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움이 펼쳐져야 할 전장에, 느닷없이 4인조 은행 강도단이 들이닥쳤다. <배틀그라운드>에 신규 아케이드 모드 '페이데이(PAYDAY)'가 추가된 것이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모드는 스타브리즈의 대표 프랜차이즈 <페이데이> 시리즈를 모티브로 한 콘텐츠다. 무려 스타브리즈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이번 모드는 최대 4명의 플레이어가 팀을 이뤄 목표 지점에 침투해 전리품을 확보하고 탈출하는 PvE 협동 모드로, 오는 6월 17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누군가 취미를 물어보면 "은행 강도"라고 답했을 정도로 정도로 <페이데이> 시리즈에 푹 빠졌던 사람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갖 물건들을 훔치는 데 적잖은 시간을 바쳤으니,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덕분에 오랜만에 <배틀그라운드>에 접속해 게임을 즐겼다. 시리즈의 오랜 팬에게 <페이데이>와 <배틀그라운드>의 이색적인 조합은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 자세히 풀어보겠다.

# It's Payday, Fellas!
이야기에 앞서, 모르는 이들을 위해 <페이데이> 시리즈에 대해 짧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페이데이> 시리즈는 은행, 금은방, 클럽 등 각지에서 돈 될 만한 것들―돈다발, 금괴, 마약, 무기, 심지어는 핵탄두까지―을 닥치는 대로 터는 '하이스트(Heist)' 장르의 게임이다.
이미지만 보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우당탕 처들어가 금고를 털고 출동한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일 것 같지만(물론 가능하다), 의외로 경비원들의 시선을 피해 잠입하여 각종 보안 시설을 통과해 유유히 물건을 훔쳐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 전자를 '라우드(Loud)', 후자를 '스텔스(Stealth)'라고 부른다.
플레이어가 털어야 할 타깃의 구조는 매번 달라진다. 훔쳐야 할 물건의 위치는 물론 금고의 비밀번호, CCTV, 보안실, 순찰 중인 경비원의 배치까지. 큰 뼈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텔스 플레이는 CCTV나 경비원에게 발각되는 순간 물거품이 된다. 그러므로 이런 보안 장치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 충돌을 최소화한 채 목표물을 완벽하게 훔치는 것이 스텔스 플레이의 목표다.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워낙 많고 복잡하기에 난이도가 제법 있지만,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쾌감이 특히 강렬하다.
▶ CCTV와 경비원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잠입해서 금고 속 물건을 훔치는 스텔스
반대로 라우드 플레이는 이런 것들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목표는 최대한 빠르게 돈 될 것들을 쓸어 담고 자리를 뜨는 것이다. 대놓고 "나는 강도다" 하고 외치는 탓에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전 세계 경찰 인력이 총동원된 듯한, 그야말로 압도적인 물량을 자랑하는 경찰 세력을 상대로 싸우는 빠르고 호쾌한 건파이팅 역시 <페이데이>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같은 하이스트(미션)라도 라우드와 스텔스 중 선택해 진행할 수 있으며, 스텔스 도중에 라우드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에선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될 강도질을 즐기는(?) 것이 <페이데이>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라우드의 시원시원하고 호쾌한 건파이팅도 <페이데이>의 독특한 매력이다.
# <페이데이>를 <배그>에 싸서 드셔보세요
이제 본격적으로 <배틀그라운드>의 페이데이 모드를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틀그라운드>와 <페이데이>라는 서로 다른 두 게임의 정수를 모두 담아낸 훌륭한 매시업(Mashup)이라 평할 수 있겠다.
페이데이 모드는 기본적으로 시리즈의 최신작인 <페이데이 3>에 기반을 두고 있다. 등장하는 4개의 작전은 모두 <페이데이 3>의 하이스트를 거의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원래는 은행이었던 곳이 환전소로 바뀐 정도다.
▶ <페이데이 3> '악당에게 안식은 없다' 하이스트에서 등장하는 시큐어 캐피탈 은행
▶ 이번 모드에선 시큐어 머니 익스체인지, 즉 환전소로 등장한다. 건물 구조는 거의 완벽하게 동일하다.
<페이데이> 특유의 플레이 방식도 그대로 구현됐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페이데이 모드의 각 작전은 스텔스 혹은 라우드로 즐길 수 있다. 단, '무장 수송차량' 작전의 경우 원작의 하이스트와 동일하게 오직 라우드로만 펼쳐진다.
게임이 시작되면 작전 선택을 위한 투표가 진행된다. 플레이어들은 원하는 작전과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작전으로 게임이 치러진다.
작전의 목표와 구성 역시 원작의 하이스트와 거의 동일하나,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을 줄이기 위해 일부 구간과 목표가 생략되거나 변경됐다. "썸바디 헬프 미!"를 외치는 모 게임의 사람처럼 제법 거슬리는 민간인들이 완전히 사라졌고, CCTV의 수도 크게 줄었다. 또한 맵 곳곳에 숨겨진 키 카드를 찾으면 게임의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 원래는 암호를 입력해 문을 열어야 하지만, 페이데이 모드에서는 문을 아예 뚫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나저나 스텔스에서 써멀 랜스라니!
라우드 플레이 시 등장하는 적들의 종류도 간소화됐다. 일반 보안 요원과 방탄복으로 머리와 몸통을 보호한 무장 요원이 기본으로 등장하며, 특수 적으로는 저격수와 전신을 중장갑으로 꽁꽁 싸맨 '불도저', 그리고 시리즈의 상징적인 악당 '클로커'가 모습을 드러낸다. 클로커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와 단 일격으로 플레이어를 무력화시키는 탓에, 이번 모드에서도 어김없이 게임을 터트리는 주범 노릇을 톡톡히 한다.
전체적으로 원작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페이데이>의 요소들을 <배틀그라운드>라는 플랫폼에 알맞게 잘 녹여냈다는 인상이다. 개발사 스타브리즈가 직접 참여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이번 모드는 <페이데이>만큼이나 <배틀그라운드>의 정체성까지도 확실하게 살려냈다. 지금부터는 원작에선 볼 수 없던 페이데이 모드만의 특징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 '삐비비빅'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클로커
▶ 잡히면 일격에 무력화되는 탓에 게임을 터트리는 주범으로 손꼽힌다.
# 양쪽에게 모두 새로운 경험
<배틀그라운드>에 구현된 페이데이 모드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단연 클래스 시스템과 3인칭 시점 지원이다.
원작 <페이데이> 시리즈에서는 스킬 트리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플레이 성향에 맞는 캐릭터 빌드를 구상할 수 있었다. 이번 페이데이 모드에서는 해당 기능이 클래스 시스템으로 대체됐다. 돌격병, 의료병, 방어병, 저격수, 잠입자 등 5개의 클래스가 등장하며, 각 클래스마다 사용 가능한 무기와 가젯이 다르다.
각 클래스에는 이름에 걸맞게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궁극기'가 존재한다. 궁극기는 각 역할에 최적화된 효과를 발휘하는데, 이를테면 잠입자는 일정 시간 동안 무슨 짓을 해도 CCTV와 경비원에게 발각되지 않으며, 돌격병은 탄약이 무제한으로 변경되어 재장전 없이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할 수 있다. 클래스 진행도에 따라 해금되는 패시브 스킬 역시 하나하나가 옹골차다.
▶ 클래스별로 무기와 가젯, 사용 가능한 스킬이 다르다.
<배틀그라운드>의 아케이드 모드로 구현된 만큼, 전체적인 조작감은 <배틀그라운드> 본연의 느낌과 비슷했다. 특히 원작에 없던 기울이기와 인벤토리가 적용된 점은 확실히 새롭고 편리했다. 다만 총기의 종류와 사격 감각 역시 <배틀그라운드>와 동일하다 보니, 하이스트 장르 특유의 호쾌한 타격감이나 피격감이 다소 밋밋하게 다가오는 점은 사소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진짜 아쉬운 점은 따로 있다. 첫 번째는 시작부터 강제되는 마스크 착용이다. 원작에서는 마스크를 쓰기 전까지 무기나 가젯을 쓸 수 없는 대신, 경비원에게 노출되어도 크게 의심받지 않는다. 이른바 '케이싱' 단계를 이용해 주의해야 할 대상의 위치를 파악하고 작전을 구상하는 것이 가능했다.
▶ 원래는 이런 식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진입해 CCTV와 보안 요원의 배치를 체크한다.
그런데 이번 모드에서는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로 게임을 시작한다. 민간인이 없고 CCTV 수가 적어졌다 한들, 보안 장치들의 위치 정도는 미리 파악할 여유를 주었다면 어땠을까. 게다가 CCTV와 경비원의 감지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원작처럼 앉아있다고 해서 감지가 느려지지도 않기에, 손발이 척척 맞는 팀원이 아니라면 스텔스 플레이를 성공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두 번째는 소통 기능의 부재다. 라우드와 스텔스는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서 플레이어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나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게임 채팅이 지원되지 않아, 마이크를 쓰지 않는 이상 작전 선택과 진행 방식에 대해 사전에 논의할 수가 없다. 협동이 필요한 구간에서도 소통이 안 되니 다 같이 헤매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모드 특성에 맞게 휠 기능에 필요한 메시지를 추가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 앗... 스텔스 하고 싶은데...
이런 문제들만 제외한다면, 페이데이 모드는 <배틀그라운드> 유저와 <페이데이> 유저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훌륭한 모드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관건은 그 경험이 유쾌하냐 혹은 불쾌하냐는 것인데, 이 정도면 충분히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침 개발사 스타브리즈도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상황이다.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매력적인 강도질의 세계에 빠져볼 수 있기를, <페이데이> 시리즈의 팬으로서 즐겁게 기대해 본다.
▶ 저희 게임 정상영업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