임없이 추격해 오는 미네르바의 눈을 피해 모든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시냅스> 시절에는 안드로이드가 묵직한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다면, 이번 빌드에서는 플레이어 주변에 갑자기 등장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연출상 은신을 해제하며 나타나는 듯한데, 안드로이드가 근처에 오면 UI에 노이즈가 발생해 위험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에는 테이저건으로 적을 일시 무력화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무기 사용이 제한되어 최대한 몸을 숨기거나 도망쳐야만 했다.
▶ 맵 곳곳에 숨겨진 전력 제어 장치와 기록물을 찾는 것이 목표.
▶ 이전과 달리 이번 시연 빌드의 안드로이드는 은신 상태로 이동하다가 플레이어의 앞에 깜짝 등장한다.
왼손에 들고 다녔던 작은 스캐너는 화면 전체를 덮는 맵으로 대체되었다. 목표인 기록물의 위치가 레이더에 표시되어 탐색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잠긴 문 뒤에 기록물이 있을 때는 맵 어딘가에 숨겨진 잠금장치를 찾아 가동해야 단다. 장치를 작동할 때마다 제어 장치의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맵 곳곳의 파일런에서 에너지를 충전해 가며 장치를 가동하고 기록물을 회수하는 플레이 루프가 이어진다.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수거할 기록과 복구해야 할 전력 장치의 수가 늘어난다. 이번 시연 빌드는 총 3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었으며, 마지막 고비를 넘기면 마침내 최종 단계인 '탈출' 플로우에 접어든다.
이 타이밍에 그동안 숨겨져 있던 화기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샷건과 라이플로 무장한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은 몰려드는 안드로이드를 격퇴하며 목적지까지 질주하는 것이다. 예전 빌드에서도 느꼈지만, 인디 게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파이팅의 완성도가 훌륭하다. 말 그대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안드로이드와의 추격전이 주는 긴박감, 사실적인 모션, 시원시원한 타격감까지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물린다. 게임 내내 짓누르던 공포를 통쾌하게 날려버리며 긴장의 끈을 마침내 내려놓는 짜릿한 순간이다.
▶ 탈출 단계에선 게임 내내 플레이어를 추격했던 안드로이드에게 시원하게 샷건 한 방을 먹일 수 있다.
# '협동'의 부재가 남긴 아쉬움
<시냅스>에서 <코드 엑시트>로 넘어오며 이토록 게임성이 달라진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다. 어쩌면 같은 뼈대 위에서 보여주는 방식만 바꾼 것일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것은 반갑지만, 플레이어로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안드로이드의 메커니즘 변화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빌드에서는 은신하고 있던 안드로이드가 플레이어 근처에 갑자기 튀어나와 추격을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UI 노이즈만으로 적의 위치를 가늠하기에는 경고가 너무 잦고, 근처 문이 여닫히는 시각적·청각적 힌트는 거리감을 파악하기 모호하다. 은신 중이더라도 이동할 때 최소한의 기척은 나야 정상이련만, 아무런 소리도 없으니 위치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갑자기 튀어나올 때 발생하는 사운드에 순간적으로 대응하거나, 미처 반응하지 못해 허무하게 죽는 불합리한 플레이가 반복된다.
▶ 선생님 이렇게 예고도 없이 나오시면 곤란한데요…
▶ 발각되면 소화 장치를 작동시키거나 연막탄을 던져 시야를 가리는 것으로 대응은 가능하다.
적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 좀처럼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호러 게임의 재미는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완급 조절에서 오기 마련인데,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만 강요당하다 보니 재미보다는 피로감과 불쾌함이 앞섰다.
피로감이 재미를 압도하기 시작하자 게임의 목표마저 지루한 반복 노동처럼 다가왔다. 기록물은 그나마 맵에 표시되니 양반이지만, 주변 환경과 식별하기 어려운 전력 제어 장치를 일일이 찾아 헤매는 과정은 고역에 가까웠다. 더욱이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면 공들여 복구해 둔 전력 장치가 다시 고장 나기 때문에, 이 지루한 도돌이표를 끊기 위해서라도 안드로이드의 등장을 끊임없이 의식해야만 했다.

▶ 맨 눈으로 보면 잘 안 보이는 위치에 절묘하게 숨겨진 장치들을 찾으러 다니기를 반복하는 게 썩 즐겁지는 않다.
어쩌면 앞서 토로한 모든 아쉬움은 결국 '멀티플레이의 부재'라는 하나의 맹점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험난한 과정을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헤쳐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누군가 미끼가 되어 안드로이드의 시선을 아슬아슬하게 끄는 사이, 다른 팀원들이 넓은 맵에 흩어져 숨겨진 장치들을 복구하는 그림을 상상해 보자. 혼자서 온전히 감당해야 했던 막막함과 피로감은 금세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긴박한 소통과 짜릿한 협동의 재미가 채워졌을 것이다. 애초에 싱글플레이의 고독한 공포보다는 여럿이 함께 즐기는 유쾌한 혼돈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된 게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 문을 열려면 맵 정반대에 있는 방에 숨겨진 장치를 활성화시키라는 의미다. 멀티플레이였다면 위치를 알려주고 다른 플레이어가 이동해서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기에 <코드 엑시트>는 여전히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작품이다. 비록 시연 빌드에서는 완급 조절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연출과 시원한 건파이팅 등 게임을 지탱하는 기본기 자체는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개발 과정에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뾰족한 부분들을 영리하게 다듬어 낸다면, 국산 인디 호러 게임의 새로운 수작으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코드 엑시트>는 오는 2027년 정식 출시를 목표로 담금질에 한창이며, 현재 스팀을 통해 데모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비명을 지르며 즐길 만한 '협동 서바이벌 호러 게임'에 목말라 있던 게이머라면, 죽음 같은 침묵이 내리깔린 이 곳에 기꺼이 발을 들여보기를 권한다.
▶ 이렇게 귀여운 마스코트가 반겨주는 게임(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