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베트남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전체 앱의 47%가 하룻밤 새 사라졌습니다. 시행령 147호(Decree 147) 시행과 함께 정부와 구글·애플이 공조해 무허가 게임, 저품질 콘텐츠, 보안 위협 앱을 일괄 퇴출시킨 결과입니다.
베트남 게임 시장이 규모만 큰 사냥터에서 엄격한 규칙이 지배하는 정제된 생태계로 전환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사라진 47%의 자리는 이제 트래픽이 아닌 장기적 가치 창출을 증명한 플레이어들의 몫이 됐습니다.
베트남 게임 시장을 가로막는 장벽은 높고 견고합니다. 최신 규제 환경과 실제 성공·실패 사례 분석을 통해, 이 장벽을 넘어 살아남기 위한 3가지 필수 조건을 정리했습니다.
본 기사는 GAMOTA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제공됩니다. (GAMOT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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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규: 라이선스 없이는 시작도 없다
베트남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G1 라이선스가 필요합니다. 중국의 판호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구조는 다릅니다. G1 라이선스 없이도 일단 서비스는 됩니다.
문제는 성장할수록 단속 레이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유저 수나 매출이 늘어 눈에 띄면 방송전자정보국(ABEI)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구글·애플에 삭제 요청이 내려갑니다. 통상 15일에서 한 달 안에 대응하지 못하면 퇴출입니다.
이 구조에서 한국 게임들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쿠키런: 킹덤>은 별도 서비스 단위를 만드는 부담을 감수하지 않고 베트남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반면 <플레이투게더>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전부터 로컬 퍼블리셔 VNG게임스와 협상을 준비했고, 정부 통보가 떨어지자 한 달 안에 계약을 마무리해 살아남았습니다.

▶ 2022년 당시 공지된 <쿠키런: 킹덤> 베트남 지역 서비스 중단 안내.
시행령 147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전체 유저의 100% 본인 인증(KYC) 의무화, 18세 미만 유저의 하루 게임 시간 60분 제한, 가상 아이템의 현금화 금지까지 규제의 밀도가 높아졌습니다.
플랫폼도 이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애플은 2025년 8월부터 외국 사업자에 부과하는 VAT를 5%에서 10%로 올렸고, 구글은 개발자 신원 인증을 의무화해 익명 출처를 차단했습니다. 규제를 피해 들어오는 우회 경로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외국 사업자가 단독으로 G1 라이선스를 취득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외국계 지분 49% 상한 규정도 독자 진출의 벽입니다. 가모타 리포트는 이 구조를 두고 로컬 퍼블리셔와의 파트너십이 사실상 유일한 안전판이라고 진단합니다. 결국 규제 준수는 비용이 아니라 시장에 남아 있기 위한 전제 조건인 셈입니다.

▶ 가모타 리포트가 정리한 베트남 플랫폼 정책 및 규제 현황.
# 현지화: 기기와 결제 경로부터 다시 설계하라
법적 자격을 갖췄다고 끝이 아닙니다. 베트남 특유의 기술 환경에 맞춘 현지화라는 두 번째 조건이 기다립니다.
베트남 모바일 시장의 주류는 중저가 기기입니다. 안드로이드가 점유율 57%로 iOS를 앞서고, 고사양 그래픽을 구현하는 언리얼 엔진 4 기반 게임은 이 기기들에서 제대로 구동되지 않습니다.
중간 사양 기기 사용자들이 대부분인 시장에서 고사양 요구 조건은 처음부터 유입 깔때기를 좁혀버리는 장벽입니다.
홍콩 개발사 Weplay가 2025년 3월 베트남에 출시한 모바일 MMORPG <낫 검 복마(Nhất Kiếm Phục Ma)>는 이 조건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동양 선협(仙俠)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단순히 그래픽 사양을 낮춘 것이 아니라 현지 유저의 접속 환경 전체를 고려한 가벼운 엔진으로 시장을 파고들었습니다.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사냥하고 자원을 획득하는 AFK 구조 덕분에, 불안정한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유저는 뒤처질 걱정 없이 게임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기기 최적화에 이어 결제 경로도 현지에 맞게 다시 설계했습니다.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그대로 쓰는 대신 베트남 유저들이 익숙하게 쓰는 로컬 전자지갑을 처음부터 핵심 결제 수단으로 탑재한 것입니다.
<낫 검 복마>는 출시 9개월 만에 200만 다운로드, 487만 달러(약 7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빌드를 수정 없이 들여오는 대신 베트남 환경에 맞춘 기술적 재설계가 선행됐을 때 진입이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입니다.

▶ 가모타 리포트가 정리한 <낫 검 복마> 사례.
# 적응: 베트남 유저는 이름값에 충성하지 않는다
법규와 현지화를 모두 갖춰도 운영에서 무너지면 끝입니다. <리니지 2M>의 급락은 이 조건의 중요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실패의 원인은 복합적이었습니다. 우선 언리얼 엔진 4 기반의 고사양 요구 조건이 중저가 기기가 주류인 베트남 시장에서 처음부터 유입을 막았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표준 안티치트 시스템이 베트남의 불안정한 네트워크 환경과 충돌하면서 정상적인 AFK 유저들을 무차별로 차단하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현지 인프라의 문제로 치부하며 느리게 대응하는 사이 커뮤니티의 불만이 보이콧으로 번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공성전과 PvP 같은 핵심 콘텐츠가 길드 가입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길드에 합류하지 못한 신규 유저와 솔로 플레이어들이 고립되며 빠르게 이탈했습니다. 출시 첫 달 이후 매출이 급락한 것은 이 모든 문제가 동시에 터진 결과였습니다.
베트남 게이머 커뮤니티의 소셜 리스닝 분석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운영에 민감한지 드러납니다. 서버 안정성, 버그 대응, 공정한 운영은 게임 평가의 핵심 기준입니다.
특히 사설 서버가 만연한 베트남 환경에서 공식 서버의 운영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면 유저들은 사설 서버로 이탈합니다. 유저는 브랜드 이름값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내 기기에서 오류 없이 돌아가고, 내 불만에 즉각 반응하는 게임에만 머뭅니다.

▶ 가모타 리포트가 정리한 <리니지 2M> 사례.
# 성벽이 높아질수록 안에 있는 자의 몫은 커진다
베트남 정부는 게임 산업을 디지털 경제의 핵심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2026년까지 플랫폼 결제 자유화 도입 계획은 없으며, KYC 의무화와 콘텐츠 심의는 더 촘촘해질 전망입니다.
역설적으로 이는 3가지 조건을 먼저 갖춘 플레이어들에게는 호재입니다. 장벽이 높아질수록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은 어려워지고, 이미 자리를 잡은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는 강화됩니다. 47%가 사라진 자리에서 남은 53%의 파이를 나눌 플레이어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베트남 시장은 규제로 닫힌 게 아니라 규제로 인해 정제된 것입니다. 법규, 현지화, 적응이라는 3가지 조건을 갖춘 플레이어에게 이 시장은 높은 성벽 안의 독점적 사냥터입니다. 준비된 이들에게 성벽은 시장의 결실을 온전히 지켜줄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입니다.

▶ 가모타 리포트가 정리한 시행령 147호 핵심 규제 내용.
