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제휴 미디어인 게임룩의 분석 보도를 바탕으로 합니다. 특정 국가 및 기업에 대한 평가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소니가 최근 2025년 실적을 발표했다. 게임·네트워크 서비스 부문 연간 매출은 4조 6857억 엔(약 44조 1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영업이익은 4633억 엔(약 4조 364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룹 전체로는 매출 4%, 영업이익 13% 성장에 이익률 11.6%를 달성했다. 일회성 요인을 걷어내면 게임 부문 영업이익 증가폭은 전년 대비 무려 45%에 달하며, 월간 활성 PlayStation 계정 수 역시 1억 2500만 개로 4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성적표는 소니로서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받아들이기 불편한 보고서일 것이다.
소니는 이번 회계연도에 번지(Bungie)의 무형자산에 대해 무려 약 7억 6500만 달러(약 1조 1360억 원)에 달하는 손상 차손을 한꺼번에 반영했다. 서양 AAA급 대작의 평균 개발비를 3억 달러로 잡으면, 최상위 프로젝트 두 개의 예산을 통째로 날린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미 번지는 이전에도 대규모 손상차손을 겪은 바 있다. 직전 회계연도에도 소니는 약 3억 달러(약 4460억 원)를 감액했다. 2022년 36억 달러(약 5조 3460억 원)를 들여 야심 차게 인수한 번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2025 회계연도 4분기 게임 및 네트워크 서비스(G&NS) 부문 영업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인 번지 손상차손.
# 번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금자탑
문제의 근원은 번지가 현재 운영 중인 두 타이틀에 있다.
첫째는 한때 황금알을 낳던 <데스티니 가디언즈>(글로벌 명칭 <데스티니 2>)다. 지난 1년간 플레이어 수와 매출이 소니가 긴장할 만큼 하락했다. 현재 스팀 기준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1만 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수명을 연장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 핵심 IP의 인기 하락은 곧 회사 전체의 몸값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 <데스티니 가디언즈> 일일 최고 동시 접속자 수. (출처: 스팀DB)
둘째는 내부에서 '희망의 별'로 불리던 신작 <마라톤>이다. 새로운 슈팅 게임으로 출시 초기 약 120만 장을 팔았다. 솔직히 지금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 문제는 비용이다. AAA급 개발비를 대입하면 120만 장 판매로는 손익분기점까지 한참 멀고, 원금을 회수하려면 몇 년은 더 걸릴지 모른다. 소니가 번지 인수 당시 기대했던 빠른 현금 창출과는 완전히 어긋난 결과다.
신작은 본전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기존 게임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팬들이 기다리는 <데스티니 3>는 좀처럼 소식이 없다. 번지는 그렇게 신구 교체도 안 된 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어정쩡한 처지에 빠졌다. 두 차례의 감액을 합산하면 막대한 손실이라는 말도 과장이 아니다.
# 라이브 서비스 게임 프로젝트 10개, 사실상 전멸
소니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 전략 전반을 들여다보면 번지의 고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소니의 철저한 전략적 실패가 있다.
이야기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니는 자사 PS 플랫폼에서 수많은 플레이어가 라이브 서비스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고, 수많은 업체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남들이 고기를 먹는 동안 자신은 국물만 마셔야 하는 이 상황을 소니 경영진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그렇게 2026년까지 수십 종의 자체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탄생했다.
당시 소니의 논리는 단순했다. 플랫폼도 있고 유저도 있으니, 게임까지 직접 만들면 수익을 독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대한 도박이 시작됐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도박은 재앙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 10개 프로젝트는 거의 완전한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소된 <라스트 오브 어스> 멀티플레이 게임을 기억하는가. 7년을 쏟아붓고 완성도가 80%에 달했음에도 공식 발표 하루 전날 중단됐다. 내부 소모와 방향 설정 실패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이 라이브 서비스 게임 물결 속에서 소니가 유일하게 결실을 본 작품이 퍼블리싱작 <헬다이버즈 2>라는 사실이다. 이 작품의 성공은 오히려 퍼스트파티 자체 개발 스튜디오들이 줄줄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켰다.

▶ <헬다이버즈 2>.
직접 만든 것들은 전부 실패했는데 외부에서 온 작품 하나가 성과를 냈으니, 자체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한 소니로서는 씁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소니가 한때 텐센트와 손잡고 <호라이즌> 시리즈 기반의 온라인 게임을 개발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IP 라이선스 등 복잡한 문제가 얽히며 결국 결별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파트너가 맡았어야 할 프로젝트를 내부 장벽 때문에 날려버렸고, 어쩌면 유일한 돌파구도 함께 사라진 셈이 됐다.
# 작은 것을 탐하다 잃어버린 5년
이번 라이브 서비스 게임 확장의 후폭풍은 여러 층위에 걸쳐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핵심 싱글플레이 사업의 생산 역량을 심각하게 잠식하고 소진시킨 점이다. 플레이어들이 소니에 기대해온 것은 언제나 고품질의 AAA급 싱글 플레이 패키지 게임이었다. 그런데 소니는 막대한 시간과 인력, 최고의 인재를 결국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 프로젝트들에 쏟아부었다.
퍼스트파티 스튜디오의 자원이 묶이면서 신작 공백이 생겼고, 프로젝트 하나가 엎어질 때마다 한 스튜디오의 수년 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뒤이어 감원과 사업 축소가 반복됐다. 미국의 지속적인 고물가로 개발비가 통제 불능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여러 프로젝트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소니는 지난 5년간 전략적 혼돈기에 빠져 있었고, 그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그렇다면 소니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 SIE 부사장 요시다 슈헤이는 인터뷰에서 소니가 현재 고품질 싱글플레이 내러티브 게임 중심의 콘텐츠 전략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 비중을 줄이고 콘솔 플랫폼에서 퍼스트파티 스튜디오의 전통적 강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밝혔다. 5년을 돌아온 끝에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자체 개발 온라인 게임이 전멸하다시피 했어도 소니는 여전히 콘솔 시장의 승자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게임사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최고작을 기꺼이 PS 플랫폼에 올린다.
PlayStation 월간 활성 유저는 1억 2500만 명에 달한다. 누군가는 손해를 보며 게임을 만들지만, 그것이 유저들이 매달 PS5를 켜고 다른 회사의 게임을 구매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소니는 수수료만 챙겨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소니의 얻은 것과 잃은 것이 공존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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