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제휴 미디어인 게임룩의 분석 보도를 바탕으로 합니다. 특정 국가 및 기업에 대한 평가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작년 4월, 전 넷이즈 해외 투자 및 파트너십 총괄 주위안(朱原, Simon Zhu)이 링크드인에 3,000자가 넘는 영어 작별 편지를 올렸다. 제목은 'Game On, Break Free'였다.
편지에는 어떤 원망도 없었다. 주위안은 세 살 때부터 게임을 시작한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2012년 넷이즈에 입사한 뒤 13년간의 직장 생활을 회고했다. 글 말미에는 딩레이, 딩잉펑 두 전 상사에게 특별히 감사를 전했다.
"넷이즈 게임에서 보낸 12년을 마치며, 첫 출근 날과 똑같은 열정을 가지고 이 여정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일한다는 건 특권입니다."

▶ 주위안의 링크드인 게시물 중 일부.
1년이 지난 2026년 5월 12일, 주위안은 블룸버그를 통해 공식 발표를 했다. 새로운 게임 지주회사 그레이터댄 그룹(GreaterThan Group, 이하 GTG)을 설립하고, 본인이 창립자 겸 CEO를 맡는다는 내용이었다.
게임 업계에 자본 한파가 몰아치고 대형사들이 앞다투어 프로젝트를 접는 이 시기에, GTG는 이미 4,000만 달러의 현금과 약 6,000만 달러의 투자 약정을 확보해 총 1억 달러(약 1,499억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주위안은 회사가 작년 말 초기 자금을 확보한 이후 조용히 운영되어 왔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이름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고, "모두 게임과 기술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가들"이라고만 했다.
2024~2025년이 글로벌 게임 업계 역사상 가장 격동의 시기였다는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용 급등, 스튜디오 폐쇄, 대규모 정리해고, 프로젝트 취소, 고금리로 인한 투자 이탈까지 업계 전체가 흔들렸다.
주위안도 이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기술 기업들이 빠져나갔고, 자본도 따라 나갔습니다. 이제 다들 AI에만 돈을 쏟고 싶어 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업계가 지나치게 위축되어 과잉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GTG 공식 보도자료에서 주위안은 "GTG가 게임 업계에 상식을 되찾아 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제 사이클 속에는 언제나 역발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형사와 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때야말로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고,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할 최적의 시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위안에게는 실제로 그 베팅을 감행할 만한 저력이 있었다.

▶ 주위안 GTG CEO.
# 넷이즈에서의 13년: 글로벌화를 이끌다
주위안이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1억 달러를 투자받을 수 있었는지 이해하려면, 그가 넷이즈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최종 결정권은 딩레이에게 있었지만, 실제로 넷이즈의 글로벌화 전략을 움직인 사람은 주위안이었다. 2012년 입사 후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영웅삼국>(글로벌 명칭 Heroes of the Three Kingdoms, 한국 미출시)이었고, 이후 점차 해외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의 주도 아래 넷이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인크래프트>를 중국 시장에 들여왔고, 제노바 첸의 댓게임컴퍼니에 투자했다. 이 개발사의 <SKY - 빛의 아이들>은 중국에서 연 매출 1억 달러를 넘겼다. 번지(<데스티니> 시리즈), 퀀틱 드림(<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튜디오들에도 연달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 <SKY - 빛의 아이들>.
2019년 넷이즈가 번지에 투자한 건 2022년 소니가 번지를 36억 달러(당시 환율 약 4조 3,286억 원)에 인수하면서 몇 배의 수익으로 돌아왔다. 같은 해 단행한 퀀틱 드림 투자도 꾸준히 가치가 올랐고, 대표작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누적 판매량은 1,100만 장을 돌파했다.
GDC 2026 강연에서 주위안은 성과 지표를 언급했다. 지난 10년 동안 자신이 넷이즈에서 지원한 게임 스튜디오와 프로젝트가 100곳이 넘고, 그를 거쳐 간 개발자는 1만 명 이상이며, 그 회사들이 매년 만들어내는 게임 매출은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적은 그가 자본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했다. 주위안은 엄밀히 따지면 게임을 직접 만드는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 투자자이자 사업 담당자였다. 그럼에도 자본이 가장 꽁꽁 얼어붙은 이 시기에 1억 달러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그가 해외 게임 업계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개인적인 신뢰가 있다. 투자자들이 믿은 건 그의 게임 디자인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 자원을 모아 굴리는 능력, 그리고 글로벌 게임 업계 곳곳에 뻗은 인맥이었다.

▶ 주위안이 GDC 2026 강연에서 설명한 넷이즈 재직 당시 성과.
# 과거의 인연, 새로운 이야기
GTG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지만 매력적이다. 지주회사 구조로 산하 스튜디오와 지분을 공동 보유하고, 자금과 운영 전반을 지원하면서도 창작 팀에는 충분한 자율성과 지분 인센티브를 준다.
주위안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역할은 창작자들이 최대한 게임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쓸데없는 방해 요소를 걷어내주면서 믿고 맡기는 것, 이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게임들을 탄생시킨 방식이었습니다."
GTG가 현재 공개한 첫 세 곳의 협력 스튜디오 중 두 곳은 넷이즈가 정리한 팀들이다. 주위안이 직접 키웠지만 넷이즈가 포기한 팀들을 그가 다시 품은 셈이다.
첫 번째 카드는 아카너트(Arcanaut) 스튜디오다. <매스 이펙트> 3부작의 게임 디렉터 케이시 허드슨이 이끄는 팀으로, 그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레전드다. 허드슨의 이전 스튜디오 휴머노이드 오리진은 2024년 넷이즈의 지원이 끊기며 폐쇄됐다.

▶ 폐쇄된 개발사 휴머노이드 오리진의 공식 소개 이미지.
이제 GTG 아래서 허드슨은 재기했을 뿐 아니라, 스타워즈 팬들이 반길 만한 프로젝트까지 가져왔다.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운명>은 2025년 TGA 시상식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스타워즈: 구 공화국 기사단>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공식 자리매김했다.
허드슨은 수석 기술 책임자 라이언 호일, 내러티브·퍼포먼스 디렉터 캐롤라인 리빙스턴 등 그가 커리어 초기에 몸담았던 개발사 바이오웨어 출신 주요 개발진들도 다시 불러모았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허드슨은 "AI는 창의성 측면에서 영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며 AI는 쓰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어서 "규모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임은 아니니까요"라며 수백 시간짜리 볼륨도 추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게임은 2030년 이전에 출시할 계획이다.
두 번째 카드는 불렛팜이다. 전 트레이아크 설계 디렉터 데이비드 본더하르가 이끄는 팀으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시리즈의 핵심 설계자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그는 2023년 트레이아크를 떠나 2024년 불렛팜을 차렸고, 넷이즈의 투자를 받았다가 같은 흐름에 지원이 끊겼다.
GTG가 이 팀에 두 번째 기회를 줬다.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본더하르는 신작을 "미국의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슈팅 게임을 만든다면 어떨까"라는 말로 표현했다. 전작과 같은 전쟁 슈팅 게임과는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3년 안에 완성하는 게 목표이고, 현재 팀 규모는 50명이 채 안 된다. 본더하르는 "나에게 2억 달러를 준다고 해도 그걸 다 쓰지는 않을 겁니다. 게임을 훌륭하게 만드는 건 돈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니까요"라고 말했다.

▶ 데이비드 본더하르의 개발사 불렛팜.
세 번째 스튜디오는 코나미 출신 베테랑 사카이 마사토가 이끄는 도쿄의 MAGship이다.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GTG 라인업에 아시아적인 색채를 더해준다.
GTG가 명확히 피하려는 전례가 있다. 스웨덴의 엠브레이서 그룹이다. 한때 공격적으로 스튜디오를 쓸어담았다가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정리해고와 자산 매각을 강요당한 회사다. 주위안은 자신의 모델이 소수정예라고 강조한다.
2026년 3월 GDC 기간, 주위안은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 웨스트홀에서 '왜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는가(Game On: Why the Best is Yet to Come)'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당시 그는 넷이즈를 떠난 지 거의 1년이 된 시점이었고, 공식 직함은 '인디 게임 투자자 및 고문'이었다. 하지만 강연 내용은 GTG 창업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매일 점심값 3위안을 아껴 PC방에서 두 시간씩 게임을 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로 강연을 열었다. 그리고 게임 업계가 반복적으로 겪어온 침체에 대해 이야기했다. 팬데믹 초기에 300~400개의 신생 스튜디오가 생겨났지만 대부분 완전한 예산의 20% 수준만 확보했고, 2022년 이후 대다수가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의 어려움은 구조적 붕괴가 아니라 주기적 침체라고 단언한다. 게임보다 더 상호작용적이고 몰입감 있는 매체가 나타나지 않는 한, 게임의 기반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강연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게임은 시대의 감각에 응답해야 하고, 자기표현이어야 하며, 진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르의 혁신은 과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상상력에서 나온다. 그는 단기 어려움 때문에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업계에 호소했다.
"플레이어를 만족시키는 것,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 예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것.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강연은 현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GTG 모금의 발판이 됐다.

▶ 일본의 게임 개발사 MAGship.
# 워싱턴주에서, 다음 10년을 기다리며
주위안의 링크드인 프로필에는 현재 거주지가 워싱턴주로 나와 있다. 북미 기술·게임 산업의 심장부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의 링크드인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있다. 넷이즈를 떠나고 GTG가 공식 출범하기 전, 그는 텍사스까지 가서 스페이스X의 스타십 발사를 직접 봤다. 그가 남긴 게시물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Great weight to the Mars, God speed." 화성을 향한 여정에 행운을 빈다는 뜻이다.
대형 게임사를 대표해 10여 년을 버텨온 한 중국인 투자자가, 텍사스 해변에 서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이 굉음을 내며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업계 전체가 몸을 움츠리고 방향을 틀 때, 어떤 이들은 '관망'을 택했지만, 주위안은 '계속 베팅'을 택했다. 심지어 훨씬 더 먼 궤도를 향한 베팅이었다.

▶ (출처: Pixabay)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총평했다. "이것은 단순히 상업적 성공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올바르고 정직한 방식으로, 돈도 벌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주위안의 이번 창업은 본질적으로 '게임 업계가 자본과 알고리즘에 좌우되어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도박과도 같다.
그는 지금 게임 업계가 두려움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고 본다. 대형사는 리스크를 피하려 하고, 자본은 손실을 피하려 하고, 모두가 AI로 비용을 줄이는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진짜 좋은 게임은 두려움에서 나오지 않는다. 충분히 신뢰받는 창작자에게서 나온다.
자본이 빠져나간 지금이야말로, 뛰어난 제작자를 믿고 시간과 자유를 주는 방식이 통한다는 걸 증명할 기회라는 것이다.
얼마나 긴 여정이 될까. 주위안은 링크드인에서 10년을 내다보겠다고 했다. 세 살 때부터 게임을 시작해 이제 마흔이 된 그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 업계에서 보냈다. 그에게 이번 도전은 무모한 도박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다음 챕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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