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자 호라이즌>은 지난 14년간 세계를 유랑하며 정체성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쿄의 빌딩 숲과 후지산이 보이는 고갯길 위에서 모든 시스템이 맞물리는 육각형의 마스터피스가 됐습니다.
저는 이번 <포르자 호라이즌 6>의 리뷰를 위해 Xbox로부터 제공받은 사전 리뷰 빌드로 일주일가량 플레이하며 모든 레이스와 싱글 콘텐츠를 빠짐없이 완료했습니다.
리뷰 기간에는 온라인 매치가 어려웠던 탓에 멀티 콘텐츠는 거의 플레이할 수 없었지만, 온라인 목표를 제외한 모든 도전 과제를 마쳤고요.
실제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라서 차량 튜닝 등의 설명을 딱 뿌러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전 시리즈들도 수백 시간을 즐긴 애정 있는 게이머로서 어떤 후속작이 됐고 이전에 비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 몰입감을 높이는 역대급 한국어 더빙
이번 타이틀에서 게임을 즐겁게 만든 중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단연 한국어 더빙입니다. 1편에 이어 지난 5편에서 추후 업데이트로 지원된 바 있지만, 이번 더빙은 게임계에 역대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퀄리티가 훌륭합니다.
자막을 보기 어려운 레이싱 게임 특성상 더빙의 유무만으로도 몰입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텍스트로 읽을 때는 잘 와닿지 않는 차량 설명과 콘텐츠 튜토리얼까지 친근한 말투로 안내해 주니 이전 시리즈들보다 훨씬 깊이 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가 훨씬 재밌게 느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한 문장도 허투루 쓰인 게 없어 보이는 대사들은 분위기에 녹아들게 하는 농담까지 곁들여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차량 안내 AI도 더빙되어 있는데, 특별한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라면 뭘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요 목표와 거리 등을 기반으로 다음에 할 일을 제시해 줘 막연하지 않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초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출 뿐 아니라 숙련된 플레이어에게도 지도에서 직접 찾아 이동하는 것보다 간편하죠. 리뷰 기간은 비시즌이라 상상만 해 봤지만 발매 후 주간 및 월간 이벤트를 플레이할 때도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음성은 라디오 일부를 제외하면 전부 한국어 더빙이 적용됐으며, 대사의 퀄리티도 뛰어나다.
▶ 다음으로 할 일을 추천해 주기 때문에 뭘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 탐험 경험을 개선한 오픈월드 시스템
오픈월드 맵을 탐색하는 경험도 개선됐습니다. 과거에는 비싼 집을 구매해야 제공되어 초반에는 이용할 수 없던 '빠른 이동'이, 이제는 한 번 지나간 길이라면 처음부터 어디든 바로 이동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즉,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라고 해도 새로 생긴 자동 주행 시스템으로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커피 한 잔 내려오는 동안 알아서 이동시켜 둘 수도 있고요.
▶ 처음 가는 곳이어도 신규 기능인 자동 주행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오픈월드 게임 특유의 '너무 많은 할 일이 주는 압박감'은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에서 반복되어 온 문제인데, 이 점 또한 완급 조절로 해결했습니다.
방문하지 않은 곳을 안개로 덮어둬 능동적인 탐험 요소를 더한 건데요. 메인 캠페인 진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콘텐츠가 해금되는 방식 자체는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 선형적입니다.
▶ 게임 시작부터 지나가 본 길이라면 어디든 무료로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다만, 덕분에 메인 진행은 고민 없이 즐기되 자율적으로 돌아다니며 찾아내는 것들이 꾸준히 늘어나 탐험이 쉽게 질리지 않게 됐습니다.
오픈월드 맵을 질주하는 자유 탐색의 재미도 쏠쏠합니다. 건물이나 커다란 벚나무 등을 제외하면 가벼운 충돌만으로도 나무들이 쉽게 베어져 나가기 때문에, 산악 지형이 많음에도 쾌적한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수록곡이 다수 등장하는 J팝 채널이나 현대적인 클래식 채널 등 라디오 음악들도 라인업이 좋아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더했고요.
▶ 이 정도로 튼튼한 '만렙 나무'는 얼마 없어, 웬만한 숲은 마음껏 질주할 수 있다.
# 일본 자동차 문화를 담은 콘텐츠들
콘텐츠 구성은 이전 시리즈들을 해 봤다면 친숙한 부분이 많습니다.
페스티벌에 참여한 주인공이 정상에 오르는 메인 캠페인부터 랜드마크들 속에서 보너스 보드를 부수고, 지역마다 놓인 음식 캐릭터 마스코트를 수집하며, 똑같은 PR 스턴트들을 수행하는 건 여전히 '호라이즌'다운 문법이죠.
▶ 지역 마스코트는 대표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술 수 있는 것들이 200개나 있다.
하지만 일본의 감성을 더한 새로운 장치들도 적지 않습니다. 도쿄시에서 진행하는 배달 임무는 색다른 재미를 주는 훌륭한 재화벌이 수단입니다.
또한, 일본 레이싱 하면 떠오르는 고갯길 '토우게 레이스'와 일본 자동차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카밋(Car Meet)'을 맛볼 수 있는 주차장도 유명한 다이코쿠 PA를 비롯해 여럿 마련되어 있습니다.
▶ 도쿄시에서는 음식을 배달하고 돈(CR)을 벌 수 있는 콘텐츠도 있다.
구하기 어려운 포르자 에디션 차량을 포함해, 상시 매장보다 할인된 값으로 시승해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은 탐험하는 도중에 만나는 보물찾기 같았습니다. (진짜 보물찾기 콘텐츠도 따로 있지만요.)
또 이 모든 콘텐츠의 진척도와 다음 보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컬렉션과 스탬프도 도감을 채우는 재미를 아기자기하게 꾸며줍니다.
세분화된 성취감을 주어 작지만 꽤 큰 차이로 느껴졌습니다. 메뉴에서 타고 있는 차량을 도색까지 적용해 보여주는 것도 변화의 폭 대비 만족도가 높았고요.
▶ 주차장에서는 차량을 자랑하고 다른 차도 구경할 수 있다. 유명한 다이코쿠 PA에 주차된 모습.
# 커다란 도쿄와 밀도 높은 세계의 구현
세계의 구현에서는 전작의 아쉬움을 확실히 극복했습니다. 지형이 오밀조밀 다채로워져서 재밌는 코스도 많고, 무엇보다 도쿄는 전작의 과나후아토 대비 5배가 커졌을 정도로 시리즈 최대 규모니까요.
기대가 컸던 계절 표현은 주간 시즌마다 변경되는 시스템이라 리뷰 기간 동안 봄과 여름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봄의 벚꽃과 여름의 장마, 고지대에서의 설원과 빙판을 확인하고 달려 봤을 때 체감 차이는 만족스러웠습니다.
▶ 도쿄 타워를 바라보며 레인보우 브리지를 건너는 낭만.
낮과 밤의 시간대와 계절을 수동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은 싱글에서조차 이번에도 없다는 게 거의 유일한 섭섭한 지점이었달까요. 유일하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래픽에 있습니다.
사전 리뷰 빌드 기준이라 발매 후 개선될 여지는 있지만, 도심 건물의 디테일과 야경은 사실적인 대자연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터널의 조도 변화도 전작보단 나아졌지만 아직 부자연스러웠고요. 라이트를 켜고 끄는 기능도 여전히 없어 저녁마다 시야가 답답해지곤 했습니다.
▶ 야경 중 조명이 약한 곳은 다소 어둡게 느껴졌고, 건물 디테일도 조금 아쉬웠다.
단, 아쉬움이 있단 뜻이지 발전이 없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전반적인 광원은 월등히 좋아졌고 차량은 더 이상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보이지 않거든요.
최적화 역시 맵 한 바퀴를 도는 골리앗이 이전 시리즈의 2~3배 수준인 85km인 데다 도로의 개수도 700개에 가까울 정도로 넓어졌음에도 빠른 속도를 내는 와중에 프레임 저하 없이 쾌적했습니다.
▶ 금각사 마당까지 차를 끌고 들어갈 수 있다.
# 진화한 사운드와 손맛의 주행 감각
레이싱 게임으로서는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엔진 소리와 배기음 등 차량 주행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사운드는 전작 대비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터널을 달릴 때면 으르렁거리는 엔진음에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니까요.
차량 내부에서 소리의 차폐도 잘 돼 운전석 주행을 할 때와 보닛이나 3인칭 뷰로 플레이 할 때 느껴지는 음향의 차이도 뚜렷해졌습니다. 페스티벌의 음악 소리나 기차와 폭포 소리 등 주변 환경음도 섬세해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었고요.
▶ 사운드가 좋아졌다는 것을 전문가가 아니어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조작감도 묵직해진 편.
발매 시점의 차량은 총 550대로,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이름만으로도 설렐 JDM 클래식 다수가 포함되어 있고, 기존 차량들도 주행감 개선이 됐습니다. 줄곧 궁금해들 하시는 현대차도 몇 대 더 늘었고요.
▶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현대차.
차량 클래스도 개편하면서 트랙 주행에 최적화 된 R 클래스가 추가됐고, 모터스포츠에서처럼 타이어 마모가 일어나 그립에 영향을 주는 등 시뮬레이션 성격도 꽤 가미됐습니다.
주행감에 대해서는 전문가 소견이 더 신빙성이 있겠지만 캐주얼한 컨트롤러 플레이어의 감각으로도 차량들이 더 묵직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륜구동을 고집하고 싶을 만큼 핸들링이 어려워진 건 아니지만 5편 대비 오버스티어가 나기 쉬워 브레이크 컨트롤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훨씬 더 재밌었고요.
▶ 쉬워졌던 5편에 비해 오버스티어가 잘 일어나 코너를 돌 때마다 긴장하게 됐다.
# 레이싱 게임에서 나누는 사이버 온기
마지막으로 이번 시리즈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함께' 플레이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그중 하나로 집을 구매하면 커스텀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인 차고와 소유지를 얻게 됩니다.
▶ 집을 구매하면 차고와 소유지도 얻게 되며, 커스텀과 공유가 가능하다.
차고는 실내만 꾸밀 수 있지만 앞마당이라고 할 소유지는 직접 트랙도 만들 수 있죠. 이 공간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공유하거나 서로 방문해 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공개 디자인을 다운로드받아 쓸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앞서 짧게 언급했던 카밋 콘텐츠인 '자동차 모임'을 비롯해, 이벤트 랩의 공동 제작도 가능하고, 주변 플레이어와 같이 달리고 동시에 기술을 수행해 보너스를 얻습니다.
즉. '사이버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장치를 다수 도입했습니다. 필수 콘텐츠는 아니지만 사람들과 같이 플레이하는 걸 좋아한다면 이번 시리즈를 더 오래 즐길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대표 콘텐츠이자, 주간 및 월간 이벤트와 더불어 포르자 호라이즌의 실질적인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는 '호라이즌 플레이'라는 이름 아래 6종류의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일 스펙의 차량으로 도전하는 '스펙 레이싱'은 진검승부를 겨루고 싶은 플레이어들을 자극할 만하고, 온라인 전용 레벨과 주기적으로 초기화되는 랭킹 시스템이 돌아와 도전 욕구를 강하게 일으킵니다.
▶ 온라인 콘텐츠는 6가지로 구성되며, 동일한 스펙으로 달리는 '스펙 레이싱'이 주목할 만하다.
# 총평
<포르자 호라이즌 6>는 크게 보면 시리즈 내내 반복해 왔던 콘텐츠의 되풀이이기도 합니다. 지역의 변화와 차량 업데이트 외에 굉장히 혁신적인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동차와 관련된 일본의 유명 제조사와 문화가 지닌 낭만은, 다른 지역을 다룰 때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줍니다. 레이싱 게임의 배경으로 이보다 더 제격인 곳이 있을까 싶을 만큼요.
또 큰 변화를 보여주기 어려운 레이싱 게임 장르 특성상, 몇 가지 경험의 개선 역시 적지 않은 발전이라고 봅니다.
본래 아케이드 레이싱의 캐주얼함을 메인에 두는 시리즈임에도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가 부족한 편이었는데, 이번 작에서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디테일을 곳곳에 채워 넣었습니다.
그런 한편 심 레이싱을 선호하는 플레이어들을 사로잡을 주행감의 개선도 살뜰히 챙겼고요.
이번 시리즈는 JDM 붐의 향수를 일으키는 배경으로 레이싱 팬을 설레게 하는 치트키이자, 레이싱 게임의 올라운더인 동시에 아케이드 레이싱의 최종 진화형입니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남기는 기록이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